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32 >
1식 극.
신조차 죽이겠단 일념의 신살포.
그 거대한 별의 화살 앞에서 아슬락이 경악했다.
도망칠 곳은 없었다.
눈 닿는 모든 곳이 1식의 범위였으니까.
하지만 우진은 마냥 낙관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1식을 막거나 피할 수단이 최소 한 개는 있겠지.’
저 놈도 바보는 아니다.
명색이 층계 지배자인데, 비장의 수 몇 개 정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으아아악!”
그때 순간이동 하듯이 모습이 사라진 아슬락.
— 펑!
수십 미터 밖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슬아슬하게 그를 스쳐지나가는 1식.
‘오호. 저런 것도 가능하네’
저것 역시 예상 범위 내였다.
아마도 층계 특수 아이템의 효과일 거다.
자신을 맞이하러 왔던 척살조 리더가 쓴 물건과 비슷해 보였다.
‘특수 상점을 독점했다더니 신기한 걸 많이 가지고 있군.’
하지만 괜찮다.
저건 반드시 1회용이다.
마나의 흐름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한편 층계 아이템 ‘긴급 탈출’을 사용해 도망친 아슬락은 자신감을 되찾았다.
엄청난 공격에 즉사할 뻔했지만 아이템으로 죽음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아이템이 있으면 난 무적이다!’
이 층의 특별 상점은 자신이 독점하고 있다.
스킬이 없는 이 곳에서 자신과 자신이 허락해 준 자들만이 이런 신비를 행할 수 있다.
‘물론 저 녀석도 만만치 않아.’
상대를 노려보는 아슬락.
대규모 척살조를 보냈는데 저 놈 혼자서 나타났다는 건 아마도 270명이 모두 죽거나 최소한 전투 불능이 되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강당에 있는 자신의 부하들도 순식간에 제압했다.
아슬락은 그걸 보고서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자신도 마음만 먹으면 부하들을 일시에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저 촉수는 무슨 아이템이지?’
아이템이 아니라 우진의 언데드 능력이었지만 아슬락이 그걸 알 방법은 없었다.
‘어차피 이 방에는 장치가 되어 있다. 내가 압도적으로 유리해.’
특수 상점에서 구입한 물건들은 이용하면 승리는 자신의 것이다.
그때 상대방이 말했다.
“잘 피하네?”
아슬락이 자신감 있게 말하며 일어섰다.
“스킬이 없는 이 탑은 내게 최적화 된 싸움터다. 따라서 넌 네 스스로 지옥에 온 셈이지.”
“지옥에 와? 정확히는 지옥에서 돌아왔다.”
— 뻐억!
순식간에 날아들어 자신의 면상을 갈긴 상대방.
‘어, 언제...?’
움직이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순간이동?’
고개를 턴 아슬락이 빠르게 생각했다.
‘아니... 이 탑에서 그런 능력은 쓸 수 없다. 하지만 저 속도는 뭐지? 민첩 스탯은 분명 내가 더 높을 텐데...?’
자신을 압도하는 민첩은 불가능하다.
아슬락은 그렇게 믿어왔다.
그때 우진이 혀를 차더니 말했다.
“너는 왜 다음 층으로 안 넘어가냐? 너 정도면 탑을 완등하는 것도 가능할 텐데.”
부러진 코를 맞춘 아슬락이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내가 여기선 왕인데 왜?”
어이가 없는 우진.
“왕 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가 자신의 왕격을 드러냈다.
순간 밀려나는 아슬락.
그때 우진이 말했다.
“네 스탯 총합은 아무리 잘 쳐줘도 1만 이하다. 탑에서 반감된 것을 감안하면 5천이 최대.”
아슬락은 순간 오싹한 감정을 느꼈다.
숫자까지 정확히 알고 있다니.
그때 믿을 수 없는 말이 들려왔다.
“난 모든 개별 스탯이 네 총합보다 높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순간 그게 진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해되지 않을 정도의 강함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 콰드드득!
순식간에 언데드 폼으로 변신한 우진.
“이제부터 내 모든 스탯은 3배가 된다.”
피어나는 새까만 투기.
죽음의 신이 강림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무, 무슨....”
경악하는 아슬락 앞에서 우진이 빙긋 웃었다.
저 녀석의 스킬을 빠르게 파악한 것도 모두 자신에게 이런 비상식적인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으아아악!”
그때 아슬락이 미리 장치해놓은 방어 장치로 마력탄을 발사했다.
— 퍼펑!
마치 현대식 대포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다만 더욱 빠르고 파괴력이 강하다.
그 거대한 포탄을 빠르게 피한 우진이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너 여기서 진짜 오래 살 생각이었구나? 별 걸 다 장치해놨네?”
이를 악물고 말하는 아슬락.
“난 내 힘을 정확하게 안다. 지혜롭고 현명하기 때문이지.”
“오.... 부럽네....”
하지만 도발에 걸려들지 않는 아슬락.
“윗층으로 가면 나보다 강한 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바로 여기. 여기가 내가 최강으로 군림할 수 있는 한계선이다. 이걸 넘어가지 않는 것 또한 용기이자 지혜지.”
개소리를 하는 놈.
우진이 빙긋 웃었다.
놈의 본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두려운 모양이군. 나아가는 것이.”
순간 얼어붙은 아슬락.
“뭐라고...?”
우진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맞춰보지. 넌 분명 더 올라가고 싶을 거야. 탑을 정복해 다음 구역으로 진행하고 싶을 거고. 또 월드의 끝이 무엇인지 보고 싶기도 하겠지.”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아느냐!”
“그렇잖아. 왕 놀이를 하고 싶으면 2층이나 1층... 아니, 탑을 벗어나서 2구역이나 1구역으로 돌아가도 되는데. 근데 왜 여기지? 혹시 여기가 네가 스스로의 힘으로 통과했던 마지막 층인가?”
“닥쳐라!”
우진이 씩 웃었다.
“너도 나아가고 싶은 거야. 근데 그게 무서운 거고. 그래서 남들도 못 가게 하는 거지.”
“이이익! 무슨 개소리를...!”
흥분한 아슬락.
잔뜩 열이 올랐다.
그가 발악하듯 손에 든 장치의 버튼을 눌렀다.
— 딸깍!
그리고 벽면에서 수십 대의 마력 대포가 나타났다.
“흐흐흐흐... 모두 진주로 구매한 것들이다. 네가 아는 마력총의 위력과는 차원이 다르지.”
확실히 느껴지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 층에서만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모두 유물급 무기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럼 안 맞으면 그만이잖아?”
우진이 뭔가를 꺼내 휙 던졌다.
그건 바로 ‘혹한의 구슬’.
연막탄처럼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사라진 우진의 신형.
아슬락 입장에선 대단히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놓친 건가? 왜 그냥 던진 거지? 저런 엄청난 마력을 지닌 아이템을 그냥 시야 교란용으로 사용한다고? 날 공격하는데 쓰지 않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
‘이건 회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걸 상정하고 움직이는 아슬락.
하지만 전혀 다른 방향에서 나타난 우진.
“뭐야, 그거 가지고 싶었냐?”
아슬락이 기겁을 했다.
‘또 안 보였다...! 무슨 속도가....’
빠르게 마력 대포들을 조작하는 아슬락.
하지만 우진의 신형이 순간 흐려지더니 모든 것을 회피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격차였다.
‘너무 강하다. 이해할 수 없는 강함이다.’
절망에 빠진 아슬락.
그때 상대방이 그의 앞에 나타나 멱살을 쥐고 들어올렸다.
우진의 눈이 무시무시하게 바뀌었다.
“흐엇...!”
바뀐 것은 눈만이 아니었다.
놈의 전신!
전신에서 예측할 수 없이 강대한 힘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의지의 칼날인 무형지기였다.
“너... 넌 도대체 무엇이냐.......”
“우진.”
그리고 마침내 무형지기가 놈을 갈랐다.
— 퍼서서석!
수십 조각이 된 아슬락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독재자의 시원한 최후였다.
*
“피범벅이 되었군.”
한쪽에 마련된 분수에서 몸을 씻은 우진.
[’성장 가속’을 계승했습니다.]
아슬락의 스킬을 확인한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추측이 맞았어.’
역시 파격적일 정도로 강한 스킬이다.
이후 자신의 스탯은 모두 1.5배로 성장하게 된다.
대단한 특권을 얻은 셈이었다.
그때였다.
몸에 느껴지는 이상한 고양감.
‘설마...?’
우진이 빠르게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런...... 엄청난 선물을 받았군.’
모든 스탯이 1.5배가 되었다.
스킬 ‘성장 가속’이 소급 적용된 것이다.
모든 스탯이 단숨에 대폭 성장하는 건 무서운 고양감을 동반했다.
특히 마나는 이제 1만이라는 아득한 숫자가 되었다.
전신에 충만한 마력을 느끼며 고개를 든 우진.
‘이러다 정말 반신(半神)이라도 되어 버리는 게 아닌가 싶군.’
마력을 끌어올리니 정말 세상 전체를 통제할 수 있을 것 같단 자신감이 생겼다.
그때 또 하나의 알림이 떠올랐다.
— 띠링!
[특수 상점 독점권을 계승했습니다.]
아마도 아슬락에게서 넘어왔을 탐욕스러운 권리.
이런 ‘권리’가 사람을 옮겨 다닌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하지만 계승은 신수의 힘도 이어받는 절대적인 능력.
이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리라.
‘어디 상점에 뭘 파나 확인이나 해볼까.’
제단에 서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지구 구역 무기점처럼 카탈로그를 보고 구입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어서오십시오, 우진님.]
[독점권을 확인하였습니다.]
[아이템을 선택해주세요.]
전생에는 그저 층을 넘어가기에 바빠서 이 상점에는 관심이 없었다.
진주를 10개 모으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힘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판매 품목이 생각보다 신기했다.
리스트를 넘기던 우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별 걸 다 파는군.’
특이하고 강력한 아이템들.
대부분은 이번 층에서만 쓸 수 있었다.
‘증폭권이라고?’
모든 능력을 잠시 높여주는 아이템에서부터...
‘이건 또 뭐야, 정신의 축복?’
마약류처럼 정신적 쾌락을 주는 아이템도 있었다.
‘이것도 탑에 눌러 앉게 만들려는 수작인가.’
그때 가장 어처구니 없는 품목이 보였다.
‘대상 지정 통제권?’
일종의 노예 계약서.
물론 상대방의 동의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었다.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이런 걸 왜 수락해?’
그때 그가 무언가를 깨달았다.
‘아니, 이걸 받고 싶어서 안달난 놈들도 있었겠군.’
이게 있으면 아슬락의 정신적 노예가 된다.
하지만 반대로 아슬락의 무리에 속하게 된다.
즉, 울타리 밖의 사냥감이 아니라, 울타리 내부의 ‘동료’가 되는 것이다.
층은 하나의 세계.
고립된 세계의 분위기는 인간의 판단력과 신념을 휘저어 놓는다.
‘무리에 속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지.’
그래도 놀랍긴 하다.
이런 걸 이용해도 층 전체를 통제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척살조 리더의 말에 따르면 이런 체계를 고작 2년이 안 되는 시간에 만들어 냈다고 한다.
‘욕망이 대단한 놈이긴 하군.’
물론 아슬락 혼자만의 힘은 아니었다.
다시 특별 상점의 아이템 리스트를 본 우진.
이런 아이템들이 있으면 통제하기가 매우 수월했을 것이다.
그때 리스트에 신기한 것이 보였다.
[스킬 제한 해제권 (1일, 탑 전체) - 진주 100개]
‘오호... 탑에서 스킬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도 있군.’
대부분의 아이템이 이번 층에서만 쓸 수 있는데 반해 이 녀석은 탑 전체에 적용되어 더욱 특별했다.
‘그래도 가격이 진주 100개라니 상당히 비싸네.’
통과 자격의 10배나 되는 개수니 절대 만만하지 않다.
물론 우진은 가볍게 살 수 있었다.
왜냐면 아슬락이 모아 놓은 진주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그가 스킬 제한 해제권을 구매한 뒤 적용했다.
— 띠링!
[이제부터 탑 내부에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주의! 효과가 24시간 남았습니다.]
‘좋아. 1일이면 충분하지.’
이제 자신은 이레귤러를 넘어 사기꾼이 되었다.
원래도 강했는데 스킬까지 쓸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상점을 모두에게 돌려줄 차례군.’
그가 아슬락이 걸어놓은 독점권을 해제했다.
[주의! 특수 상점 독점권을 해제합니다.]
[다시 복구하기 위해선 진주 10,000개가 필요합니다.]
“괜찮다. 해제시켜줘.”
[독점이 해제되었습니다.]
[이제 모든 도전자가 특수 상점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좋아.”
3층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첫 번째 작업은 끝났다.
‘이제는 사람들과 얘기할 시간이군.’
시스템 메시지와 얘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있었다.
일단 아슬락한테 샌드백 취급을 당하며 맞고 있던 사람에게 다가갔다.
기절한 채 누워 있는 남자.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고 오랜 피로가 중첩된 것 같았다.
힐을 사용하자 찬란한 빛이 그를 감쌌다.
남자가 힘겹게 눈을 떴다.
“으으으.... 죄, 죄송....”
“안심하시오. 난 아슬락의 부하가 아니니.”
그때 자신의 몸이 회복된 것을 발견한 남자.
“가, 감사... 합.......”
다시 기절했다.
아무래도 정신적 피로가 상당한 것 같았다.
그래도 몸은 다 회복되었으니 깨어나면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행이군.’
간만에 스킬을 사용해 좋은 일을 하니 자신도 기분이 좋았다.
‘이제는 떨거지 놈들 정신 교육 시간이군.’
우진이 강당 전체에 물폭탄을 터트려 기절한 놈들을 모조리 깨웠다.
“어푸푸푸!”
“으악...!”
혼비백산한 놈들이 허우적거렸다.
주변을 둘러보던 우진이 그나마 온전한 아슬락의 머리통을 가져다가 보여주었다.
“너희의 지배자는 죽었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놈들.
오들오들 떨면서 우진 앞에 도열했다.
그가 놈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이제부터 내 말을 잘 들어라.”
놈들의 귀를 파고드는 나직한 목소리.
그건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
절대적인 명령.
1만이 넘어간 마나로 발동된 언령이었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3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