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40 >
눈이 덮인 대협곡.
그 거대한 줄다리 앞에서 신비한 일이 벌어졌다.
“컥... 마, 말도 안 되는.......”
거인이 반으로 갈라져 멀어지는 자신의 하체를 보고 있었다.
우진이 손톱을 집어넣었다.
“시험 통과.”
— 쿵......!
놈의 상체가 바닥에 떨어졌다.
우진의 입장에선 그저 손톱을 꺼내 빠르게 그어버린 것 뿐이다.
아주 간단한 해결책이지만 대단히 확실하기도 했다.
월드의 해답.
그건 언제나 힘이니까.
“크으....... 넌 정말... 대단한 놈이구나.......”
“너도 그 지경까지 유언을 남기다니 정말 대단하다.”
마침내 마지막 말을 한 뒤 숨이 끊긴 놈.
“토... 통과다....”
우진이 세 개의 눈을 감겨주었다.
전생엔 보지도 못한 놈이지만....
“막으니 죽였을 뿐이다. 잘 가라.”
세 눈에 네 개의 팔을 가진 수문장.
아마도 어마어마한 능력치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금지(禁地)를 지키는 놈이면 여간 강한 놈이 아니었을 터였다.
애석하게도 우진을 만나 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그때 놈의 스킬이 계승되었다.
[’심안(心眼)’을 계승했습니다.]
‘이건?’
바로 테스트에 들어간 우진.
‘호오... 신기한 능력이군.’
이름처럼 마음의 눈이 뜨이는 능력이었다.
눈을 감아도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이래서 그렇게 무방비하게 자고 있었군.’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고 지형 너머까지도 살필 수 있게 해준다.
즉, 음파 감지의 아득한 상위 호환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군.’
조금 더 특별한 능력이었다.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경계’하고 있었다.
전지의 감각이 거의 예지에 가까운 예민함이라면, 이건 그걸 보조해주는 또 하나의 눈인 셈이다.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계속 주변을 살피는 파수꾼이라고 보면 되겠군.’
심지어 자고 있을 때도 말이다.
실제로 놈의 입장이 되어보기로 했다.
“융합.”
우진이 놈의 시체를 빨아들인 뒤 녀석의 흉내를 내어 기둥에 기댔다.
그가 눈을 감고 주변을 느꼈다.
심안으로 본 세계는 오히려 현실보다 더 선명한 부분이 있었다.
주변에 휘몰아치는 눈보라마저도 모두 보인다.
‘신기하군.’
아마도 자신은 전지의 감각이 있어서 더 강한 효과가 나는 것이리라.
뜻밖에 아주 강력한 능력을 획득했다.
물론 새로운 아이템도 얻을 수 있었다.
— 펄럭....
우진이 놈이 드랍한 물건을 들어올렸다.
검은 외투 형태의 아이템이었다.
‘전설 아이템이군.’
[권신(拳神)의 투의] [전설]
수문장의 격이 상승해서 그런지 전설 중에서도 최상급이 나왔다.
신의 이름이 붙은 건 따로 ‘신급’ 아이템이라고 하여 특별하게 부른다.
자신으로서도 처음 얻어보는 신급 아이템이었다.
‘전생에도 불의 화신 3피스를 얻긴 했지만... 그건 6개를 다 모아야 완전해지니 처음이라고 해두지.’
아마 이 세눈박이 수문장이 보기보다 더욱 강한 존재였던 모양이다.
‘사실 보기에도 좀 강해보이는 놈이긴 했지.’
그래도 우진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다.
자신은 반신들과 힘을 겨루는 존재니까.
그렇기에 근접전에 특화된 이 투의도 필요하지 않다.
‘나는 마기의 보호가 있으니 방어구가 의미가 없다.’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방어 능력.
마기의 보호.
원거리 근거리를 가리지 않고 극상의 방어력을 발현할 수 있다.
따라서 투의에게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었다.
“르쉬야. 이거 정말 좋은 거다. 받아라.”
“또, 저, 저입니까?”
그가 망설이는 흡혈귀에게 농담을 했다.
“너 안 받으면 땅에 묻을 테니 선택해라.”
“바, 받겠습니다!”
르쉬가 아이템을 착용했다.
몸에 딱 맞게 줄어드니 수행을 하는 방랑무사처럼 보였다.
“감사합니다!”
“흐흐, 씩씩한 꼬마 같군....”
르쉬가 겸연쩍게 웃었다.
“아하하하....”
그 모습이 귀여워서 우진도 그만 웃고 말았다.
또한 뿌듯했다.
이제 르쉬도 무기와 방어구, 그리고 회복 수단까지 최상급으로 갖추게 된 셈이니까.
“좋다, 확실히 키우는 맛이 있는 녀석이야.”
그가 씩 웃었다.
“이제 가로막는 것도 없으니 가보자꾸나.”
“예! 가자!”
다리를 가볍게 건너는 두 존재.
얼핏 위태위태한 풍경이었다.
그러나 이런 것에 겁을 먹을 일행이 아니었다.
아주 손쉽게 건널 수 있었다.
건너편에 도착하자 다시 눈밭이 펼쳐졌다.
— 휘이이잉....
아직 북극까지는 멀다.
남쪽 끝에서 주작을 만났다.
다음 신수도 북쪽으로 한참을 가야 얼굴을 볼 수 있다.
‘그때는 지하철을 이용했지.’
지구 구획의 특별한 탑승물.
덕분에 아주 쉽게 남쪽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여긴 그런 게 없다.’
북방엔 그런 편리한 이동 수단이 없기 때문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마침 그에겐 딱 알맞은 것이 있었다.
우진의 오랜 꿈이기도 했다.
“솟아나라.”
그가 차가운 눈 위에 손을 대고 무언가를 뽑아 올렸다.
자신만의 거대한 탑승물이었다.
그건 바로...
“우진의 움직이는 성!”
처음 대지의 힘을 얻었을 때 구상했던 녀석이다.
그때와 마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로 가능하다.
“우와아아!”
놀라는 르쉬.
현실에 나타난 마법의 성은 그만큼 신기했다.
우진도 만족스러웠다.
‘생각보다 더 아름답군.’
정확히는 우진의 움직이는 ‘얼음성’이었기에 더 특별했다.
디자인 감각이 없어서 투박하지만 크기만큼은 거대했다.
또한 신비했다.
영롱한 빛을 내는 얼음의 성은 존재만으로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 이런 거대한 성이 오로지 마력만으로...!”
공중에 떠오르자 그 모습은 더욱 놀라운 것이 되었다.
마력과는 인연이 없는 르쉬조차도 그 강대한 힘을 알아보았다.
진짜 마법사들이 보았다면 경악하다 못해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이 성에 어린 무시무시한 마나를 더욱 뼈저리게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
우진이 과거를 떠올렸다.
‘한때 마법사들을 두려워하던 시절이 있었지.’
미지의 존재.
알 수 없는 힘을 쓰는 강자.
공포의 마법사들!
‘이제는 반대다.’
오히려 그들이 자신을 두려워해야 한다.
대마법사조차 기함을 토할 괴물 같은 마력의 보유자.
이런 거대한 성을 스스로 만들고 움직이게 하다니!
“일단 내부를 좀 봐야겠군.”
대지의 힘과 실체화는 자신의 무의식에 지배를 받는다.
그렇기에 실제 모습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외관은 완벽하지만 내부를 아직 보지 못한 것이다.
“열어라.”
우진이 명령하자 성의 문이 열렸다.
들어가서 구경하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다행히 내부도 진짜 성 같은 모습이 되었다.
월드에서 본 실제 성들보다 더 아름다운 부분도 있었다.
지구에서 살면서 봤던 영화나 만화책의 이미지가 도움이 되었다.
“이제 이동을 시킬 차례군.”
— 쿠구구구....
단순히 띄우는 것과는 또다른 작업이었다.
하지만 고룡급이 된 마나의 효율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성이 정말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공중 요새였다.
“좋다, 계속 같은 방향으로 가면 된다!”
망루에서 시야를 확인하던 우진.
그가 격려하듯 벽을 탁탁 두드리고 내려왔다.
가로막는 것도 없기에 그저 북부로 가면 그만이다.
“우와아아!”
첨탑 위의 르쉬는 눈을 떼지 못하고 사방을 살피고 있었다.
성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진도 수하의 옆에서 잠시 휙휙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 이렇게 거대한 성이 이렇게 빠르게...!”
“흐흐흐... 나도 신기하긴 하구나.”
그간의 어떤 여정보다도 더욱 빠른 속도였다.
이게 바로 캐스케이드와 미련 없이 작별한 이유였다.
첫째는 녀석들에게 미안해서.
마치 5분 대기조처럼 하염없이 자신의 소환을 기다리는 건 매우 피곤한 일일 것이다.
둘째는... 고룡의 드래곤 하트를 먹고 마력이 상승했을 때 느꼈다.
이제 자신은 스스로 캐스케이드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 속도로 향할 것이다.
느껴지는 세 번째 신수의 힘을 향해서.
우진이 홀로 돌아와 식당을 찾았다.
“일단 식사를 하자꾸나.”
“예! 좋습니다!”
이게 바로 성을 만든 이유다.
이동 중에 여러가지 활동을 할 수 있으니까.
잠시 후.
그들이 오손도손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를 끓여서 그릇에 옮겼다.
푸른 얼음의 식탁이 놓인 아름다운 식당.
그런 신비한 식당에서 그들이 먹고 있는 것은?
“이거... 역시 국물이 끝내준다.”
그건 인스턴트 우동이었다.
초열로 튀긴 새우튀김을 곁들이니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식사가 되었다.
깨끗하게 그릇을 비운 두 존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힘을 키울 시간이군.”
성을 만든 진짜 목적.
그건 수련이었다.
마지막으로 진득하게 수련을 한 것이 벌써 꽤 되었다.
또 엄청난 성장을 했으니 힘을 갈무리 할 필요가 있었다.
자신은 계속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끝없이 성장하는데 그 속도가 남들과 차원이 달랐다.
그게 스스로의 염원이기도 했다.
전생과 이번 생 모두 가슴 속 깊이 품은 단 하나의 목표.
그것은 오로지 성장이었으니까.
르쉬도 아슬락의 척살조 270명을 먹어 치우고 제법 힘이 상승한 상태였다.
우진이 너무 쉽게 잡아서 그렇지 그들도 3구역에 어울리는 강자들이었다.
따라서 혈액에 담긴 힘도 상당했다.
그가 수하에게 물었다.
“공작위까지는 얼마나 남은 것 같더냐?”
그러자 고개를 갸웃하더니 정신을 집중한 르쉬.
“대략... 강한 녀석 100명 정도만 더 잡아 먹으면 될 것 같습니다.”
그가 빙긋 웃었다.
“금방이군.”
그가 수련실의 문을 열었다.
“좋다, 먹었으면 소화를 시켜야지.”
중의적인 말이었으나 르쉬는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예!”
“명상과 훈련을 반복한다!”
“우오오옷!”
그렇게 이틀의 시간이 지났다.
*
— 푹....
발이 푹 잠기는 눈밭.
그 위에 두 명의 존재가 내려섰다.
첫 번째는 우진.
그가 손을 휘저어 얼음의 성을 없앴다.
단숨에 사라지는 거대한 성.
“고맙다.”
그의 모습이 어딘가 달라졌다.
그가 눈을 한웅큼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신선하군.”
원래도 깊던 눈빛.
이제는 형언할 수 없는 신비가 깃들어 있었다.
2만의 마력을 완벽하게 다루게 되었기 때문이다.
수련은 대성공이었다.
— 폴짝!
르쉬 역시 새로운 모습이었다.
“와아... 여기 눈은 엄청나게 하얗습니다!”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는 르쉬.
놀랍게도 아무 의식 없이도 눈밭에 자국이 남지 않았다.
답설무흔(踏雪無痕)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그것도 자신도 모르게 말이다!
— 휘이잉!
그렇게 북부의 아주 먼 곳에 도착한 일행.
차가운 바람 속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빙하가 떠 있는 혹한의 바다.
저걸 건너면 북극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전에 처리해야 할 놈들이 있지.”
우진이 멀리서 느껴지는 마물들의 기운을 감지했다.
얼마를 더 나아가자 주변을 감싼 힘의 기류가 바뀌었다
마치 일종의 봉인지처럼 그들을 휘감는 위압감.
주변의 분위기도 흉흉해졌다.
지금까지 그저 자연 현상처럼 불어오던 눈보라.
그것이 이제 명확한 의사를 지니고 그들을 찢어버릴 듯이 덮치는 것이다.
“여기군.”
그곳에 도착했다.
— 휘오오오...!
“설옥(雪獄).”
그가 무서울 정도로 광활한 눈의 대지를 보며 눈을 번쩍였다.
바다에 닿기 위해선 여길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눈의 감옥이란 명칭을 지니게 된 구역.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모험가가 폭풍처럼 몰아치는 눈에 갇혀 버리기 때문에.
그리고 둘째는...
이 수많은 눈이 뿜어내는 귀기.
그 속에 살아가는 마물들이 마치 이곳에 갇혀있는 죄수 같다고 해서.
— 끼야아아아아......!
그때 마침 저 멀리에서 놈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눈의 망령과 설귀들이 덤벼오는 것이다.
수많은 거인들이 만들어내는 울림은 마치 세상 전체가 덮쳐오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탑의 5층 대설원과 비슷한 풍경이었다.
그러나 이곳이 원본이다.
심지어 더 많은 수가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우진은 천천히 어깨를 풀었다.
“여기선 내 힘이 줄어들지도 않고, 오히려 늘어나지.”
탑과 다르게 제약은 없다.
오히려 더욱 강해진다.
궁극의 속성 방어 능력.
빙결 흡수가 있으니까.
이 혹한이 자신을 돕고 있는 셈이다.
“추위도, 마물도 내 상대가 될 순 없다.”
신수를 향하는 자신을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다.
그렇기에.
“초열대선풍진(超熱大僊風陣).”
우진이 바닥에 손을 대고 정신을 집중한 순간.
설옥에 신의 불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40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