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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134화 (133/155)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34 >

‘은인이라고?’

우진에게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자신이 이런저런 사람들을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저 백색 갑주를 입은 서른 명의 기사는 처음 만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3층에서 본 적도 없는데?’

아슬락의 부하도 아니었고, 바닷가에서 노예 노동을 하던 자들도 아니었다.

그때 그들이 우진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우진님께서 아슬락을 죽여주셨기에 저희도 맘 편히 3층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것에 감사드리는 것입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들은 아슬락에게 동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3층을 떠나지도 않은 채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었던 ‘추방자들’이었다.

틈을 봐서 아슬락을 죽이거나 노예들을 풀어주려 했지만 놈의 세력이 너무 강해서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애석한 일이었습니다. 힘이 필요해 출발한 여정인데 힘이 부족해 사람들이 고통 받는 것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으니까요.”

우진 덕분에 독재가 끝나자 이들도 안심하고 자신들의 여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시 모두가 예를 갖추며 머리를 숙였다.

그제야 이해한 우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대단하군.’

자신이 아니라 저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중심부로 출발할 때의 마음이 어떠했든 그간의 여정이 어떠했든 사람은 변한다.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물며 그게 ‘남을 돕는다’는 서원이라면 어떨까.

분노한 아슬락의 추격조를 벌써 3달 이상 막아내며 기회를 노린다는 건 단순한 이타심 이상의 신념이 필요했다.

놀랍도록 강한 의지를 가진 인물들이었다.

우진이 겸손하게 말했다.

“별 말씀을. 제가 우연히 강한 힘을 가져서 그런 것이지 힘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같은 뜻을 품었다는 점에서 여러분이 더욱 대단합니다.”

그러자 백사자 기사단이 감탄했다.

그건 일종의 전율이었다.

“이럴 수가....”

은인이라 생각한 자가 자신들을 더 대단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우진의 진심이었다.

솔직히 자신은 할 만해서 한 거지만, 저들은 매우 위험하고 어려운 걸 알면서도 아슬락의 폭정을 멈추려고 한 거니까.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 같은 분들이 계셨기에 아슬락도 주춤했을 것입니다. 저는 그 틈을 파고 들었을 뿐이고요.”

겸손하게 말하는 우진.

하지만 백사자 기사단은 당치도 않다는 듯 계속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결국 우진이 화제를 돌렸다.

“그럼 이제 계속 탑을 진행하실 겁니까?”

그제야 그들이 반응을 보였다.

“예, 우진님 덕분에 3층의 일도 해결되었으니 저희도 탑의 완등을 노리려고 합니다.”

그때 기사단의 리더가 제안을 했다.

“우진님께서도 저희와 힘을 합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분명 미력하나마 저희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부디 저희에게 도울 기회를 주십시오. 절대 폐를 끼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타당한 말이었다.

저들도 전투력이라면 상당히 강하니까.

어차피 넘어갈 층이라면 힘을 합치는 편이 유리하다.

그게 탑과 이번 층의 취지에도 맞다.

하지만 우진의 계획은 조금 달랐다.

“좋습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과 힘을 합치는 것은 수락하겠습니다.”

“오오...!”

매우 기뻐하는 기사단.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리라.

그때 우진이 덧붙였다.

“대신 물품 수집에는 참여하지 마십시오.”

다시 모두가 경악했다.

백사자 기사단도 이번 층의 목표는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도감 채우기.

열매와 광석은 종류가 대략 5천 개나 된다.

아득할 정도로 넓은 공간에 그것도 구석구석 숨어 있기에 매우 까다로운 과제였다.

때로 절벽을 타야 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수문장 역할을 하는 강적을 죽여야 하기도 했다.

모든 물품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그걸 혼자서 한다니?

“혼자서 5,000여 종의 목표물을 다 찾아내시겠다는 뜻입니까...?”

“예, 오늘 안으로 끝낼 겁니다. 정확히는 1시간 안에요.”

하루만에? 아니, 한 시간 만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우진은 태연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물론 가장 입수 난이도가 높은 10개는 못 구해드립니다. 애초에 소량만 얻을 수 있으니 부족한 건 여러분이 직접 구하셔야 합니다.”

언뜻 매정한 말이었다.

하지만 기사단은 우진의 말에 숨겨진 진의를 파악했다.

“그, 그 말씀은 설마....”

“예, 나머지 4990개의 물품은 여기 계신 30분들 몫까지 전부 구해드리겠습니다.”

기사단 전원이 경악했다.

그때 우진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신.”

“...?”

“여러분께는 물품의 분류를 맡기겠습니다.”

이게 우진의 본론이었다.

“부, 분류라면... 물건들을 정리하고 나누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여러분이 하셔야 하는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그가 자세한 계획을 설명했다.

자신은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닥치는 대로 아이템을 모을 것이다.

그것도 죄다 대량으로.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모으면 수집 속도가 몇 배로 상승하니까.’

허나 그러면 분류가 난감해진다.

그걸 저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다.

사실 이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시간이 걸릴 뿐 스스로 해도 되니까.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 자들이 여기에 얌전히 모여 있으면 내가 일을 하기 편해지거든.’

“도, 도대체 어떻게 혼자서 그 모든 일을 해내시겠다는 건지....”

기사들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왕격을 지닌 존재는 분명 초월적인 강자다.

옆에 있는 붉은 머리의 동료도 어디서 찾아 보기 힘든 압도적인 고수였다.

그러자 그들이 함께 한다 해도 고작 2명의 힘이다.

한 명의 천재가 1천 명의 범재를 이길 수 있다고 해도 그건 전투에 국한된 얘기다.

이런 대규모 수색과 수집 작업에는 반드시 많은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

우진도 그들의 속내를 알았지만 별 걱정은 없었다.

오직 자신만이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그가 웃으며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제 동료들을 부를 겁니다.”

진녹색으로 빛나는 돌.

그건 수해석(樹海石)이었다.

자신을 왕으로 모시는 거대한 뱀이 준 선물.

수해와 연결되는 게이트를 생성해 양쪽을 오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신비한 물건이었다.

그가 수해석을 허공에 띄웠다.

“곧 다수의 마물이 나타날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제 동료이니 안심하십시오.”

‘마물이 동료라고...?’

모두가 의문을 품을 때.

우진이 수해석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와라!”

허공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녹색의 게이트였다.

“이, 이건 도대체 무슨 마법인지....”

“말도 안 된다... 탑 내부에서 게이트가 생성되다니...!”

그때 더욱 놀랄 일이 벌어졌다.

— 쑤욱....

게이트 너머에서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건 거대한 뱀이었다.

— 시시시싯...!

혀를 날름거리는 대사(大蛇)를 보자 기사단이 기겁했다.

“수, 수해의 뱀이다...!”

“진정해라! 왕격을 지닌 분께서 하신 말씀을 들었잖나! 저들은 우리편이다!”

그때 뱀이 주변을 살피더니 이내 우진에게 다가와 고개를 조아렸다.

<왕이시여. 부르셨나이까....>

마물이 인간에게 예를 갖춘 것이다!

“오오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란 말인가....”

그러나 충격을 받기엔 아직 일렀다.

수해의 모든 짐승형 마물들이 줄줄 게이트에서 나타났다.

그 수는 하늘에 떠오른 비행형 마물까지 대략 수천.

모두가 우진을 향해 예를 갖췄다.

<왕이시여. 부르셨나이까.>

사람들이 경악에 잠겨 감탄했다.

그때 우진이 모두에게 말했다.

“너희의 도움이 필요하다.”

뱀이 더욱 고개를 조아렸다.

<무엇이든 말씀해주십시오. 왕이시여.>

우진이 광활한 4층의 대지, 결실의 낙원을 가리켰다.

“저 곳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 과일, 약초, 광석을 이곳으로 가져와라. 할당량도 없고, 개수 제한도 없다. 그냥 가능한만큼 모조리 챙겨오면 되는 것이다.”

뱀은 이미 이곳의 과제를 알고 있는 듯이 즐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과연... 그런 방법을 사용하실 줄이야. 저희라면 평범한 인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물품을 모을 수 있겠지요.>

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너희들끼리 구역을 나눠도 상관 없고,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가도 된다. 그렇게 1시간만 나를 도와다오.”

그러자 고개를 조아리는 모든 마물들.

<예! 반드시 목적을 완수하겠나이다!>

“믿음직하구만!”

자신의 계획은 언제나 단순하다.

짐승형 마물을 풀어 모든 아이템을 이곳에 닥치는 대로 쌓아놓는다.

그럼 인간 모험가들이 그것을 분류한다.

그게 우진 스타일의 4층 돌파법이었다.

그때 대사가 말했다.

<허락해주시면 제 친우를 불러도 되겠습니까?>

우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녀석이 정신을 집중했다.

거대한 날개짓 소리와 함께 나타난 것은 로크였다!

사정을 들은 거조(巨鳥)가 감탄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왕이시여! 저에게 이런 기회를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제가 책임지고 1천개는 모아오겠습니다!>

껄껄 웃는 우진.

“10개만 해줘도 고마운 일이지. 그런데 너희 구역은 별 일 없느냐?”

<저를 죽여서 지배자의 시험을 통과하려는 자들이 간혹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크하하하!>

로크는 진심으로 기뻐 보였다.

놈도 지배자급 마물이니 모두가 자신을 피해다니는 것보다 강한 모험가들과 힘을 겨루는 쪽이 더 즐거운 것이다.

또한 구역 분위기 자체가 시험을 보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한다.

“변화가 시작됐다니 잘 됐군.”

<이게 모두 왕께서 선보이신 혜안 덕분입니다.>

“좋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오래 비워 놓는 것은 좀 그래. 빠르게 해치우자.”

인간 사냥꾼들이 언제 다시 살심을 품고 사람에게 칼을 겨눌지 모른다.

최대한 빠르게 끝내고 로크를 돌려보내기로 했다.

“전원 출발!”

<예!>

우진의 명령에 따라 마물들이 퍼져 나갔다.

그 목적지는 4층 전역.

수천의 마물이 모두 하나의 목적 아래 움직이는 것은 장관이었다.

거기에 대사와 로크까지 포함되자 꿈에서나 볼 법한 신비한 광경이 되었다.

“마, 마물이 복종한다니....”

“저렇게 많은 수가 명령에 따르고 있다....”

우진이 놀라는 백사자 기사단에게 얘기했다.

“저들이 이곳으로 물품을 가져올 것입니다. 그걸 분류해서 도감에 필요 없는 것은 치우고 필요한 것은 종류별로 모아주십시오.”

“헛... 예! 물론입니다!”

그리고 대흑검을 빼어든 우진.

‘강적들은 내가 직접 처리하는 편이 빠르겠지.’

이 구역에는 대략 10마리의 강적이 있다.

4층이라는 위치에 걸맞게 상당히 강한 놈들이다.

르쉬에게도 몇 마리를 부탁하기로 했다.

“네게는 이 세 녀석의 처리를 맡기마. 상당한 수준의 마물이지만 너라면 충분히 꺾을 수 있을 것이다.”

“예! 맡겨주십시오!”

일단 정신으로 강적의 위치를 전달했다.

그 뒤에 챙겨와야 할 퀘스트 물품까지 알려준 우진이 입가에 손을 올렸다.

— 휘이익!

휘파람을 불자 두 마리의 거대한 날짐승이 다가왔다.

르쉬가 한 마리에 타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우와아앗! 빠르다! 새야! 저기 산 위로 데려가다오!”

우진도 목적지를 지시했다.

“늪지대로!”

빠르게 날아가는 커다란 새.

로크보다는 작은 크기지만 그래도 크다.

또한 직접 날개를 펴고 가는 것보다 빠르다.

무엇보다 힘을 낭비하지 않고 매우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늪지대로 가는 이유는 하나.’

독이 있기에 까다로운 구역.

아무리 마물들이라 해도 활동하는 데 제약이 생긴다.

그때 바람을 가르며 날던 새가 말했다.

<왕이시여! 도착했나이다!>

— 휘오오오!

우진이 역풍 속에서 아래를 살필 때였다.

순간 늪 속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몸을 일으켰다.

마치 이끼가 낀 바위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늪의 거인이었다.

놈이 손을 들어 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늪의 물건은... 못 가져간다....”

그때 대흑검을 겨누는 우진.

“반드시 가져간다.”

— 훙! 훙! 훙! 훙! 훙!

순식간에 5단계 증폭을 마친 대흑검.

우진이 바람개비처럼 돌며 뛰어내렸다.

“처형참!”

최소 100명이 아니면 도전하지 말라.

높의 거인을 두고 전해지는 격언이었다.

그것이 무색한 광경!

단신으로 놈을 향해 뛰어내린 우진.

그 결과는 상상초월이었다.

자신의 몸을 단단하게 만들어 모든 공격을 버텨내는 늪의 거인.

놈의 몸이 시원하게 반으로 갈라졌다.

— 쿠어어어...!

그때 여러 마리의 늪지대 마물이 접근하기 시작했다.

늪의 거인 세 마리도 추가되었다.

하지만 우진으로서는 즐거운 일이었다.

“오냐, 온 김에 늪지대 물건은 다 챙겨가주마.”

뛰어오른 우진.

“흐아아압!”

그가 착지하며 거대한 검을 땅에 박아넣었다.

— 콰아아앙!

“암룡대승천(暗龍大昇天)!”

대지 아래서 달려나간 거대한 어둠의 기운이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3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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