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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121화 (12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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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A급 헌터

헌터가 늪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괴수도 그렇다는 것은 확신하지 못했다. 태인과 강현, 그리고 지우와 지연은 감응기 앞으로 달려갔다.

"들어갔으면 나오는 것도 할 수 있겠죠? 대기하고 있어야 되는 걸까요?"

"우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 이런 상황은 우리 모두한테 처음이니까. 전부 다 아무 것도 모른다고. 완벽하게 아무 것도."

지우의 질문에 태인이 대답했다. 그리고 정말로 괴수가 다시 뛰쳐 나올 때를 대비해서 감응기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지연이 감응기의 버튼을 조작하자 감응기는 이제 늪 아래의 상황을 보였다. 두 개의 괴수 차크라가 화면에 나타났다. 원래 늪의 주인이었던 1급 괴수는 갑자기 나타난 악어 거북 모양의 괴수를 향해 돌진했다.

"나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아도. 아마 나오지 못하겠네요."

강현이 말했다.

세 명의 헌터는 갑옷을 입으면서도 거기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까 그 녀석은 몇 급 괴수였어요?”

지우가 물었지만 태인도 알지 못했다.

“둘이 서로 죽이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는 가서 러프 스톤만 회수해가지고 나오고.”

강현이 말했다.

“잠깐만. 저 녀석들끼리 싸워도 체력이 떨어지는 거겠지? 싸움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우리가 들어가면 체력이 리셋되는 건지도 몰라. 우리가 들어가면 아마 두 놈은 합심해서 우리를 공격할 거야. 그렇겠지?”

태인의 말에 지우가 태인을 바라보았다.

“큰 일 당한 사람치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데요? 나는 그냥 우리가 들어가서 팀을 나눠서 두 놈을 때려잡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처럼 차크라가 무궁무진하면 그럴 수 있겠지. 나는 안 돼. 아껴써야 되거든.”

장난스럽게 말하기는 했지만 태인은 이번에 크게 실감을 했다. 지연을 데리고 도망치는 것마저 힘에 겨웠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태인이 형. 전하고 비교해 봐요. 형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잖아요. 이보다 훨씬 더 쉬운 일에 용기를 내는데도 부들부들 떠는 사람이었는데. 아까는 멋졌던 것 같아요.”

강현의 말에 지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지연도 쑥스러워 하면서 인사를 했다. 태인의 얼굴은 순식간에 홍당무가 되어 버렸다.

그들이 갑옷과 다른 장비과 무기로 완전무장을 하고 대기를 하는 동안 클랜 A의 모든 클랜원들이 도착을 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태인과 강현이 설명을 하는 동안 지우는 임정을 데려다 속닥속닥거렸다. 그러면서 태인이 지연을 위해서 몸을 던졌다는 얘기를, 풍부한 제스츄어를 섞어가며 들려주었다.

“오오, 정말요?”

“응. 멋졌어.”

“다른 사람도 아닌 태인씨가 그랬다는 건. 정말 대단한 용기를 낸 거네요.”

임정도 그렇게 말했다.

“아까는 일촉즉발이었어. 거기에 당신이 없어서 다행이었고.”

지우는 임정을 뒤에서 안고, 그때부터는 열혈모드로 들어가서 감응기의 화면을 집중해 바라보았다. 임정도 커다란 이불을 뒤집어 쓰듯이 지우를 등에 달고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에는 괴수의 차크라를 가졌다는 치안대원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서규태와 이익헌도 그 상황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일타이피네. 약한 놈이 기적을 일으켜서 센 놈을 이기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는 그때 가서 약한 놈을 죽이고.”

“어부지리죠.”

서규태의 말을 강현이 정정해 주었다. 어부지리가 더 적절하긴 하겠지만 일타이피도 틀린 말은 아니지 않냐고 서규태가 발끈하자 모두들 깔깔거렸다. 과묵하고 듬직하던 서규태가 강현의 페이스에 말리는 게 웃겨 보였던 것이다.

두 개의 방대한 차크라가 부딪치기를 여러 번이었다. 결국 한쪽이 우세한 가운데 일방적으로 공격을 하다가 마침내 하나의 차크라가 사라졌다.

클랜원들은 슬슬 준비를 시작했다.

서규태가 먼저 러시아의 치안대에 상황을 보고했다. 늪을 탈출한 괴수를 다른 늪에 몰아넣었고, 이제 그 늪에 가서 공략을 하려는데 혹시 자기들이 먼저 숙지해야 할 내용이 있는지를 완곡하게 물었다.

치안대에서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이미 클랜 A의 모든 활동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은 상태였기에 아무런 토도 달지 않았다. 자기들이 도와줄 부분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말에 서규태는, 레이드가 끝날 때까지 주변으로 사람들이 오지 못하도록 통제만 해 주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헌터가 늪에 들어오는 일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줘야 합니다.”

“당연하죠. 믿으셔도 됩니다.”

“이건 나중에 분쟁의 소지를 남기지 않으려고 하는 말입니다만 러프 스톤과 괴수 사체는 우리가 갖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이건 늪 밖으로 나온 괴수가 아니라서 세금 문제는 발생을 할 겁니다.”

전화를 받은 치안대원은 원칙주의자인 듯했고 서규태는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통화 내용을 같이 듣고 있던 임정도 수긍하면서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말해주었다.

“좋습니다. 이 내용은 전부 녹음이 되니까 나중에 녹취를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만 이해해주십시오.”

서규태가 말하자 상대가 큰 소리로 웃었다.

“1급 괴수를 사냥하러 가면서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럴 시간에 남은 가족들이랑 인사를 하죠. 내가 죽으면 내 재산은 어떻게 나눠 가져라, 그런 말을 하거나요.”

“그런가요?”

서규태도 같이 웃어주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럼 이제 어떤 놈이 기다리고 있을지 가보죠.”

지우가 가장 먼저 앞장을 섰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해요. 늪을 탈출한 괴수가 아직도 있을지 모르잖아요.”

태인이 지연을 챙기는 것을 보고 지우가 고개를 저었다.

“태인이 형. 그러지 말고 형은 여기에 계세요. 형 말이 맞을 거예요. 리드가 도난당하는 일이 최근에 급증했대요. 늪을 탈출한 괴수가 또 없으리란 법이 없으니까 형이 여기에서 강지연씨랑 같이 있어요. 강지연씨한테 나랑, 우리 콩알 운명이 달려있는 건데. 잘 지켜주시고요.”

“정말 그래도 되겠어?”

“그러면 안 되지만 강지연씨를 잃을 수도 없으니까 우리끼리 열심히 싸워봐야죠.”

그 말을 마치고 지우를 선두로 모두가 늪으로 들어갔다.

“언제부턴가.”

태인이 지연에게 말했다.

“늪에 가장 먼저 들어가는 사람이 지우가 됐어요.”

“정말 그러네요.”

헌터들이 사라진 늪을 보면서 지연이 말했다.

***

늪 아래의 광경은 참혹했다.

지우와 강현은 괴수의 생전 모습을 알고 있었다. 특히 괴수를 그 늪으로 처박아넣었던 지우에게는 더 생생했다. 그 괴수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바닥 여기저기에 괴수의 살덩어리가 뭉텅이로 떨어져 나가 있었다.

지우는 임정이 그것을 못 보게 하려고 임정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가리려면 진작에 가렸어야죠.”

임정이 말했다.

아기는 뱃속에서부터 강하게 단련되겠다고 강현이 말했다.

“괴수들끼리 싸우는 동안에는 상처가 즉각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걸까요? 이건 체력이 거의 소진됐을 때 입은 상처만 남아있는 게 아닌 것 같은데요?”

서규태가 이익헌을 보고 물었다. 이익헌도 막 그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그러게 말입이다. 두 놈이 싸운지 얼마나 된 거예요?”

이익헌이 묻자 지우는 삼십 분이 조금 안 될 거라고 말했다. 강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끔찍하네.”

한 번의 거친 싸움을 끝낸 늪의 주인은 거친 숨을 쉬면서 헌터들을 바라보았다. 정보창에 나타난 체력은 그대로였다.

“체력은 그대로예요. 지친 것 같은데.”

강현이 말했다.

“시스템의 적용을 받는 싸움이 아니라는 건가봐, 괴수들끼리의 싸움은. 우리한테는 잘 된 건가?”

이익헌이 말을 하고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어떻게 해요? 오늘은 탱커여야 되는 건가요? 아니면 딜러?”

이익헌이 말하자 강현이 크게 코웃음을 쳤다.

“그거 다 페이크라는 거 알거든요? 탱킹을 하겠다고 해 놓고도 딜러 팔을 가지고 싸우잖아요. 전에 정보창 보고 확인했어요.”

“그래? 나는 정보창까지 확인할 생각은 못 할 줄 알았는데. 그럼 일부러 속일 필요도 없겠네. 자기 앞가림은 자기들이 알아서 하는 걸고 하고. 그럼 시작해 봅시다.”

“잠깐만요.”

서규태가 죽어있는 괴수의 목 아래에서 러프 스톤을 회수해 임정에게 건네주었다. 임정은 그것을 잘 간직하고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저는 준비 됐어요. 시작하셔도 돼요.”

임정의 말을 듣고 모두가 자신의 무기를 들고 괴수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괴수는 커다란 닭처럼 생겼는데 커다랗다고는하지만 위압적인 모습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그들이 그동안 봐왔던 개체들보다도 작았고, 그리고 닭을 보고 놀라거나 두려움을 느낀다거나 하는 것은 좀 생경한 감정이 아닌가.

표범이나 악어, 늑대, 그런 것들을 닮은 괴수를 봐 왔을 때와는 마음가짐이 확연히 달랐다. 그러나 그것이 오산이었다는 것을 그들은 오래지 않아 깨달을 수가 있었다.

괴수의 이름도 알지 못한채 뛰어든 늪에서 만난 닭과 싸우면서 그들은 한 가지 사실을 크게 깨달았다. 자기들이 가장 가까이에서 봐 왔던 동물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에 대한 지식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닭에 대해서 뭘 아느냐고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닭의 모양을 한 괴수는 퍼드득 거리면서, 제법 나는 시늉까지 했다. 닭이 날지 못한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비행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치느냐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겠지만 닭도 분명히 날 수 있기는 했다. 그 웅장한 날개를 펴고 퍼드덕 거리면서 날아가는 거리도 상당했다.

새처럼 다리를 뒤로 한 채 멋지게 나는 것은 아니었고 자기도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부들부들 떨면서, 늘 갑작스런 착지에 대비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그래도 날기는 날았다.

쫙 펴서 세운 발톱은 꽤나 위협적이었다. 어쨌거나 제 늪에 들어온 침입자와 거칠게 싸워서 제 영역을 지켜낸 괴수였다. 발톱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쇠갈고리 같았다.

강현은 그것을 보는 순간 자기가 거기에 걸려서 창고에 매달리는 모습이 상상이 돼서 고개를 저어 그 생각을 흩어버리려고 했다.

“겁 먹을 것 없어요. 하던대로 하면 됩니다. 비행을 하는 개체라서 움직임이 변칙적일 수는 있지만. 그게 전부예요.”

차라리 제대로 나는 개체였다면 거기에 대비라도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거나 지금으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괴수는 바닥에 있는 헌터를 봐 두었다가 곧바로 모이를 쪼듯이 머리를 내렸다. 그것이 순식간이었다. 자칫하다가는 도망치지도 못하고 그대로 쪼일 것 같다는 생각에 점점 헌터들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익헌은 어느새 뒤로 빠져서 팔을 갈아 끼우고 있었다. 생각보다 까다로운 개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대로 강행을 하다가는 서규태와 강현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익헌이 탱커의 팔로 갈아 끼우는 동안 지우가 엑스 블레이드로 괴수의 시선을 뺏어 왔다. 서규태와 강현은 늪에 입장을 하고 몇 분 동안 공격다운 공격은 한 번도 하지 못한 채로 괴수에게서 달아나는데만 온 정신을 쏟고 있었다. 이익헌이 탱커의 팔로 갈아끼우고 대열을 정비하자 지우가 남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태인이 형이 없지만 할 수 있을 거예요.”

“이 괴수의 깃털은 꽤 비싸게 팔릴 것 같아. 수집가놈들, 그동안 아르마딜로랑 던디 가죽에 침 흘리고 있다가 다 뺏겨서 화가 나 있었을 텐데. 이 깃털을 안기면 화가 좀 풀리겠지.”

이익헌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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