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51 >
“마... 마계왕!”
우진의 말에 르쉬가 놀랐다.
원래도 호탕한 성정이던 자신의 총대장.
하지만 마계라니 이건 차원이 다른 얘기였다.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르다!
허나 우진의 생각은 확고했다.
‘어차피 내 복수는 단순한 칼부림 이상이 될 것이다.’
이건 더욱 완벽한 복수를 위해서다.
단 하나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는, 반격을 꿈도 꿀 수 없는 복수.
놈들에게 절망만을 안겨줄 그런 징벌을 위해서였다.
“마계왕(魔界王)의 복수를 감당해보아라.”
자신의 격을 한층 끌어올리고자 하는 자.
그 한이 없어 무한을 꿈꾸는 자.
우진이 서늘한 표정으로 VIP 티켓을 들어 올렸다.
목적지는 마계.
목표는 정복이었다.
‘월드 역사에 이런 목표를 가졌던 자가 있을까.’
이건 일반적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대모험.
마계의 최심부로 간다는 건 농담으로도 하지 못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진은 정말로 갈 생각이었다.
그것도 마계를 완전히 굴복시키러 가는 것이다.
이는 모두 세 가지 믿음 덕분이다.
첫째. 자신의 현재 전투력이 대공급을 압살할 정도기에.
둘째. 계승으로 전투를 거치며 점점 강해질 수 있기에.
셋째. 무한의 스태미너와 융합이라는 사기급 회복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이 셋을 합치면 난 그냥 마계에 나타난 멸망의 혜성이 되는 거지.’
대공급이 자유롭게 풀려나면 월드에 종말 수준의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은 그보다 더 강하다.
압도적으로 강하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그렇기에 반대로 마계 쪽에 소멸의 공포를 알려줄 생각이었다.
그가 VIP 티켓을 넣고 해골에게 말했다.
“마계의 최심부로 보내다오.”
— 덜그럭....
<소원이... 접수되었습니다.>
전송은 순식간이었다.
일행이 연기로 이루어진 어둠의 터널 같은 곳을 빠르게 스쳤다.
다음 순간 그들은 새로운 장소에 서 있었다.
마계였다.
르쉬가 놀랐다.
“이... 이곳이...!”
“마계다. 돌아가는 길은 우리가 나온 게이트 뿐이지.”
뒤편의 게이트를 바라보는 르쉬.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곳은 완전히 다른 세계.
저 게이트가 닫히면 돌아갈 수 없다.
그건 우진도 마찬가지였다.
VIP 티켓의 능력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곳은 마계의 최심부.
게이트는 최대 3일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난 여기 하루 이상 머무를 생각이 없거든.”
지금부터 매초마다 성장을 거듭하며 결국 마계가 줄 수 있는 모든 영양분을 집어 삼키리라.
그리고 더욱 강해져서 돌아갈 것이다.
— 휘오오오....
진득한 어둠이 깔린 곳. 저 멀리 하나의 성이 보였다.
4구역의 마계성을 닮았다.
허나 더욱 압도적인 크기였다.
그 외에는 새까만 허허벌판이 전부였다.
“이러니 심심해서 안달이 날 수밖에 없지.”
자신이 재미있게 놀아주기로 했다.
“일단 이거부터 받아 봐라, 악마놈들아.”
새로운 무기인 ‘흑창’을 던져서 선공을 날리는 우진.
“거대화.”
특수 능력을 발동한 뒤 어둠을 잔뜩 실어 던졌기에 거대한 공성추가 날아가는 기세였다.
— 쿠우웅....
거창이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바닥에 꽂혔다.
그리고 주변으로 역장을 만들어 냈다.
“내 인사다.”
— 크아아악...!
근처에 있던 하급 악마들이 창이 뿜어내는 역장에 휘말려 죽었다.
그리고 근방의 모든 하급 악마들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목표를 발견한 짐승의 눈빛이었다.
안 그래도 게이트가 열린 것을 알아차린 놈들.
사냥감을 찾던 놈들이 흥분한 상태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거대한 하급 악마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것은 기세만으로도 끔찍한 위압감을 뿜어냈다.
그 악마의 파도 속에서 우진이 힘을 끌어올렸다.
“덤벼라, 마계여.”
힘을 아끼지 않아도 되는 전장.
모든 힘을 다 써도 끝없이 최상급 포션이 수급되는 전장!
우진이 꿈꾸던 싸움터였다.
“내가 너희를 모조리 죽이고 먹어서 마계를 굴복시키겠다.”
그리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흐아아압!”
“이야아아!”
— 쿠구구궁!
르쉬와 함께 커다란 하급 악마들 수십을 간단하게 처리한 우진.
과거 한 마리의 하급 악마를 상대로 고전하던 것과는 다르다.
르쉬도 그때처럼 구경꾼이 아니라 더없이 든든한 동료가 되어 함께 싸우고 있었다.
둘 다 믿기 힘들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그렇게 하급 악마를 모두 정리하자, 그 다음으론 지성이 있는 중급과 상급 악마들이 몰려왔다.
“화끈한 인간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정말이구나!”
마계의 검은 하늘을 가득 채운 중, 상급 악마들.
그 수는 족히 수백이었다.
우진이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그건 미소였다.
“반갑다. 악마들아.”
모든 힘을 끌어올리는 우진.
그의 전신에 터질 듯한 힘이 어른거렸다.
악마들이 경악하여 달려들려는 순간.
“청룡지세(靑龍之勢). 우주홍황(宇宙洪荒).”
우진의 몸에서 끝을 알 수 없는 힘이 퍼져나갔다.
그건 설령 청룡 자신이 와도 펼칠 수 없는 극상의 기예였다.
[상대방의 어둠을 완벽히 계승합니다.]
[상대방의 어둠을 완벽히 계승합니다.]
[상대방의 어둠을 완벽히 계승합니다.]
.
.
[상대방의 어둠을 완벽히 계승합니다.]
모든 악마가 일시에 사라졌다.
순간 우진이 탈력감을 느꼈으나 이내 적들의 모든 어둠이 빨려들며 회복되었다.
몸속에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상승감.
대성장을 이룬 것이다.
놀랄 것은 없었다.
이러려고 찾아온 마계니까.
다시 저 멀리에서 악마들이 충원되었다.
“너무 넓군. 또 너무 많아.”
이대로는 끝이 없다.
결국 다시 기운을 끌어모은 우진이 거대한 사자후를 터트렸다.
악마들이 환장을 할 만한 얘기였다.
“여기서 가장 강한 놈 나와!”
*
마계성에 소식이 알려졌다.
우진이 나타나니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갑자기 나타나 악마들을 도살하고 있는 침입자.
그런데 그 힘이 역사에 등장한 적 없이 불가사의했다.
이건 최소한 대공급 모두가 오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었다.
아니, 그것으로도 부족하다.
힘에 대한 탐욕도 있지만 압도적인 힘에 대한 경의도 있는 종족.
그렇기에 악마들은 생각보다 체계적인 질서를 지녔다.
우선 권좌에 앉아 있는 오(五) 대공.
진마들은 도열하여 좌우에 서 있었다.
순수한 힘의 차이로 정해진 서열이었다.
진마 하나하나가 모두 초월적인 존재들로 각기 월드에 지옥을 강림시킬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 이 장소는 평범한 인간이 접근했다간 그대로 미치광이가 되어버릴 공포의 전당이었다.
왕은 없었다.
자신들끼리도 인정할만한 존재가 없었기에.
직위는 ‘장로’라 불리는 존재가 가장 높았다.
장로는 명칭과 다르게 늙은 모습이 아니고 젊은 청년이었다.
그 자리까지 올라가기 위해 수많은 전투을 거쳤고, 거기서 빨아 먹은 상대의 생명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름의 질서를 지니고 살던 놈들.
지금까지 극도의 권태에 빠져 있던 그들이 혼란에 빠졌다.
장로가 말했다.
“베즐렉. 지금은 자중해야 한다.”
그러자 베즐렉이라 불린 강대한 악마가 화를 냈다.
“그러니까 내가 처리한다고! 고작 인간 하나잖아!”
사상 초유의 사태.
현 마계 최강자, 베즐렉.
그조차도 침착함을 잃고 말았다.
가장 강하다는 건 가장 많은 전투를 거치고도 끝까지 살아남았단 뜻이다.
그렇기에 그는 단순하지 않았다.
그는 지혜롭게 폭력적이었다.
또한 장로 같은 직책을 귀찮아했다. 그렇기에 전대 최강자인 장로에게서 직위를 강탈하지 않았다.
즉, 장로 직위를 거부한 것이다.
위계와 법도가 흔들릴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힘이 곧 법이기에 그런 ‘게으름’조차도 용납이 되는 것이 마계였다.
그때 명목상 우두머리인 장로가 말했다.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한다.”
— 쿵!
“젠장...!”
결국 대전의 기둥 하나를 박살내는 것으로 화를 다스리는 베즐렉.
그러나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장로 또한 악마의 본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 그가 저렇게 심각하게 얘기할 정도면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세상에서 싸우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종족이라지만, 힘으로 획득한 장로의 권위는 인정해주는 것 또한 본능이었다.
누구도 더 말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베즐렉조차 말을 하지 않았다.
모두가 마계의 위기라는 사실에 동의한 것이다.
마침내 장로가 선언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전원이 간다.”
대공급 서른 개체.
그리고 장로와 베즐렉까지.
그들 모두가 ‘재해’를 상대하기로 했다.
악마들이 날아올라 침입자에게로 이동했다.
침입자라는 명칭부터가 어색했다.
마계가 월드로 침입한 것이 아니다.
월드에서 마계로 침입을 해왔다.
몰래 악마 몇을 잡고 힘을 키운 뒤 도망치려는 것이 아니라, 대놓고 선전포고를 하며 쳐들어온 것이다.
게다가 이미 수백의 악마를 잡아 먹고 성장하여 손쓸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상태였다.
— 쿠구구궁....
평야에 내려선 악마들이 침입자를 보며 경탄했다.
‘저, 저것이... 단신으로 마계를 위협하는 존재....’
실제로 본 침입자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진마를 벌레로 여길 수 있는 강자다....’
장로조차도 속으로 침음을 삼키게 만드는 괴물.
그때 우진이 말했다.
“네가 우두머리냐?”
그는 수십의 대악마들 앞에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그들 모두를 기세로 압도하고 있었다.
그때 장로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스스로도 힘에 대한 예우를 받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도 지고의 강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기로 했다.
“장로라고 불러주시오.”
우진이 말했다.
“난 여기 월드의 주민으로서 새로운 협정을 제안하러 왔다.”
뜻밖의 말에 장로의 눈이 커졌다.
“새로운 협정이라면...?”
“너희들이 월드 쪽에 안 넘어왔으면 좋겠는데. 한 놈이라도 올 때마다 도시가 하나씩 날아간다고. 너희야 재밌어서 하는 일이지만 우린 정말 끔찍한 재난을 겪는 기분이거든.”
잠시 생각을 정리한 장로가 답했다.
“발전과 성장이 인간의 욕망이라면, 우리 또한 파괴와 정복이 욕구일 뿐이오. 그걸 해소하고 싶을 뿐인데 협정이 의미가 있겠소?”
우진이 박수를 쳤다.
“그래, 너희는 솔직해서 좋다. 차라리 그게 낫지. 근데 너희도 그냥 마계에 있는 것들을 부수면 되지 않냐? 꼭 월드로 와야 해?”
그러자 장로가 옆에 있던 대공급 악마를 손가락 하나로 죽였다.
기파가 깔끔하게 악마의 머리를 관통했다.
“그건 매일 하는 일이라 지겹소만.... 보다시피 우리에게 일반적인 논리는 통용되지 않거든.”
같은 편인 악마를 죽이고도 장로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우진도 놀라지 않았다.
놈들은 싸우지 못하는 걸 고통스러워 하지,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좋다. 협상은 결렬이고. 그럼 이제 하나 밖에 안 남았네.”
우진이 자세를 잡고 투기를 드러냈다.
힘.
힘을 통해 서로의 의지를 겨루는 것이다.
우진이 호기롭게 말했다.
“동시에 덤벼도 좋고, 자신 있으면 너희 중 가장 강한 놈이 나와도 좋고. 편한대로 해라.”
그때 가장 강한 기운을 가진 놈 나섰다.
척 보기에도 최강자처럼 보였다.
“내가 하겠다. 이의 있는 놈은 힘으로 의사를 표해라.”
몇 놈의 악마가 나섰지만 가장 강한 기운을 가진 악마가 가볍게 제압했다.
놈이 말했다.
“난 베즐렉이라고 한다. 네 이름은 뭐지?”
이름을 가진 악마는 굉장히 강하다.
단순히 파괴의 욕구만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를 정의내릴 수 있는 지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오래 살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우진도 그것을 알기에 상대를 차분히 살폈다.
그리고 답했다.
“난 우진이다.”
“우진. 네 이름은 기억해두마.”
마치 자신이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듯한 오만한 말.
그 말에 우진도 진지하게 답했다.
“나도 네 이름을 기억해주마.”
일단 해방 상태의 진 흑참도만으로 상대하기로 했다.
날개를 펴고 쇄도하는 악마.
너무 빨라서 우진조차 감탄하게 만들었다.
“강하네. 이대로는 좀 힘들겠어.”
우진도 어둠의 투기를 끌어올리고 변신했다.
— 콰드드득...!
순식간에 검푸른 피부의 언데드가 된 우진.
사익의 날개가 초속의 기동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어둠의 힘은 도대체.......”
마계 최강자마저도 경악하게 만드는 어둠의 힘이 흘러나왔다.
우진이 놀란 그 얼굴을 보며 웃었다.
“이 정도로 놀라면 곤란하지.”
다시 신수의 힘까지 발동하는 우진.
그의 눈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사신지세(四神之勢). 신수지왕(神獸之王).”
그 순간, 모든 신수의 힘이 우진에게 강림했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5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