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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68화 (68/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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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클랜의 멤버

“헌터가 안 됐으면 교도관이 됐을 거거든. 범죄 심리학자가 됐든지.”

“결론은. 바디 펌의 이익헌 부사장과 비슷하게 생긴 헌터가 이 사건의 범인이라는 거군요.”

지우가 단정적으로 말했다.

“어떻게 하면 헌터가 헌터 명부에 없을 수 있는지 그것도 알아봐야 되겠네요.”

강현이 말했다.

“헌터 테스트에 불응하면 이행 강제금이 부과돼. 그 말은 헌터 테스트에 불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지.정부가 하는 테스트에 불응한 채 늪에 팔을 담가서 헌터 타투가 생겨난 사람들이 있을 거야. 리드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전에는 늪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잖아.”

태인의 말에 지우도 수긍했다.

“이런 말 하는 게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문제는 여기에서 끝내도 된다고 생각해요. 천 대리님은 이제 우리랑 살잖아요. 그 놈이 천 대리님을 다시 찾아올까봐 걱정이 된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형을 찾아올 것 같다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돼요. 형이 묵사발을 내 놨다면서요. 그러니까 우리는 이쯤에서 이 문제를 끝내도 된다고 생각해요.”

강현이 야무지게 제 의견을 내놓자 지우와 태인이 서로를 바라보다 웃음을 터뜨렸다.

“왜요?”

강현이 물었다.

“너! 우리가, 괴수를 단도로 공격하면서 괴수 사체에 특이한 상처를 남겨놓는 헌터를 추적하던 걸 벌써 잊었어? 그래서 그 무기가 론 디어라는 걸 알아냈잖아. 나는 그게 우리 클랜 A의 정체성이라고 봐.”

지우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대책없는 똘기와 가치없는 일을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 그거야말로 클랜 A의 상징이지.”

강현은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왠지 그 말이 속속들이 이해가 돼 버렸고 나중에는 고개까지 끄덕여져 버렸다.

***

임정은 이익헌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는 이익헌의 비서에게 연결이 되었다.

“협조 공문을 보내려고 하는데 부사장님은 자리에 안 계신가요?”

-무슨 일이신데요? 공문을 보내시려고 그러는 거라면 전에 보내시던 팩스 번호로 보내시면 됩니다만.

이익헌의 비서가 말했다.

“문구 몇 가지를 같이 조율해 보려고요.”

-부사장님께선 외근을 나가셨습니다. 들어오시지 않고 거기에서 바로 퇴근을 하실 겁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임정은 멍하니 전화기를 바라보았다. 바디 펌 부사장의 외근이라. 뭔가 수상쩍다는 생각이 밑도 끝도 없이 들면서도 그에게 헌터 타투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임정은 책상에 이마를 붙인 채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자기가 본, 헌터 타투가 없는 팔.

지우가 본, 헌터 타투가 있는 팔.

차크라와 재생 능력.

시스템의 인식.

자기가 본 사람과 지우가 본 사람은 다른 사람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점점 굳어졌다.

“으아아아아! 몰라! 괜히 지우씨랑 어울려 다녔더니 쓸데없는 일에 집착만 늘었어. 그래서 뭐! 헌터가 사람들 좀 죽인 게 뭐! 이제는 잠잠해졌잖아!”

혼자서 소리를 질러댔더니 문이 열리고 치안대원이 들어왔다.

“부르셨어요?”

“아닌데.”

“네에. 전 무슨 소리가 난 것 같아서요. 혹시 필요하시거든 부르십시오.”

“그럼. 필요한데도 부르지 않고 참을까봐?”

임정은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제 타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렇게 본다고 뚫어질 줄 아냐는 듯, 타투는 끄떡도 없었다.

***

드디어 써전과 사체 운반 헌터 셋, 그렇게 네 사람이 다시 사체 운반을 하기 위해서 집결했다. 피자 가게에서 다시 모이게 된 건 정말 오랜만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규태는 세 사람을 향해 크게 손을 흔들었다. 태인과 강현, 지우는 써전을 향해 달려갔다.

“늦지는 않았죠?”

태인이 시계를 보면서 물었다.

“많이 기다리셨어요? 나오려는데 전화가 와서요. 전화 받고 뭘 좀 찾아보느라고 늦었어요.”

지우가 말했다.

“나도 막 도착했어요. 조금 앉아있다가 연락이 오면 그때 가면 될 것 같습니다. 아직 레이드가 안 끝났대요. 레이더들의 실력이 갈수록 형편없어지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되네요.”

서규태가 말했다.

“여기에서 다시 만나니까 정말 좋네요. 이렇게 모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강현이 말을 하자 태인과 서규태는 각각 그게 얼마만의 일인지 계산을 해 보려고 했다. 지우도 처음에는 그 분위기에 동조를 하면서 웃었지만 갑자기 지우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면서 얼굴이 굳어졌다.

“왜요? 어디가, 불편해요?”

서규태가 먼저 물었다.

“아뇨. 갑자기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뭐가요?”

“저희 집에 나타난 늪요. 실제대로라면. 오픈일이 훨씬 지난 것 같아서요.”

“응? 정말 그러네? 형이 헌터가 됐을 때 그 늪이 생겼던 거니까 그 늪이 지금쯤은 오픈이 됐어야 하는 건데?”

강현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성장을 멈췄다고 탱커님이 말했던 것 같은데. 그리고 괴수도 살고 있지 않으니까. 그래서 오픈되고 말고 할 것도 없나보다. 늪의 오픈이라는 게, 안에 있던 괴수가 밖으로 튀어나온다는 거잖아. 하지만 그 늪에는 괴수가 없으니까. 오픈이라는 게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태인이 말했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소멸되는 게 맞는 것 같긴 한데. 늪에 가 보는 것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번 주 안에는 한 번 가 보는 걸로 하죠. 나도 여러 가지가 신경 쓰이기는 합니다.”

서규태가 지우를 보며 말하자 지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는 거네요. 지우 형을 처음 본 게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강현이 말했다.

네 사람은 그렇게 떠들어대다가 늪의 공략이 성공리에 끝났다는 연락을 듣고 늪을 향해 이동했다. 늪으로 입장하는 순서며 맵을 한 번 쭉 돌고 괴수를 훑어보고 사냥법에 대해서 토론을 하는 것까지, 전과 조금도 달라진 게 없이 이루어졌다.

“안지우씨. 탱커님도 오늘 온다고 하던가요?”

서규태가 물었을 때는 지우도 이미 그 질문의 이유를 깨달았다. 괴수 사체에 론 디어의 자국이 나 있었다.

“물어보겠습니다.”

지우는 임정에게 전화를 해서, 웬만하면 지금 바로 이곳으로 와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정도 특별히 할 일은 없었기에 곧장 늪으로 오기로 했다. 그 날, 그들의 눈 앞에 누워있던 괴수는 4급의 평범한 괴수였지만 녀석은 꽤나 운이 없는 편이었다. 녀석의 몸에 난 상처를 보았을 때 론 디어는 완전히 정신을 잃고 폭주한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뭔가가 이 사람의 정신 세계를 완전히 뒤흔들어 놔 버린 것 같군요. 이건 뭐. 그냥 미친 거라고 봐야겠죠.”

코뿔소 같은 육중한 몸집을 가진 괴수는 변변히 레이더들에게 저항조차 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드 시간은 길었다. 고통을 주기 위한 공격이 긴 시간동안 이어졌다는 의미였다.

“써전님, 전부터 여쭤보고 싶었던 게 있는데요. 저희가 막상 레이드를 해 보니까 괴수의 몸에 실제로 상처를 내는 게 어려웠거든요. 그리고 괴수한테는 회복력이 있잖아요. 상처를 내더라도 곧 회복이 되는데 여기에 난 상처들은 왜 유지가 되는 건가요?”

태인이 써전에게 물었다.

“이건 체력이 거의 바닥 났을 때 일시에 이루어진 공격들이예요. 그때는 괴수들도 자기들이 죽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인지 회복에 힘을 쏟지 않는 것 같아요. 시스템의 지원이 끊어지는 거라고 봐야 하는 건지.”

“회복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회복보다는 도망치는데 힘을 분배하려고 그러는 걸까요?”

태인이 묻자 서규태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체력이 거의 바닥 났을 때라는 건 언제를 말하는 거예요?”

강현이 물었지만 서규태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우리가 레이드를 할 때 정보창을 보고 확실히 확인해 봅시다.”

서규태가 말했다.

자기가 없는 동안 제자들이 빠르게 성장했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질문의 수준도 달라졌고, 전에는 이렇다고 말하면 이런 줄 알았던 사람들이 이제 슬슬 ‘아니던데……?’ 라면서 질문을 해 오는 것이다. C급이라고 뻐길 때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서규태는 등으로 땀을 흘렸다.

“그리고 리로딩 시간 말인데요. 론 디어는 다른 사람들보타 더 빨리 차크라를 모으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차크라를 모아서 공격을 하는데 근접 딜러가 7초 정도 소요가 되잖아요. 그런데 론 디어가 연속 공격을 한 걸 보면 그것보다 좀 더 빠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우가 말하자 강현이 말을 가로챘다.

“써전님. 지우 형은요. 리로딩 시간이 필요가 없어요. 공격을 매순간 가할 수가 있더라고요. 형의 공격력이 우리 수준이 되기만 하면요. 정말 대단할 거예요. 형은 1분 동안 몇 십 번이라도 공격을 할 수가 있거든요.”

강현은 마치 제 자랑인 것처럼 신나게 떠들어댔다. 서규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지우라는 사람에 대해서 자기가 알고 있는 게 무엇이고 알지 못하는 게 무엇인지. 과연 아는 게 있기는 한 건지, 새삼스럽게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써전님은 리로딩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 써전님도 차크라를 모으는데 7초가 걸려요? 써전님은 차크라 마스터시니까 그 시간이 조금 더 단축됐다거나 할 것 같은데. 써전님도 7초예요? 그건 아니죠? 6초? 아니면 5초요?"

초롱 초롱 눈을 빛내면서 강현이 써전의 턱밑에서 물었다. 이 자식은 고도의 안티 같다고 생각을 하면서 서규태가 당황하고 있는데 다행히 그때 임정이 도착했다.

임정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달려왔다. 임정이 늪으로 들어오자마자 써전과 세 사람은 서로 앞다투어 론 디어가 남긴 상처를 보여주고 론 디어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임정은 괴수의 사체에 다가가 론 디어로 만들어진 상처를 보았다.

누군가 그 순간의 임정을 정면에서 볼 수 있었다면, 임정의 눈에 꽃이 피는 것처럼 눈이 커지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임정의 미간은 곧 심각하게 찌푸려졌다. 그것은 이익헌의 타투 없는 맨 살을 봤을 때와 비견할만한 충격이었다.

임정은 론 디어로 난 상처들을 주의깊게 살폈다. 갈수록 표정은 점점 더 심각해져가기만 했다.

임정은 써전보다 더 과감했다. 괴수의 상처에 손가락을 직접 집어 넣고 쑤셔대면서 각도와 깊이를 스스로 알아냈다. 그러고는 수첩을 꺼내서 뭔가를 그려넣었다.

대충 그린 그것은 칼 모양이었다.

임정은 손으로 가상의 손잡이를 잡는 시늉을 해 보기도 하고 칼을 잡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뭔가 잘 안 되는 것 같은 표정을 짓자 써전은 자신의 칼을 빌려 주었다. 임정은 고맙다고 말하는 것도 잊은 채로 써전의 칼을 잡고 여러 가지를 시험했다.

사체를 절단하는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지만 차크라를 이용해서 사체를 절단할 수 있는 헌터가 넷이나 되는 상황이었기에 누구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서규태도 다리가 나아서 여차하면 서규태가 사체 운반을 도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임정은 칼날의 길이와 손잡이의 길이를 예측해서 적어 넣었다. 임정이 두리번거리자 써전이 주먹을 쥐고 임정에게 보여주었다. 임정은 눈대중으로 써전의 주먹 옆길이를 가늠하고 칼 손잡이 길이를 수정했다.

“무기는 론 디어야.”

지우는 스마트폰에서 그 칼의 사진을 찾아 보여주었다.

이렇게 보면 될 걸 가지고 왜 그림을 그리고 머리를 쓰는가 하는 답답함이 생겼다. 하지만 임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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