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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114화 (11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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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A급 헌터

태인과 강현은 지우가 하는 말을 믿지 않았다. 이제 지우는 다른 사람에게 공격 기회를 만들어 줄 필요도 없이 자기 혼자서 공격을 감행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는 궁극의 헌터가 된 것이다.

기본 공격력 2000의 지우가 차크라 증폭률 100 퍼센트에 500퍼센트의 공격증폭률을 가진 무기의 지원까지 받으면 한 번의 공격으로 14,000의 데미지를 입히게 된다. 지우는 1초에 한 번의 공격만 가능한 것도 아니다. 차크라를 두른 지우는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를 낸다. 달릴 때만이 아니라 공격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강현이 지우에 대해서, 지우 형은 컨디션이 좋을 때는 1초에 두 방도 때린다고 했던 말은 그냥 허투루 한 말이 아니었다.

1초에 두 번의 공격으로 1초당 28,000의 데미지를 입히면서 계속해서 그 기량을 발휘한다면 지우 혼자서도 1급 괴수를 공략할 수 있다. 괴수의 체력이 1억이건 2억이건 4억이건, 지우에게는 시간 차이가 있을 뿐 공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없이 자기 혼자서 사냥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었다. 태인과 강현이 생각하는 것도 그런 부분이었다.

서규태도 얼마동안은 그 부분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혼자서 싸우는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었다. 지치지 않는 체력과 소진되지 않는 차크라로 쉬지 않고 공격을 할 수 있는 것과는 별개로, 예측 불가능한 늪 아래의 상황을 지우에게 경고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당연히 하나의 개체만 존재하는 줄 알고 공격을 해대는데 다른 곳에서 다른 개체가 공격을 해 올 수도 있는 것이고 브로큰 마운틴처럼 헌터가 중심 개체에 공격을 집중하는 틈에 다른 거대 개미가 다리를 공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익헌은 그것이 지우의 의지라는 것을 이전부터 확실하게 알고 있었기에 그것이 최선의 전략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우의 뜻을 따라주고 싶었다. 지우가 모두를 바라보자 각 사람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마침내 지우도 편하게 웃을 수가 있었다.

“우리가 어디 나가서 이렇게 쩌리 취급 받을 사람들이 아닌데 지우 형 앞에만 서면 괜히 민폐를 끼치는 것 같은 기분이야.”

강현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이번에도 경험치를 얻을 수는 있는 거겠지? 미국 늪이 한국 헌터라고 경험치 안 주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태인의 말에 이익헌이 비웃음을 날려주었고 태인은 발끈했다.

“아니. 해 본 적이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아. 네에. 네에. 많이 그렇게 생각하세요.”

태인을 놀려먹는 것이 어느새 이익헌의 소소한 취미가 되어서 이익헌은 태인을 놀리면서 일어섰다.

“일찍들 쉬고 내일 일찍 출발합시다. 날 밝기 전에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서규태의 말에 모두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무기를 바꿀 필요는 없겠죠. 써전님?”

강현이 물었다.

“세띠 아르마딜로만큼은 아니겠지만 그 정도로 단단한 껍질로 덮여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하자고요. 공략 방법도 그때랑 비슷하게 가면 될 것 같고요.”

“세띠 아르마딜로는 등껍질말고 다른 부위는 약해서 무기가 통했는데 던디는 온 몸이 철갑으로 둘러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태인이 말하자 서규태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쉽게 끝낼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때는 어떻게 했습니까? 공략해 본 적이 있었다고 했잖아요.”

이익헌이 서규태에게 물었다.

“그때는 개체가 작았고. 도끼랑 석궁, 창으로 했습니다. 검으로 하는 공격에는 데미지를 잘 안 입었던 것 같긴 한데 엑스 블레이드나 네메시스 정도 되면 얘기가 다를 겁니다.”

모두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서로가 서로의 등 뒤를 확실히 맡아준다는 생각으로 하자고요. 레이드 시간은 부족하지 않을 겁니다. 빠른 시간 안에 끝내자고 서두를 필요는 없을 거예요. 다치지 말고, 안전하게 끝내면 되는 겁니다. 거기에 목적을 두자고요.”

서규태의 말에 모두가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다음날 새벽이 되었을 때 클랜원들은 한 사람씩 응접실로 모였다. 모두들 긴장한 탓인지 먼저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해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문이 어떻게 퍼진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도로 통제는 실패했습니다. 벌써부터 사람들이 클랜 A의 레이드 현장에 동행하겠다고 진을 치고 있습니다. 클랜 A가 늪으로 출동하는 길에 동행을 하겠다고요. 역사적인 순간이라면서 들떠있어요.”

해리가 서규태에게 말했다.

“그것도 통제할 수 없는 정부라면, 그런 정부를 믿고 같이 일할 생각이 안 드는군요. 우리는 바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의지의 문제라고 보이니까요. 나는 우리 나라의 치안 1부장입니다. 내 말이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건 그 말에 권위를 지켜주려는 아랫사람들의 의지죠. 내 부하들은 내 말을 우습게 만들지 않습니다.”

서규태는 그렇게 말을 해 놓고 클랜원들에게 손짓을 했다. 해리가 전한 내용에 모두들 마음이 상했기 때문에 한 번 더 생각해보자는 사람도 없이 모두들 곧바로 움직였다.

“아닙니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지금 그래서 라미실이 옥상 헬기 착륙장에 블랙 호크 트리플을 준비시켰습니다. 그걸 타고 이동하시면 됩니다.”

블랙 호크 트리플은 블랙 호크를 개량해 만든 새 기종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다섯 대만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것이라 블랙 호크 트리플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라미실과 해리가 가진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도 있었다.

“그래놓고. 늪 주변 상황은 어떻게 통제하실 생각이죠?”

서규태가 물었다.

해리는 난감하다는 듯 이익헌을 바라보았다. 이익헌이 중재를 해 주었으면 하는 표정이었다.

“상대방이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의심하는 건 첫 번째로 약속이 깨질 때까지지. 그 다음부터는 의심할 필요도 없는 거야. 그 사람은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하면 되는 거니까.”

해리는 마침내 굳게 마음을 먹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늪 주변은 제가 확실하게 통제하겠습니다. 레이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고 날뛰는 사람들한테는 확실히 교훈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약속한 것 중에 한 가지가 다시 더 틀어지면 그때는 바로 한국으로 돌아갈 겁니다. 계약 파기의 책임은, 먼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쪽에서 져야 할 거고요. 그건 계약서에 명시가 돼 있는 내용이니까 왈가왈부하지 맙시다.”

서규태의 말에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불편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이후로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준비가 되신 거라면 헬기 착륙장으로 가시죠.”

클랜원들은 옥상의 헬기 착륙장으로 올라갔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블랙호크 트리플에 몸을 실었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라미실은 해리로부터 내용을 전해듣고 수치감으로 얼굴을 붉혔다. 두 사람은 클랜원들을 블랙 호크 트리플에서 잠시 기다리게 해 놓고 밖에서 여기 저기로 전화를 걸어댔다. 그들의 표정을 보았을 때 말이 좋게 나가지는 않을 거라는 게 뻔했다.

마침내 두 사람이 같이 블랙 호크 트리플에 올라탔을 때는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어 있었다.

“이후에는 신경쓰실 부분들이 없을 겁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라미실과 해리가 연신 사과를 했다. 그들의 성격을 아는 이익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두 사람이, 자기들의 잘못도 아닌 걸로 남에게 사과를 해야 하게 됐을 때 얼마나 기분이 나쁠지는 이익헌도 뻔히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클랜 A의 어떤 클랜원보다도 라미실과 해리의 성격이 더 더러웠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그들이 철저히 막아줄 거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블랙 호크 트리플이 떠오르면서 엄청난 바람이 일어나고 옥상의 먼지들이 같이 날아 올랐다. 강현과 태인은 그 아래로 보이는 도로를 거의 가득 메우다시피한 차들을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 라미실과 해리도 그것을 보았고 그들은 그 위로 당장 폭탄을 투하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 인간들의 설레발 때문에 자기들이 치욕을 당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행히 일찍 일을 치른 덕택에 그 후의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라미실과 해리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에서도 사람들을 강하게 통제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의무 불이행으로 계약이 파기될 때 입을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그에 따른 여론의 악화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문제의 늪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이미 트레일러가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거대한 트레일러 내부에는 일류 호텔 수준으로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었고 쾌적하게 클랜원들을 맞아들였다.

“나머지는 이제 우리가 알아서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돌아가 주면 될 것 같아.”

이익헌이 라미실과 해리에게 그렇게 말했을 때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기들까지도 통제를 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익헌은 뜻에 따라 달라고 그답지 않게 꽤 정중하게 부탁을 했고, 1급 괴수의 괴멸 시간이 지금 너희들 때문에 지체되고 있는 거라고 정확하게 말했다.

결국 두 A급 헌터들은 그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강지연은 곧바로 감응기를 작동시키고 지우와 태아의 차크라가 다른 헌터들의 차크라와 똑같이 표시되어 나오는 것을 확인한 후에 맵과 괴수를 확인했다.클랜원들은 트레일러 안에서 맵과 괴수의 상황을 면밀하게 체크했다.

지우는 임정의 갑옷을 매만져 주었고 임정은 다른 사람들에게 컨디션이 괜찮은지를 물었다.

“아직은 괜찮아요. 조금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강현이 말했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지우가 강현의 손을 잡아 주었지만 사람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 주는 차크라는 임정에게만 통하는 모양인지 강현은 옅게 웃음을 지어보이기만 할 뿐 쉽사리 불안을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감응기를 통해서 맵의 상황을 본 후에 더 격렬해졌다.

괴수의 차크라 주변으로 보이는 거뭇거뭇한 것들이 뭐냐고 물었을 때 강지연이 헌터들의 시체라고 너무 정직하게 대답을 해 준 탓이었다.

“공략하러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이 있다고요?”

“그것보다. 그 시체들을 꺼내오지도 않은 거예요? 저 헌터들의 동료는?”

강현과 태인이 다투듯이 물었다.

“괴수가 죽은 늪도 아니고 새파랗게 살아있는데 동료들 시신을 수습하겠다고 위험을 감수하기가 어려웠겠지. 시신을 가지고 나가도록 괴수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도 아니고.”

이익헌이 말했다. 단번에 현실감각이 들었다.

“걱정할 것 없어요. 클랜 A는 클랜원들의 시신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니까요. 반드시 시신을 수습해서 나올 거예요. 괴수가 살아있더라도.”

서규태가 말하자 강현이 고개를 마구 저었다.

“아니죠, 써전님. 그런 말로는 위로가 안 되죠. 클랜 A는 절대로 동료가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고 하셔야죠.”

“네. 그럴 거예요.”

서규태가 말하자 강현은 대답이 너무 빨리 나온 것 때문에 또 불안해했다. 지우가 웃으면서 강현의 어깨에 손을 얹고 강현에게 제 얼굴을 똑바로 보게 했다.

“김강현. 형 못 믿냐?”

“아뇨.”

“그럼 됐지 뭐가 문제야?”

“그러네요.”

“저 안에 캐츠 아이 스톤이 있을 수도 있어. 그 생각이나 해. 저 녀석이 주는 러프 스톤은 얼마나 영롱할지 그걸 상상하라고.”

“네.”

강현은 남의 용기라도 빌려다가 용기를 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강지연을 제외한 모두가 늪으로 들어갔다.

강지연은 감응기를 통해 그들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늪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대한 괴수의 차크라와 여섯 개의 헌터 차크라. 감응기는 효과적으로 진실을 왜곡해 내비치고 있었다. 감응기를 통해 여섯 개의 헌터 차크라가 괴수 차크라를 향해 다가가는 것을 보면서 강지연은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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