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46 >
우진의 새로운 기술.
창룡섬(蒼龍閃).
공간을 베는 검격이었다.
이걸 사신에게 쓴 이유는 하나.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고 싶었다.
사신이라면 ‘수재’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
자신이 겨뤄야 할 7인의 천재들과 동시에 싸울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아마도 정면승부는 피할 것 같은데.’
자신은 창룡섬의 본질을 정확히 안다.
시전자니까.
하지만 놈의 입장에선 처음 보는 기술이다.
그때 놈이 자신의 방식을 보여주었다.
바포메트를 희생시켜 막은 것이다.
그냥 희생시킨 것도 아니고 스스로 폭발시켜 ‘피격 공간’의 범위를 넓혔다.
그렇게 창룡섬의 위력을 제어한 사신.
그걸 완벽히 관찰한 우진이 감탄했다.
‘역시 강자들은 본능적으로 싸우는 법을 아는군.’
그 찰나의 틈에 사신 본인은 몸을 옮겨 위기를 벗어났다.
그리고 최후의 술수를 준비했다.
최후라고 생각한 것은 대폭발의 징조가 보였기 때문이다.
마력의 흐름을 관찰한 우진의 얼굴이 굳었다.
‘자신의 몸을 터트려서 사방에 피를 흩뿌리는 형태다.’
당연히 그냥 피가 아니다
지독한 저주가 걸린 주술의 피.
‘저건 그냥 봐주고 있을 순 없지.’
자신은 몰라도 르쉬에겐 약간이라도 영향이 있다.
또한 주변의 모험가들이 위험하다.
— 콰드드득!
순식간에 언데드 폼으로 변신한 우진이 놈의 목을 움켜쥐었다.
“멈춰라.”
놈의 전신을 파고드는 공간의 압박.
결계 겸 공격 기술이었다.
그때 잠시 우진의 기운이 약해졌다.
마나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공간의 힘을 다루는 건 역시 쉽지 않군.’
역시 신수 중 최강. 청룡의 힘.
숙련이 필요할 것 같았다.
또한 더 큰 마나를 원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 사신이 환희에 찬 얼굴로 말했다.
“마나가 다 떨어졌구나!”
비술을 통해 몸을 빼낸 놈이 자신의 몸에 마구 상처를 냈다.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웃는 놈.
섬뜩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우진은 차분하게 놈의 몸을 둘러싼 힘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피로 힘을 증폭시키는 혈주술이다.’
놈은 저걸로 온갖 술법을 쓴다.
또한 본인의 스킬인 ‘사타닉 서먼’까지 강화하고 있다.
아까 동귀어진하기 위해 준비하던 폭발 주술을 쓰면 비산한 피를 통해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아마도 저주 계열의 능력.’
그 효과까지는 알 수 없으나 지독한 결과가 찾아왔을 것이다.
‘주술에 쓰이는 건 사신 본인의 피가 가장 강하고... 그 다음은....’
마나의 움직임을 관측하던 우진이 무언가를 깨달았다.
사망한 모험가들의 피가 공명하고 있었다.
그가 빠르게 르쉬에게 명령해서 모두 흡혈하게 했다.
“르쉬! 주변 모험가들의 혈액을 흡수해라!”
“예!”
빠르게 피를 없애버린 르쉬.
상대의 계획을 저지한 것이다.
사신이 잠깐 아쉬워했지만 승기를 잡은 것처럼 기뻐했다.
“어차피 넌 이제 마나가 없다. 하지만 내게는 아직 피가 많지. 이 시점에서 승부는 정해진 것 같은데.”
우진이 피식 웃었다.
“내가 마나를 다 쓴 건 사실이야. 하지만 난 그거 외에도 또다른 힘이 있다.”
그가 목을 뚜둑 풀고 말했다.
“자, 이제 어둠 시작이다.”
사막벌을 먹고 회복해도 되지만 놈의 진정한 절망을 보고 싶었다.
사신이라는 허명 속에서 사람들을 죽이는 일을 즐기던 놈.
무서운 암흑의 투기가 우진의 몸을 감쌌다.
“두 가지의 힘을 다룬다고? 이, 이런 건 불가능한......!”
백호도 놀랐던 마력 방전 후 어둠 풀파워 개방.
이건 필멸자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덮쳐오는 2번째 폭류(爆流)!
“그건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힘이다...!”
“네 방식 또한 마찬가지다.”
결국 뭔가를 결심한 사신.
“흐흐흐흐.... 그래, 여기서 끝을 보자꾸나.”
놈이 지독한 기술을 쓰려고 했다.
자신의 피를 제물로 바쳐 우진의 피를 조종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피가... 피가 왜... 없지...? 넌 도대체 무슨.......”
우진에게는 먹히지 않는 방식이었다.
그가 무섭게 웃었다.
“네가 독해봐야 인간의 독이다. 산 사람도 상대하기 힘든 독으로 어찌 죽은 자를 감당하려 하느냐?”
사신의 눈에 절망이 깃들었다.
그때.
궁극의 육체로 변신한 우진이 쇄도했다.
순식간에 8조각으로 나뉜 사신.
— 푸와아악!
도륙을 마친 그가 공간 결계로 놈의 피를 막았다.
— 치지지직...!
놈의 피가 바닥을 녹이고 있었다.
과연 무서운 술수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손으로 사신이라는 놈을 끝장냈군.’
전생에 자신을 조롱하고 자신의 목숨을 노리던 놈
수없이 많은 생명을 죽여 본인의 힘으로 삼던 놈.
이렇게 하나의 작은 복수가 완성된 것이다.
사태를 정리한 우진이 모험가들에게 충고했다.
“사신 하나를 상대하기 힘들면 저 성에 가는 건 조금 미뤄두는 게 좋을 겁니다.”
저 멀리 악마적인 외형의 성을 가리킨 우진.
— 콰르릉!
때마침 번개가 치며 어두운 성의 윤곽을 밝혔다.
사람들이 겁을 먹었다.
성이 두려운 것인지 자신 앞의 존재가 두려운 것인지 자신들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러나 곧 그가 자신들의 목숨을 살려줬다는 것을 기억했다.
“감사합니다.... 은인이 아니었다면 저희는 모두 저자의 먹이가 되었을 겁니다.”
“별 말씀을.”
가볍게 인사한 우진이 이동했다.
4구역까지 온 자들이라면 더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신과의 만남.
‘사악한 강자’라는 진정한 공포를 맛보았으니 이제 스스로 판단하여 더 성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테니까.
우진이 외진 곳에 멈춰 섰다.
시험해 볼 것이 있었다.
[’사타닉 서먼’을 계승했습니다.]
그건 바로 사신의 스킬.
생각보다 더 특이한 능력이었다.
실제로 다른 차원에서 마수를 소환하는 건 아니다.
사용자의 마력과 스킬 숙련도에 따라 구현되는 일종의 환상체.
그걸 자신의 힘으로 부리는 것이다.
사신은 최종적으로 바포메트를 불러냈다.
“나와라.”
자신이 불러내자...
마신이라 할 만한 존재가 나타났다.
— 쿠구궁.......
하급 악마의 크기에, 진마의 힘을 지닌 파괴의 화신.
바포메트를 직접 본 영향인지 놈의 모습을 조금 닮아 있었다.
하지만 품고 있는 힘 자체는 차원이 달랐다.
“쭉 밀어라.”
우진의 명령에 따라 평원을 달려나가는 마신.
— 고오오오오.......
자신의 스킬이 되니 또다른 변화가 있었다.
‘어둠’마저도 에너지로 사용하는 강력한 스킬.
어둠과 마력을 동시에 소모하지만 그만큼 강했다.
덕분에 평야를 쉽게 돌파할 수 있었다.
온갖 마물이 덤벼들었지만 상대가 될 리 없었다.
물론 르쉬와 자신의 정신 방어 능력이 받쳐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드디어 평야를 다 지났군.’
마침 마력도 떨어졌기에 마신을 돌려보냈다.
기름은 많이 먹지만 출력이 엄청 강한 기술로 생각하기로 했다.
“고생했다. 쉬어라.”
마신이 경례를 척 하고 사라졌다.
“이제 성에 거의 근접했구나.”
성이 가까이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더 접근했을 때였다.
다수의 강자들이 달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수십 명이나 되는 놈들이 집단으로 움직인다.... 뭔가 있군.’
모두가 4구역에 걸맞는 강자들이었기에 더욱 수상한 일이었다.
보통은 저런 기세로 다가오기만 해도 어지간한 모험가는 공포에 질릴 것이다.
‘내가 확실히 4구역에 오긴 왔어.’
분위기나 도전자의 수준이 올라간 것이 확 느껴진다.
그러나.
“너희는 상대를 잘못 만났다.”
문답무용으로 나가기로 했다.
놈들이 모두 살기를 띄고 있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단 몇 놈의 머리를 따고 물으면 된다.
다른 놈들이 술술 불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그 말을 할 머리가 사라질 테니까.
우진의 눈이 흑색으로 물들었다.
“현무지세(玄武之勢). 굉룡출두(宏龍出頭).”
대지의 용이 거대한 화살처럼 전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 콰과과광!
달려오던 그대로 사라진 놈들.
그야말로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사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하게 느껴졌다.
우진이 내뻗은 손을 회수했다.
“힘이 조금 과하게 들어갔나.”
아무래도 놈들의 정체는 다른 녀석들에게 물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괜찮다.
어쨌든 앞을 막는 것을 치웠으니까.
그렇게 조금 더 전진했을 때였다.
성과 아주 가까운 구간.
누군가 앞의 진입로를 점거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붉은 깃발이 보였다.
대량의 병력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다가와서 말했다.
“우리는 혈마교다. 마계성에 들어가고 싶다면 우리의 허가를 받아라.”
스스로 정체를 드러낸 놈들.
순간 우진의 눈이 빛났다.
‘혈마교.’
중심부에서도 나름 이름을 떨친 강대한 세력이었다.
하지만.
“혈(血)과 마(魔). 아주 먹음직스러운 이름이군.”
그의 눈이 환희로 빛났다.
전생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혈마교의 이름.
공포의 존재가 아니다.
고마운 존재다.
피와 마기.
흡혈귀와 어둠 양쪽의 성장이 가능해질 최고의 영양분들!
그가 물었다.
“혹시 앞쪽에서 설치던 놈들도 너희 패거리냐?”
“그래, 정찰조가 돌아오면 네가 아무리 강자라 해도 이 모두를 상대하긴 힘들 것이다. 그러니 지금 현명한 선택을 내려라.”
우진이 애석한 얼굴로 말했다.
“그들은 못 돌아온다. 먼 곳으로 떠났거든.”
“응...?”
그때 무언가를 깨달은 놈들.
“설마?”
— 처처처척!
놈들이 일제히 전투 준비를 갖추고 우진 앞에 섰다.
‘기세는 훌륭하군.’
놈들도 분명 평범한 모험가는 아니다.
모두가 강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수준.
그러나 우진에겐 그냥 4구역의 도적 떼로 느껴졌다.
‘대마법사 테리온이라면 이들을 데리고 놀 수 있겠지.’
하프 드래곤이라고 알려진 남자.
그는 대마법사라는 위대한 호칭과 다르게 노인이 아니었다.
고작 20대의 남성.
그라면 저들을 일시에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마력만으로.
이제 자신도 그런 일이 가능하다.
“난 대마법사보다 강하다. 그러니 너희야말로 현명한 선택을 내리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별 반응이 없는 놈들.
갑자기 대마법사라는 호칭을 입에 올려도 별 감흥이 없는 것이다.
어깨를 으쓱인 우진이 다시 자비롭게 기회를 주었다.
“다시 말하지. 난 사신보다 강하다. 그것도 훨씬.”
그제야 놀라는 놈들.
“사, 사신......?”
혈마교와 사신은 서로 건드리지 않는 암묵적 공생 관계.
단신으로 저 대형 조직과 맞먹은 대단한 존재였던 것이다.
‘저 인간이... 사신보다 훨씬 강하다고...?’
사신의 힘은 인간을 초월한 공포스러운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훨씬 강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얘기였다.
하지만 자신들의 몸을 짓누르는 이 힘은 무엇이란 말인가...!
바로 우진의 공간 능력이었다.
‘마치... 공간 자체가 짓누르는 듯한.......’
그때 압력이 더욱 강해졌다.
‘이... 이대로면 터져 죽는다...!’
몇몇의 눈알이 핏발이 선 채 불룩해졌다.
“크아아악...!”
알 수 없는 힘에 짓눌리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공포였다.
그들이 아무리 사악한 혈마교인들이라 해도 말이다.
“살려주십시오!”
생각이 빠른 놈들부터 결정을 내렸다.
조직을 배신하여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리고 차례로 투항하는 나머지 교인들.
그건 생각보다 많은 숫자였다.
“좋은 판단을 내렸군.”
4구역까지 온 산전수전 다 겪은 놈들.
애매한 판단력으로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이, 이런.......”
교주가 당황했다.
완벽히 복종하던 부하들이 일시에 변심했기에.
저 사내가 그만큼 강하고 압도적이며 초월적인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가 우진을 바라보았다.
우진이 일부러 교주만큼은 공간으로 짓누르지 않았다는 것도 모른 채.
놈이 자신의 본심을 숨기고 말했다.
“흐흐흐... 내가 졌군.”
— 푸와아악!
무시무시한 얼굴로 자신의 배를 찌른 놈.
자결하듯 행동한 것이다.
하지만 우진은 그렇게 순진하지 않았다.
비술을 사용해서 숨이 끊어진 척 했다는 걸 알아챘다.
“그렇게 해서 죽겠느냐.”
뭔가를 알아챈 교주가 황급히 눈을 떴으나.
그가 본 것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힘의 격류였다.
“아... 아... 안.......”
“돼.”
끝까지 사악함을 버리지 못한 자.
그에게 진정한 마(魔)의 심판이 닥쳤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46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