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35 >
거대한 어둠의 용이 대지를 뚫고 솟구쳤다.
— 쿠오오오!
늪의 마물들을 전멸시키는 압도적인 위력의 공격이었다.
갈라지는 땅과 그 위에서 혼비백산하는 마물들.
날아오르는 암흑의 용에 한 번에 터져나갔다.
“간단하구만!”
— 쿠구구궁!
대지에서 검을 뽑은 우진이 마물의 시체를 모조리 빨아들였다.
그 후에는 강혼으로 근처의 식물과 열매들을 채집했다.
— 휘리릭!
빠른 속도로 모여 드는 온갖 아이템들.
그중 눈에 띄는 것이 있어 손에 들고 살폈다.
“그래, 중요한 건 이거지.”
네 마리의 늪의 거인을 죽이자 등장한 물건.
이끼가 붙은 늪의 보석!
입수 난이도 최상의 품목 중 하나였다.
보석 넷을 한 손에 움켜쥔 우진이 고개를 들었다.
“좋아! 순조롭구만!”
이 구역에서 챙겨야 할 물건은 다 챙겼다.
또한 늪에 사는 마물들의 스킬도 계승할 수 있었다.
특히 거인 녀석이 좋은 걸 주고 갔다.
[’암석화(巖石化)’를 계승했습니다.]
‘오, 신기한 능력이구만.’
— 콰드득....
신체가 돌덩이로 변하는 방어형 스킬.
강도가 대단해서 어지간한 공격은 다 무효화시킬 수 있다.
원래 주인인 늪의 거인처럼 말이다.
자신도 필요에 따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늪지대에서 볼 일은 끝났다.
손목의 디바이스를 확인한 우진.
“오케이, 3분 컷.”
최악, 최흉의 지역 늪지대.
아주 짧은 시간에 끝내버렸다.
순간 여기가 얼마나 끔찍한 구역인지가 떠올랐다.
모든 고생을 다 버티다가도 여기서 진행을 포기하는 자들이 있었다.
그 이유는 독이다.
‘독이 정말 무섭거든.’
우진이 주변을 살폈다.
가만히 있어도 부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끓어 오르는 늪.
이곳은 사실 인간을 거부하는 죽음의 땅이다.
가만히 있어도 체력이 깎여나가는 지독한 독의 세상.
하지만 자신은 이곳에서 쿨쿨 잠도 잘 수 있다.
독 면역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완전 데미지 0의 절대 면역!
‘독 면역이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정말 엄청난 능력이거든.’
중원에서 온 자들은 이 희귀한 능력을 ‘만독불침’이라 부르며 경외했다.
하지만 자신은 종족 진화를 거듭하며 자연스럽게 획득했다.
정말 수많은 특수 능력 중 하나일 뿐이었다.
‘난 정말 축복 받은 놈이다. 진짜로.’
흐뭇하게 웃은 우진이 다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늪을 처리했으면 다음으로 까다로운 장소에 갈 차례였다.
“새야!”
영리하게도 주변을 날고 있던 커다란 새가 빠르게 우진에게 다가왔다.
그 위에 올라탄 우진.
새가 가뿐히 그를 받아냈다.
걷거나 뛸 수 있어도 차를 타면 편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물며 자동주행이 가능한 차라니!
‘어라?’
그런데 새를 타고 이동하던 중 창공에서 신기한 광경을 보았다.
그건 바로 수해에서 온 마물들이었다.
놈들도 자신처럼 비행형 마물이 지상형 마물을 옮겨주며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 두두두두!
또한 대지에서는 어딘가로 달려가는 사족 보행 마물들이 보였다.
마치 경례하듯 우진을 바라보고 다시 달려가는 마물들.
“흐흐흐! 이게 바로 협력의 땅이지!”
모두가 자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나도 뒤처질 수 없지.’
우진이 커다란 새의 등판에서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다음은 호수다!”
— 후우우웅!
먼 거리를 빠르게 돌파한 새.
그 위에서 우진이 자세를 잡고 뛰어내렸다.
— 풍덩!
호수 안으로 거침없이 잠수하는 우진.
에어블로우로 아주 깊은 곳을 향해 진입했다.
— 펑! 퍼펑!
그렇게 도착한 깊은 물 속.
거기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거대한 용이었다.
잠수룡(潛水龍).
놈이 푸른 눈을 번쩍이며 자신을 바라보았다.
<크르르르.....>
전생에 자신을 지독하게 애먹인 초강적이었다.
‘오, 반갑다. 너는 내가 기억나지 않겠지만!’
우진이 뻐끔거리며 말하자 놈이 어이가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넌... 짐승의 왕이군....>
상당히 도발적인 눈빛과 어조였다.
너도 짐승하고 싶냐? 라고 묻고 싶었지만 놈은 자신이 용인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듯 했다.
‘역시 강하네.’
기세가 보통이 아니다.
과연 용족!
하지만.
‘그래봐야 레비아탄에 비하면 잡몹에 불과한 놈이지.’
그때 놈이 문답무용으로 아가리를 쩍 벌리고 덤벼왔다.
우진에게도 새로 얻은 능력을 사용해 볼 좋은 기회였다.
‘암석화!’
순식간에 돌덩이가 된 우진의 몸!
<크아아악!>
그걸 콱 깨문 놈이 이빨이 아프다는 듯 물러났다.
씩 웃은 우진이 다시 뻐끔거리며 의사를 전달했다.
‘이제 내 차례다?’
스킬을 다시 쓸 수 있게 된 기념으로 시원하게 날려주기로 했다.
‘해수포(海水砲)!’
3층의 철갑 거북이에게서 계승한 스킬.
‘이거 못 써봐서 아쉬웠거든.’
엄청난 위력의 물대포였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거기에 실체화를 덧붙이는 우진.
‘해룡 강신!’
호수의 마물보다 더욱 거대한 용이 나타나 놈을 집어 삼켰다.
— 쿠오오오!
<크아아악...!>
물의 흐름 속에서 갈려나가는 잠수룡.
1만의 마력은 감히 한낱 마물이 상대할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극상(極上) 용오름’을 계승했습니다.]
‘오케이!
어두운 호수 바닥.
거기서 목표물인 광석도 획득했다.
‘이제 올라가자!’
이번에도 새로운 스킬이다.
‘극상 용오름!’
순간 무서운 마력이 모여들었다.
소용돌이치며 그대로 하늘로 떠오른 우진.
— 쿠구구구!
단순한 물의 흐름 정도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용의 솟구침과도 같은 위력!
“우오오오!”
물살을 타고 날아오른 우진이 높은 하늘에서 체공했다.
잠시 이마에 손을 대고 경치를 내다보던 그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저기 있군!”
신형을 날려 목표물로 향하는 우진.
그건 바로 거대한 구름 위였다.
뭉게구름에서 자라는 버섯이 있었다.
“이건 찾기 쉽지 않지.”
신비한 형태의 버섯을 챙긴 우진이 다시 휘파람을 불었다.
— 휘이익!
근처를 활공하던 새가 돌아와 구름으로 접근했다.
“고맙다!”
그대로 커다란 새 위에 착지한 우진이 이번엔 산지를 향해 날아갔다.
그 목적지는 동굴.
안에 살고 있는 것은 거대한 곰이었다.
— 쿠오오오!
사납게 다가오던 대형 곰이 순간 우진을 보고 눈을 번쩍였다.
— 쿠오오......?
인간의 언어는 아니었지만 놈의 뜻이 전해졌다.
<왕이시여, 무례를 용서하소서....>
지키고 있던 광석을 직접 주는 곰.
아주 획득하기 어려운 품목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그 또한 우진을 섬기는 짐승형 마물이었기 때문이다.
“고맙다!”
그게 끝이 아니다.
거대한 곰도 동굴을 나서 다른 마물들과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
그 마물의 행렬 속에서 우진이 어딘가로 향했다.
“이번엔 나무 열매를 몽땅 털어보자!”
새를 타고 날아간 그가 원숭이들 사이를 더욱 날렵하게 움직였다.
그렇게 수해에서 온 다른 짐승형 마물들과 교감하며 쉬지 않고 작업하는 우진.
저 멀리에선 붉은 빛이 번쩍이며 무언가 거대한 사냥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르쉬였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 때였다.
마침내 목표한 작업을 마치고 허리를 펴는 순간 정신을 통해 대사(大蛇)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왕이시여! 마지막 물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입니다!>
디바이스를 확인한 우진이 씩 웃었다.
“59분. 아슬아슬했군.”
정말로 1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과제를 미리 알고 있던 수해의 뱀이 큰 도움이 되었다.
마물을 진두지휘하며 작업을 효율적으로 만든 녀석.
우진이 다시 처음의 거대한 공터로 돌아갔다.
뱀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왕이시여.>
“너도 고생 많았다, 뱀아!”
그때 르쉬 역시 도착하여 커다란 새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고맙다 큰 새야!”
동시에 저 멀리서 수많은 마물들이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계속해서 공터에 물건을 추가했다.
그야말로 수천의 식물과 광물들이 정렬해 있는 것은 장관이었다.
‘다들 최선을 다 했구나.’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원숭이, 그리고 발로 움켜쥘 수 있는 조류 형태의 마물들이 큰 활약을 했다.
또한 냄새를 잘 맡는 돼지류나, 힘이 강한 대형 마물들도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도저도 안 되면 입으로 물어다 놓는 놈들까지 있었기에 모두의 힘을 빌린 셈이었다.
우진도 자신이 모아온 물품들 중 여분을 물품 사이에 올렸다.
르쉬도 3마리의 강적을 꺾고 가져온 물품을 추가했다.
드디어 콜렉션이 완성된 것이다.
“우와아아!”
박수를 치는 르쉬.
우진이 자신 앞에 도열한 마물들을 보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다들 고생 많았다.”
그리고 분류에 힘을 쓴 백사자 기사단에게도 감사 인사를 했다.
“여러분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지만 겸연쩍게 머리를 긁적이는 기사단원들.
“사실 민망하게도 저희는 크게 한 일이 없습니다.”
짐승들이 알아서 종류별로 모아 놓았고 자신들은 그저 조금 정리만 했을 뿐이라고 한다.
우진으로선 더욱 뿌듯할 뿐이었다.
백사자 기사단에게 빚진 느낌도 없고, 오히려 그들이 우진에게 더욱 신비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니까.
전생에는 그렇게 위대하게 느껴졌던 기사들이 계속 감탄하기 바쁜 것이다.
‘내가 롤모델로 삼기도 버거워서 천상계의 영웅들로 생각했던 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니.’
이걸 무슨 기분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마치 잘생김으로 유명한 연예인에게 네가 더 잘생겼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았다.
잠시 헤벌쭉하던 우진이 정신을 차렸다.
‘못났다 우진아.’
그가 고개를 휘저어 상념을 털어내고 산더미처럼 쌓인 물건으로 향했다.
“일단 저와 제 동료부터 도감을 완성하겠습니다.”
“아! 물론입니다.”
그가 돌아다니며 모든 물건에 손을 올리고 정신을 집중했다.
물품들이 한 개씩 사라지며 도감에 채워졌다.
몇 번의 작업으로 감을 잡은 그가 물건들 위로 떠올라 단숨에 모든 것을 끌어들였다.
— 휘오오오!
마치 자석처럼 그에게 빨려와 사라지는 과제 품목들.
퀘스트 창에 끝없이 완료 표시가 떠올랐다.
도감이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도감이 완성되었습니다.]
[통과 권한이 만족되었습니다.]
— 후우웅!
우진의 몸에 피어나는 찬란한 금빛 기운.
백사자 기사단이 다시 한 번 입을 쩍 벌렸다.
“저, 정말로 모든 품목을 1시간 만에 다 모으다니.... 이런 일이 가능할 줄이야....”
르쉬도 열심히 뛰어다니며 물건들을 터치했다.
“와다다다닷!”
총대장의 속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번쩍이며 움직이는 수하.
보통 사람은 낼 수 없는 재빠른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르쉬의 작업도 끝났다.
“통과 알림이 떴습니다!”
흐뭇하게 웃은 우진이 백사자 기사단을 돌아보았다.
“이제 남은 것은 모두 여러분의 것입니다.”
잠시 멍하게 된 기사들.
미리 얘기가 된 사항이지만 현실이 되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것이다.
“저, 정말 저희가 이것들을 가져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무엇으로도 갚을 수 없는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진이 멋쩍게 웃었다.
“별 말씀을. 남은 품목도 여러분이라면 1달 내로 모두 모으실 수 있을 겁니다.”
어차피 이건 저들의 힘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단지 시간을 줄여줬을 뿐.
‘뭐, 그걸로도 제법 도움이 됐겠지만.’
그래도 이제 시작이다.
강적들을 꺾고 희귀 품목들을 다 채우려면 저들도 고생 좀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번 과제에서 진짜 고마워 할 녀석들은 따로 있지요.”
빙긋 웃은 우진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감사 인사를 받을 존재들은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수많은 마물들이었다.
기사단도 어색하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가, 감사드리오.... 마물들이여.”
<쿠쿠쿠쿠...! 별 말을.>
뱀이 재밌다는 듯 혀를 날름거리다가 우진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왕이시여, 혹시 다른 분부가 있으신지요?>
“아니다. 이제 돌아가라. 정말 고맙다. 너희 모두들!”
그가 수해석에 다시 마력을 불어 넣었다.
우진에게 예를 표하고 게이트로 입장하는 마물들.
다시 수해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럼 다시 뵙는 날까지 옥체만강하시길....>
뱀도 크게 인사를 올린 뒤 게이트 너머로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로크가 유쾌한 목소리로 인사를 올렸다.
<왕이시여! 그 앞길에 찬란한 영광만이 있기를!>
우진도 끝까지 손을 흔들며 그들을 배웅했다.
“너희들도 모두 건강히 지내고 있어라!”
마침내 사방이 조용해졌다.
그 고요한 숲에서 우진이 기사단에게 말했다.
“저희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때 기사단장이 말했다.
“언젠가... 다시 뵐 수 있을까요?”
우진이 미묘하게 웃었다.
“글쎄요. 월드의 끝이라면... 아마 만날 수도 있겠지요.”
그러자 아득한 표정으로 감탄하는 기사들.
자신이 월드의 끝까지 엄청난 속도로 갈 거란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정말 감사합니다!”
기사단의 배웅을 받은 일행이 다시 다음 층으로 가는 계단 앞에 섰다.
“후아!”
르쉬가 두 손을 쫙 뻗으며 기지개를 켰다.
“이번 층은 재밌기도 했지만 정말 과제가 어마어마했습니다.”
“흐흐... 재미있었다니 다행이군.”
그때 잠시 하늘을 보던 르쉬.
그 너머의 무언가를 상상하는 것이다.
“다음 층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우진이 빙긋 웃었다.
‘다음 층이라.’
수하가 품은 것은 타당한 의문이었다.
자신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으니까.
4층이 이 정도라면 5층은 도대체 무엇을 해내야 한단 말인가?
‘다음 층은 분명 극단적으로 어려운 과제가 기다리고 있지.’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다르다.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순식간에 끝날 것이다.”
자신에겐 완벽한 계획이 있으니까.
그건 월드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초월적인 방식의 주파가 될 것이다.
“가자!”
“예!”
4층에서 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35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