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44 >
청룡이 신음했다.
상대가 공간을 뛰어넘어 자신의 몸에 그어내린 것.
그건 신수 중 최강자로서도 감당하기 힘든 막대한 상처였다.
<어떻게... 그 거리에서.......>
우진이 하늘에서 진 흑참도를 어깨에 걸쳤다.
“길을 열어준 건 너다. 고맙게 생각할 테니 편하게 가라.”
이건 허세가 아니었다.
실제로 공간을 비틀리게 만들어 공격과 방어에 이용하던 청룡.
자신도 그 경로를 이용했을 뿐이다.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방식이라 청룡조차 당황했을 뿐.
우진이 빙긋 웃으며 다시 진 흑참도를 들었다.
“할 수 있는 거 있으면 더 해봐라.”
<무엄한 소리를 하는구나...!>
— 콰콰콰쾅!
그때 다시 덮쳐오는 공간의 압력.
우진이 손쉽게 신형을 옮겨 그 공격을 회피했다.
“이제 안 통한다.”
전지의 감각, 지신의 축복, 심안이 있는 이상 같은 수법에 다시 당할 이유는 없다.
다시 공방이 이어졌다.
그건 세상의 이치를 초월한 강자들의 싸움이었다.
전설이나 신화에 속해야 할 위대한 전투!
우진의 검이 하늘을 가르면 청룡이 공간을 비틀어 막아냈다.
다시 우진의 검격이 집요하게 놈이 추적했다.
그렇게 몇 번의 검격이 번쩍였을 때였다.
수세에 몰린 청룡이 언령을 발동했다.
<어둠에 잠겨라.>
그로서도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힘을 분산시켜서라도 우진을 막겠다는 계책이었다.
— 쿠구구궁....
온 세상이 어두워졌다.
신수의 거대한 마력이 우진을 휘감았다.
어둠이 조여들고 있었다.
그건 마치 우주 공간에 속박된 감각이었다.
마지막 신수답게 과연 강력한 힘이었다.
그러나.
이 감각은 이미 많이 느껴보았다.
전생의 죽음에서도.
이번 생 다시 태어날 때도.
그는 이미 어둠과 한 몸이 되었다.
“난 이미 어둠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 콰드드득!
변신한 우진이 청룡이 펼친 힘의 봉인 속에서 뛰쳐나왔다.
그의 시야는 실제로 봉쇄된 상태였다.
이 막대한 언령을 힘을 전부 떨쳐낼 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본 공간의 경로는 그의 기억 속에 선명하다.
우진의 진마 투기가 발현되고.
수천의 무형지기가 공간의 연결을 따라 하나의 목표를 향했다.
“죽어라!”
검푸른 야수가 포효하는 순간.
— 촤차차차차착!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는 청룡의 육신.
신수가 거대한 신음을 토해냈다.
<어... 어떻게 내 언령을...... 이... 이건 불가능한.......>
“어둠에서 태어나 어둠을 먹고 자란 놈을 어둠 속에 가두려는 게 가능하겠느냐.”
전생에 죽는 순간 자신이 본 것은...
무한의 어둠.
그리고 다시 태어나 본 것 또한 체념의 공간의 어둠.
자신을 여기까지 성장시킨 것 역시 어둠.
바로 지금 이 힘이 어둠이다.
무형지기에 찢겨 나가던 청룡이 외쳤다.
<하, 한낱 인간이 어찌...!>
그런데 그 기세가 어딘가 수상했다.
무언가 최후의 발악을 하는 듯했다.
일대의 모든 공간이 거대한 폭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종의 자폭이었다.
“소용없어.”
우진이 자신의 목걸이를 움켜쥐었다.
전능의 가호를 쓰려던 그가 이내 생각을 바꿨다.
마기의 보호 극(極).
언데드의 육체가 펼치는 방어 능력이면 충분하다.
“이거면 막을 수 있다.”
그때 청룡의 모든 힘을 퍼부은 공격이 시작되었다.
— 콰아아앙!
세상 전체가 사라지는 듯한 공간 폭발이었다.
그 중심에서 우진이 멀쩡한 상태로 나타났다.
이제 청룡에게 남은 것은 핵 뿐.
그곳에서 최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넌 도대체... 어찌하여 죽음의 힘을....... 어찌 죽은 자가 세상을....... 어째서... 어째서 죽지 않는 거냐......!>
발악하는 청룡에게 우진이 스산하게 말했다.
“날 죽일 수 있는 기회는 이미 다른 놈이 써버렸거든.”
그걸 갚기 전까지 자신 죽을 수 없다.
“너도 죽어서 내 힘이 되어라.”
언데드 폼의 우진이 신수의 핵을 향해 쇄도했다.
청룡의 핵이 완전히 소멸했다.
— 퍼퍼퍼펑!
현무가 죽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다만 이번엔 더욱 거대한 무언가가 흩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게 모조리 우진의 몸으로 빨려들었다.
[마지막 신수 청룡을 제압했습니다.]
[월드 최초로 사신수의 힘을 모두 모았습니다.]
[모든 능력의 위력이 400% 상승합니다.]
스킬 뿐 아니라 모든 특수 능력까지 포함된 상승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성장이 찾아왔다.
[청룡의 힘을 계승합니다.]
[반신(半神)의 격을 흡수해 왕격이 강화됩니다.]
[모든 스탯의 효율이 대폭 상승합니다.]
[보유한 스킬의 위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상급 언령의 힘이 강화됩니다.]
또한.
[신수를 복속시켜 그 힘을 이어받습니다.]
[’청룡의 천의(天意)’를 계승했습니다.]
순간 우진의 머리에 방대한 양의 깨달음이 찾아왔다.
우주의 이치.
하늘의 비밀 중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 덕에 새로운 능력을 얻었다.
[‘공간전이술’을 계승했습니다.]
‘공간전이술’이라는 신비한 능력을 터득한 것이다.
잠시 그 명칭에 헷갈리던 우진이 이내 깨달았다.
‘텔레포트!’
대마법사들의 상징과도 같은 엄청난 공간계 능력!
이제 스스로 텔레포트가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공간에 대한 지배력이 더욱 강해졌기에 점멸의 사용 가능 거리가 늘어났다.
다른 모든 이동 기술의 거리도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언령으로 공간에 직접 간섭할 때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이제 신화경의 존재들과 겨뤄도 내가 훨씬 유리하겠군.’
인간의 몸으로 공간의 힘을 다루는 무시무시한 존재들.
중원 출신 최강자들과 겨룰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투신 진광도 내 상대가 되기엔 부족하다.’
우진이 무서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아무도 자신을 막을 수 없다.
그때 하늘에서 무언가가 번쩍였다.
청룡의 핵이 사라진 자리였다.
그게 자신에게로 떨어졌다.
[’청룡의 여의주(如意珠)’를 획득했습니다.]
그의 손에 들린 거대한 구슬.
우진의 눈이 커졌다.
이건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상상하지도 못한 어마어마한 물건.
정말 엄청난 아이템을 얻었다.
여의주라니!
“이 신화 속의 보물이 청룡의 내단이었을 줄이야...!”
놈에게는 날씨를 조종하는 능력이 있다.
아까 등장할 때 간단히 바꾼 하늘의 기상.
세계에 간섭해 자신의 위엄을 드러낸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건 단순히 기후 변화 정도의 능력이 아니었다.
모든 속성에 관여하는 지배의 힘이었다.
그렇기에 이 내단을 흡수하면 모든 속성의 ‘통제력’이 올라갈 것이다.
그가 망설임 없이 가슴에 여의주를 흡수시켰다.
[청룡의 여의주를 흡수합니다.]
우진의 추측을 뒷받침하듯 기분 좋은 알림이 떠올랐다.
[모든 속성의 통제력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온갖 애를 써도 올리기 힘든 속성 통제력.
그게 어마어마하게 상승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놈이 품고 있던 막대한 마력도 자신의 것이 되었다.
우진이 직감적으로 무언가를 느끼고 빠르게 최대 출력으로 변신했다.
— 콰드드득!
사자(死者)의 육신이 된 우진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전신으로 버텨냈다.
“흐으읍!”
[보유한 마나의 효율이 신수급으로 변화합니다.]
[보유한 마나의 양이 상승합니다.]
[현재 마나 : 23464]
[상승량 : 23464]
[합산 수치 : 46929]
이제 4만을 넘어 5만을 향해가는 마나!
자격이 없다면 몸이 터져 죽었을지도 모르는 거대한 힘이었다.
강한 힘에는 그 반동을 버틸 육신이 필요하기에.
그러나 언데드 폼은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최강의 육체였다.
— 파지지직!
검푸른 전신에서 느껴지는 막대한 기운.
청룡의 모든 것이 자신에게로 귀속되었다.
다시 인간형으로 돌아온 우진이 만족스럽게 말했다.
“사신수의 모든 힘. 완벽하게 접수했다.”
백호의 극뢰(極雷).
주작의 초열(超熱).
현무의 굉암(宏巖)
청룡의 천의(天意).
그리고 그들의 격과 마력.
또한 모든 힘을 모든 대가로 전해진 400%의 위력 상승.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힘이 되었다.
사신수를 만나기 전과 후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성장을 이룬 셈이다.
그가 지령으로 르쉬에게 복귀를 명했다.
<르쉬! 돌아와라!>
순식간에 돌아온 흡혈귀가 헐레벌떡 우진 앞에 섰다.
“총대장님! 괜찮으십니까!”
우진이 그 얼굴을 보며 껄껄 웃었다.
“보다시피 멀쩡하구나.”
그제야 안심하는 르쉬.
잠시 멍하더니 허겁지겁 자신이 본 광경을 말했다.
“아까 하늘이...!”
백색으로 물들었다가 다시 청룡 때문에 어두워져 안개가 자욱했으니 놀랄 만도 하다.
르쉬 입장에서는 온 세상이 번쩍번쩍하는 느낌이었으리라.
“그래도 섣불리 돌아오지 않고 잘 버텨주었구나.”
“초, 총대장님의 명령이니 당연히....”
우진이 그녀의 어깨를 다독였다.
“나는 괜찮다.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었으니 안심해라.”
그건 진심이었다.
우진이 아까 본 백의사자를 떠올렸다.
월드의 관리자.
놈은 자신을 인정했다.
그 말은 계승이나 언데드로 변한 종족값은 월드의 입장에서 모두 허용될 만한 변수라는 뜻이다.
변한 건 없다.
설령 문제가 있다 해도 복수를 한 뒤에 생각해도 그만이다.
‘내 목적은 아직 달성되지 않았다.’
아무리 강한 힘이 있어도 해야 할 일을 마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가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건 VIP 통행증이었다.
이 광활한 중간 구역을 스킵하게 만들어줄 고마운 물건이었다.
다음 시련을 넘어설 때가 온 것이다.
‘드디어 월드의 4구역에 가는군.’
지금부터 갈 곳은 5개의 중심부 구역 중 4번째의 장소.
마침내 그곳이 나온다.
‘죽음의 땅.’
마족과 언데드의 땅.
그곳엔 강한 언데드가 수두룩하다.
‘반대로 말하면, 나를 위한 양질의 식사가 준비 되어 있다는 뜻이지.’
입이 찢어져라 웃은 우진이 르쉬와 함께 통행증을 사용해 이동했다.
— 피슝!
어두운 하늘.
그 아래 평야가 있었다.
저 멀리 성이 보인다.
거대한 악마의 성!
[4구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너무나 공포스럽고 음울한 지역.
분위기만으로도 진행을 포기하는 도전자들이 있었다.
뒤틀린 나무들과 을씨년스러운 공기 속에서 일행이 나아갔다.
이곳의 구조는 평야를 돌파한 후 성을 정복하는 것.
— 띠링!
그때 갑작스런 알림이 떠올랐다.
[팬텀의 정신 공격을 상쇄하였습니다.]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자신을 노린 마물의 능력.
우진이 공간을 뛰어넘어 놈을 참살했다.
— 끼에에엑!
평야 어디선가 들려오는 끔찍한 괴성.
숨어서 우진을 노리던 팬텀.
놈이 무엇에 당했는지도 모르고 죽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놈의 스킬이 계승되었다.
[’지독한 원념’을 계승했습니다.]
상대를 미치게 만드는 정신 공격 능력이었다.
충분한 대비가 없다면 강한 모험가도 한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끔찍한 스킬이었다.
이게 중심부의 후반부였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죽음의 공포와 맞닿아 있는 위험한 장소.
‘4구역은 마계와 관련된 지역이라 그 위험성이 더욱 크지.’
언데드의 천국.
정신 공격을 걸어오는 놈도 많다.
전생의 우진이 가장 활약할 수 있었던 곳이기도 했다.
‘여기서 나는... 놈을 만났다.’
전생의 원수. 파티장!
놈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정신 방어 능력이 탁월한 자를 물색하러 왔다.
‘여긴 정신 공격을 하는 마물이 넘쳐나니까.’
스카우트 하기엔 최적의 ‘시험대’였다.
그리고 놈은 자신을 발견했다.
전반적인 전투력은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모험가.
그러나 마음과 정신만큼은 절대 꺾이지 않는 우진이란 존재를 찾아낸 것이다.
그리고 놈은 우진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번엔 내가 너를 찾아가겠다.”
이번 만남은 자신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놈의 죽음으로 화려하게 마무리될 것이다.
우진이 차분하게 놈들의 ‘현재 상태’를 추측해보았다.
‘지금 파티 구성원은 아마도 7명.’
각기 분야에서 최강자들만 모여있는 월드 최선두의 1군.
몇 년 후에는 수가 더 늘어나지만 지금은 아마 핵심 멤버 뿐이리라.
‘핵심 멤버 7인. 놈들만 있으면 된다.’
혼혈 전사 가이저헤드.
불의 마녀 아젤리아.
네크로맨서 카이스.
투신 진광.
고양이 수인 레이카.
대마법사 테리온.
그리고 놈.
파티장.
그들만 죽일 수 있으면 복수는 성립한다.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간 계획.
그때 의사결정권을 지니고 있던 7인의 멤버.
‘놈들이 5구역에서 지체한 시간은 짧아도 6년 가량... 더 힘을 키우기 전에 내가 먼저 놈들을 덮친다.’
그러기 위해 4구역을 최대한 빠르게 돌파할 것이다.
우진이 어두운 평야를 순식간에 가로질렀다.
복수는 이제, 1구역 앞으로 다가왔기에.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4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