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50 >
“비밀은 가끔 뻔한 곳에 숨겨져 있는 법이지.”
우진이 최후의 전당의 모든 석상이 들고 있는 무기를 잡아당겼다.
— 쿠구구궁....
그러자 오망성이 깔린 바닥이 갈라지며 기계 장치가 나타났다.
장치를 작동시키자 등장한 것은 계단.
거대한 나선형의 계단을 계속해서 내려가면...
깊은 지하의 공동이 등장한다.
거기서부터 무시무시한 마기(魔氣)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이 이곳 마계성의 ‘진정한 비밀’이 담긴 장소.
히든 보스의 거처였다.
“우선 계단을 내려가자꾸나.”
“예!”
[히든 에어리어에 접근합니다.]
전생이라면 있는 걸 알아도 피했을 놈이다.
이번엔 즐거움을 느끼며 잡으러 가고 있다.
‘히든 보스를 잡으면 어마어마한 보상을 얻을 수 있지.’
그건 바로 악마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물건.
VIP 단계의 마계 티켓.
그걸로 마계 아이템을 강화하거나...
혹은 마계의 가장 깊은 곳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다.
‘내가 드디어 놈을 잡으러 가는구나.’
전생에 이곳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바로 가이저헤드 덕분이었다.
일격으로 우마왕을 간단히 제압한 가이저헤드.
그가 도끼의 피를 털며 말했다.
<4구역에 온 김에 녀석이나 잡고 갈까?>
그가 가리키는 것은 아래의 지하였다.
그러자 투신 진광이 동의했다.
<그래... 우리 셋이 힘을 합치면 쉽게 잡을 수 있겠지.>
그때 누군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빙글빙글 웃는 파티장이었다.
<우리에겐 손님이 있잖나. 누굴 지키면서 강적과 싸울 이유는 없지.>
웃고 있는 얼굴이었지만 명백한 거절이었다.
모두가 우진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표정은 좀 미묘했다.
처음 말을 꺼낸 가이저헤드가 상황을 정리했다.
<그럼... 다음에 잡는 걸로.>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는 우진.
그에게 가이저헤드가 재밌는 얘기를 하듯 히죽거리며 들려주었다.
<이 성의 지하엔... ‘대공’이 기다리고 있다.>
정상적인 방식으론 월드에 현신할 수 없는 ‘마계’의 존재.
그가 히든 보스로 등장한다고 한다.
놈을 잡으면 어마어마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주었다.
하지만 우진을 두고 싸우기엔 약간 곤란한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마계성 심부에 우진을 두고 따로 지하로 내려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난 시작부터 그들의 짐이었군.’
이제는 다르다.
그들조차 충분히 고민한 후 사냥하는 초강적.
자신은 혼자만의 힘으로 잡을 것이다.
“르쉬, 고맙다. 네 덕에 난 아무 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거든.”
함께 이동해도 아무런 걱정이 되지 않는 자신의 든든한 수하.
짐 덩어리 따위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동료’다.
“예! 저도 감사합니다!”
힘차게 달려가는 일행.
— 휘오오오....
그들이 마침내 아주 깊은 지하에 도착했다.
지저 세계라고 불릴 만한 깊이였다.
마계성과는 별도의 공간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마계성도 불길한 기운이 넘쳐났지. 여긴 그보다 몇 배는 심하다.’
대공은 진마 중 특별히 강한 존재가 등장하는 곳.
힘에 합당한 자리를 부여받을 자격이 있었다.
‘게다가 지형도 매우 복잡하다.’
미로와 같은 형태였지만 그에게 길찾기는 문제가 아니었다.
“정답을 알려다오.”
— 치리링...!
백색 광채.
지신의 축복이 발동했다.
거기에 강화된 전지의 감각이 함께 하자 순식간에 지하 미로를 돌파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공간이 나타났다.
그건 지금까지의 잘 다듬어진 흑색 벽과는 달랐다.
거대한 공동(空洞)이었다.
입장부터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보통은 우연히 길을 찾아도 여기서 돌아가리라.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악한 기운에 자신도 모르게 도망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진은 그냥 전진했다.
“어두워서 분위기가 좋네.”
들어가니 이번엔 바닥에 붉은 육망성 그려져 있었다.
정말 피로 새긴 듯한 술진이었다.
그때 대기가 흔들리면서 경고 알림이 떴다.
[히든 보스 에어리어!]
[주의! 일반적으로는 이길 수 없는 상대입니다.]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으면 돌아가십시오!]
“준비는 아주 오래 전에 끝났다.”
우진이 한 발자국을 더 내딛었다.
그리고 육망성에서 무언가가 소환되었다.
너무나 순식간이어서 원래부터 거기 있었던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오랜만의 도전자로구나.”
마치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순식간에 출력된 것처럼 나타난 존재.
‘대공’이 월드에 현신했다.
대공급 악마의 압박감은 과연 대단한 것이었다.
협정으로만 등장할 수 있는 초강력한 상대.
마계성의 히든 보스.
월드와의 계약으로 딱 1마리가 넘어올 수 있다.
상급 악마보다 한 단계 높은 것이 진마.
최고의 귀족들이다.
그들 중에서도 가장 강한 존재가 ‘대공’이었다.
‘일종의... 마계에서 파견을 온 보스 대행이지.’
파견 업무라니, 우진 입장에선 굉장히 귀찮을 것 같지만 마계에선 서로 오지 못해서 안달이라고 한다.
‘하긴... 임무 자체가 ‘싸움’이고, 정당하게 월드에 놀러올 수 있는 일이니까.’
대공 정도나 되는 힘이 있어야 차지할 수 있는 최고의 유희.
그야말로 즐거운 싸움이 알아서 굴러들어오는 최고의 자리!
하지만 놈은 어딘가 귀찮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싸울 거냐?”
우진이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히든 보스까지 잡아줘야 마계성 공략이 끝나는 거니까.”
그 말에 놈이 하품을 했다.
“마계성은 무슨.... 지배자가 진마 반도 안 되는 허접한 동네가 무슨 마계냐?”
아무래도 지난번 도전자가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때였다.
“어라?”
뭔가를 알아차린 듯 우진을 다시 보는 대공.
“너 그 어둠은 뭐냐?”
우진이 씩 웃었다.
“이거? 나도 악마거든.”
상대가 놀랐다.
그 눈에 희열이 차올랐다.
“오호...? 어둠을 쓰는 상대라! 이번 싸움은 재밌겠구나!”
우진의 문답무용 펀치가 날아갔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군. 대공급 실력 좀 보자.”
— 콰과과광!
거력이 실린 우진의 주먹.
대공이 어둠의 배리어를 아주 얇게 둘러서 막았다.
마치 종이에 막히는 기분이었으나 그 방어력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처럼 느껴졌다.
우진이 씩 웃었다.
“배리어를 잘 쓰네?”
“몇백 년 정도 쓰다 보면 이렇게 되는 법이지.”
그때 대공이 어둠의 통로를 발동했다.
모든 악마들이 쓸 수 있는 능력이지만 이건 그리 단순한 게 아니었다.
일단 발사되는 좌표가 본인의 몸이 아닌 외부였다.
그것도 공간을 가득 채울 듯한, 사각을 없애려는 수십 발의 공격!
그 목표물이 된 우진이 빙긋 웃었다.
“이거 나도 해본 적 있지. 그리고 약점을 알아냈다.”
그가 회피조차 없이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공간을 왜곡시켜서 적의 기술을 막았다.
— 콰콰콰쾅!
수많은 공격이 우진 근처에는 다가오지도 못했다.
완벽히 무효화된 통로들.
청룡 수준의 방어 능력.
아니, 그걸 뛰어넘은 몇 단계 위의 방어술이었다.
대공이 감탄했다.
“넌... 공간의 힘을 다루는구나? 마력이 상당히 많이 필요할 텐데? 인간이 그게 되냐?”
사막벌을 먹은 우진이 씩 웃었다.
“알아봐주니 고맙네. 근데 나 인간 아니다.”
그러자 진지하게 기세를 끌어올리는 대공.
싸울 수만 있으면 아무래도 좋다는 얼굴이었다.
“그럼 이제 제대로 놀아볼까?”
대공이 진마 투기를 뿜어냈다.
우진도 그에 맞서 투기를 뿜어냈다.
그 기세는 놀랍게도 우진이 우위였다!
“범상치 않아... 정말 신기해...!”
말과는 다르게 히죽거리며 웃고 있는 대공.
그때 우진이 선공을 날렸다.
그가 존재하는 곳을 제외한 모든 곳에 무형지기가 넘실거렸다.
“으가가가각!”
고통을 느끼면서도 회피 대신 공격을 택하는 대공.
그때 우진이 허공을 푹 찔렀다.
그리고 공간을 뛰어넘어 등장한 진 흑참도가 놈의 가슴을 뚫고 나왔다.
“어......?”
그 뒤에 있는 것은 악마의 휘장.
버프를 받은 진 흑참도가 핏빛으로 물들어 서늘하게 번쩍였다.
“자잘한 고통을 신경쓰면 큰 한 방을 놓치는 법이지.”
물론 무형지기가 자잘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대공으로서도 목숨을 걸고 반격에 나선 것이다.
그 틈을 찌른 진 흑참도.
당연히 우진도 승부를 길게 가져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띄운 승부수였다.
“첫 대공의 힘 잘 접수하마.”
순간 우진의 힘이 집중되었다.
— 콰아아앙!
놈의 상반신이 폭발하며 생명력이 모두 소진되었다.
사라지는 대공의 눈에 경악이 어렸다.
“너... 설마... 마계를...!”
미소 지은 우진이 놈의 어둠을 모조리 빨아들였다.
우진의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에 히든 보스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쉽게 사라졌다.
그 감상은 간단했다.
“맛있군.”
보스가 사라진 어두운 공동에서 보상이 주어졌다.
[대악마 살해!]
[대공급 악마를 처치하여 불가능한 위업 ‘마계 명부의 1페이지를 수정하다’를 달성하였습니다.]
[당신의 압도적 위명이 월드에 영원히 새겨집니다.]
[승리의 영광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타오르는 피의 오오라가 나타났다.
[전설 휘장]
[악마 살해자] [3단계]
[이제부터 휘장의 지속 시간과 범위가 증가합니다.]
[특수 능력 ‘악마 감지’가 강화됩니다.]
[특수 능력 ‘공간 결계’가 강화됩니다.]
악마 휘장의 능력이 강화된 것은 물론이고.
[마계 티켓 Lv.5 x 5장이 발부됩니다.]
[마계 티켓 VIP x 1장이 발부됩니다.]
검은 티켓들이 여러 장 나타났다.
“좋은 걸 잔뜩 얻었군.”
즐겁게 웃는 우진.
티켓의 기본 용도는 마계 입장.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건 ‘강화’였다.
‘일단은 무기부터 챙기자.’
[살해한 적의 무기를 획득했습니다.]
[흑창(黑槍)] [마계]
[이 마계의 창은 사용자의 체력을 대가로 ‘거대화’를 시행할 수 있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기이한 흑창.
거대화라는 특수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시험삼아 사용해보았다.
“거대화.”
— 후쿵...!
마치 성의 기둥처럼 변한 흑창.
“이건... 제법 쓸모가 있겠는데?”
좋은 장난감을 얻은 기분이 되었다.
우진이 만족스럽게 흑창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넌 비밀 병기다.”
창을 다루는 법은 알았지만 굳이 무기를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다만 특수 능력을 살려 뜻밖의 한 방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그가 이제 마계 티켓을 쥔 채 정신을 집중했다.
지난 번 이용한 적이 있었던 ‘마계 상점’을 불러내려는 것이다.
— 펑...!
허공에 검은 해골이 나타났다.
놈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우진이 먼저 말했다.
“티켓으로 아이템 교환을 하고 싶은데.”
— 달그락....
입을 덜덜거리다 쩍 벌리는 해골.
<티켓을 넣어주십시오.>
그리고 교환이 이루어졌다.
[마계 아이템 강화권 Lv.5]
[5단계 강화를 가능하게 만든다.]
지난 번과 다르게 최상급 강화권이 5장 튀어나왔다.
그가 우선 자신의 주무장에 강화를 시행했다.
“진 흑참도에 강화권을 사용한다.”
— 후우웅...!
[진(眞) 흑참도를 해방합니다.]
검은 빛이 휩싸이고 흑참도가 아름다운 힘을 뿜어냈다.
— 콰콰콰쾅...!
가볍게 참격을 날려보니 확실히 강화된 자신의 애병.
대흑검과 흑창도 모두 진(眞) 등급으로 올려주었다.
또한 그 다음 단계인 ‘해방’을 실시하였다.
이제 모두 공평하게 2번씩 강화가 된 3개의 무기.
“좋은 느낌이야.”
모두 담을 수 있는 마력과 어둠의 용량이 늘어났다.
— 파지지직...!
대흑검을 시험하는 우진.
예기가 서늘할 정도로 엄청났다.
공간의 힘을 쓰지 않아도 공간을 벨 수 있을 것 같았다.
— 콰콰콰쾅!
모든 ‘질풍참’ 계열도 대폭 강화되었다.
또한 대흑검의 증폭 한계와 흑창의 거대화 능력도 강화되었다.
전력이 대폭 상승한 셈이었다.
‘흠... 이제 티켓은 1장 남았군.’
VIP 티켓만을 남겨둔 우진의 눈이 깊어졌다.
대공이 생각보다 너무 약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단... 마계부터 정리해볼까?’
VIP 티켓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
그건 마계 최심부로 다이브(dive)하는 것이다.
‘어차피 마계는 정복하려고 했으니까.’
또한 이것은 힘을 키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악마끼리는 힘이 오고간다.
흡혈귀처럼.
어둠 보유량을 엄청나게 늘릴 기회인데다, 언젠가 한번은 가서 몸 좀 풀려고 했으니 적기가 찾아왔을 때 놓칠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고 사지에 무모하게 머리를 들이미는 일은 아니다.’
진마 정도야 쉽게 처리할 수 있으니 오히려 마계 측에서 긴장을 해야 할 것이다.
‘뭐... 놈들은 오히려 재밌는 일이 생겼다고 좋아하겠지.’
결정했다.
“가자!”
우진의 위업을 지켜보던 르쉬.
강화까지 넋을 놓고 보던 수하가 황급히 답했다.
“예...! 그런데 어디로 말씀이십니까...?”
우진이 그녀에게 상쾌하게 말했다.
“마계왕이 되러!”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50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