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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67화 (67/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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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클랜의 멤버

“본 적 없는 것 같습니다. 치안부장님 같은 미인을 봤다면 잊어버리지 않았겠죠. 놓치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요?”

“푸크! 고객 관리는 잘 하시겠어요.”

푸, 크, 두 글자를 써 놓고 읽은 것처럼 정직한 웃음소리가 터져버렸다.

"빈말이 아닌데요?"

“그건 관심 없고요. 운동을 즐겨 하시나봐요? 아니면 습관이 되었거나”

임정은 하나의 질문을 향해 이익헌을 몰아가고 있었다.

“운동은 좋아하는 편입니다.”

“어떤 운동요? 운동은 저도 좋아하는데.”

“테니스도 좋아하고요. 언제 같이 테니스를 쳐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같이 하는 운동은 안 좋아합니다. 부사장님이랑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근육이 보통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아서 그냥 여쭤본 거였어요. 지속적으로 단련된 근육 같아서요.”

“그래요?”

“자세히 볼 수 있을까요?”

“제 근육을요? 좀 노골적이네요? 그거 유혹인가요?”

“그럼 노골적으로 들리지 않게 질문을 바꾸죠. 오른팔을 볼 수 있을까요?”

임정이 말하자 이익헌이 웃음을 지었다. 그의 손이 자신의 금장 커프스를 애무하듯 소매 위에서 한참 머뭇거렸다. 임정은 이익헌의 팔이 드러나기를 기다렸다.

“내 팔에 헌터 타투가 있는지 보겠다는 거군요. 나도 헌터라면 좋겠다는 생각은 수도 없이 많이 했죠. 하지만 그런 행운은 나한테 따라오지 않더군요.”

그는 소매를 한 번 접어 올리고 그대로 셔츠를 밀어 올렸다.

타투는 없었다.

임정은 하마터면 한숨을 쉴 뻔했다. 그럴 정도로 실망이 컸다. 몽타주와 꽤 비슷한 얼굴이었지만 헌터가 아니라면 그가 문제의 헌터일 리는 없었다.

“왜요? 제가 헌터일 거라고 생각했나요?”

이익헌이 물었다.

“그 중역이라는 분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이건 그냥 개인적인 호기심입니다.”

임정은 대답대신 새로운 질문을 했다.

“많이 알려진 얘기죠. 한동안 시끄러웠죠. 사람들이 한창, 달걀은 한 바구니에 담아두면 안 된다는 말들을 해대면서 얼마나 떠들어댔는지 기억이 날 겁니다. 그게 바디 펌에서 일어난 사고를 두고 나온 말들이었죠.”

“경영진들이 비행기 사고로 죽고 그 자리들은 지금까지 공석인 채로 있는 건가요?”

“맞습니다.”

“부사장님이 바디 펌의 최고 권력자인 거군요.”

“그것도. 네. 맞을 겁니다.”

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협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앞으로도 치안대 일에 많이 협조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임정이 일어서며 이익헌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익헌이 임정을 바라보았다.

“손에 땀이 많이 나서 악수를 안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제가 그랬나요? 그러면 거짓말이었나보죠?"

"네?"

"거짓말을 하도록 허락받은 두 직군이 있죠. 심문자와 작가."

"거짓말을 했다고요?"

이익헌이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대단한 팔 근육을 보고 나니까 이런 손은 한 번 잡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땀은 닦았습니다.”

임정은 제 바지에 손을 한 번 더 닦고 손을 쭉 내밀었다. 이익헌은 필살기인 웃음을 지으면서 임정의 손을 잡았다. 이익헌이 그 웃음을 내 보인 이후에 이익헌에게 넘어오지 않은 여자는 없었다. 그러나 이익헌의 손을 잡은 임정의 머릿속은 다른 생각으로 폭주하고 있었다.

몽타주.

타투가 없는 팔.

온기가 감도는 손.

자기가 세운 가설이 무너지는 것을 확인할 때는 끔찍한 좌절감이 밀려들었다.

“다시 또 뵙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익헌의 말에 임정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잘 만들어지지 않은 의수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은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

써전을 기다리면서 지우는 시간이 남는 동안 강현과 검술 훈련을 하고 있었다. 꾀를 부리지 않고 매일 매일 꾸준히 훈련을 한 강현에게는 이기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그렇다는 거고 체중을 실어 몰아세우는 거나 순발력에서는 지우가 월등했다. 그러나 지우는 강현의 앞에서 굳이 그런 것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다. 강현의 기술을 보면서 습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어, 잠깐. 강현아. 우리 자기 전화다.”

정우는 강현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전화를 받았다.

“어, 정.”

-어디예요?

“응. 다 같이 모여서 같이 가려고. 지금은 훈련하고 있어.”

-사체 운반?

“응.”

-언제 출발해요?

“이제 밥 먹고 슬슬 나가야되겠지? 오늘 와?”

강현이 수건을 가져다 주어 지우는 그것으로 땀을 닦으면서 느긋하게 물었다.

-가려고는 하는데 그 전에 들를 곳이 있어서. 거기에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보고 전화해 줄게요.

“그래. 조심해서 운전하고.”

-네. 그런데 나. 지우씨한테 말할 게 있는데.

“미리 경고하고 할 얘기면 센 얘기일 것 같은데?”

지우의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나. 그 사람을 봤다고 생각했거든요? 지우씨가 봤다는 사람.

“뭐? 천 대리님을 죽이려고 했던 그 놈?”

지우의 목소리가 갑자기 격앙되는 것을 듣고 태인과 강현이 동시에 지우에게 다가왔다.

-네.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그래? 아닌 건 어떻게 알았어?”

-헌터 타투가 없었어요.

“……. 그러면 확실히 잘못본 게 맞네.”

-그런데 바디 펌 부사장이예요. 그 사람.

“바디 펌 부사장? 어떻게 그리로 연결이 되지? 그런 사람일리는 없을 것 같은데. 자기가 잘못본 게 확실한 것 같다. 내가 상상했던 사람이랑은 너무 다른데?”

-지우씨는 어떻게 생각했는데요?

“그러게. 그렇게 물으면 또 당장 생각나는 말은 없기는 한데. 어쨌거나 그렇게 잘 나가는 기업 부사장일 거라고는 생각을 안 했지. 거기 부사장은 사실상 바디 펌의 최고 권력자잖아. 위에 아무 것도 없을 걸? 맞지?”

-내 말이 그 말이예요.

“그런 사람이 그런 짓을 하고 다닐 이유가 없겠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지우씨도 사람이 굉장히 편파적이네? 그런 미친 짓을 하고 다니는 사람은 돈이 없을 거라는 생각은 버려요. 머리가 나쁜 사이코패스는 사람을 죽이다가 잡히고, 머리가 좋은 사이코패스는 세계적인 기업을 굴린다는 말이 있어요.

“나는 두 사람이 전혀 매치가 안 된다는 뜻이었는데.”

-일이 쉽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갈수록 꼬이네요.

“그래도 그 후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 천 대리님 커피숍에서 그 놈이 도망친 이후로는.”

-네. 지우씨가 얼굴을 봤다는 걸 아니까 몸을 사리는 걸 수도 있고.

“나야말로 위험해지는 거 아니야? 치안대가 나를 보호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치안부장을 밤마다 거기로 퇴근시키고 있잖아요.

“그게 도움이 되는 건지 어쩐 건지 모르겠어.”

임정이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태인이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지우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제 나가야 돼.”

“이제 나가야 된대. 방금 태인이 형이 말했어.”

-알았어요. 조심하고요.

“조심할 것도 없어. 우리가 상대하는 괴수들은 이미 죽어있는 것들뿐이니까.”

-레이더들 조심하라고요. 괜히 또 싸움 붙지 말고.

“알았어. 눈 깔고 다닐게.”

그렇게 전화를 끊고 지우가 태인을 바라보았다.

"형, 5분 정도는 시간 있죠? 잠깐만요. 검색 좀 하고요."

지우는 바디 펌의 부사장 이익헌에 대한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일단 얼굴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그렇게 잘 나가는 큰 기업의 부사장 얼굴이 어디에서도 보이질 않았다. 지우가 애를 먹는 것을 보고 태인과 강현도 팔을 걷고 나섰다.

별별 희한한 검색어로 낚싯대를 드리운 끝에 이익헌의 사진을 건져낸 것은 검색을 시작한 지 십 분이 훨씬 지난 후였다. 사진을 찾아낸 태인이 이 사람이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지우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

태인과 강현은 지우의 표정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았다.

“이 사람이라고? 정말로? 천 대리님이랑 지우 너를 공격한 사람이?”

태인이 물었다.

“처, 천 대리님은, 언제 오신다고 했어요?”

지우가 물었다.

“천 대리님은. 커피숍 집기를 일괄 매입하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오늘 만나서 전부 처리하고 오신다고 했어요. 잘만 되면 한 번에 큰 돈을 만지게 된다면서 오늘 저녁을 기대하라고 했는데.”

강현이 말했다.

“왜 그래? 맞는 것 같아? 이 사람이야?”

태인이 지우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다.

“정말 닮긴 했는데. 그런데 이상해요. 이 사람은 헌터가 아니래요.”

“그럼 아닌 거잖아.”

“그렇죠.”

“그 사람이 헌터라고 생각한 이유가 뭔데? 지우 네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

태인이 물었다.

“그거야. 헌터 타투도 그렇고 그 사람이 쓴 차크라도 그랬고. 그리고 재생 능력을 사용하는 걸 봤으니까요.”

지우가 하나 하나를 떠올리면서 신중하게 말했다.

“헌터 타투는 위작이 가능해. 그건 알지?”

“그렇다고 해도 헌터 타투를 없앨 수는 없는 것 아니예요?”

지우는 제 머리카락 속에 두 손을 집어 넣은 채로 태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지. 탱커님이 직접 보셨대? 바디 펌 부사장 팔을?”

“정이 말로는 그런 것 같았어요. 직접 확인한 것 같은 어조였는데.”

“흐으음. 그럼 진짜 이상하긴 하네.”

“그리고 그 사람은 헌터 명부에도 없었어요.”

“B급 탱커 중에 없었다는 것 아니예요? 그 사람이 B급 탱커라고 확신하고 그 카테고리만 본 거 아니예요?”

“맞아.”

강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지우가 말했다.

“누나한테 알아보라고 해봐요. 무슨 이유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타투를 위작해서 헌터 등급을 바꾼 건지도 모르잖아요. 누나도 그 사람을 한 번 만나보고 왔으니까 헌터 명부에서 얼굴을 찾는 건 어렵지 않겠네요.”

지우는 강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임정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전했다. 임정에게서는 3분만에 전화가 걸려왔지만 역시 그 사람의 얼굴과 매치되는 사진은 없었다는 답만 돌아왔다.

“이해되지 않는 게 또 있는데요.”

강현이 말했다.

“그 사람은 왜 자기 얼굴을 그대로 하고 나타났을까요? 숨기려고 하지도 않고요.”

“아니야. 그건. 처음에 나타났을 때는 트렌치 코트 깃까지 세우고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끼고 왔었대. 그런데 외딴 건물에 영업을 안 한다는 간판까지 돌아가니까 다른 사람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얼굴을 보인 걸 거야. 그때 내가 거기에 간 거고.”

지우가 말하자 태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천 대리님은 그 사람 얼굴을 알고 계셨잖아. 전에 공격을 받았을 때도 그 놈 얼굴을 보셨다는 말인 거잖아.”

“그러네요?”

“그럼 그때도 그 놈은 얼굴을 보였다는 건데.”

“그 부상으로 천 대리님이 죽을 거라고 확신했나보죠? 천 대리님이 죽지 않은 걸 뉴스를 듣고 알게 돼서 다시 찾아온 걸 거예요.”

“한 번 선을 넘어간 사람한테는 그게 처음처럼 두렵게 느껴지지 않을 거야. 잡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잡히지 않고, 자기를 아는 사람과 마주칠지 모른다고 불안해했는데 그런 일이 생기지 않으면 점점 대담해지지. 막연한 낙관주의. 나는 잡히지 않을 거다 라는 생각이 들고 자꾸 느슨해졌겠지. 경계가.”

태인이 말했다.

“범죄자처럼 말하네요.”

지우가 말하자 강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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