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38 >
[6층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후우웅!
탑의 꼭대기에 도착한 일행.
강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또한 바깥 경관이 보인다.
그건 높은 곳에서 바라본 탑 외부, 협력의 땅의 풍경이었다.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이, 이곳은 다른 층보다 훨씬 작고 도전자도 저희 뿐입니다.”
우진이 르쉬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여긴 정확히 말하면 층이 아니다. 마지막 자격을 증명하는 최후의 시험장이지.”
“최후의 시험장...!”
마지막 층이자 옥상.
그것이 6층의 진실이었다.
그때 스핑크스 형태의 지배자가 등장했다.
<어서오너라. 탑의 마지막 시련에 온 도전자들이여.>
인간의 머리에 사자의 몸, 그리고 날개를 지닌 괴물이었다.
거대하고 신비한 외관의 지배자.
정신에 울리는 놈의 목소리만으로도 그 위엄을 알 수 있었다.
‘과연 강하다.’
이 거대한 탑 전체의 지배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전생엔 정말 신을 만난 것 같은 위압감이 느껴졌으나...
‘지금은 그냥 일개 지배자로 보이는군.’
자신도 그만큼 격과 능력이 상승한 것이다.
그때 놈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너희는 수가 부족하구나?>
이곳의 정원은 최소 6인.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상관 없지만, 부족한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때 우진이 정신으로 무언가를 불러냈다.
시험의 바다에서 획득한 권한이었다.
통행증과 그에 딸린 소환권.
SSS급 통행증을 본 스핑크스가 경악했다.
<이, 이것은... 정말로 시험의 바다를 최고 단계로 통과했단 말이냐?>
우진이 씩 웃었다.
“그래. 내게 주어진 이 권리를 여기서 사용하겠다.”
스핑크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크... 크으으으!>
그의 즐거움은 도전자를 패퇴시키는 것이다.
원래라면 수가 부족하다는 걸 빌미로 바로 이전 구역으로 돌려보냈을 것이다.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갖은 고난을 뚫고 겨우 탑의 정상에 도착한 모험가들.
그러나 혹독한 5층의 환경 때문에 수가 줄어들어 6인을 채우지 못하고 튕겨져 나간다.
‘하지만 최상급 통행증이라니...?’
이건 자신보다 상위의 규칙.
감히 부정할 수 없었다.
<허, 허가한다...!>
놈이 억지로 표정을 관리했다.
어차피 고작 2명만 살아남은 파티가 자신의 시험을 통과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게 스핑크스의 믿음이었다.
우진이 씩 웃었다.
“그럼 기다려라.”
그가 현실에 실체화 된 소환권을 움켜쥐고 정신을 집중했다.
<들리는가?>
<헛... 총대장님...?>
<일이삼이여. 너희의 도움이 필요하다.>
익숙한 목소리와 대화를 나누는 우진.
이내 연결이 끊겼다.
자세한 의사는 전할 수 없고 이 정도의 의사소통만이 허락된다.
또한 상대방 쪽에서 수락해야 포탈이 열린다.
그게 소환권의 제약이었다.
잠시 긴장 속에서 기다리는데 피슝!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허공에 포탈이 열렸다.
“우아아앗! 총대장님! 무슨 일입니까!”
포탈 너머에서 제법 멋진 모습으로 등장한 세 얼간이.
“한센 올로 칼슨! 명을 받아 등장했습니다!”
각기 정글 아이템으로 치장한 패션이었다.
악어 머리 모자를 쓴 올로의 모습이 가장 눈에 띄었다.
르쉬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이야아아! 너희들 제법 강해졌구나!”
“으아앗! 르쉬 대장님은 엄청나게 고귀한 느낌이....”
르쉬가 블러드 레이지를 터트리며 자랑했다.
“나 귀족 됐다!”
“우아아아앗!”
감탄하던 놈들이 질 수 없다는 듯 투기를 드러냈다.
“저희도 이제 상급입니다!”
“우오오오!”
르쉬가 자신의 일처럼 기뻐할 때 세 얼간이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총대장님은... 이럴 수가....... 설마 거기서 더 강해지신 겁니까...?”
르쉬를 볼 때와는 또다른 경외의 눈빛.
인세를 벗어난 강자가 되었음을 알아차린 감탄의 얼굴이었다.
우진이 빙긋 웃었다.
“너희도 제법 보는 눈이 생겼구나. 처음엔 날 잡아 먹으려고 들더니.”
“헛...! 아, 아닙니다....”
“와줘서 고맙다. 금방 끝날 테니 조금만 도와다오.”
그때 또 하나의 포탈이 열렸다.
그리고 아름다운 존재가 그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애쉬라인!”
그녀도 자신의 부름에 응답해준 것이다.
애쉬라인이 느긋하게 포탈에서 걸어 나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가 중심부인가. 정말로 여기까지 온 거로군.”
놀라지도 않고 미소 띤 얼굴로 묻는 엘프.
“뭘 도와달라는 거지?”
우진이 이번 층의 지배자를 가리켰다.
“일단 저 녀석의 설명을 들어주십시오.”
시간 제한은 3분. 매우 빠듯하다.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모두의 시선이 지배자를 향했다.
스핑크스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좋다. 6인이 모두 모였군. 이제부터 규칙을 설명하겠다.>
그들 앞에 거대한 코스가 나타났다.
일종의 장애물 경주였다.
<너희의 목표는 내가 내는 문제를 맞추며 저 지점에 도달하는 것이다.>
— 피슝!
저 멀리 코스의 결승점에 빛이 들어왔다.
거리를 확인한 도전자들.
제법 복잡하고 먼 코스지만 불가능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이 정도라면....”
“총대장님과 대장님을 위해서라면!”
그때 스핑크스가 덧붙였다.
<하지만 3분의 시간 제한이 있다.>
“3, 3분이라고...?”
도저히 3분 안에는 통과할 수 없는 거리였다.
<걱정은 하지 마라. 내가 내는 문제를 맞추면 추가 시간을 벌 수 있다.>
모두 혼란에 빠졌을 때 그 틈을 타듯 지배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스핑크스가 엄숙하게 말했다.
<그럼 첫 번째 문제다.>
그때 우진의 목소리가 모두의 귀를 파고 들었다.
“문제는 무시해라. 달려!”
목표는 ‘도달’.
문제는 현혹이다.
저걸 듣고 있을 시간에 뛰는 편이 낫다.
먼저 달려나간 것은 우진이었다.
그 다음으로 애쉬라인이 바람을 탄 것처럼 달려나갔다.
“네 말을 들어서 손해볼 일은 없지.”
그녀는 마력을 운용하여 무형의 스케이드 보드를 탄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우와아아앗!”
“목숨을 걸고 달려라!”
세 얼간이도 죽어라 뛰기 시작했다.
각자의 코스에 불이 들어오며 진행이 성공적임을 알렸다.
그리고 모두가 다음 목적지에 도착했다.
문제를 내보지도 못한 지배자.
순식간에 1코스를 뚫린 스핑크스가 감탄했다.
<호오... 이걸 한 번에 간파할 줄이야. 넌 예지 계통의 능력자인가?>
우진이 이를 드러냈다.
“네가 구역의 지배자라면, 월드의 예지 능력 중 가장 강력한 것이라 해도 이런 일은 불가능하단 걸 알겠지.”
예지라고 해도 길흉화복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뿐, 이런 구체적인 사항을 알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스핑크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크으음.... 그럼 어떻게...?>
인간들은 어리석다.
자신의 시험을 간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이 인간은 뭔가 다르군. 방심하면 안 되겠어....’
그때 스핑크스가 질 수 없다는 듯 외쳤다.
<그럼 다음 문제다!>
우진이 어이가 없어서 지배자를 바라보았다.
“너 바보냐?”
이 ‘달리기’의 제한 시간은 놈이 말한대로 3분.
시간이 지나면 문제를 맞춰 추가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코스는 점점 길어지고 문제의 난이도 또한 올라간다.
‘가장 지독한 부분은 아슬아슬하게 계속 도전이 이어지게 만든다는 점이지.
끝나지 않는 코스, 닿을 수 없는 도착 지점.
결국 스핑크스에게 농락당하는 꼴이 되어 몸과 정신이 만신창이가 된다.
실패하면 탑의 5층으로 튕겨나가게 된다.
설원을 다시 주파해야 하는 것이다.
우진은 그런 속임수에 당할 생각이 없었다.
“달려!”
문제를 무시하고 뛰는 일행.
<크아아아아!>
분노하는 스핑크스의 음성 속에서 달리는 도전자들.
순간 세 얼간이가 뒤처졌다.
아무래도 3구역 지배자의 격을 정면으로 마주하기엔 힘이 부족한 것이다.
그때 우진이 언령을 발동했다.
“너희는 한계를 넘어 빨라진다.”
놈들의 몸이 마력에 휘감기고 기적이 발현되었다.
“우아아앗!”
엄청나게 빨라진 놈들이 다음 코스에 도착했다.
스핑크스가 경악했다.
단숨에 2코스가 뚫린 것은 둘째치고 도저히 믿지 못할 광경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그건 언령의 힘...! 어찌 신수의 권능을 일개 인간이...!>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네. 내 마력은 느껴지냐?”
스핑크스가 우진 뒤에서 일렁이는 힘을 알아보았다.
<이, 이럴 수가.......>
우진이 자신만만하게 물었다.
“내가 이 힘으로 네게 ‘복종’의 언령을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그건 우진으로서도 도박수였다.
실패하면 역류한 마력을 가다듬기 위해 고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시간 제한이 다 끝나버릴 것이다.
‘그리고 5층으로 튕겨지겠지.’
다시 오면 되지만 귀찮은 건 사실이다.
그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했다.
“이제 알겠지? 내가 이렇게 시험에 응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는 걸.”
오만한 얘기였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스핑크스는 도저히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인간이 언령을 사용한단 말인가!
놈이 이를 악문 채 외쳤다.
<그럼 나로서도 최선을 다 하는 수밖에...! 다음 문제다!>
이제는 아무도 속지 않았다.
바로 출발하는 모든 도전자들.
“달려!”
그때 다음 코스에 장애물인 마물이 등장했다.
제법 무서운 기세로 막아서는 마물들.
하지만.
“느리군.”
애쉬라인이 가볍게 뜀틀처럼 적의 머리를 뛰어넘어 계속 달려나갔다.
하지만 세 얼간이로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아!”
그때 우진의 눈이 번뜩였다.
“날 믿고 그대로 달려라!”
— 쿠구구궁!
‘드래곤 피어.’
고룡을 죽이고 얻은 새로운 능력이 마치 날카로운 화살처럼 마물들을 향했다.
최상급의 위압 능력!
— 쿠드드득...
마물이 석상처럼 굳어 버렸을 때.
세 얼간이가 그 곁을 달려서 지나갔다.
“으랴아아!”
이제 남은 거리는 불과 100여 미터!
이미 결승선에 들어간 르쉬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부하들을 응원했다.
“얘들아! 할 수 있다!”
그때 애쉬라인이 결승점에 도달했다.
“으라차차!”
이어 세 얼간이도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파티원들이 도착한 것을 확인한 우진이 힘을 끌어올렸다.
“흐으읍!”
그가 남은 코스를 순식간에 벼락처럼 주파했다.
모든 도전자의 속도를 합친 것보다 더욱 빠른, 그야말로 신의 속도였다.
마침내 그가 도착하자 결승점의 모든 자리에 불이 들어왔다.
[6층의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최단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스핑크스가 경악했다.
<어, 어,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주춤주춤 물러나는 지배자.
자신의 시험이 이렇게 쉽게 함락된 것은 탄생 이래 처음이었다.
그를 보던 우진이 빙긋 웃었다.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법이지. 게이트나 열어라.”
어이가 없는 스핑크스.
<너, 넌 어떻게 그것까지....>
우진이 까마득히 높은 탑의 아래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뛰어내릴 순 없잖아? 다음 구역으로 가려면 당연히 게이트를 열어줘야지.”
<크으으윽!>
게이트를 연 스핑크스가 퉁명스럽게 외쳤다.
<통과다!>
그리고 사라지려는 녀석.
우진이 놈을 멈춰세웠다.
“잠깐. 우린 분명 네 문제를 하나도 풀지 않고 시험을 통과했다. 그럼 보상이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스핑크스가 입을 쩍 벌렸다.
일부러 골탕을 먹이려고 했는데 상대는 정말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것이다.
<너... 넌 어떻게 그것까지...!>
우진이 솔직하게 말했다.
“그냥 찍어 봤다.”
진심이었다.
아무리 그가 회귀자라고 해도 이건 알 수 없다.
이런 압도적인 방식으로 통과한 건 그에게도 처음이었으니까.
스핑크스가 하늘을 바라보며 통탄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조화란 말인가....>
결국 그가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
<좋다... 너 같은 강자와 좋은 관계를 가지는 건 나로서도 나쁜 일은 아니겠지....>
녀석이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자 우진의 전신에 백색의 광채가 어렸다.
[지배자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지금부터 ‘지신(智神)의 축복’이 함께 합니다.]
그리고 사라진 광채.
“이건...?”
자신의 변화를 알아차린 우진이 감탄했다.
그건 정말 특별한 방식의 보상이었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38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