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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137화 (136/155)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37 >

끝없는 눈의 세계.

이 쓸쓸하고 고독한 세계엔 고룡이 살고 있다.

누군가는 놈을 이렇게 불렀다.

눈의 마신, 스노우 드래곤, 혹은....

폭설룡(暴雪龍).

이 백색의 거룡은 크기가 산(山) 만하다.

거대한 탑의 출구를 다 가릴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

머리와 목의 일부가 캐스케이드 전체와 맞먹을 정도의 크기였다.

‘그냥 거대하다고 말하기엔 상상을 벗어난 크기지.’

고룡은 원래 인간이 감당하기엔 아득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저 녀석은 그 중에서도 특수할 정도로 거대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하급 악마를 한 입에 삼킬 수 있는 크기.

그런 놈이 계단의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죽이라고 있는 놈이 아니다.

‘기본은 백야(白夜)를 노려 지나가는 것.’

모든 마물이 잠드는 백야.

그때를 노려 놈을 지나간다.

물론 그 타이밍이 알아서 찾아오진 않는다.

적절한 순간까지 이 지옥의 설원에서 버텨야 한다.

‘도저히 기다릴 수 없거나 용기가 넘쳐나는 자들은 유인책을 쓰기도 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놈의 주의를 끈 뒤 계단으로 진입하는 것.

굳이 저런 초자연적인 놈과 맞설 필요는 없다.

이번 층의 과제는 오직 하나 ‘계단에 도달하라’ 뿐이기 때문.

놈의 시선을 돌린 뒤 빠져나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다른 방법을 쓸 것이다.

‘저렇게 커다란 먹을거리를 놓칠 순 없잖아.’

목을 두둑하고 푼 우진이 전방을 바라보았다.

이미 고룡과의 거리는 상당히 좁혀진 상태였다.

하지만 오히려 기다렸다.

바로 이 유효 거리를.

“천공포를 준비해라.”

“예!”

— 쿠구구궁!

유령들 덕에 빠르게 끝난 조준.

우진이 천공석에 손을 대고 정신을 집중했다.

“속성은 불.”

유물 장갑에서 터질 듯한 붉은 빛이 광채를 발했다.

— 후우웅!

그리고 천공석 전체가 타오르듯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건 평범한 불이 아니었다.

“저, 저것은......”

모든 유령 선원들이 신비한 빛에 감탄할 때.

오로지 선장만이 그 가공할 힘의 진짜 이름을 알아차렸다.

“주작의... 초열!”

남방(南方)의 무시무시한 신수라면 자신들도 본 적이 있다.

워낙 오랜 시간 많은 곳을 떠돈 유령선이니까.

그런데 어떻게 저 힘이 여기서 모습을 드러낸단 말인가?

‘사, 사령관이시여...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자신들과 헤어진 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그들이 사령관의 모험이 어떤 것이었을지 상상하는 순간이었다.

무서울 정도의 힘이 천공석에 쏟아졌다.

— 고오오오오......!

아름다운 진홍의 빛으로 물든 천공석과 천공포.

발포 직전의 대기 상태가 되었다.

그때였다.

패널을 보던 조타장의 공포에 질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전방에 위험 레벨 최상의 공격이......!”

모든 선원들의 시선이 앞을 향했다.

“이, 이럴 수가....”

“온다... 온다... 설신(雪神)의 공격이......!”

무언가를 예감한 것일까.

스노우 드래곤도 거대한 입을 쫙 벌리고 마력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 속에 새하얀 기운이 응축되고 있었다.

“블리자드 브레스다!”

스노우 드래곤의 브레스 공격.

지금 이곳의 인간 조각상들을 만들어 낸 원흉!

가공할 위력의 기파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주, 주변의 눈보라가 모조리 놈에게 빨려들고 있습니다...!”

대설원 전체가 놈의 공격을 돕고 있는 것이다.

과거 누군가는 상상했다.

이 대설원의 모든 추위와 눈 자체가 저 고룡 하나의 존재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5층 전체의 힘이 응축된 형태로 자신들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진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내가 더 강해.”

간파로 확인한 놈의 능력은 충분히 감당할 수준이었다.

애초에 간파가 먹힌다는 것 자체가 놈이 자신보다 하격(下格)이라는 뜻.

그건 꼭 수치상의 스탯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신은 반신의 격을 흡수한 존재.

마력이 줄어들어도 자신이 더 강하다.

“놈의 브레스를 상쇄한다. 그대로 달려라.”

— 꿀꺽....

긴장한 선장이 외쳤다.

“사령관님을 믿고 달려라! 전속 전진!”

마침내 완벽한 사거리에 접근했을 때였다.

“초열 천공포!”

거대한 중심포가 천지를 가를 듯한 포탄을 뿜어내며 요동쳤다.

그건 마치 일직선의 태양과도 같았다.

초열포가 적의 브레스를 뚫고 전방을 확보했을 때.

마침내 고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 쿠오오오오오!

브레스가 끝이 아니다.

아직 본체가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이대로면 적과 충돌합니다!”

“버틸 수 있다! 그대로 밀어 붙여라!”

선장이 악을 쓰듯 외쳤다.

“충돌에 대비해라!”

그때였다.

‘전능의 가호.’

우진이 목걸이를 움켜쥐고.

거대한 금빛 구체가 비공선을 감쌌다.

그리고 충돌의 순간이 찾아왔다.

— 콰아아아앙!

고룡의 머리를 박아버린 캐스케이드.

거대한 스노우 드래곤이 쓰러졌다.

“헉... 허어억....”

“고, 고룡을... 정말로 고룡을 죽인 것인가....”

아니, 끝이 아니다.

— 크워어어어어!

몸을 일으키는 스노우 드래곤.

지독한 투기를 뿜어내며 자신을 공격한 함선을 바라보았다.

그때 우진이 선체 위에 떠올랐다.

“그래, 네가 그 정도로 죽을 리는 없겠지.”

하지만.

“이렇게 지근거리까지 나를 접근시킨 것이 네 패착이다.”

반신의 힘을 드러내는 우진.

마력을 아낀 것은 지금을 위해서였다.

“와라, 주작이여.”

우진의 눈이 붉어지고, 그의 몸에 신수의 힘이 빙의되었다.

대설원에 강림한 주작.

그건 우진 본인이었다.

붉은 화염의 날개를 펼치고 뛰어오른 우진이 검은 사자(死者)의 몸으로 변신했다.

언데드 폼의 비밀을 알아낸 이상, 아낄 것도 숨길 것도 없기에.

이제 그의 모든 스탯은 3배의 위력을 발휘한다.

“초열세계의 진토가 되어라.”

우진의 입에 주작을 닮은 미소가 피어 올랐다.

“주작지세(朱雀之勢). 초열세계(超熱世界).”

신의 불꽃에 휘감긴 거대한 고룡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 크아아아아아!

아낌 없이 퍼부은 마력.

힘 조절도, 범위를 가늠할 필요도 없는 무차별의 공격.

마력이 줄어든 것은 오히려 우진의 심층 깊은 곳의 억제력이 풀리게 만들었다.

이 대설원에서만 가능한 한계를 돌파한 공격.

“내 모든 힘을 받아 보아라.”

신의 불길이 더욱 강렬해졌을 때.

— 그워어어어어어.......

용의 신음소리가 바뀌었다.

분노나 투지는 사그라들고...

그 자리에 체념과 절망이 자리잡았다.

놈은 말 그대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신수의 힘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그때 일그러진 고룡의 형체가 마침내 대지에 쓰러졌다.

— 쿠구궁.......

탈진하듯 바닥에 추락한 우진에게 금빛 알림이 떠올랐다.

[월드 최초로 고룡 ‘아이히르그’를 사냥했습니다.]

— 피슝!

우진의 몸에 진보라빛의 광채가 어렸다.

[용살의 휘장이 2단계가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드래곤 피어’를 발동 가능합니다.]

[고룡의 혼이 흡수되어 소유자의 격이 강화됩니다.]

[‘용언(龍言)’이 언령에 흡수되어 언령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떠오른 알림.

[’블리자드 브레스’를 계승했습니다.]

폭설룡 최강의 힘이 계승된 것이다.

엄청난 알림들과 함께 우진이 깨달았다.

자신이 정말로 고룡을 사냥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또 하나.

— 데구르르....

무언가가 나타나 눈밭을 굴러왔다.

우진으로서도 놀랄 만한 일이었다.

“내빙주. 이 전설적인 보물이 정말로 여기에 있었군.”

모두가 위치는 짐작했지만 절대 얻을 수 없었던 지고의 보물.

바로 스노우 드래곤의 내단이었다.

‘이걸 얻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지.’

원래 이 백색의 고룡은 죽이라고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회하여 자비를 구해야 하는 수문장.

그러나 우진은 끝내 놈을 죽여버렸다.

그가 내빙주를 흡수했다.

[빙결에 대한 절대 내성을 획득합니다.]

그때 뜻밖의 놀라운 알림이 떠올랐다.

[이미 동격의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빙결 내성이 빙결 흡수로 강화됩니다.]

흡수는 강화보다 상위의 능력.

적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최강의 속성 대응 능력이었다.

“고맙다, 대설원이여.”

만족한 우진이 빙긋 웃었다.

이제 혹한의 추위마저 자신의 힘이 되었다.

“마지막 일을 할 차례군.”

그가 손을 쫙 벌렸다.

목표는 고룡의 시체.

“이제 네 전부가 내 힘이 되어라.”

그가 융합으로 놈의 거대한 몸 전체를 빨아들였다.

— 쿠구구구!

충만감과 함께 핏빛 구슬이 빠르게 차올랐다.

‘10%. 이 정도면 만족이군.’

진화 이후로 정말 조금씩 차오르던 핏빛 구슬.

거대한 용을 먹어치우자 단숨에 10분의 1이나 상승했다.

1할의 능력치로 통과해야 했던 이 설원이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그가 감격에 젖어 계단을 바라보았다.

‘도달했군. 다시 이 장소에.’

그런데 그때였다.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다.

[고룡의 ‘드래곤 하트’를 획득했습니다.]

[’드래곤 하트’를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드래곤 하트라고?’

순간 우진이 상황을 깨달았다.

놈의 신체 전부를 먹어치웠으니 그 내부의 드래곤 하트도 당연히 자신 소유가 된 것이다.

내빙주가 오랜 시간에 걸쳐 생성된 내단이라면, 놈의 몸속에 남아 있는 것은 태생부터 지닌 심장!

원래라면 아주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추출할 수 있는 것이 단숨에 자신의 힘이 된 것이다.

[보유한 마나의 효율이 고룡급으로 변화합니다.]

[보유한 마나의 양이 상승합니다.]

[현재 마나 : 11732]

[상승량 : 11732]

[합산 수치 : 23464]

“컥...!”

고양감에 탄성을 토하는 우진.

전신에서 느껴지는 초월적인 힘에 경탄했다.

융합과 계승이 또 신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제 2만이 넘어버린 마나.

‘계승.... 날 정말 어디까지 성장시킬 셈이냐.’

그의 눈이 감격으로 물들 때.

다시 알림들이 떠올랐다.

[수문장인 고룡 ‘아이히르그’가 사라졌습니다.]

[대설원의 시험을 통과하였습니다.]

[모든 능력이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인벤토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동료’ 상태가 해제되어 패널티와 특수 능력이 모두 사라집니다.]

우진이 다시 돌아온 힘으로 명령했다.

“멈춰라.”

폭설이 사라지고 대설원에 고요가 찾아왔다.

비록 계단 근처의 일부지만 기후를 바꿔버린 것이다.

2만이 넘는 마나는 그 정도로 초월적인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언데드 폼에서는 6만 이상의 위력을 낸다는 뜻.’

그가 오른팔을 변신시킨 뒤 바라보았다.

검푸른 주먹에 어린 막대한 힘.

이제 꿈이 아니다.

세계의 이치를 뛰어넘는 천재들.

놈들과 동시에 전투를 벌여 승리하는 것은 ‘확신’에 가까운 목표가 되었다.

그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위업을 도운 든든한 동료들.

캐스케이드와 작별할 시간이었다.

비공선에 탑승한 우진이 모여선 선원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대설원을 주파하고 고룡을 죽인 중심부 최강의 배가 되었다.”

우진이 씩 웃으며 말했다.

“약속은 지켰군.”

“도, 도대체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말은 필요 없다. 다시 자유롭게 세상을 떠돌아라. 지금까지 정말 잘 해주었으니 서로의 맹약이 모두 지켜진 셈이군.”

작별을 고하는 우진에게 모두가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볼 뿐.

그건 섭섭함과 아쉬움, 그리고 감사의 눈빛이었다.

그들의 마음을 알아차린 우진이 씩 웃었다.

“우리는 서약으로 연결된 몸이 아니던가. 월드의 끝에 도착하면 다시 찾도록 하지.”

결국 감격하여 외치는 선원들.

“예!”

그때 우진이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 그 전에 축하연을 위한 음식을 좀 챙겨줘야겠군. 우린 오늘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으니.”

그가 주섬주섬 인벤토리의 음식을 방출했다.

마치 추석에 손주들을 챙겨주는 할머니 같은 모습이었다.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고.... 오, 이걸 깜빡했군.”

그가 꺼낸 것은 비닐 포장이 된 무언가였다.

“아아, 이건 모둠 전이다. 다채롭지.”

비록 간편식이지만 지구의 기술을 얕보면 곤란하다.

“그러고보니 갈비찜도 있었군.”

그 외에도 많은 음식을 꺼낸 우진.

해동, 가열, 영체화를 빠르게 처리한 뒤 성대한 상차림을 대접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자신들도 즐거운 식사를 마쳤다.

“또 보지.”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언제나 사령관님 뒤엔 저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십시오!”

엄지를 치켜든 우진이 르쉬와 함께 설원에 착지했다.

“든든하군.”

다시 마력의 흐름 속에서 사라진 캐스케이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으리라.

“고마운 일이야.”

그가 마지막으로 마치 백색 망망대해처럼 보이는 눈의 세계를 바라보았다.

죽어간 동료들.

얼어가던 자신의 마음.

모두 과거일 뿐이다.

자신은 죽지 않고 새로운 동료와 다시 이곳에 도착했다.

우진이 르쉬에게 말했다.

“나아가자.”

“예! 가자!”

그들이 계단 앞에 섰다.

탑의 마지막 단계로 갈 시간이었다.

— 피슝!

[6층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들의 모습이 새로운 층계에 나타났을 때.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그곳은 탑의 옥상이었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3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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