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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72화 (7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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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클랜의 멤버

“지우야. 미안해. 이건 원래 네가 받을 경험치였는데.”

아직 레이드는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태인은 벌써 인사를 챙기고 있었다.

“그런 말 할 필요 없어요, 형. 써전님 말씀대로 우리는 전부 클랜 A의 무기잖아요. 이렇게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서 이러기로 정한 거니까 괜히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지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 정보창을 보았다. 그리고 각자가 얼만큼씩을 해결해 주면 되는지를 알려주었다. 태인과 강현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기에 임정이 점점 바빠졌다. 딜러들이 아이언으로부터 직접적인 공격을 당하지 않게 하려고 어그로를 끌다보니 임정도 점점 지쳐가는 게 보였다.

지우가 기회를 노렸지만 아이언은 지우만 보면 꽁지를 빼고 도망다니기에 바빴다. 아이언도 지쳐가고 있었고 회복하는 속도도 점점 둔해지고 있었다.

“회복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어요. 지우씨가 한 번 더 치명상을 입히면 거의 그걸로 끝날 것 같아요. 그때 딜을 퍼부으면 아마 체력을 전부 다 깎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임정이 말했다.

지우는 익스트림 헌터에서 쓸어온 무기 중에서 50센티 정도 되는 긴 화살촉 모양의 무기를 골랐다.

“그걸로 어떻게 하려고요?”

강현이 물었다.

“아이언 위에 올라타서 목을 찌를 거야.”

“아이언이 미친 듯이 날뛸 텐데요? 그러다가 형도 떨어질 거예요.”

“그러면 안 되는 거지.”

지우는 익스트림 헌터에서 같이 가져온 삼각 붕대를 둘둘 말아서 화살촉 모양의 무기를 손에 감았다. 아이언이 날뛰더라도 그것을 손에서 놓치지 않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러는 동안 강현과 태인은 정보창을 보면서 앞으로 몇 번이나 공격을 해야 할지 계산했다.

“각자가 한 번씩을 더 성공해준다면 다른 사람의 부담이 줄어들 겁니다.”

서규태가 말했다.

그 말이 각자의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그게 다른 공격대와 다른 점이었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서로의 무기라는 인식이 있었다. 이 사람들이 나를 위해서 싸워줄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렇게 하다보면 나중에는 레이드가 더 쉬워질 거라는 이해도 있었다.

지금은 한 명이 B급 탱커에, 한 명은 C급 딜러, 그리고 대다수인 세 명이 F급 딜러지만 어느 순간 이 클랜은 세 명의 E급 딜러를 보유한 클랜이 될 것이고 또 순식간에 D급, C급 딜러들로 구성된 클랜이 될 터였다.

“갑니다.”

지우가 소리쳤다. 지우의 그 말을 아이언도 알아들은 것 같았다. 아이언은 맵이 흔들릴정도로 울부짖으면서 달아났다. 그런 아이언의 뒤를 지우가 쫓아갔다. 뒤에 서 있던 세 사람은 지우의 실루엣을 보았다. 태양을 향해 달려간 것처럼 지우의 주위에 붉은 빛이 번졌다. 아이언도 저를 쫓아오는 사람에게서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것이 분명했다. 아이언이 지른 비명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것처럼 들렸다. 누군가를 향한 간절한 호소같기도 하고 신원하는 소리 같기도 했다.

지우의 팔이 위로 높이 들렸다가 아이언의 뒷목을 찔렀고 아이언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서규태를 선두로, 임정과 태인, 강현이 일제히 아이언을 향해 달려갔다. 태인과 강현은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기에 힘을 쥐어 짜냈다. 움직임이 멈춘 괴수에게 딜을 붓는 것조차 하지 못하면 헌터로서의 자격이 없는 거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버텼다. 하지만 그때의 두 사람이 차크라를 모으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레이드가 시작된지 다섯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상대는 베테랑 레이더들이 공략에 실패하고 헌터가 팔 하나를 제물로 바칠만큼 노련한 3급 괴수였다. 첫경험에 관록있는 여자를 만나서 진을 쪽쪽 다 빨리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서규태가 소리를 쳤다.

“아이언의 체력이 5만 밑으로 떨어집니다. 지금부터는 주의해주세요. 3만밑으로 떨어지면 그때는 모두 퇴장하는 겁니다.”

“써전님. 써전님은 절대로 나가시면 안 돼요!”

태인은 서규태에게 다시 한 번 말했다.

서규태는 움찔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 말은 그렇게 했어도 한 번의 공격으로 끝날 체력만 남겨놓고 나가면 태인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아이언은 기절한 상태였고 다시 살아나기 전에는 명백한 징후가 나타난다.

그런 것들을 설명하고 싶은 얼굴로 태인을 바라보았지만 태인은 태풍 앞에서 바람개비가 도는 것처럼 미친듯이 고개를 저어댔다.

"안돼요. 써전님. 만약의 경우라는 게 생길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한 번의 공격을 하지 못해서 제가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저는 평생 레이드를 할 수 없을 거예요."

"알았어요. 알았어요."

써전도 더이상 버티는 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강현이 가장 먼저 늪을 떠났고 임정과 지우가 그 뒤를 이었다. 세 사람은 늪 밖에서 서규태와 태인을 기다렸다.

그들이 나오고 오분도 되지 않아서 두 사람이 나왔다. 태인의 얼굴은 마치 마약류에 중독된 사람 같았다. 그의 손에 러프 스톤이 들려 있었다. 그것을 보고 강현과 지우는 번갈아가면서 태인을 안아주었다. 태인은 자신의 타투도 보여주었다. E급으로 올라가기 위해 필요한 경험치 300중에 50이 단 한 번의 레이드로 채워졌다.

태인은 러프 스톤을 임정에게 주었고 임정은 다시 서규태에게 건넸다. 그것은 이제 천기정이 관리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할까요? 이 늪은 이제 곧 사라질 텐데. 사체 운반 헌터 여러분. 사체를 나르시겠습니까?”

임정이 말하자 강현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사체 운반 헌터요? 여기에 그런 사람이 있나요? 제 눈에는 안 보이는데.”

하지만 태인은 늪에 다시 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뿔도 가져오고 싶고 우리 팀이 처음 공략에 성공한 늪이니까 기념할 만한 걸 챙기고 싶기도 하고요. 늪이 사라지기 전에요.”

“나는 이미 챙겼습니다.”

서규태는 늪에 있던 헌터의 팔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웃음도 나오지 않을 말을 하면서 웃는 서규태를 보면서 세 명의 애제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너무 지쳐서 손도 못 움직이겠어요.”

임정까지 버텨버리자 태인은 강현과 지우를 바라보았다.

“에이. 우리 형이 이렇게 불쌍하게 보는데. 가자, 강현아.”

지우가 강현을 재촉해서 세 사람이 같이 늪으로 다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다가 서규태가 임정에게 말했다.

“탱커님도 할 수 있습니까? 괴수한테 직접 상처를 입히는 일요. 몇 초 만에 회복이 되면서 사라지는 그런 상처 말고 지우씨가 하는 것 같은 상처를 내는 것 말입니다. 괴수의 체력이 바닥나 갈 즈음에 하는 그런 것 말고요.”

“왜요?”

“아이언이 특이한 개체여서 그런 거였을까요? 나는 안 되던데요? 5급 괴수랑 4급 괴수한테는 그게 통했던 것 같기도 한데.”

서규태가 말하자 임정도 고개를 저었다.

“차크라 마스터님이 못 하신 일을 제가 어떻게 하겠어요.”

“지우씨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탱커님은 확실히 마음을 정하신 겁니까?”

“지우씨한테요? 네. 저는 제 길을 찾은 것 같아요.”

“길을 찾았다라."

서규태가 임정의 말을 따라했다. 그리고 잠시 그 의미를 생각해보더니 말을 이었다.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길을 찾은 것 같아요.”

어떤 길인지, 목적지가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동행이 누구인가 하는 것으로 두 사람은 그 길을 가기로 선택한 것이다. 임정은 서규태에게 고맙다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서규태가 먼저 그 말을 했다.

"고맙습니다. 믿어줘서요."

“제가 감사하죠. 제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그 길을 같이 가 주기로 하신 거니까요.”

임정의 말에 웃음을 짓다가 서규태가 헌터의 팔을 바라보았다.

“이미 늦은 거겠죠? 이식수술을 하기에는.”

서규태가 물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써전님. 늪은 헌터를 타투로 인식하는 건가요? 제가 헌터 몇 사람의 오른팔을 잘랐거든요. 저는 그 사람들도 늪에서 계속 레이드를 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어요. 치안대에서 그렇게 배웠거든요. 그 전에도 그렇게 알고 있었고요. 타투를 박피당한 크리미널 헌터들이 차크라를 사용해서 범죄행위를 하다가 잡혀오는 경우들이 있었잖아요.”

“차크라를 사용하는 거랑 늪 아래에서 레이드를 하는 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일 것 같은데요?”

“그럼 확인을 해 봐야겠네요. 늪이 헌터를 뭘로 인식하는지.”

“어떻게요?”

“오른쪽 어깨 아래가 비어있는 사람을 알거든요. 그 사람한테 이걸 이식해주고 늪에 데려가서 레이드를 하게 하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침.”

임정은 팔에 새겨진 타투에 D급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고 말을 이었다.

“등급도 달라요. 레이더의 공격력으로 알 수 있을 거예요. 늪이 어떻게 인식하는지. 타투로 인식하는지, 아니면 헌터 자체로 인식하는지. 괴수의 체력이 얼만큼씩 깎이는지를 보면.”

“그걸 알면 론 디어의 정체가 풀릴 수도 있겠군요.”

“그렇죠.”

“탱커님이 팔까지 잘라냈는데 그 사람이 협조적으로 나올지 모르겠군요. 그보다 그 사람한테 이식을 할 수 있다면 이 팔의 원래 주인한테 이식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제가 이런 말은 다른 사람들한테 한 적이 없었는데요.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생기고 보니까 귀찮은 일들도 자꾸 생겨나는 것 같아요. 제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 사람들이 저한테 실망할 것 같아서 자꾸 감추고 싶어지고.”

“원래의 모습이 뭔데요?”

“팔을 잃은 사람은 팔을 잃은 걸로 끝나는 거지 제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아하.”

“제가 이상한가요?”

“이상하냐……. 극단적인 합리주의자 같기도 하네요. 휴머니스트가 아니라는 건 확실하지만 뭐.”

“그냥 계속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거죠?”

“탱커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탱커님이 어떤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 좋아할 겁니다. 탱커님이 갑자기 인도주의자가 되면 거기에 적응을 못할지도 모르죠. 그래도 팔을 잃은 헌터는 안 되긴 했네요.”

“그래서 이식을 해 주려는 거예요. 남의 팔이기는 하지만.”

“저는 원래의 주인 얘기를 하는 건데요.”

“나오는 것 같네요.”

임정은 어려운 얘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후다닥 지우에게 다가가려다가 서규태에게 돌아왔다.

“이건 제가 가져도 되는 거죠?”

임정이 서규태가 들고 있던 팔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그러세요. 제 차에 바디 팩이 있을 텐데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신선할…….”

서규태는 말을 하다 말고 임정을 바라보았다. 검붉게 죽어가던 팔에 생기가 돋아나고 있었다.

“죽은 건 살리지 못하는줄 알았는데요.”

“네. 죽은 건 살리지 못해요.”

선문답을 하듯이 답을 하고 임정이 지우에게 달려갔다. 사랑에 빠진 여자치고는 손에 든 것이 망측하긴 했지만 서규태는 흡족한 표정으로 임정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혼자서는 바로 서 있지도 못하던 상처 투성이의 여자가 한 사람을 사랑하면서 온전함을 꿈꾸는 모습이 왠지 슬픈 것 같으면서도 사랑스러웠다.

다가오던 지우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이 지어졌다.

***

남자는 임정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않았다. 갑자기 자기가 불려나온 이유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임정의 부름을 거부할 깜냥은 안 되었다.

“크리미널 헌터.”

임정이 그를 불렀다.

그는 반항적인 태도로 임정을 노려보았다. 비어있는 한쪽 팔의 소매가 바람부는대로 같이 헐렁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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