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136화 (135/155)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36 >

우진과 르쉬가 새로운 세상에 도착했다.

[5층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처음으로 그들을 맞아준 것은 바람 소리였다.

— 휘오오오....

그 다음 빛이 번쩍이나 싶더니 그들은 대설원에 서 있었다.

“끝없는... 눈의 세계...!”

근처에 사람은 없었다.

그저 아주 멀리에 몇 개의 아스라한 기운이 느껴질 뿐.

싸늘한 냉기가 가득한 이 장소.

‘내가 이곳에 다시 돌아왔구나.’

소실(消失)의 설원.

이름처럼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눈의 세상.

완벽히 본신의 힘이 제약되는 구간이다.

단순히 몸이 얼어서가 아니다.

탑에 들어오며 거쳤던 능력의 반감을 더욱 철저한 형태로 겪게 되는 것이다.

그 수치는 대략 1/10.

“으엇...!”

순간 비틀거리는 르쉬.

우진이 빠르게 감싸 안았다.

아무리 연습을 시켰다고 해도 이 완벽한 무력감을 이겨내기는 힘들다.

이 상태로 추위와 눈보라, 그리고 마물들을 뚫고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인벤토리마저 사라진다.’

수해의 탐사는 이것의 연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위에는 얼어붙은 시체들이 가득하다.

썩지도 못하고 방치된 무수한 동사자들.

‘언제 죽었는지 알 수도 없는 신원 미상의 모험가들....’

자칫 잘못하다간 자신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

그게 새로운 도전자의 몸과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다.

하지만 우진은 죽을 생각이 없다.

‘두 번 죽는 건 억울하니까.’

또한 고행과도 같은 대설원 횡단을 할 생각도 없다.

반대로 여길 매우 쉽게 통과할 생각이었다.

‘바로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특권을 통해서 말이지.’

여긴 들어오는 순간 일종의 봉인지가 된다.

즉 뒤로 돌아갈 수 없다.

이 상태로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후진 불가. 갑자기 바뀌는 대전제 때문에 공포심마저 느껴지게 되지.’

우진이야 미리 알고 있었지만 처음 진입한 사람들은 갑자기 손발이 묶인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 대신 강력한 2개의 특권이 주어진다.’

잔혹하지만 기회가 주어지는 곳.

그게 바로 대설원이다.

그때 마침 첫 번째 알림이 떠올랐다.

[지금부터 ’동료’를 선택하세요.]

“헛....”

르쉬가 움찔하는 것을 보니 같은 알림이 뜬 모양이었다.

다시 안내가 이어졌다.

[동료와 함께 있는 동안엔 아사(餓死)에 대한 저항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동료와 함께 있는 동안엔 동사(凍死)에 대한 저항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동료와 함께 있는 동안엔 기본적인 전투력에 1.5배의 보정이 적용됩니다.]

우진이 주저없이 르쉬의 손을 잡았다.

“내 동료다.”

르쉬도 허둥지둥 말했다.

“제... 제 동료입니다!”

[2명으로 괜찮습니까?]

[수락 / 거절]

“수락한다.”

두 사람 사이에 금빛 기운이 어렸다.

이건 무슨 함정 같은 게 아니다.

실제로 저 모든 효과가 적용되는 첫 번째 혜택이다.

하지만 반대로 서로에게서 떨어질 수 없게 만드는 제약으로도 작용한다.

‘상관없다.’

사실 이건 자신의 계획에서 별 의미가 없다.

진짜 중요한 건 다음 알림이었다.

[이제 설원을 통과하기 위해 필요한 물건을 단 1개 떠올려주세요.]

‘외부의 조력. 이게 중요하지.’

대설원의 가혹한 환경.

대신 외부의 물건을 1개 소환할 수 있다.

그건 탑 바깥의 근거지에 두고 온, 혹은 외부의 다른 파티원에게 있는 무언가도 가능하다.

우진이야 일사천리로 쾌속 진행을 했지만 이건 월드 역사에 없던 특수한 경우.

보통은 중심부 내에 근거지를 두고 몇 년에 걸쳐 구역을 공략해 나간다.

그렇기에 ‘공략팀’과 외부의 ‘지원팀’을 따로 두는 경우도 많다.

대형 클랜이나 길드의 경우 지원팀의 규모도 상당하다.

그들이 가진 것 중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을 소환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특정한 소유자가 없으면 아무 물건이나 불러올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든 단 1개.

여기 불러내어 설원을 돌파하는데 이용할 수 있다.

여길 벗어나면 소환이 풀리지만 반대로 이 층계에서는 확실히 자신의 소유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완벽한 해결책이 되긴 힘들지.’

도전자의 대부분은 그저 허둥거리다 이상한 걸 불러낸다.

대뜸 뭘 소환하라고 해도 막상 떠오르는 게 없는 것이다.

그러다 무언가에 정신이 팔리면 바로 그게 소환되고 만다.

바로 지금처럼.

— 펑!

르쉬의 손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으어어엇!”

그건 놀랍게도 편의점의 ‘온수기’였다.

아무래도 예전 지구 구획에서 봤던 것이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이, 이게 진짜로 나와버렸습니다!”

빨간 손잡이를 잡고 감탄하는 르쉬.

고른 이유를 물어보니 식수로 쓸 수도 있고 따뜻하니 추위를 막을 수 있어서란다.

얼핏 일리가 있지만 큰 허점이 있다.

바로 작동에 전기가 필요하다는 특징.

월드의 경우엔 마력이 필요하다.

또한 물이 알아서 생성되지는 않으니 내부에 들어있는 것을 다 소모하면 그저 커다란 스테인리스 물통이 될 뿐이다.

우진이 껄껄 웃었다.

“그래도 내 수하는 스케일이 크군.”

르쉬 정도면 순간적인 판단력이 매우 좋은 편이었다.

보통은 설원의 이미지에 매몰되어 사소한 물건을 불러내는 경우가 많다.

가령 장갑이나 횃불 하나를 손에 쥐고 울상을 짓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우진에겐 명확한 계획이 있었다.

“캐스케이드.”

탑 바깥에 은폐장을 발동하고 대기하는 자신의 거대한 배.

그 존재를 생각하자 마자 주변 마나의 흐름이 바뀌었다.

— 휘오오오....

거대한 소환물 덕에 요동치는 마나.

‘통한다!’

규칙의 허가가 떨어졌다는 것을 확인한 우진이 더욱 정신을 집중했다.

이내 그를 중심으로 마나 폭풍이 일어나 세상을 뒤덮었다.

그리고 창공에 아름다운 무언가가 나타났다.

— 쿠구궁....

그것은 우진의 모선, 최강의 배 캐스케이드였다.

“사령관님!”

“음!”

고개를 들자 선체 밖으로 몸을 내밀고 손을 흔드는 선장이 보였다.

“가자 르쉬!”

“예!”

백색의 설원.

검고 붉은 섬광이 거대한 비공선을 향해 뛰어올랐다.

“어서오십시오!”

선장의 환대와 함께 내부로 들어선 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장과 선원까지 다 있군.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캐스케이드는 유령들을 포함하여 하나의 존재.

그 특수성이 자신의 계획을 성립시킨 것이다.

우진이 선장과 악수를 나누고 감사를 표했다.

“갑작스런 소환에 응해줘서 고맙다.”

“하하하! 저희야말로 믿고 불러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때 전방의 시야를 확인하는 선장.

“그런데 도대체 여기는...?”

“탑의 내부다. 정확히는 5층이지.”

그러자 모든 유령들이 경악했다.

“이, 이것이 탑의 내부...!”

어둑한 하늘은 끝이 없는 것 같았고, 설원은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넓었다.

대형 패널을 보던 조타장이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는 사방의 거리를 가늠하고 침음성을 흘렸다.

“다른 사람들은 설마 여길 걸어서 지나가는 겁니까...?”

“그렇다. 죽지 못해 가는 거지.”

이곳을 통과하는 여정은 매우 길고 괴롭다.

그렇기에 도전자들은 많은 생각을 한다.

<난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이렇게까지 해서 가야 하는 이유가 뭐지?>

허나 수만 개의 발자국을 남기고 걷다 보면 그 생각들은 끝내 이런 집념으로 변한다.

<이렇게 된 이상 죽어도 끝까지 간다.>

어찌보면 인간의 사고 방식을 판별하는 시험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월드는 인간을 죽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각오가 없는 자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오는 것을 가혹하게 막아 설 뿐.

그러니 월드의 끝을 보고 싶다면 가야 한다.

지독한 집념과 함께.

이 설원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장벽들 중 하나일 뿐이다.

순간 우진의 눈이 무섭게 빛났다.

‘막으면 뚫는다.’

그가 사령관으로 돌아와 첫 명령을 내렸다.

“캐스케이드! 전속 발진!”

“예! 발진!”

— 쿠구구구...!

세 개의 엔진에 서서히 마력이 돌기 시작했다.

이내 폭발음과도 같은 것을 내며 발진하는 캐스케이드.

— 콰아앙!

잠시 순항을 이어갔다.

그때 어두운 상공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새하얀 것들이 너울너울 비행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눈의 망령들이다!”

한편 지상 저 멀리에는 현실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두려운 존재가 보였다.

“이런... 설귀(雪鬼)다!”

삐쩍 마른 거인들.

기이할 정도로 기다란 팔다리는 마치 곤충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가공할 완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 정도는 가볍게 사지를 찢어 죽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거대한 마물 수십 마리가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 위이이잉!

요란한 소리를 내는 레이더.

선장이 무언가를 알아차렸다.

“설마 여기는 북극의 설옥(雪獄)입니까...?”

“그 장소의 일부를 본딴 거라고 보면 되겠지. 원본도 곧 가야겠지만.”

“헛....”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너희는 언제나처럼 전진만 하면 된다.”

원래 비행 탑승물만으로 통과할 수 없는 대설원.

캐스케이드가 워낙 압도적이니 이 정도로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는 것이지 일반적으론 불가능하다.

‘어중간한 비행체를 타고 있다간 망령들에게 먹혀서 오히려 영혼까지 털리게 되지.’

따라서 자잘한 마물은 우진이 정리해줄 필요가 있었다.

선체의 위로 이동한 우진이 눈의 폭풍 속에서 외쳤다.

“나와라, 그림자들이여.”

지독한 폭설을 맨몸으로 맞으며 그가 자신의 어둠을 불러냈다.

그의 몸에서 수천의 그림자들이 소환되었다.

지난 생엔 싸울 기회조차 없이 도망만쳤기에 지금 이것은 오히려 고마운 상황이다.

그가 자신의 ‘힘’에게 명령했다.

“누가 진짜 강한지 알려줘라.”

— 끼에에에!

— 낄낄낄낄!

든든한 그림자와 원혼들.

날아드는 눈의 망령들을 지워버렸다.

— 끼아아아!

— 끄아아아!

그때 상황을 깨닫고 일제히 이쪽을 바라보는 설귀들.

각자 먼 곳을 움직이다가 한 점을 향해 쇄도했다.

미친듯이 달려오는 수십 마리의 거인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절망적인 광경이었다.

<두려워해라. 겁에 질려라. 절망에 빠져 도망쳐라.>

세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소실의 설원이 진정으로 앗아가는 것은 인간의 의지.

하지만 뺏길 생각은 없었다.

“막아라!”

대지에서 역시 수십의 본 골렘이 솟아났다.

설귀와 본 골렘들이 힘싸움을 시작했다.

— 크아아아!

— 크워어어!

집중한 우진의 힘으로 승리를 거둔 본 골렘들.

우진이 기세를 가다듬었다.

‘괜찮다. 계단 근처에 도착할 때까지 어둠 능력만 쓰면 승산은 있다.’

아직 자신은 마력을 하나도 쓰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아껴야 한다.

바로 ‘놈’을 상대하기 위해서.

“흐아아압!”

그렇게 어둠 능력으로 덤벼오는 마물들을 모조리 죽이며 캐스케이드의 돌진을 돕는 우진.

원래 이 어둠의 힘만 있어도 설원을 통과하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너무 오래 걸리겠지.’

눈발이 약해지는 시기와 마물들이 휴식하는 백야(白夜) 시기를 잘 틈타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전진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오래 걸린다.

자신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런 곳에서 지체할 순 없다!’

그가 쉬지 않고 전투를 이어갔다.

끝없는 설원의 괴물들과 어둠의 대결.

“사령관님! 괜찮으십니까!”

“문제 없다! 비행에만 집중해라!”

“예!”

우진이 유령 선원들을 만난 행운에 감사했다.

이런 폭설 속을 거침없이 나아가는 것은 그들로서도 힘든 일이리라.

하지만 완벽한 비행을 이어가는 선원들.

또한.

다른 누군가도 그를 돕고 있었다.

‘이건 너의 의지이기도 하다. 레비아탄.’

사방에서 달려드는 눈의 망령과 설귀들.

어둠의 핵 역시 10분의 1로 줄어들었기에 남은 양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에겐 동료 레비아탄이 남겨준 의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붉은 어둠까지도.

순간 붉은 용을 떠올린 그가 정신을 집중했다.

“멸세의 진노.”

— 쿠와아앙!

사방에서 조여오는 마물의 포위망이 단숨에 사라졌다.

그리고.

마침내 2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설원의 종단에 도착한 캐스케이드.

눈의 폭풍 속에서 계속 덤벼오는 마물들과 싸우는 건 우진조차도 기진맥진해질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후의 난관이 남았다.’

그때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유령들이 기겁했다.

“세상에....”

붉은 시체들이 얼어 있었다.

스스로의 핏물과 함께 냉동된 모험가들.

마치 인간 조각상처럼 보이는 것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결코 자연스런 죽음이 아니다.

우진의 눈이 전방의 폭설 속 무언가를 주시했다.

“놈이다.”

— 크르르르....

어디선가 낮게 들려오는 숨소리.

놈의 영역이었다.

전생 자신의 동료들을 먹어치운 설원의 괴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도 쉽게 모험가를 도륙하던 대설원의 지배자.

그의 정신에 깊숙한 공포로 남아버린 탑 최강의 생물.

“이번엔 다를 것이다.”

우진의 눈이 타오르듯 붉어졌다.

— 콰콰콰쾅!

그의 전신에서 폭발적인 화염이 솟아났다.

“죽는 것은 너다.”

아끼고 아껴온 마력.

규칙을 벗어나는 반신의 힘을 쓸 때가 온 것이다.

“와라!”

우진이 정신을 집중한 순간.

대설원에 주작이 강림했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3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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