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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130화 (129/155)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30 >

— 쿵...

— 쿵.......

미몽귀(迷夢鬼).

던전에서 봤던 구울 거인과 비슷한 놈이 걸어오고 있었다.

수천 명의 사람을 뭉쳐 놓은 징그러운 형태.

이 평야에서 인간을 흉내내는 ‘인형귀(人形鬼)’를 일정 개체수 이상 사냥하면 등장하는 보스다.

거대한 몸집에서 나오는 공격력과 방어력, 그리고 체력은 기본이다.

가장 무서운 건 일그러진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신 공격.

공포와 광기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자신은 물론이고 르쉬에겐 통하지 않는다.

그때 놈이 인간을 조롱하듯 말했다.

<너희는... 모두... 죽을 것이다....>

사기(邪氣)를 뿜어내며 걸어오는 거대 보스.

느릿한 어조와 달리 실제로는 엄청난 정신적 데미지를 가하고 있다.

그걸 바라보던 우진이 씩 웃으며 수하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대단히 징그럽게 생겼습니다.”

“없애버릴까?”

“예! 제가 하겠습니다.”

“아니다, 오늘은 몸 좀 더 풀고 싶구나.”

그때 놈이 다시 한 번 공포의 기운을 뿜어냈다.

<내가 이 땅의 모든 인간에게 절망을 선사하겠노라....>

“어, 난 인간 아니야.”

가볍게 달려나간 우진.

그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마침내 거인의 간격 안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네 놈이로구나.......>

무서운 음성과 함께 거인이 빠르게 손을 찍어 내렸다.

하지만 그 순간 튀어오른 우진.

— 투쾅!

마치 미사일이 발사되는 것처럼 하늘로 솟구쳐 적을 관통했다.

— 퍼엉!

마치 폭탄이 터진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머리가 뚫린 보스.

— 그아아아아아아!

그 모습은 지옥에서나 볼 법한 끔찍한 형상이었다.

그러나 무서운 재생력으로 버티더니 뒤로 돌며 손을 뻗었다.

<놓치지... 않는다.......>

그때 우진 역시 손을 뻗었다.

“재가 되어라.”

마치 지엄한 명령과도 같은 문장.

— 쿠워어어...!

당황한 놈이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을 때.

놈의 내부로부터 초고열의 불길이 치솟았다.

스킬이 봉인된 이 탑에서 발현된 기적.

초열(超熱). 월드 최강의 화염 속성이었다.

뻗던 손마저 내려 허겁지겁 자신의 몸을 털어내는 거인.

— 그워어어어어!

하지만 그게 턴다고 털릴 불이 아니었다.

우진이 만족스럽게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아젤리아의 스킬 ‘아그니’를 압도한다.’

화염의 마신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불의 마녀 아젤리아.

그녀와의 속성 싸움에서 절대 지지 않으리라.

우진이 바닥에 착지한 순간.

거인 역시 쓰러졌다.

— 쿠구궁....

깔끔하게 사그라든 불길.

적의 내부를 연소시킨 뒤.

우진의 뜻에 따라 사라졌다.

사람들의 감탄이 이어졌다.

“바, 방금 그 불꽃 봤어?”

“어, 엄청난 아이템이다....”

“고대 유물인가? 난 저런 아이템을 한번도 보지 못했는데....”

그러나 가장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었다.

“보, 보스를 일격에...!”

우진이 빙긋 웃었다.

아이템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힘이기 때문이다.

‘반신의 힘이 규칙을 무시할 수 있다는 걸 다른 모험가들이 알긴 힘들겠지.’

굳이 정정해줄 필요도 없기에 그저 웃었다.

그때 시체의 남은 잔해에서 덩어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살점들.

마치 독립된 개체처럼 야영장을 향한다.

죽어서도 사람을 노리는 마물의 집념!

‘지독하구만, 지독해!’

하지만 우진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르쉬가 달려나가 처리했기 때문이다.

“혈화난무(血花亂舞).”

— 파사사삭!

모든 살덩이에서 혈검이 솟아나며 산산조각이 났다.

그냥 스킬이 아닌 종족의 특수 능력이기에 사용 가능한 기예.

마치 어인의 숨결이나 트롤의 재생력처럼 제한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확실히 자신들은 이 탑에서 월등하게 유리하다.

“잘 했다. 연습한 보람이 있군.”

“감사합니다. 아하하....”

반감된 스탯으로도 잘 싸우는 자신의 수하.

반응 속도와 대응력이 아주 좋았다.

천인귀를 상대할 땐 어딘가로 숨겨야 했을 정도였지만, 이제는 든든하게 뒤를 맡길 수 있는 최고의 동료가 되었다.

‘뿌듯하군.’

그때 야영장 쪽에서 얼어 있던 사람들이 탄성을 토해냈다.

순식간에 보스가 사라진 것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그 후의 깔끔한 뒷처리까지!

“와, 왕격은 저 정도란 말인가.......”

“도대체 어느 정도의 차이인 거지...?”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가늠이 안 될 정도의 격차다....”

하지만 그런 감탄들에도 불구하고 우진은 하나의 알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보스의 스킬이 계승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천공의 음성’을 계승했습니다.]

‘오호... 제법 신기한 능력을 얻었다.’

보스가 사용하던 그 정신계 능력이 자신의 힘이 되었다.

일단 목소리를 마력으로 퍼트릴 수 있으며, 약간의 공포와 암시 효과도 있다.

지령이 1:1대화라면, 이건 다수를 상대로 발동할 수 있는 일종의 확성기 능력인 셈이다.

‘여기에 언령까지 실으면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겠어. 마나 소모가 엄청나겠지만 쓸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지.’

만족스럽게 스킬을 확인한 우진.

그때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다.

[충분한 양의 ‘인형귀(人形鬼)’를 사냥하였습니다.]

[보스 ‘미몽귀(迷夢鬼)’를 사냥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3층 진입 권한이 부여됩니다.]

아주 반가운 소식.

드디어 다음 층으로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좋다, 가자!”

“예! 가자!”

신나게 출발하려던 일행.

‘아니, 잠깐.’

그때 우진의 후각이 무언가를 포착했다.

그건 끓고 있는 자신의 냄비였다.

“밥은 먹고 가자!”

“예에에에!”

보스를 하도 빨리 잡았더니 타지도 않고 적당히 잘 끓었다.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와 신나게 식사를 하는 두 존재.

주위 사람들은 그걸 감탄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식사를 마친 우진이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

“미몽귀를 잡았으니 당분간 평야는 안전할 겁니다. 일단 오늘밤은 안심하고 주무셔도 됩니다.”

사람들이 안심하며 인사를 해왔다.

“감사합니다, 모두 모험가님 덕분입니다.”

흡족한 우진.

‘이제 갈 시간이군.’

그래도 인연인데 뭔가 아쉽다.

그냥 훌쩍 떠나기엔 조금 정이 없는 것 같았다.

“이거 후식으로 드십쇼. 시원합니다.”

— 치익...!

그가 차가운 탄산 음료 수십 캔을 돌렸다.

처음엔 뭔가 싶어하던 모험가들이 캔 따는 법을 알려주자 눈이 커졌다.

“오오오...!”

잠시 꿀꺽거리는 소리만이 들리더니 이내 감탄사가 이어졌다.

“이건 기계 정글의 그 신비한 음료...!”

“콜라다! 콜라다! 콜라다! 콜라다!”

“신묘한 맛이로다....”

깔끔하게 캔을 비운 사람들이 입을 모아 외쳤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모험가님!”

역시 한 캔씩 시원하게 해치운 두 존재가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야영지를 떠났다.

“그럼 다들 화이팅입니다!”

“건승하십쇼!”

“모험가님! 3층에서도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침내 도착한 거대한 계단.

“가자!”

“3층으로!”

청량한 마음으로 향한 그곳은 탑의 3층이었다.

*

3층.

고난과 역경을 지나야 도착할 수 있는 탑의 허리 부분.

이곳에는 지배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아슬락.

마물이 아니라 인간의 몸으로 한 층의 지배자가 되었다.

그건 첫째로 그가 힘이 강해서였고, 둘째로 그 힘을 아주 잘 써먹었기 때문이다.

즉, 억지로 통제를 가하여 자신에게 복종하게 만든 것이다.

매일 즐거운 ‘인간 지배자’의 삶을 누리던 아슬락.

그는 지금 충격적인 보고를 듣고 있었다.

“신입이 하루만에 3층까지 도달했다고?”

“예, 그렇습니다.”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지금 들은 내용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탑의 1, 2, 3층은 자신이 그야말로 손바닥 보듯이 빠삭하게 꿰고 있다.

3층이야 자신이 지배하는 공간이고 아랫층도 자주 놀러가기 때문이다.

‘밑의 층에서 벌이는 유희야말로 이 탑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니까.’

1층은 샛길을 돌아가야 해서 귀찮지만 그 덕에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출구 계단 근처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마침내 샛길을 다 돌아 겨우 도착한 자들을 죽여버리는 것.

그건 상상하기 힘든 쾌락을 주었다.

‘누군가가 힘들게 이룬 성취를 파괴한다는 쾌감. 그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사람들은 모르겠지.’

2층에서도 큰 재미를 누릴 수 있었다.

인간 미믹인 척하고 모험가들을 죽이면 절망과 혼란에 빠진 눈빛이 돌아왔다.

그 고생을 하고 겨우 2층까지 와서 마물도 아니라 인간의 손에 죽는 것이다.

죽는 것만큼이나 억울한 등반 실패.

탑을 오르는 건 그만큼 힘든 과정이다.

‘그런데 그걸 하루만에 통과했다고?’

순간 아슬락이 긴장했다.

자신의 오랜 지배가 끝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때 다시 그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다.

‘그렇다면 놈의 진행을 내가 여기서 끝내버린다.’

3층의 통과 조건은 이렇다.

이 층에서만 구할 수 있는 ‘진주’를 10개 바치는 것.

바다를 제외하면 따로 마물도 등장하지 않는 평화로운 층.

게다가 보스도 없는 곳이라 오직 하나의 과제만 완수하면 된다.

기존엔 제단에 10개를 올리면 통과 허가가 떨어졌다.

구하기 어렵지만 구한 후엔 바로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인간 ‘지배자’ 아슬락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물론 그 허가를 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건 내 맘이니까.’

일단 10개가 아니라 15개를 자신에게 바쳐야 한다.

또한 15개를 가져와도 죽여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3층의 인구수를 조절하기 위해 자비로운 마음으로 보내주는 경우도 있었다.

상대의 힘이 강해 자신이 압도적으로 찍어 누를 수 없는 경우엔 선심을 쓰듯 보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경우엔 제비뽑기를 하듯 기분에 따라 죽였다.

왜?

재밌으니까!

‘그리고 그럴 수 있으니까.’

힘이 있는데 왜 쓰지 말아야 한단 말인가?

그가 왕좌의 팔받침을 움켜쥐었다.

‘어차피 너도 여기선 내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

압도적인 강자가 나타났다는 건 더욱 큰 쾌감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가 자신의 수하에게 물었다.

“오늘 상납된 진주의 개수는 얼마지?”

“지금까지 약 2700개입니다.”

“그래? 그럼 270명을 보내서 죽여라.”

간단히 내려진 명령.

그건 대량의 척살조를 보내란 지시였다.

상대는 분명한 위험 인자이니 판단이 내려진 이상 죽일 뿐이다.

그것도 확실하게!

그때 정찰조 소속의 부하가 간곡히 충언했다.

“아슬락님... 그 자를 힘으로 상대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자신이 직접 본 그 자는 그냥 강한 인간이 아니었다.

무려 2층 보스를 순식간에 제거한 초월적인 강자니까.

하지만 꿈틀거리는 아슬락의 눈썹.

“상대하지 말라고?”

“예, 그는 추정 불가의 힘을 가진 이레귤러입니다. 태풍이 온 것처럼 얌전히 몸을 낮추고 보내줘야 합니다.”

“그냥 보내줘? 내가?”

아슬락이 헛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고유 스킬은 [성장 가속].

성장 시 스탯이 추가로 올라가는 패시브 계열이었다.

바깥에서도 아주 유용하게 써먹었지만 이 탑에선 최강의 능력이 되었다.

‘모든 스킬이 봉인되는 탑에선 스탯의 중요함이 더욱 커지거든!’

바깥 고리에서부터 중심부까지.

그리고 다시 여기 3층까지!

남들보다 높게 쌓아온 스탯이 있기에 여기서 그는 더 강해졌다.

‘이 탑에서 다른 놈들은 자신의 스킬을 잃어버린 셈이지만... 나에겐 오히려 그게 이득이 된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자신은 독보적으로 강하다.

과시하듯 손바닥을 쫙 펼친 아슬락.

“이리 와봐라.”

그가 부하를 부른 뒤 머리를 움켜쥐었다.

“크아아악! 크아아아악!”

생존 본능에 따라 안간힘으로 저항을 했지만 현격한 스탯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 퍼서서석!

결국 터져버린 부하의 머리통.

끔찍하게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아슬락은 태연하게 손을 털었다.

“물이랑 수건 가져와라.”

“예!”

부하를 저승으로 보내고도 웃고 있는 남자.

옆에 서 있던 다른 이들이 기겁했다.

하지만 3층 최강자니 어쩔 수 없다.

부당함을 지적했다간 자신도 같은 꼴이 될 테니까.

폭군 아슬란.

그가 마지막으로 명령했다.

“그 건방진 신입은 내 말대로 처리해. 1명의 오차도 없게!”

순식간에 체계를 따라 하달되는 지시.

<270명의 척살조를 보내라!>

그의 말에 모두가 복종했다.

죽어버린 부하의 의견에 동의하던 자들도 곧 마음을 바꿨다.

아무리 강해도 상대는 고작 ‘개인’이다.

‘뭐... 270명이나 보냈는데 별 일이야 있겠어?’

그게 그들의 착오였다.

그들의 상대는 한 명의 개인이 아니었다.

그는 우진이었다.

그는 인간이 아니었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30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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