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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142화 (14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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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괴수의 차크라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또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용하가 의젓하게 말했다.

“그리고. 말씀하신 캐츠 아이 스톤은 저희도 부지런히 찾아보겠습니다. 저희하고 오랫동안 거래해온 거래처들이 해외에도 많이 있으니까 기대를 해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사장이 선아영에게 말했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캐츠 아이 스톤이 있으면 공격 증폭률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선아영은 그렇게 에둘러 말했다. 괴수 차크라를 가진 헌터들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럼 조만간 자리를 한 번 더 만들죠."

모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자리를 파했다. 용하는 사무실에 들르지 않고 그 자리에서 4부장과 인사를 나누고 천기정과 함께 그곳을 떠났다.

천기정의 차에 오르는 용하에게 지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시현이 삼촌이신가?”

지우의 목소리가 장난스럽게 들려왔다.

“그렇소만 뉘신지요?”

“어떻게 정리는 잘 하고 왔냐? 섭섭하지는 않아?”

“전혀. 사람들이 나한테 감히 말도 못 붙이고 나를 보려고 다 나와있더라. 기분 좋았었어.”

“너는 훨씬 더 잘 할 수 있는 놈인데. 진작 밀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됐어, 인마. 시현이가 언제까지나 갓난 아기일 것도 아니고 시현이도 부지런히 클 테니까 나중에 기회되면 다시 하면 되지. 그때되면 회사나 하나 차려주라.”

“그럴까? 어떤 걸로 원해?”

“야. 림스 그건 어떻게 되고 있냐? 아직 안 망했지?”

“왜? 림스 인수하고 싶어?”

“아니. 그냥. 방금 그건 생각나는대로 해 본 말이고. 막상 회사를 떠난다고 하니까 싱숭생숭하기는 하네.”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해. 용하야. 시현이한테 꽉 붙들려서 네 인생을 포기해 달라고 말하는 건 아니야.”

지우가 말하자 천기정이 치고 들어갔다.

“주말에는 시현이를 나한테 맡겨도 돼요. 시현이가 나를 좋아하잖아요.”

“그러면 되겠네. 주말에는 천대리님한테 부업하시라고 하고 너는 쉬어. 너무 큰 짐 맡겨서 미안하다, 인마.”

“세상에 어떤 아빠가 자기 자식을 짐이라고 말하냐?”

“짐은 짐이지. 너무 예쁜 짐이라서 그렇지.”

“어쨌든. 이렇게까지 해 줘서 고마워. 오늘 하루는 세상이 나를 위해서 돌아간 느낌이었어. 회의실 문이 열리고 한 사람 한 사람, 이 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내 옆에 앉아주는데. 울컥하더라. 그 순간은 영영 못 잊을 거야.”

“잊어. 더 좋은 기억으로 채워줄 테니까.”

“하. 개새끼. 멋있는 말은 잘도 생각해내.”

“원래 그랬잖아.”

지우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원래 그랬다, 인마. 끊어. 바쁠 텐데.”

“응. 이동중이야. 다 도착해간다. 시현이 엄마가 너한테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고 꼭 좀 전해달래.”

“너무 신경쓰지 마시라고 해라. 시현이 사진은 많이 찍어서 보내줄게.”

“고마워. 내가 네 친구라는 게 자랑스럽다.”

“미친. 네가 할 소리가 아니지. 나야말로. 네 친구라는 게 자랑스럽다. 오늘을 영영 못 잊을 것 같아. 고마워. 안지우.”

"반사!"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겨루듯이 울려퍼졌다.

용하는 멀어져가는 회사 건물을 바라보느라 고개를 뒤로 돌리면서 회한이 담긴 표정을 지었다.

***

시현의 턱이 븕어지면서 부들 떨리더니 붉어지는 기운이 얼굴 전체로 번졌다.

“그렇지. 조금만 더 힘줘. 거의 다 나왔어. 힘 줘, 안시현!”

시현의 몸에서 주황색 차크라가 몽글몽글 피어났다.

“똥 싸는데 차크라 쓰지 말고, 인마!”

용하가 능숙하게 한 손으로 시현의 두 다리를 모아 잡고 엉덩이 사이에 딱 붙어있는 똥덩어리를 보면서 시현을 응원했다.

“큰 똥 쌌네. 큰 똥 쌌어. 으휴. 냄새. 씻고 산책가자.”

용하는 시현을 씻기는 김에 저도 같이 씻으려고 욕조에 물을 받고 시현이를 안은 채 안으로 풍덩 들어갔다.

용하가 제 가슴 위에 시현을 올려놓자 시현은 거기에 편하게 제 얼굴을 대고 그새 졸고 있었다.

“이 아저씨야. 또 잠잘 궁리만 하는 거야? 웅? 안시현씨. 등에다 때 공장 차리셨어요? 어떻게 안시현씨는 매일 씻는데도 씻을 때마다 때가 나옵니까? 때 좀 봐. 너희 아빠한테 보여주면 또 감격하겠다. 다음에 와서 가져간다고 다 모아 놓으라고 할지도 모르지.”

용하는 시현의 등에 물을 끼얹으면서 시현의 등을 쓰다듬어 주다가 무심코 튀어나오곤 하는 시현의 차크라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건 곤란할 것 같았다. 지연에게도 그 얘기를 했고 지연도 그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아직 해결할 방법을 찾지는 못하고 있었다.

집 밖으로 나갈 때는 익스트림 헌터에서 보내 준 특수 소재의 옷을 입히는 수밖에 없었는데 집에서 이렇게 벗고 있는 동안, 아니면 옷을 갈아입는 동안 누군가 밖에서 이 집을 향해 감응기를 쏘는 일은 없겠는지 이제는 그런 것까지 걱정이 되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불안증이 이제는 고스란히 용하의 몫이 된 것이다.

“안시현. 차크라는 줄여. 내가 이 말을 너한테 해서 뭘 하겠냐마는. 그건 조절을 해야 될 것 같아. 삼촌이 최선을 다해서 너를 지켜줄 거지만 불필요하게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지는 말자. 알았지? 삼촌이 갑자기 운동을 이것 저것 배우고 싶더라니 이게 다 이때를 위한 거였나보다. 삼촌이 이래봬도 이것 저것 좀 해. 한 가지를 깊이 판 게 없어서 그렇지. 아. 사범들이랑 마음이 안 맞더라고. 나랑 추구하는 스타일이 달라서. 그래도 웬만한 양아치들 상대해서는 안 져. 그러니까 삼촌 믿어.”

용하는 손에 물을 묻히고 탈탈 털어서 시현의 머리를 감겨 주었다. 그래놓고 물 묻은 시현의 머리카락을 반으로 갈라 놓고 저 혼자 킬킬댔다.

"사진 좀 찍자. 시현아. 아빠한테 보내주게. 그러면 아빠랑 엄마가 시현이 사진 보면서 더 힘내겠지?"

사진을 찍어서 곧바로 지우에게 보내놓고 용하는 시현을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 안시현, 산책 가자. 사람이 좀 발전적으로 살아야지. 잠만 자고 밥만 먹고 그러다가 바보 돼. 바보.”

그러거나 저러거나 시현은 코가 눌려서 납작해지는 줄도 모르고 용하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꿈속을 헤맸다.

“아빠한테 전화걸까? 응? 아니다. 아빠 바쁘겠다. 아마 지금도 괴수를 잡고 있을 거야. 야. 안시현. 캐츠 아이 스톤이라는 건 어떻게 생기는 거야? 만들 수만 있으면 삼촌이 만들어주고 싶은데. 어디에서 찾는 거야? 그렇게 찾아도 없으면 어떻게 하냐? 에이. 그래도 걱정하지 마. 시현이한테는 삼촌이 꼭 캐츠 아이 스톤 구해다 줄게.”

이제는 지우가 시현이를 보내라고 해도 보내지 못할 것 같았다. 시현이와 떨어져 있을 생각을 하면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지고 우울해지는 것이다.

그건 강현도 마찬가지였다. 강현은 이제 곧 미국으로 가야 할 판이었는데 그러면 시현이를 보지 못하게 될 거라는 생각에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시현이의 옆에 붙어 있었다. 가끔 익스트림 헌터에 가서 세진을 위한 무기를 골라주거나 세진과 같이 외출을 하는 때가 있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자기의 자리가 시현의 옆자리로 정해져 있는 것처럼 늘 붙어있었다.

시현은 거의 언제나 용하가 데리고 있었는데 강현이 시현에게 붙어 있으려고 하다보니 용하로서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어지간히 친한 사이라면 좀 꺼지라고 말을 할 텐데 그런 말을 할 만큼 친해지지는 못해서 어색함의 극치를 달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다른 때 같았으면 벌써 돌아와서 시현이를 찾았을 강현이 그 날은 외출이 길어지고 있었다. 처음부터 작정을 한 것은 아니었다. 강현은 한국의 늪과 괴수들이 어떤 식으로 변하고 있는지 그걸 알아보고 싶었다. 치안1부장인 서규태가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고 있어서 자기라도 그런 정보들을 가져다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진과 어울리게 됐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그러다가 세진이 사체 운반 일을 하면서 같이 일한 써전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현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고 세진은 자기가 괜한 말을 해서 강현의 기분을 나쁘게 했다고 생각했다.

강현은 그 써전이 어디에서 일을 하는지 아느냐고 물었지만 세진은 알지 못했다. 그럴 경우에 일을 해결할 방법을 강현은 알고 있었다. 그에게는 천기정이 있었다. 천기정은 강현의 전화를 받고 세진을 괴롭힌 써전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내가 어떻게 해 주기를 바랍니까?”

천기정이 물었다.

“그런 사람이 써전이 되게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써전이 되는데 인성 교육을 받아야 되는 건 아닌데요.”

천기정이 말했다.

어떤 사정인지는 알겠지만 사회의 모든 계층에 해충같은 인간들은 다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해충같은 인간을 해치우는 건 자신의 역할도 아니었고 그 적정한 선을 찾는 것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하급 헌터들을 그런 써전들한테 맡기시겠다는 겁니까? 써전은 하급 헌터들이 가장 먼저 만나고 경험하게 되는 헌텁니다. 저나 지우 형이 서규태 써전님을 만나지 못했으면 클랜 A는 만들어질 수도 없었어요. 어린 하급 헌터들이 꼭 쓰레기들을 만나서 꿈을 짓밟혀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저는 바디 펌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천기정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생각할수록 강현의 말이 옳았다. 지우를 만든 8할은 서규태 써전이라고 그도 늘 생각해 오고 있었다.

“그럽시다. 치안1부장님이랑 의논을 해 봐야겠군요.”

“어떻게 하실 계획인데요?”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서 바디 펌에서 문제를 일으킨 써전과의 고용관계를 끊고 치안대에서는 형사 처벌을 하는 방법을 강구하겠습니다. 어린 하급 헌터들을 그런 써전들한테 맡긴 건 너무 무책임했던 것 같습니다. 적절한 정보를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그렇게까지 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다만. 확실한 증거는 있어야 됩니다.”

“어려울 것 없죠. 바로 현장으로 들어가죠.”

강현은 세진을 재촉했다. 천기정은 세진을 괴롭힌 써전이 어느 늪에서 사체 처리를 하고 있는지 정보를 주었고 강현은 세진과 함께 그곳으로 향했다.

세진을 괴롭혀왔던 써전이 하급 헌터들에게 함부로 대한다는 것은 멀리에서 봐도 알 수 있었다. E급 헌터인 써전은 지우와 나이가 비슷할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전체적인 인상은 너무 달랐다. 쫓기는 듯한 인상에, 눈치를 살피는 것처럼 자꾸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그 모습이 꼭, 속임수를 많이 쓰고 자신의 행위를 남에게 들키지 않을지 신경쓰는 모습 같았다.

강현이 사체 운반 헌터였을 때는 써전과 사체 운반 헌터들과의 관계가 그다지 나쁘지 않았던 기억이 있었다. 강현의 팀만 그랬던 것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써전과 사체 운반 헌터들의 관계가 그랬다. 하지만 서규태 써전이 치안1부장이 되면서 이제는 상급 헌터와 하급 헌터들간의 갈등은 많이 사라졌지만 오히려 인성에 문제가 있는 써전들이 갈등을 일으키는 주범이 된 것 같았다.

"아무리 차크라 숙련도가 낮아도 이걸 하나 제대로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 겁니까? 그런 능력으로 뭘 하겠다고 사체 운반에 지원을 한 겁니까. 할 수 없을 것 같으면 그냥 방구석에 찌그러져 있어요. 다른 사람까지 골탕 먹이지 말고. 오늘 끝내야 되는 늪이 몇 갠 줄 압니까? 아니. 지원을 하려거든 힌트라도 좀 주지. 나는 그냥 병신이라고 말이예요! 내가 진심으로 충고하는데. 헌터 타투가 나타난 건 그냥 무시하고 쭉 그냥 방구석 폐인으로 살아요. 이건 사회에 전혀 도움이 안 돼!"

주위에서 사람들이 보고 있어도 상관이 없다는 듯 써전은 어린 하급 헌터들을 향해 소리를 질러댔다. 하급 헌터들은 잔뜩 주눅이 든 채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강현이 써전을 향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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