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52 >
우진의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사신수의 힘을 모두 완벽히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신수의 왕이 될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왕격이 강화됩니다.]
— 콰아아앙!
순간 우진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터져 나왔다.
강화된 왕의 기운.
황금의 기세였다.
마계에서 가장 강한 악마, 베즐렉이 속수무책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다시 이를 악물고 덤벼들었다.
“크아아악!”
“흐읍!”
— 쿠콰콰쾅!
수십 합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제 막 진마가 된 악마들은 따라가지도 못하는 전투의 흐름.
베즐렉도 강했으나 우진은 그런 베즐렉을 가지고 놀듯이 상대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인간이 저 정도의 힘을......!’
기나긴 세계의 역사에도 어둠의 핵이 가진 근원의 힘을 사용하는 자는 최초였다.
거기에 신수의 힘까지 모조리 다루는 존재는 없었다.
그렇기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힘을 발휘하는 우진!
— 콰아앙!
그때 우진의 공격에 베즐렉이 멀리 날아갔다.
지형이 파괴될 정도의 강한 공격이었다.
결국 베즐렉이 무언가를 각오했다.
선천지기를 사용한 것이다.
“크아아아!”
커다랗게 타오르는 영혼의 검은 불꽃과 함께 베즐렉의 힘이 순식간에 몇십 배로 증가했다.
그러나.
“사신지세(四神之勢).”
순간 붉고 푸르고 검은 기운이 진 흑참도에 어렸다.
“신살참(神殺斬).”
기운이 공간을 가르고 마침내 황금빛 참격이 되어 적을 갈랐다.
선천지기까지 사용한 베즐렉.
마계에서 가장 강한 존재가 제압당한 것이다.
“끄아아아아악!”
베즐렉의 강대한 힘이 모두 우진에게 빨려들었다.
“내가 이겼군.”
— 쿠구궁....
그리고 우진의 뒤에서 거대한 휘장이 펼쳐졌다.
악마 휘장은 이미 평범한 휘장 수준을 넘어 세상에 없던 궁극의 오오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마계 전체에 붉은 오오라가 가득했다.
[악마에 대한 절대적인 지배력을 획득했습니다.]
“크아아악....”
“끄어어억....”
“컥....”
악마들이 자신도 모르게 자세를 낮췄다.
상상하기 힘든 양의 악마들을 모조리 먹어치운 휘장의 힘.
그것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위압감을 뿜어냈다.
강대한 힘에 굴복한 악마들.
모두 무릎을 꿇은 자리에서 우진이 선언했다.
“이제 약속해라. 월드에는 넘어오지 않는 것이다.”
모두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호승심은 이제 공포로 바뀌었다.
모두가 기세에 짓눌린 가운데 장로만이 겨우 머리를 들고 절규했다.
“그럼 도대체... 우리는....... 우리는 뭘 하란 말이오! 그저 이 황량한 곳에서 썩어가라는 말인가!”
우진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날 기다려라.”
그러자 장로 이하 모든 악마의 눈에 경악이 어렸다.
본성부터가 호전적인 놈들이기에 우진의 뜻을 바로 알아차린 것이다.
“기, 기다리라고...? 당신을...?”
우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1년마다 찾아와서 너희를 상대해주마. 몇 번이고, 몇 놈이고 날 이길 수 있는 녀석이 나올 때까지 너희와 싸워주겠다.”
모든 악마가 동시에 감탄했다.
“오오...!”
“너희는 그때까지 힘을 길러라. 나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라. 다시 싸워봤는데 성에 차는 놈이 없으면 그냥 모조리 죽이겠다.”
다소 무시무시한 말이었으나 악마들에겐 익숙한 처분 방식이었다.
그걸 알아챈 우진도 씨익 웃으며 다시 말했다.
“아니지. 너희를 죽이는 대신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 너희가 월드로 넘어올 수도 없게 할 것이고.”
영원한 갈증에 시달리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장로가 그제야 헐레벌떡 외쳤다.
“바, 반드시 힘을 길러 놓고 기다리겠소! 꼭 찾아와주시오!”
다른 악마들도 부복하여 장로와 뜻을 함께 했다.
우진이 만족스럽게 답했다.
“그래야지. 그래야 너희답지.”
그가 돌아서는데 순간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다.
— 띠링!
[왕명 획득] [마계왕(魔界王)]
[최초로 마계의 모든 존재를 굴복시켰습니다.]
[새로운 왕격(王格)을 획득했습니다.]
[모든 스탯의 효율이 상승합니다.]
[보유한 스킬의 위력이 상승합니다.]
그때 마계 전체가 가진 어둠의 힘이 자신에게 빨려들었다.
[모든 악마가 복종합니다.]
[마계를 복속시켜 그 힘을 이어받습니다.]
[’마계 지배력’을 계승했습니다.]
[마계 본연의 어둠의 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신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힘.
이건 그 어떤 악마도 가져보지 못한 궁극의 마기였다.
우진이 허탈하게 웃었다.
“마계는 이런 식으로 정복하는 거였군.”
모두가 덤벼도 이길 수 없음을 증명하고, 그 다음에도 계속된 전투를 약속하자 어처구니없게도 놈들이 진심으로 복종하게 된 것이다.
다시 돌아보자 모든 악마가 예를 갖추고 있었다.
“왕이시여! 언제고 돌아오실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래, 날 실망시키지 마라.”
“물론입니다!”
그리고 악마들 사이의 다툼이 시작되었다.
“첫 싸움은 나다!”
“아니다! 나다!”
장로의 노호성이 터져나왔다.
“힘으로 결정해라!”
벌써부터 자기들끼리 순번 정리를 하는 것이다.
마계 전체에 활력이 돌고 있었다.
그리고 시작된 최강을 가르는 전투!
— 쾅!
— 콰아앙!
— 콰과과광!
여기저기 번쩍이는 힘의 폭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권태로움에 늘어지는 것보다야 이게 악마들에겐 더욱 즐거운 세상일 것이다.
“왁자지껄하니 좋구나! 이게 내 마계지!”
손을 들어올린 우진이 만족스럽게 마계를 떠났다.
— 피슝!
다시 돌아온 4구역 마계성의 지하.
진짜 마계를 경험했더니 어둠이 오히려 아늑하게 느껴졌다.
무시무시한 핏빛 육망성조차 낙서처럼 느껴졌다.
우진이 그 풍경 속에서 자신의 수하에게 물었다.
“마계왕의 부관이 된 소감은?”
“저는... 저는 정말 이런 일들을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는 붉은 머리의 흡혈귀.
“정말 감사합니다!”
그것은 비단 수하로 삼아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아니었다.
새로운 세계를 알려준 것에 대한 감사.
끝없는 투지를 알려준 것에 대한 감사함이었다.
“나도 고맙구나. 세상에 마계까지 따라오는 수하가 세상에 어디 있겠느냐.”
우진이 껄껄 웃자 르쉬가 멋쩍게 머리를 긁었다.
“아하하....”
그 어깨를 우진이 다정하게 감싸 안았다.
“가자!”
“예, 가자!”
그들이 다시 최후의 전당을 향해 마계성의 출구를 빠져나왔다.
드디어 4구역을 통과하는 것이다.
성대한 구역 클리어 알림이 떠올랐다.
[4구역의 모든 스테이지를 완벽하게 통과했습니다.]
[충분한 점수를 획득했습니다.]
[등급 : SSS]
[점수 : 9999++/9999]
[최고의 지름길을 발견했습니다!]
[최단 시간 기록을 경신하였습니다!]
[탑을 정복했습니다!]
[진 보스를 사냥하였습니다!]
[히든 보스를 사냥하였습니다!]
[한계 이상의 점수를 획득했습니다.]
[불가능한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특별 보상이 주어집니다.]
“오케이! 또 SSS급이구만!”
몇 번을 받아도 즐거운 최고의 등급!
“난 SSS급 언데드다.”
이제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마계의 왕이 된 언데드가 최강이 아니라면 누가 최강이겠는가!
— 띠링!
그때 추가 보상이 주어졌다.
[보상으로 ‘VIP 통행증’을 획득했습니다.]
우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중간 구역을 스킵할 수 있는 통행증을 획득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보상이 주어졌다.
[최단 시간을 경신하여 특별 보상이 주어집니다.]
[’마계성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이제 마계성을 지나는 모든 도전자들이 ‘정문’ 등의 장소에서 납부하는 금액의 일부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납부? 아, 임프들을 말하는 거군.’
다시 말하면 성의 임프들이 모두 자신의 부하가 되는 셈이다.
그들에게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것이다.
“그건 됐고. 놈들이 사기나 못 치게 해다오.”
그러자 시스템이 그의 요구를 보다 분명한 명령으로 받아들였다.
[임프들의 행동 양식을 ‘평화’, ‘정직’, ‘질서’로 변경합니다.]
“오케이, 이래야 내 마계성이지.”
이제 모험가들이 임프들에게 쓸데없이 시간과 돈을 뺏기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을 돌아본 그가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 후우우웅!
새로운 중간 구역이 그를 맞아주었다.
거대한 대리석 다리가 구역을 잇고 있었다.
흰색의 다리 위로 아름다운 풍경이 보였다.
신들의 대지로 가는 듯한 신비한 광경이었다.
5구역으로 가는 중간 구역이며, 이런 모습이 5구역까지 이어진다.
‘영광의 땅.’
5구역의 특징은 모든 마물이 극도로 강해진다.
지금까지도 계속 강해진 마물들이 여기선 단숨에 몇 배가 상승한다.
즉, 자격이 없으면 단순히 일반 마물을 사냥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최강자들의 구역인 것이다.
— 피슝!
중간 구역을 굳이 헤맬 필요는 없으니 VIP 통행증을 사용했다.
일행이 순식간에 5구역의 입구로 향했다.
그의 눈에 거대하고 아름다운 대지가 들어왔다.
중심부의 마지막 장소.
최후의 구역이었다.
‘드디어.’
모든 분노와 원망.
슬픔과 한.
좌절과 실패.
그리고 죽음까지.
아무 것도 버리지 않고 모두 다 끌어안았다.
전생의 모든 것을 계승해 이번 생을 살아왔다.
그렇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5구역이구나.”
이곳에서 해야할 일은 크게 3가지였다.
첫째로 우선 흡혈귀 왕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복수.
일곱 명의 강자들에게 자신의 핏값을 받아내야 한다.
마지막은 전생에서부터의 숙원.
월드의 끝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는가.
그걸 알아봐야 했다.
‘일단은 흡혈귀 왕인가.’
최후의 구역은 강자들만 버틸 수 있는 난이도를 가진 대신 전반적인 성장 속도가 상승하는 신비한 지역이다.
따라서 왕격을 노리는 고위 마물들이 모여들고 선두들은 그걸 노리고 거대한 사냥을 준비한다.
흡혈귀 왕도 그런 고위 마물 중 하나였다.
우진이 눈을 감고 영광의 땅의 지리를 감각으로 받아들였다.
‘공간전이술을 사용해서 단숨에 나아간다.’
여기서 그는 대마법사 테리온의 매스 텔레포트를 처음 보았다.
우진을 스카우트해 돌아온 파티장.
그를 기다리던 다른 파티원들이 테리온의 대규모 공간이동 마법으로 단숨에 자신들의 근거지로 돌아간 것이다.
그때는 그저 테리온의 강대한 마력에 감탄하기 바빴지만...
이 기억은 이제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게 너희들이 저지른 최악의 실수다.’
놈들의 소재지를 알고 있다는 것.
몇 년이나 머무르며 5구역의 강력한 벽을 뚫으려 했던 일곱 천재의 근거지를 알고 있다는 것.
그게 우진의 복수를 성립시킬 것이다.
하지만 일단은 흡혈귀 왕을 만나야 했다.
당연히 걸어갈 이유는 없었다.
테리온처럼 공간이동을 사용해서 갈 것이다.
자신은 이제 그를 뛰어넘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으니까.
또한.
이미 그곳의 위치는 머리에 새겨놓은 것처럼 선명하기에.
“청룡지세(靑龍之勢). 공간전이술(空間轉移術).”
— 훙!
우진과 르쉬가 공간을 넘어 어딘가에 도착했다.
그건 고대 유적이었다.
정확히는 버려진 유적이었다.
“여기는....”
“흡혈귀의 왕이 되었던 자가 살고 있는 곳이다.”
우진의 목적지는 유적 자체가 아니라 그 뒤편의 산에 있었다.
일행이 산 중턱의 통로를 지나 지하로 향했다.
자신이 최후를 맞이한 장소였다.
— 쿠구구구....
지하 깊은 곳에 다가갈수록 거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직 왕격은 없는 흡혈귀 왕. 하지만 분명 지금 시점에서도 충분히 강하다.
자신의 영역에서 고유 스킬 ‘영역 지배’를 발동한 채 힘을 키우고 있으리라.
‘어찌보면 너도 지극히 성실하게 미래를 꿈꾼 존재였지.’
흡혈귀 왕은 원수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살고자 하는 집념 덕분에 자신이 두 번째 기회를 얻게 되었기에.
우진이 주변을 둘러싼 힘의 장막에 감탄했다.
‘과연 온갖 술수에 능하군.’
정신 지배는 물론이고 다른 술수에도 능하던 강력한 마물.
그가 쳐놓은 결계를 온전히 힘으로 돌파하며 일행이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지하 깊숙한 곳에 도달했다.
— 또옥....
작은 물방울 소리가 들려오는 깊은 공동.
명상에 잠겨 있던 흡혈귀 왕이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그의 앞에 서 있는 두 명의 존재.
흡혈귀 왕이 차마 누구냐는 말조차 하지 못한 채 긴장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쳐놓은 최상급 결계가 인지조차 못한 사이 뚫렸다.
그리고 코앞까지 침입자가 다가오는 것을 허락했다.
명백한 강자.
압도적인 강자였다.
그때 그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존재가 입을 열었다.
“난 우진이다.”
한때 동시에 죽었던 두 인간과 마물.
그들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다시 재회했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5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