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54 >
우진이 나타났다.
그건 진광의 뒤였다.
반응할 수 없는 속도.
하지만 진광 또한 쉽게 당할 존재가 아니기에 서둘러 자세를 잡고 방어술을 펼쳤다.
힘이 아닌 기술. 극상의 전투술이었다.
— 퉁...!
우진의 강대한 기운이 진광을 빗겨나갔다.
그건 말 그대로의 흘리기.
‘대단하군. 이 정도의 공격을 흘려내다니.’
과연 투신.
전투의 극에 달한 자였다.
하지만.
‘유능제강이라. 그렇다면 나는 태산압정이다!’
기를 모으기 시작한 우진.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올렸다.
— 파지지직...!
주변의 지형이 바뀔 정도로 막대한 힘.
감히 접근할 수 없는 힘의 폭풍이었다.
‘이게 내 전력이다.’
유능제강이라 함은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한다.
또한 태산압정이라 함은...
태산으로 누른다.
그것은 어떤 기술이 아니었다.
우진이 천재적인 발상으로 단순한 묘에서 순간 심득을 얻어 대단한 기술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냥 말 그대로의 태산.
“이것도 흘려봐라.”
산의 크기와 무게를 담은 강대한 공격을 내리찍을 뿐이다.
— 쿠웅...!
우진이 가볍게 도를 내리찍었다.
그 안에 실린 것은 정말로 태산의 거력이었다.
진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힘의 격차.
“크아아악...!”
그때 우진의 다음 공격이 번뜩였다.
“사신지세(四神之勢). 신살참(神殺斬).”
신을 죽이겠단 일념의 거대한 공격.
그것이 투신을 향해 날아갔다.
— 쿠콰콰쾅!
날카로운 참격이라기보단 거대한 몽둥이에 풀스윙으로 맞은 것처럼 진광의 전신이 짓뭉개졌다.
그만큼 거대한 힘이었다.
“끄어어억....”
완벽히 무력화된 진광.
흰 자위를 보이며 첫 번째 적이 숨을 거뒀다.
[’천살성(天殺星)의 가호’를 계승했습니다.]
순간 전신에 걷잡을 수 없는 힘의 폭발이 생겨났다.
진광의 능력이 우진의 힘이 된 것이다.
‘이게 놈의 스킬이군. 마치 온 세상이 내 승리를 바라는 듯한 힘.’
우진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진광, 넌 이런 세계 속에서 살고 있었구나.’
— 콰아아앙!
그가 천살성의 가호를 이용해 바로 다음 적을 상대했다.
가이저헤드.
장발에 덩치가 큰 미남이었으며, 각 종족의 장점만을 가진 혼혈 전사였다.
“크아아아압!”
진광의 죽음을 보고 달려든 놈의 공격을 우진이 손가락만으로 막아냈다.
“이, 이건 진광의....”
고작 두 손가락에 막힌 도끼.
진광의 전투술에 우진의 힘이 합쳐지자...
그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괴물의 천예(天藝)가 되었다.
“약하구나.”
우진이 가이저헤드의 거대한 도끼 공격을 흘린 뒤 팔을 틀었다.
부드럽게 얽혀 들어가는 신비한 투로.
그것이 가이저헤드의 팔뚝을 움켜쥐고.
막대한 힘이 퍼부어졌다.
“확실하다. 이건 진광의...!”
가이저헤드가 역시 무예의 천재답게 알아차리고 외쳤다.
“이 녀석 자기가 죽인 상대의 스킬을 쓸 수 있...!”
말을 하던 놈이 이내 얼굴까지 올라온 힘의 역류에 폭발하고 말았다.
가이저헤드가 터져나가고 그의 스킬이 계승되었다.
[’이코르(ichor)의 주인’을 계승했습니다.]
신(神)의 몸 속에 흐른다는 고귀한 피가 우진의 몸에 퍼져나갔다.
용력(勇力)이 솟아나고 무제한의 재생 능력이 느껴졌다.
한층 강해진 힘으로 투기를 터트리며 나아가는 우진.
— 콰콰콰쾅!
다른 모든 파티원들이 자세를 잡았다.
그들이 ‘우진을 막는다’는 하나의 목표로 방어선을 형성할 때, 우진이 압도적인 대적자가 되어 그 강자의 진형을 향해 날아갔다.
우진은 이미 눈이 돌아간 상태였다.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속수무책의 대적(大敵).
손을 휘저으면 수천 명이 날아갈 기세였다.
또한.
— 콰드드득...!
그의 궁극기. 언데드 폼.
검푸른 사자(死者)의 피부에 사익의 날개.
그 아래 붉은 눈이 번쩍였다.
“역시 마물이군.”
다음으로 우진을 맞이한 건 키가 크고 마른 남자였다.
퀭한 눈으로 우진을 노려보는 네크로맨서의 이름은...
“카이스.”
우진의 손톱이 카이스를 향할 때.
카이스가 자신의 스킬을 발동했다.
네크로맨서인 놈에겐 사자의 군세라는 스킬이 있었다.
그 능력은 재생하는 해골 군대의 사역.
해골들이 날아들어 우진에게 달라붙었다.
“날 막지 마라!”
— 콰아아앙!
모든 해골을 가루로 만들고 날아가는 우진.
그러나 놀랍게도 뼛가루들이 다시 모여 해골 병사의 모습이 되었다.
또한 대지에는 더 많은 수의 해골들이 나타난 상태였다.
— 콰르르릉!
그때 무언가가 나타나 놈들을 막아 세웠다.
그건 대협곡의 지배자.
현무의 힘으로 더욱 강력하고 거대해진 베히모스였다.
“네 적을 먹어 치워라.”
— 고오오오...!
입을 쩍 벌린 베히모스가 우진이 만들어 낸 모래 병사들과 진격했다.
그러자 해골을 뭉쳐서 본 골렘 같은 거인들을 끝없이 보내오는 카이스.
그러나 우진에겐 대비책이 있었다.
그의 얼굴에 섬뜩한 미소가 생겨났다.
“누가 진짜 어둠의 군주인지 알려주어라.”
— 낄낄낄낄!
— 꺄르르르!
사방을 가득 채운 그림자.
그리고 본 골렘과 본 드래곤.
또한 원혼과 망령들.
어둠의 군단이 모래 병사들과 힘을 합쳐 적들을 묶어놓았다.
그때 우진이 숨어 있는 술자를 찾아냈다.
흙 속에 스며들어 은신한 놈.
카이스.
아무리 잘 숨어도 삼라만상의 지혜와 심안.
그리고 전지의 감각을 피해갈 순 없었다.
“나... 나를 어떻게...!”
우진이 문답무용으로 대지를 뒤엎었다.
“현무지세(玄武之勢). 굉룡출두(宏龍出頭).”
거대한 용에 산산조각이 나는 네크로맨서.
[’사자(死者)의 군세’를 계승했습니다.]
카이스의 능력을 얻은 우진이 모든 해골 병사를 역소환했다.
— 빠지지직....
일시에 사라지는 죽음의 군세.
그 다음은 아젤리아였다.
“불의 마녀 아젤리아.”
그녀가 강림계의 스킬 아그니, 자신의 능력을 펼쳤다.
“아그니!”
— 콰아아앙!
거대한 불의 마신이 나타나 우진을 가로막았다.
현존 최강의 화염 스킬이라 알려진 강림계 아그니.
아젤리아의 얼굴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피어났다.
그때 그 화염을 잡아먹을 듯한 진짜 신의 불, 초열의 불꽃이 피어났다.
“주작(朱雀) 강신.”
형상화와 실체화는 지겹도록 연습했다.
주작을 실제로 본 적도 있으니 불러내는 건 문제 없다.
무엇보다.
‘내가 주작의 핵이 되어 힘을 증폭시킨다.’
거대한 날개를 펼친 채 아젤리아를 향해 날아가는 신수.
그건 우진 자신이었다.
처음으로 아그니가 밀리는 걸 본 불의 마녀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월드 최강의 화염이...!”
“아니, 최강은 따로 있다. 신수의 불꽃이 말이다!”
주작의 필살기가 펼쳐졌다.
“주작지세(朱雀之勢). 초열세계(超熱世界).”
— 콰과과광!
“끄아아악!”
아그니가 사라졌다.
그리고 소환수와 정신이 연결된 아젤리아가 휘청거렸다.
이를 악문 그녀가 자신의 육체를 그릇으로 삼아 진정한 화신체를 불러내려 했다.
그때 우진의 여유로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뒤를 살펴야지.”
체이서를 타고 나타난 르쉬.
그녀의 핏빛 투기가 아젤리아가 화신체로 변하려는 것을 저지했다.
“혈화난무(血花亂舞).”
— 콰지지직!
“끄어어어....”
산산조각이 난 아젤리아에게서 새로운 스킬이 계승되었다.
[’아그니’를 계승했습니다.]
우진이 바로 다음 상대를 향해 날아갔다.
앞을 막아서는 건 고양이 수인 레이카였다.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움직이는 초속의 괴인.
그러나 우진이 더 빨랐다.
“이, 이런 속도가 가능하다고...?”
레이카는 생애 최초로 자신보다 빠른 자를 만나 경악하고 있었다.
자신의 적들이 느꼈을 아득한 충격.
따돌릴 수 없는 속도로 자신을 추격하자 숨이 턱 막히는 공포가 찾아왔다.
‘마치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극도의 공포 속에서 잠깐의 추격전이 펼쳐졌다.
그리고.
“잡았다.”
한 번도 누구에게 잡혀 본 적 없던 고양이 수인이 마침내 그 목덜미를 잡혔다.
레이카의 목을 움켜쥔 우진이 레비아탄의 의지를 담아 말했다.
“멸세의 진노.”
그 손아귀에서 붉은 힘의 폭발이 일어났다.
“끄아아악!”
레이카가 폭발하며 그의 스킬이 계승되었다.
[’신(神)의 발걸음’을 계승했습니다.]
— 쿠콰콰쾅!
그 순간 날아드는 수많은 마력의 투사체들.
대마법사 테리온의 마법 공격이었다.
그러나.
벌써 SSS급 능력을 5개나 얻은 우진의 상대가 될 순 없었다.
“신의 발걸음.”
레이카의 스킬이 발동하고.
우진이 모든 곳에 존재하며 어느 곳에도 없는 불가사의한 형태가 되었다.
그가 순간 한 점에 나타나 모든 마법의 공세를 돌파해나갔다.
“날 막으면 모두 죽일 것이다!”
우진이 세상 전체를 향해 외쳤다.
“바로 너희 자신의 능력으로!”
이를 악문 테리온이 영창을 준비하며 자신의 소환수를 불러냈다.
— 크르르릉!
거대한 환수가 나타나 우진을 막았다.
황금 사자 갈마리온.
하지만.
“모여라, 십이 늑대.”
우진의 주위에서 솟아난 12개의 빛.
그러나 늑대는 12마리가 아니다.
모든 마력이 하나가 되어 나타난 거대한 1개체의 늑대.
그건 갈마리온보다도 아름답고 강대한 크기였다.
“가서 네 적을 죽여라.”
거대한 빛의 늑대가 달려나갔다.
우진의 막대한 마력이 실린 녀석이 황금 사자 갈마리온을 물어 죽이고 주인이 돌파할 길을 뚫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완성되었을 때.
창공에 거대한 힘의 응집체가 나타났다.
세상을 완전히 파괴할 듯한 최강의 마법이었다.
그것에 우진이 자신의 마력으로 대응했다.
“이 언데드의 육신이 얼마나 강대한 힘을 내는지 보여주지.”
정신을 집중한 우진이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상쇄해냈다.
완벽히 사라진 거대한 마력.
언데드 폼에서 그의 마력은 물경 25만.
또한 그가 펼칠 수 있는 건 대마법사조차 경악할 극상의 마나 컨트롤이었다.
“내, 내가 마력 싸움에서 지다니...!”
테리온이 분노 속에 외쳤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재능의 격차였다.
“그건... 인간에게 허락된 마력의 양이 아니다...!”
“난 인간이 아니다.”
그때 테리온의 마지막 수가 펼쳐졌다.
“흐아아압!”
그건 대규모 광역기였다.
상대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으니 범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우진이 비릿하게 웃었다.
“좋은 수법이군.”
그러나.
그 마력 또한 우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청룡지세(靑龍之勢). 우주홍황(宇宙洪荒).”
우진을 중심으로 거대한 힘의 폭발이 찾아왔다.
순식간에 사라진 테리온의 마력.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우진의 왼팔에서 거대한 화살이 발포되었다.
“스타라이트 1식. 신살포(神殺砲).”
테리온 주변이 빛으로 물들고, 놈이 사라졌다.
[‘용인(龍人)의 마력’을 계승했습니다.]
마침내 대마법사 테리온까지 꺾어낸 우진.
이 모든 전투가 인지하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펼쳐졌다.
그리고 최후의 적.
파티장만이 남았다.
우진이 그의 앞에 내려섰다.
연속된 전투를 거쳤지만 그는 무한의 스태미너로 멀쩡한 상태였다.
그가 파티장의 이름을 불렀다.
“천변(千變)의 루이스.”
모방 능력자.
상대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
그것이 파티장이었다.
그 이명(異名)조차도 비밀에 가까웠기에 파티장이 신기한 얼굴이 되었다.
“날 아는가?”
“애석하게도.”
원수와 마주섰지만 별다른 감정은 찾아오지 않았다.
지금 이 타오르는 기분 속에 그의 모든 울분 또한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우진이 물었다.
강적을 상대하는 파티장의 습성을 알기에.
“관찰은 끝났는가?”
순간 루이스의 차가운 얼굴에 흔들림이 찾아왔다.
“죽인 자의 스킬을 쓸 수 있다.... 그게 정말인가 보군.”
우진이 웃었다.
전투를 보여준 것 자체가 놈을 완벽하게 죽이기 위한 수였기에.
“그럼 이제 이제 네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스킬에 죽을 시간이다.”
우진이 그간 계승해온 모든 스킬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건 마치 거울을 두고 싸우는 기분이었다.
대선풍, 화염진.
천지 포박술, 모래 폭풍.
다발의 사지와 멸망의 바람.
심지어 분신술과 에어블로우까지.
무엇을 사용해도 통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같은 능력으로 계속 대응해오는 것이다.
단순한 모방이 아니다.
놈은 자신의 천재성으로 상대보다 더 탁월하게 상대의 능력을 이용할 수 있다.
인간의 극한에 달한 괴물.
그게 천변의 루이스의 진짜 무서움이었다.
하지만 우진은 웃고 있었다.
거대한 벽으로 느껴졌던 놈을 진정으로 굴복시키기 위해 일부러 이런 수를 펼친 것이기에.
“이제 네 한계는 확인했다.”
그건 죽음을 통해 깨달은 루이스의 진실.
“넌 날 이길 수 없다.”
순간 루이스가 힘의 크기에서 밀려 휘청였다.
— 콰아아앙!
고개를 든 우진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검푸른 사자의 육신은 더없이 강력한 마의 증거.
그리고 그의 강화된 전신을 중심으로 무형지기가 몰아쳤다.
“지금부터 죽음이 무엇인지 알려주마.”
상대가 할 수 없는 것.
그건 언데드가 되는 것이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5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