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48 >
이 2개의 탑은 최종적으로 모두 꼭대기까지 정복해야 한다.
그리고 도전자는 자신이 목표로 하는 층을 선택할 수 있다.
언뜻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어차피 끝까지 가야하니까.
‘하지만 중간층을 선택하면 커다란 이점이 있지.’
목표한 층까지 도달하면 회복된 후 밖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층에 익숙해지고 자신의 한계선을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10층이라니?
당연히 탑의 임프도 다소 놀랐다.
“처음부터 10층이라.... 선택은 바꿀 수 없습니다만... 정말 꼭대기층으로 하시겠습니까?”
동시에 시원하게 답하는 우진과 르쉬.
“문제없다!”
결국 임프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열쇠를 주십시오.”
— 후웅!
우진이 임프에게 열쇠를 가볍게 던졌다.
그리고 허공에서 사라진 열쇠.
— 쿠구구궁...!
탑의 문이 열리고 있었다.
“르쉬, 넌 할 수 있다.”
“예!”
우진이 엄지를 치켜 들어주자 르쉬가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그리고 일행이 각자의 문으로 돌입했다.
“좋다, 시작이다!”
— 후웅!
입장부터 평범한 방식이 아니었다.
문을 넘자 마치 순간이동 하듯이 탑의 중앙으로 이동했다.
“다시 봐도 넓군.”
3구역 협력의 땅의 거탑과 비교할 순 없었지만 일반적인 성의 감시탑 정도를 생각하면 곤란했다.
오히려 평범한 성 전체 규모보다 큰 탑이었다.
“순식간에 쓸어주마.”
— 퍼펑!
폭발음을 내며 달려나간 우진.
탑의 저층은 너무 쉬웠다.
달려가며 펼친 무형지기만으로 방어도 하지 못하고 모두 쓰러졌다.
— 콰가가각!
그걸 빠르게 융합으로 먹어치우며 5층에 도달했다.
핏빛 구슬도 빠르게 차고 있었다.
[종족 경험치를 1.5% 획득했습니다.]
[종족 경험치를 2.7% 획득했습니다.]
‘역시 언데드의 천국!’
5층부터는 대(大) 혈강시나 데스 만티코어 등 조금 더 강한 놈들이 나타났다.
단순 방출된 무형지기를 피하거나 방어할 수 있는 놈들.
과연 4구역의 강력한 마물이었다!
하지만.
“빨리 가기 위해 무기를 써줄 테니 영광으로 알아라.”
— 촤르릉!
아름다운 소리와 함께 등장한 진 흑참도.
거대한 혈강시를 일격에 베어버리며 우진의 신형이 나타났다.
[’저주의 시선’을 계승했습니다.]
제법 강력한 정신 계열 능력을 얻었다.
그러나 언령을 다루는 자신이 쓰기엔 너무 약했다.
“다음은 너로군.”
데스 만티코어는 조금 더 강한 적이었다.
인간의 머리에 사자의 몸통, 그리고 전갈의 꼬리를 지닌 거대한 괴물.
언데드 계통이라 몸이 시체와 같고 여러가지 저항 능력이 있었다.
— 스컥!
역시 진 흑참도에 깔끔하게 반으로 갈라졌다.
[’즉사의 꼬리침’을 계승했습니다.]
‘이건...?’
새로운 스킬을 확인한 우진.
즉사라는 거창한 이름과는 확률형 발동 스킬이었다.
그래도 정말 적을 절명시키는 효과는 있었다.
문제는 우진의 모든 공격 또한 그렇다는 사실이었다.
“확률에 기댈 필요 없다. 난 반드시 죽일 수 있으니까.”
그는 어떤 적이든 100% 확률로 죽일 힘과 능력, 그리고 투지가 있었기에!
“다시 가자!”
다시 달려나가는 우진.
그렇게 빠르게 10층에 도달했을 때였다.
특이한 방이 나타났다.
“온통 하얗구만.”
새하얀 꼭대기층은 언뜻 무슨 의도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우진은 무엇이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이놈들은 취향이 다 비슷한 모양이군.”
리치.
놈의 처소가 등장한 것이다.
예전에 들렀던 고대 던전 ‘리치의 고성’ 생각이 나며 반가웠다.
‘사막에서 비밀 석판을 열고 들어갔던 지하 던전이지.’
거기서 첫 진화도 이루었고, 체이서도 얻었으니 처음으로 대폭 성장한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가, 반갑네.’
게다가 여기선 리치 원본이 나오니 더 반가웠다.
물론 같은 놈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딘가 친근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 콰콰쾅!
일단 주변의 방어용 마력 장치들을 모두 파괴한 우진.
라이프 베셀의 위치를 파악했다.
‘라이프 베셀은 저기 있군.’
방의 벽면에 박힌 거대한 구슬 형태의 항아리.
단단한 마력 배리어로 보호 받고 있었다.
그때 리치가 유령처럼 홀연히 나타났다.
[탑의 주인 ‘리치’가 등장합니다.]
분명 아무도 없던 흰 방에 갑자기 등장한 마법적 괴물.
허공에 떠서 마력을 뿜어내며 옷을 펄럭이고 있었다.
공포스러운 강적을 만났으니 겁에 질리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진은 태연히 말했다.
“싸울 거지? 의체부터 불러라.”
뭔가를 말하려던 리치가 우진의 말에 놀랐다.
“의체라고...?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
“너희들의 행동 방식은 2번에 걸쳐서 뼈저리게 배웠거든.”
놈의 호위병인 전투 인형.
의체가 있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었다.
리치도 우진이 보통 도전자는 아니란 것을 알아챘다.
“그렇다면 너에게 친히 절망을 보여주마....”
— 기리리릭....
놈이 정신을 집중해서 의체를 불러내려고 할 때였다.
“체이서.”
우진의 등 뒤에서 무언가가 벼락처럼 튀어 올랐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체이서가 놈을 기습했다.
— 콰콰콰쾅!
난데없는 마력 광자포과 묵직한 육탄 공격에 당한 리치.
“이... 이런... 무슨 이런 어처구니없는......! 크아아악...!”
우진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적이 주문을 다 외울 때까지 기다려주는 바보가 어딨냐? 그래서 난 변신을 아주 빨리 한다.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은 아니더라고.”
— 콰드드득!
변신한 그가 빠르게 진 흑참도를 휘둘렀다.
주문 하나 제대로 써보지 못한 리치가 조각난 시체가 되어 떨어졌다.
— 후두둑!
떨어지는 시체 조각 사이에서 떠오른 반가운 알림.
[리치의 ‘강혼’ 스킬 원본을 계승하였습니다.]
[강혼 스킬이 대폭 강화되었습니다.]
“오! 원본 강혼을 얻다니!”
지금까지 알차게 써먹은 스킬이 한층 강력해졌다.
— 콰콰쾅!
시험 삼아 써보니 정말 확실히 강력하다.
오랜만에 염동력을 발휘하니 손맛도 좋았다.
“그럼 이제 의체를 챙겨볼까?”
강화된 강혼으로 벽의 비밀문을 뜯어내자 각기 4개의 장소에 무언가가 숨겨져 있었다.
놈이 부르려다 실패한 존재들.
그건 바로 전투 인형인 의체!
온전한 의체를 4기나 획득할 수 있었다.
우진이 녀석들을 모조리 밖으로 꺼냈다.
강력한 전투 인형들이 대기만 하다가 상황이 끝나버렸다.
“그러니까 왜 기습을 하려고 하냐. 처음부터 꺼내놨으면 덤벼볼 기회라도 있었을 텐데. 주인을 잘못 만난 죄다.”
강화된 강혼으로 놈들을 테스트 해 보았다.
— 끼긱... 끼기긱....
의체들이 아주 빠릿빠릿하게 말을 들었다.
그러나 어딘가 아쉬운 우진.
“성능이 좋긴 한데... 그래도 체이서만 한 녀석은 없네.”
아무래도 애쉬라인이 개조해준 체이서를 이길 의체는 없는 거 같다.
그냥 엘프 명장에게 선물로 주기로 했다.
좋은 연구 재료가 될 것이다.
그리고 리치의 라이프 베셀을 파괴했다.
<크아아악...!>
놈의 마지막 비명이 들려왔다.
“이걸 안 부수면 다시 부활해서 뒤를 노릴 게 분명하니까.”
여기 들어있는 리치의 영혼.
아마도 숨을 죽이고 우진이 그냥 가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멍청한 인간의 실수를 노리면서!
“내가 조금 돌대가리인 건 사실이야. 하지만 이런 걸 놓칠 정도는 아니지. 흐흐흐흐....”
— 콰가가각!
아예 무형지기로 라이프 베셀을 박살을 내버렸다.
[탑의 주인 ‘리치’를 완전히 제압했습니다.]
마침내 뜨는 알림.
그러자 허공에서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건 요사스럽게 번쩍이는 ‘조각’이었다.
마치 깨진 거울 조각 같기도 했다.
이 성에서 모아야 하는 다섯 개의 물품 중 하나였다.
우진이 그것을 주워들자 알림이 떠올랐다.
[오망성의 조각을 획득했습니다.]
“오케이, 이게 제일 중요하지.”
다 모으면 완전한 오망성이 된다.
그리고 보스전의 열쇠로 쓰인다.
우진이 리치의 시체까지 융합으로 빨아들이고 손을 탁탁 털었다.
“금방 끝나겠군.”
이 공포의 성이 자신에겐 놀이터처럼 느껴진다.
리치를 데리고 논 시점에서 ‘진 보스’와 ‘히든 보스’를 제외하면 모조리 개미를 밟아 죽이는 수준이리라.
‘그래도 언데드 경험치는 생각보다 적게 들어오는군.’
핏빛 구슬은 이제 50%가 조금 넘은 상태였다.
여기서 진화까지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약간은 아쉬운 수치였다.
그가 무언가를 깨달았다.
‘아무래도 이번이 최종 진화인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안 오를 리가 없다.
‘그래... 지금까지 지독할 정도로 안 오르던 종족 경험치가 이렇게 빨리 오르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지.’
실제로 3구역과 비교하면 지금의 상승 속도는 쾌속 성장이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성의 보스까지만 잡으면 진화는 무조건 가능하다.
“긍정적으로!”
기분 좋게 탑을 나선 우진.
얼마를 기다리니 르쉬도 폴짝 뛰어내리며 나타났다.
탑의 정복에 성공한 자신의 수하!
“성공했습니다!”
“오우, 고생 많았다 르쉬야!”
그때 르쉬가 무언가를 내밀었다.
“탑 꼭대기의 마물을 죽이니 이런 것이 나왔습니다!”
오망성의 조각이었다.
“좋다! 역시 내 수하로구만.”
이제 2개가 된 조각. 남은 조각은 3개!
“가자!”
“예! 가자!”
다시 빠르게 이동하는 일행.
— 크워어어어!
외성과 내성 사이에 본 드래곤 한 마리가 길목을 막고 있었다.
“고룡급도 아닌 녀석이 내 길을 막지 마라!”
우진이 자신의 본 드래곤을 마치 기파처럼 쏴서 놈을 공격했다.
— 고오오오오!
북부의 설옥에서 고룡급으로 성장한 어둠의 생물이 적을 가볍게 제압했다.
시원하게 사라지는 적 본 드래곤.
뛰어오른 우진이 허공에 나타난 조각을 낚아챘다.
[오망성의 조각을 획득했습니다.]
“좋았어!”
이제 남은 조각은 2개!
그리고 본관이 나타났다.
— 쾅!
문을 박차고 어두운 복도에 입장한 일행.
빠르게 복도를 진행하는데 앞에서 다수의 마물들이 느껴졌다.
우진이 씩 웃었다.
“이거... 아무래도 메인 디쉬가 등장한 거 같구만.”
번쩍이는 붉은 안광들.
데스 나이트를 필두로 수십의 리빙 아머들이 나타났다.
또한 거대한 살덩이 괴물들이 중간중간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르쉬야, 본관 입구에서 다른 마물이 이곳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해다오.”
“예!”
빠르게 명령을 수행하러 사라진 르쉬.
“그리고 본관은 지금부터... 죽음의 전당이 된다.”
돌아선 우진이 무서운 미소를 지으며 적들을 바라보았다.
— 기이잉....
데스 나이트가 자신의 무기를 휘두르며 음산한 소리를 냈다.
그 뒤의 리빙 아머들도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또한 살덩이 괴물들은 악취와 사기를 뿜어내며 우진을 노려보았다.
“힘을 과시하는 법에 익숙하군. 평범한 모험가라면 아주 도망이라도 치고 싶겠어.”
하지만.
“내게는 통하지 않는다.”
공포스런 마물 군단이 자신에게는 맛있는 먹을거리로 보인다.
수많은 종족 경험치들!
일단 선빵을 날리기로 했다.
“스타라이트. 출력 47929짜리 활이다.”
— 후쿵!
자신의 마나를 모두 담아 발사하는 우진.
무형활 캐논 폼의 신살포(神殺砲)였다.
그가 빠르게 사막벌로 마나를 회복하며 신형을 옮겼다.
— 기기긱!
다급히 회피하는 마물들.
그러나 회피를 마쳤을 땐 이미 늦었다.
1식은 대열을 가르고 적들의 주의를 끌기 위한 미끼에 불과했기 때문!
— 콰드드득!
최대 출력으로 변신한 우진이 열 개의 손톱을 펼치고 날아갔다.
“크아아아!”
— 콰콰콰쾅!
세상 전체가 수십 조각으로 갈라지는 듯한 엄청난 공격!
그리고 대열의 후미에 등장한 우진이 손을 뻗었다.
“현무지세(玄武之勢). 굉룡출두(宏龍出頭).”
본관의 복도 하나가 그대로 암석의 용이 되어 적들을 옭아맸다.
그리고 마침내.
“창룡섬(蒼龍閃)!”
푸른 용을 닮은 거대한 참격이 그 모두를 베고 지나갔다.
심지어 데스 나이트까지 일격에 갈라졌다.
[마물 군단장 ‘데스 나이트’를 제압하였습니다!]
놈에게서 반짝이는 조각이 떨어져나왔다.
[오망성의 조각을 획득했습니다.]
4번째 조각을 챙긴 우진.
모든 사체를 자신의 힘으로 빨아들였다.
그리고.
그의 눈이 번쩍였다.
“왔군.”
전신에 느껴지는 거대한 변화의 징조.
마침내 가득 찬 종족 경험치!
진화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48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