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부터 레벨업-62화 (6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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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클랜의 멤버

“재미있는 일을 찾았나봅니다.”

협회장이 말했다.

“네. 제가 가르쳐준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배우는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협회장은 그 자리에서 서류를 작성했다.

“어차피 문서화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고 생각할 거잖아요.”

협회장은 임정이 창설하는 클랜에, 공략할 늪을 선택할 최우선 권리를 부여한다는 내용을 적어 넣었다.

“빠진 게 있습니까?”

“아뇨. 좋네요.”

임정이 함빡 웃으면서 말했다.

“아. 3개월동안이라고 했지.”

협회장이 지나치게 기억력이 좋은 탓에 임정의 좋았던 기분이 한풀 꺾였다.

“6개월로 해도 상관은 없을 것 같군요. 6개월동안 알맞은 괴수들을 골라서 클랜원들을 훈련시키고 최강 레이더들을 육성하려는 거잖아요.”

“네. 그렇죠. 그럼 6개월로 할까요?”

임정의 얼굴이 다시 환해지는 것을 보고 협회장이 웃음을 지으며 선심 쓰듯이 6개월이라고 적어 넣었다.

“아, 저희 클랜이 치안대를 대신해서 늪을 공략하는 경우에는 세금을 면제해 준다는 내용도 넣죠.”

임정은 협회장이 오늘 자기가 하는 말은 다 들어주기로 마음 먹은 것 같다는 근거없는 생각을 하며 대담한 요구를 했다.

“감경도 아니고 면제요?”

“욕심부리지 말자고요. 저희 클랜은 최후의 보루가 될 거예요. 저희가 맡겠다는 늪은 저희가 아니면 아무도 공략할 수 없을 늪이예요. 괴수가 뛰쳐 나와서 활보해도 좋다면 그렇게 하시면 돼요. 저희가 공략할 늪은 어디든 있으니까요. 중국으로 가도 되고 일본으로 가도 되고 미국으로 가도 되고요. 가만히 있으면 괴수가 튀어나올 텐데 괴수를 잡아주겠다고 하니까 그걸 가지고 다시 장사를 하겠다니요?”

말을 하다보니 몰입이 되고 화가 나서 임정은 씩씩거렸다.

“알았습니다.”

협회장은 그 내용까지 적어넣었다.

아무리 협회장이라고는 하지만 그 내용까지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있는 건가 해서 임정이 협회장을 바라보자 협회장은 자기가 책임지고 그 내용들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장님이 하는 말이 맞기도 하고요. 대장님이랑 클랜은 어디로든 갈 수 있겠죠. 나중에 우리는 대장님의 클랜에 모든 걸 내걸게 될 겁니다.”

“우리도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을 거예요. 우리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된다면 그때는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는 거죠. 나는 영웅이 아니예요. 제 동료들한테 영웅이 돼 달라고 말하지도 않을 거고요.”

“이해합니다.”

“그럼. 부탁드린 것도 곧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 보겠습니다.”

“어떤 거요?”

“A급 헌터들요. 어떻게 등급이 올랐는지 알아봐 달라고요.”

협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협회장님이 아니면 부탁드릴 분이 없어서 그래요.”

당신만 믿는다는 못박기에 협회장은 의욕을 다졌다.

***

서규태가 돌아올 거라는 사실을 의심한 사람은 없었다. 서규태가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 거라는 것도 예상이 되었었다. 서규태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때의 모습은 다리를 저는 모습도, 약병을 쥐고 있어야만 안심을 하는 모습도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 사체 운반팀의 세 명의 헌터들은 하루 하루, 한 시간 한 시간 서규태를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서규태를 맞이했다.

서규태는 어색하고 쑥스러워하면서 돌아왔다. 따져보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매일 보던 사람들에게는 헤어짐의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가장 제 표현에 솔직한 사람은 역시 강현이었다. 강현은 서규태에게 달려가서 서규태를 와락 안고 엉엉엉 울음까지 터뜨렸다. 형들이 괴롭혔냐고 서규태가 물었을 정도였다.

태인 역시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서규태의 곁으로 다가간 후에는 서규태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은 채 늘 서규태의 오른쪽을 지켰다. 그 모습을 지우가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면 그것은 서규태가 떠나기 전부터 태인이 지켜오던 포지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가 불편한 서규태의 오른쪽에 늘 서 있다가, 혹시라도 서규태가 불편해하는 것 같으면 약을 먹을 수 있도록 물을 챙겨주고 쉴 수 있게 해 주고. 태인은 남들의 눈에 드러나지 않게 늘 그 일을 도맡아 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규태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감격스런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우와 임정도 환한 웃음으로 그를 반겼다.

서규태는 두 사람 간의 케미가 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눈치챘다.

“두 사람은 이제 완전히 공인됐어요. 밤에도 같이 퇴근 하는 날이 많아요.”

강현이, 멀리 갔다 돌아온 엄마에게 형의 행적을 고해바치는 어린 동생처럼 쏙닥거렸다.

“좋은 일이네요. 잘 됐어요. 그런데 우리 태인씨랑 강현씨는? 강현씨는 아직 어려서 그렇다치고 우리 태인씨는 아직 여자 친구를 만들지 못했습니까? 한가할 때 만들어 놓지 그랬습니까?”

서규태가 태인에게 농담을 던지자 태인이 고개를 저었다.

“한가하긴요. 엄청 바빴어요. 써전님이 안 계신 자리는 제가 지켜야 했거든요. 가끔은 늪이 괜찮은지 늪 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도 하고요.”

“네. 정말이예요. 괴수가 살아있는 늪에 혼자 들어갔다 오기도 하고 그랬죠.”

강현이 거들자 서규태는 그저 일상적인 얘기가 나오는 중이라고 생각한 채 방심하고 있다가 점점 눈이 커져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태인과 강현은 써전이 흥미를 갖는 것을 보고 그 얘기를 서로 자기가 말하려고 써전을 둘러쌌다. 결국 두 사람이 한 문장씩을 번갈아가며 나눠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가끔 충분한 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다음 내용으로 급전개가 되었다 싶으면 자의적으로 앞으로 돌아가 얘기를 다시 하기도 했다.

지우와 임정은 감히 낄 틈도 없었다. 얘기가 끝나갈 즈음, 자기들도 써전과 얘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순간에는 갑자기 강현이 제 네메시스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기도 질 수 없다는 듯이 태인이 손도끼를 자랑했다.

서규태는 지우만 아직 무기를 구입하지 못한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안타까운 눈으로 지우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서규태와 지우 사이로 강현이 들어가더니 서규태의 귀에 대고 뭔가를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는 태인이 서규태에게 또 귓말을 해댔다.

할 말이 많아서 그런 거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자꾸 귓속말을 하면서 눈 앞에서 사람을 소외시키는 것이 지우에게 그다지 좋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왜 우리한테는 얘길 안 하는데요?”

지우가 말하자 태인이 지우를 한 번 휙 돌아보고는 다시 서규태에게 소곤거렸다. 태인의 말에 잔뜩 귀를 기울여 듣던 서규태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임정은 태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늪에 들어가서 지우가 태인의 손도끼로 마더 호크의 목을 베어버렸다는 얘기를 한 것 같았다.

임정도 서규태가 돌아오면 그 일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벼르고 있었다. 아무리 지우의 차크라가 막강하다고는 하지만 공격력이 그렇게 낮은 헌터가 괴수를 아무렇지 않게 공격하고 그 데미지가 그대로 들어간다는 것이 이상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시스템은 철저하게 10씩만 괴수의 체력을 차감해 나갔다. 시스템적인 수치는 기본 공격력으로 차감을 하지만 괴수의 신체에는 지우의 차크라가 힘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인지 임정은 그것을 확실히 알고 싶었다.

“아, 기분 나빠요. 같이 얘기해요.”

지우가 서규태에게 다가가서 태인과 강현을 억지로 서규태에게서 떼어놓자 태인은 서규태에게 다음에 더 얘기하자고 말했다.

“자꾸 나만 소외시킬 거예요?”

“응.”

지우가 발끈해서 소리지르자 태인은 인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 주었다.

“아, 진짜!”

“여전히 세 사람 모두 서로 친하게 지내고 있어서 보기가 좋네요.”

서규태가 말했다.

“아니, 써전님. 어딜 어떻게 봐서 저희가 친해 보이나요?”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지우는 써전을 다시 본 게 너무 좋아서 히죽거렸다.

“이제 약병은 안 들고 다니시는 거예요?”

강현이 물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보험용으로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니기는 해요. 고통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는 게 아니라서요…….”

서규태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런 모습들이야말로 저 팀을 끈끈하게 묶어주는 진솔한 고백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임정은 흐뭇하게 웃음을 지었다.

“자, 이제 멤버도 다 모였으니 중대한 발표를 할 시간이 된 것 같네요.”

임정이 목청을 가다듬고 말하자 강현이 대뜸 임정과 지우를 바라보았다.

“뭐야. 벌써 애 가졌어요? 두 사람이 속도 위반 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애는 무슨. 착실히 피임 하고 있다고!”

지우가 말했다.

“그게 지금 미성년자 앞에서 할 말이냐?”

태인의 꾸지람에 지우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형. 강현이는 우리 중에 가장 숙성한 녀석이라서 미리미리 피임방법을 잘 알려줘야 된다고요. 어느 날 갑자기 강현이랑 똑같이 생긴 꼬마들이 형을 쫓아다니면서 삼촌이라고 부르는 걸 상상해 보세요. 강현이 미니미가 스무 명쯤 나타난다고 생각하면 형도 이럴 때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걸요?”

한 다스의 김강현 미니미가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자 갑자기 웃음이 나버려서 태인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들이래요, 딸이래요?”

강현은 그것을 기정사실화 해 놓고 물었다. 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다른 상상으로 흥분한 바보들을 가라앉혔다.

“좋은 소식이예요. 나는 좋은 소식일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클랜을 만들기로 했어요.”

임정은 드디어 말을 했다. 그리고, 이제 모두들 나를 찬양하라! 라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는데.

리액션은 참담했다. 아무 말도 듣지 못한 건가 싶을 정도로 반응이 없었다. 그러다가 한참만에 강현이 임정을 바라보고 물었다.

“왜요?”

“그야……. 나는 우리가 팀을 이루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임정은 멍청한 질문에 못지않게 멍청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그럼 필요에 따라서 공대를 꾸리면 되잖아요.”

“아아. 그걸 먼저 말해주지 않아서 이렇게 썩은 반응이 나온 거구나? 우리 클랜에는 특별한 우대 조건이 있어요.”

임정이 목에 힘을 주고 말했다.

“탱커님이 너한테 다시 존댓말하신다?”

태인이 그 와중에 강현에게 말했다.

“아, 정말 그러네? 이번에는 절대로 반말듣지 않게 잘해야지. 탱커님이 일단 반말을 하면 그때부터는 똥줄이 타는 것처럼 무서워지거든요.”

도무지 집중이라고는 하지 못하는 하룻강아지들 같은 헌터들에게 다시 집중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임정이 말을 이었다.

“앞으로 6개월동안. 늪을 고를 최우선권을 우리 클랜이 가지기로 했어요.”

“그동안에도 그렇게 해 오지 않았어요? 늪을 덮고 있는 리드를 열어보고 다니면서 우리한테 적당한 늪을 물색해 온 걸로 알고 있는데요?”

강현이 말했다.

“그건 뭐. 그럼 그건 그렇다고 하고. 그 다음에는 정말 좋아요. 우리가 늪을 공략하고 러프스톤을 얻거나 괴수 사체를 매각해서 버는 대금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돼요. 면제예요.”

“왜요?”

곧바로 태인의 질문이 나왔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경우에요?”

강현이 물었다.

“그건 꽤나 의심스러운데요.”

드디어 서규태까지 가세했다.

“협회장의 서명을 받았으니까 나중에 다른 소리를 하지는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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