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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70화 (7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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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클랜의 멤버

미안해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그 말은?”

지우가 물었다.

“누나가 터는 거라면 비공식적으로 하는 게 더 무서운 걸 거예요.”

강현이 말했다.

“론 디어가 묻지마 폭행의 범인이고, 그 사람은 바디 펌의 이익헌 부사장이랑 외모가 닮은 헌터다. 그게 최종 결론인가요? 론 디어가 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는 거고요?”

태인이 물었다.

나머지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부터 이걸 날라야 하고요.”

서규태가 말을 하자 세 사람이 전부 칼을 들고 괴수 사체를 향해 다가갔다. 사체 운반 헌터들이 사체 절단을 하는 모습은 어떤 팀에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임정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몇 십 분 전에, 치안대 집무실에 혼자 앉아 있을 때까지만 해도 자기를 짓누르는 기분에 질식할 것 같았는데 이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그런 감정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이들과 함께 있으면,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너무 큰 일이라는 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도울게요.”

임정이 기운차게 말하며 다가갔다.

“당연하죠. 탱커님이 날라야 하는 건 여기에 저희가 다 쌓아놨어요.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힘 쓰는 일이 최고라고요. 다 탱커님을 위해서 이러는 거예요.”

태인이 말하자 모두의 웃음소리가 자갈자갈 울려퍼졌다.

‘그래. 뭐. 까짓것.’

지우를 보았더니 지우가 임정을 보고 웃음을 짓고 있었다. 다 괜찮을 거라고, 다 괜찮아지게 해 줄 거라고 그 눈빛이 말해주고 있었다. 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

사체 운반은 도중에 중단되었다. 패닉에 빠진 목소리로 선아영이 임정에게 전화를 걸어 늪으로 당장 와달라고 소리소리를 질러댄 탓이었다. 바디 펌에는 자기가 말해줄 테니 당장 늪으로 와 달라고 선아영은 애원을 했다.

“그 늪은 공략하기로 한 팀이 있지 않나요?”

임정이 그렇게 말하자 전화기 너머에서 선아영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왔다.

-그 사람들이 지금 실패하고 돌아갔으니까 이러는 거잖아요! 쓸만한 사람을 보내줘야 하는 거잖아요. 이 늪은 책임지고 공략을 해 주겠다고 했잖아요. 나는 이사가고 싶지 않다고요! 여기에 있다가 죽는 건 더더욱 싫어요.

“실패요? 그 사람들이 공략에 실패하고 돌아갔다고요?”

-그렇게 태평하게 말할 일이 아니예요. 한 사람은 팔을 잃었다고요. 지혈을 하려고 가져다 댄 것들이 전부 순식간에 젖어들고 그 사람이 지나가는 곳마다 피가 흘렀어요. 이런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니까 빨리 와줘요. 클랜 A는 할 수 있잖아요. 할 수 있는 거죠, 맞죠?

“그래도 지금 당장은……. 일단은 알았어요. 거기로 가긴 할게요. 그래도 오늘 당장 공략하는 건 어려울 거예요. 차크라도 재충전을 해야 하고 무기도 점검을 해야 하고.”

-알았어요. 알았어요. 일단은 와 줘요. 당장 클랜 A가 이 앞에 와 있는 걸 보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고요. 팔이 잘린 헌터가 내 눈 앞을 지나갔다고요!

“일단 알겠습니다.”

임정이 통화를 하는 동안 모두들 무슨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아차리고 출동을 준비했다. 서규태는 지우에게 여러 가지 사항들을 설명했다. 지우가 괴수에게 직접 타격을 가하고 괴수의 급소를 공격해 치명상을 가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작전을 내리는 거였다.

태인과 강현은 묵묵히 자신들의 무기를 정비했다. 태인의 손도끼는 얼른 제물을 가져다 달라고 조르는 것 같았다. 상대는 3급 괴수였지만 긴장감은 전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치유 능력을 가진 대한민국 최고의 탱커가 함께 있는데다 차크라 마스터에 미스터 차크라, 그리고 마냥 자기만 열등아가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해 주는 동네 바보 동생 같은 강현까지 옆에 있어주니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들은 십 분이 채 지나지 않아 늪 앞에 당도했다. 늪으로 출동하는 레이더, 특히 성질 더러운 치안대원이 끼어 있는 레이더의 차량을 감히 막고 나서는 차들이 없어서 쏜살같이 달려간 것이다.

늪 앞에는 선아영이 나와 있었는데 처음에는 아무도 선아영을 알아보지 못했다. 화장을 하지 않은 쌩얼굴의 선아영은 그냥 다른 사람 같은 정도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를 대놓고 포기한 사람 같았다. 눈썹을 그리지 않아서 눈썹은 반만 있었고, 머리띠를 하고 있어서 이마가 전부 드러나 있었지만 본인은 자기가 그러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럴만도 한 것이, 이제 늪의 오픈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그 날 있었던 레이드가 실패로 돌아가자 선아영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제는 그 늪을 처리할 수 있는 팀이 자기들뿐이라는 것을 임정도 이해하고 있었기에 선아영의 잔소리를 참아주었다.

“일단은 다 같이 들어가서 맵과 괴수 상태를 체크할 거예요. 그리고 괴수에 대한 분석을 하고 ‘익스트림 헌터’에 가서 필요한 무기와 장비를 가져오죠. 각자의 상태를 체크하고 두 시간 후부터 공략을 하는 게 어떨까 해요.”

임정이 차분히 말을 하는 동안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괴수인지 탱커님은 아실 것 같은데요?”

서규태가 묻자 임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제가 드리는 말씀으로 생각을 굳게 하는 것보다는 모두가 직접 가서 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해서요. 그러면 괴수를 보는 순간에 직관적으로 공략 방법이 떠오를 수도 있잖아요.”

임정이 말했다.

“그렇죠. 텍스트로 공부를 한 사람들한테는 괴수의 공략 방법이 정형화된 채로 박혀버릴 수가 있으니까. 그럴 경우에는 상상력이 제한되죠. 레이드를 할 때 상상력은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서규태는 애제자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태인과 강현, 지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걱정이라면 지우에 대해서는 전혀 하지 않아도 되었다. 괴수 공략법을 미리미리 읽으라고 임정이 밤마다 잔소리를 해도 도저히 진도를 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안 읽히는 건 안 읽히는 거였다. 하다못해 옆에서 임정이 읽어주기도 했지만 그 책을 읽어주기만 하면 잠이 오는 걸 어쩌겠는가.

선아영은 클랜 A가 출동한 것을 보고야 마음을 놓는 것 같았다.

“대표님이 여기에서 할 일은 없으니까 대표님은 집으로 들어가서 쉬세요. 눈썹을 그리든가.”

강현이 말하자 선아영이 깜짝 놀라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그대로 달아나버렸다.

“앞선 레이드 팀이 꽤 막강했던 걸로 아는데. 우리 다섯 명으로 정말 괜찮을까요?”

태인이 물었다.

“이제부터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야 돼요.”

임정이 말했다.

“인원을 보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고려해 볼 생각이 전혀 없는 건가요?”

서규태가 마지막으로 한 번은 짚고 넘어가자는 듯이 임정에게 물었다.

임정은 약간 경직된 표정을 짓고 네 사람을 돌아보았다.

“어쩌면. 이 얘기는 먼저 말을 하고 동의를 구하거나 의견을 얻었어야 할 문제인 것 같기도 하네요. 다른 분들은 어떠세요? 우리가 열 명으로 맞추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 계신가요? 열 명이 아니더라도. 인원을 늘리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

임정이 물었다.

“우선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먼저 들어보고 싶은데.”

지우가 말했다.

임정은 한숨을 쉬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이제 전부 알고 있지만. 사실, 협회장님을 제외하고는 여러분들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거예요. 저는 치유 능력을 가진 탱커고 그 일로 죽을 뻔 했었어요. 앞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서 그 능력을 사용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고요. 지금은 좀 바뀌기는 했지만……. 여러분이 부상을 당하면 나는 여러분을 치료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 사람들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그리고 비밀이 통제될지, 믿을 수가 없어요.”

“그런 이유라면 저는 좋아요. 경험치도 두 배로 얻을 수 있고 돈도 더 벌잖아요.”

강현이 말했다.

“저도 좋아요. 강현이가 말한 이유도 있고, 탱커님이 불편을 느끼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고요. 후자쪽 이유가 조금 더 커요. 그리고. 우리 다섯이라면 충분할 거라는 믿음도 있어요. 탱커님은 말할 것도 없고 써전님도 믿음직스럽고요.”

태인이 말하자 임정이 안심하는 표정을 지으며 지우를 바라보았다.

“나야 말할 것도 없지. 당신이 불편해하면 나는 혼자서라도 당신을 지켜줄 거야.”

지우가 임정을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런 오그라드는 멘트는 늪에 들어가서 괴수 앞에서 하시죠. 그럼 괴수가 오그라들 거예요.”

강현이 말하자 지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라면 뻔뻔하게 굴 수 있었겠지만 서규태 앞에서 너무 진한 냄새를 풍겨버렸나 하고 송구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서규태야말로 환한 웃음을 짓더니 임정을 향해 윙크를 하며 엄지를 들어보였다. 자기도 괜찮다는 뜻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임정은 한시름을 놓은 표정을 지었다.

“자, 그럼 그 얘기는 다 정리가 된 거네요. 저도 좋습니다. 클랜 A의 첫 레이드 상대가 오픈일을 얼마 안 남겨놓은 3급 늪이 될 줄은 몰랐지만. 기대되네요. 나도 여러분을 믿습니다. 그럼 들어가볼까요?”

서규태의 말에 모두가 그의 뒤를 따랐다. 각자가 자신의 무기를 들었다.

클랜 A의 첫 레이드였다. 늪으로 들어가는 순서에는 묵시적인 동의가 이루어졌다.

서규태, 임정, 태인, 지우, 강현.

지우와 강현은 누가 먼저 들어가야 하는지 머뭇거렸지만 그러다가 지우가 먼저 들어가곤 했다.

공격력 순서냐, 나이 순서냐. 두 사람은 입장 순서에 그렇게 의미를 둔 것 같기도 했다.

지형은 크게 특색이 없었지만 여기저기에 핏자국이 보이더니 살덩이가 떨어져있는 것까지 보였다. 서규태가 가장 먼저 그것을 챙겼다. 지우가 다가가자 레이더의 팔이라고 서규태가 말했다.

체력이 1460만인 괴수는 철갑같은 가죽 때문에 아이언이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으로 13미터를 훨씬 넘기는 크기였다. 얼굴은 들소 같은 모습에 위협적인 뿔 두 개가 달려 있었다. 거기에 찔리게 된다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게 분명했다.

팔을 잃은 레이더는 쇄골 아래를 뿔로 찔린 채 매달려 있다가 팔이 잘려나간 것 같았다.

“지금 바로 싸울 건 아니예요. 각자가 장비를 갖추고 머릿속으로 전략도 세우자고요.”

임정이 말하자 서규태가 강현과 태인에게 신호를 보냈다. 퇴장하자는 신호였다. 아이언은 그들에게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차례의 싸움으로 나른하고 무관심한 상태인 듯했다.

그들이 다시 늪 앞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의 무장 상태는 완벽했다.

지우를 빼고 말하자면 그랬다. 모두가 갑옷과 보호장구를 갖추어 입었지만 지우는 움직임이 둔해진다면서 끝내 그것을 벗어던졌다. 만약의 경우에는 괴수를 타고 올라가야 할 수도 있을 텐데 무릎과 팔에 대는 보호구 때문에 움직임이 둔해지면 오히려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임정을 믿지 못했다면 그렇게 당당하게 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태인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주 무기로 검을 들었다. 태인도 다른 한 손에는 검을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지우와 임정이 기회를 만들어주면 그때마다 공격을 가하고, 지우와 임정은 괴수의 주의를 끌어 딜러들이 공격을 할 수 있게 해 주도록 작전이 세워졌다.

특히 지우는 괴수에게 치명상을 입힌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기에 ‘익스트림 헌터’에서 자기 손에 맞는 것 같다 싶은 것은 손에 닿는대로 쓸어담아오다시피 했다. 실전에서 써 봐야 자기한테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가져온 무기를 태인과 강현이 나눠서 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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