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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129화 (128/155)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29 >

마물들이 조소를 보내왔다.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크크크... 눈치가 빠르구나 인간아.”

“눈치가 느리면 밥을 못 먹는 환경에서 자랐더니 이렇게 됐다.”

우진의 말에 고민하는 놈들.

그래봐야 마물이 자신의 사정을 이해하긴 힘드리라.

“근데 말이다....”

고개를 든 우진이 씩 웃었다.

“너희는 눈치가 없네?”

섬뜩한 기분이 든 마물들이 자신도 모르게 한 발을 뒤로 뺐다.

그때 우진이 흑참도를 꺼내들었다.

“하자.”

결국 놈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모두 달려들기 시작했다.

“죽여라!”

“상대는 한 명이다!”

하지만 여유롭게 방어하는 우진.

전지의 감각은 법칙을 벗어난 능력.

공격이 들어오기 전에 모두 궤도를 읽을 수 있다

비스듬히 휘두른 도 한 자루에 여섯 놈의 공격이 모두 막히자 인간형 마물들이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너, 넌 도대체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

“이 능력의 이름은 불패(不敗). 반드시 승리하는 능력이지.”

여유롭게 도를 휘둘러 어깨에 얹은 우진.

잠시 고민하던 마물들이 살기를 드러냈다.

자신을 놀려 먹었단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이이익!”

여섯 놈이 동시에 인간의 형상을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징그러운 괴물의 본체.

마치 인간을 녹여서 뒤죽박죽 섞어 놓은 듯한 모습의 마물이었다.

— 촤르르륵!

놈들이 몸에서 촉수를 뿜어내 공격했다.

제법 무섭게 날아오는 살점의 공세.

평범한 모험가라면 무엇에 당했는지도 모르고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진은 달랐다.

“촉수는 나도 있다, 이 녀석들아.”

가볍게 회피한 우진이 언데드 폼으로 변신했다.

— 콰드드득!

그리고 전신에서 촉수를 방사해 여섯 놈을 모조리 꿰뚫었다.

각자 심장과 머리, 그리고 사지를 꿰뚫린 놈들이 흐느적거리며 주저앉는다.

완전히 액체처럼 변해 바닥으로 퍼진 마물들.

모두 죽어버린 것이다.

“끄어어억....”

“끼에에엑....”

[‘인간 위장술’을 계승했습니다.]

잠시 놈들의 능력을 테스트해 본 우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내 인간 폼이 훨씬 우월하군.”

이런 스킬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그가 마물의 사체들을 빨아들인 뒤 말했다.

“아무래도 이번에도 운이 좋은 것 같구나.”

그냥 마주쳤을 뿐인데 전력으로 공격해온 마물들.

이렇게까지 공격적으로 나온다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만월(滿月).

1층의 안개처럼 특수한 이벤트가 벌어지는 날.

모든 마물의 공격성이 대폭 늘어나는 것 뿐 아니라 전투력까지 상승한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를 걸어가자 밤하늘에 붉은 보름달이 떠올랐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줄 섬뜩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우진과 르쉬는 달랐다.

“우리는 밤의 일족이지.”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은 달밤의 정기(精氣).

마물처럼 공격성이 높아진 건 아니지만 활력이 샘솟는다.

“르쉬, 이제부터 우리가 일대의 마물을 모두 정리한다. 누가 진정한 밤의 주인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예!”

평야를 달려가던 우진과 르쉬가 각자 무기를 꺼내들었다.

— 피슝!

레이저 쿠크리에서 고도의 예기가 솟아났다.

기감을 퍼트린 우진이 마물의 위치를 르쉬에게 공유했다.

그리고 두 사제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찢어졌다.

오른쪽으로 달려가던 우진이 전방의 한 무리를 향해 진 흑참도를 휘둘렀다.

“백광질풍참!”

인간인 척 하다가 순간 살덩이가 되어 꿈틀거리는 놈들.

왼편의 르쉬는 평야를 크게 돌며 순살을 펼치고 있었다.

“흐아아압!”

— 콰콰콰쾅!

다시 합류했을 땐 근처에 마물의 기척이라곤 단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숨이 찬 기색도 없이 멀쩡한 두 존재가 손바닥을 마주쳤다.

“고생했다.”

“총대장님도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일대는 안전하다.

2층으로 넘어온 초행자들이 갑자기 비명횡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시 전진하는 우진과 르쉬.

그때 저 멀리 불빛이 보였다.

이번 층의 도시가 뿜어내는 밤의 풍경이었다.

“오, 도시로군. 하지만 이번엔 패스한다.”

이번 층의 도시는 검문이 제법 삼엄하다.

등장하는 마물의 특징 때문이다.

괴물이 사람 모습을 취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검문이 강화되었다.

그렇다고 밤을 보낼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처럼 도시의 귀찮은 검문을 싫어하는 모험가들도 많으니까.

“중간까지 가면 야영지가 있을 것이다.”

진입 하루만에 거기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우진과 르쉬에게는 매우 쉬웠다.

전진하다 보니 과연 넓은 공터가 등장했다.

이곳이 중앙 야영장.

사람들이 모여 힘을 합쳐 밤을 보내는 곳이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사람들이 새로 나타난 우진을 보며 경계했다.

“헛....”

“새로운 사람이군.”

그때 야영장 외곽에서 보초를 서던 남자가 우진에게 걸어왔다.

“여기까지 진행했다면 이번 층의 규칙은 알고 있겠지. 신원을 밝히시오.”

“그야 어렵지 않지.”

우진이 적당히 용살(龍殺)의 휘장을 펼쳐 보여주었다.

이것 또한 인간 외에는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오오....”

“저것은...!”

찬란한 빛에 감탄하는 사람들.

“용살의 휘장을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군.”

“여기서 저런 대단한 모험가를 만나다니 운이 좋았어....”

다시 안심하고 식사 준비를 하는 사람들.

야영장에 신원이 확실한 강자가 합류했으니 오히려 든든하기까지 하다.

“우리도 식사 준비를 하자꾸나.”

“예!”

그때 멀리서 절그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음?”

“오늘밤엔 새로운 손님이 많군....”

하나둘 시선을 돌리는 모험가들.

저 멀리 대규모 파티가 접근하고 있었다.

야영장의 모두가 경계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사람인지 마물인지 알 수 없는 존재들.

하지만 우진의 눈에는 뻔히 놈들의 정체가 보였다.

‘전부 마물이군.’

대규모의 마물 군대가 인간의 야영지를 습격하려 다가오고 있었다.

‘작정을 하고 덤벼오는구나.’

붉은 만월 덕분이다.

오늘은 놈들의 힘도 더 강해지고 호전적이 되기 때문이다.

‘그대로 두면 최소한 수십 명은 죽겠군.’

고작 100m 내외로 접근한 마물 모험가의 무리.

인간의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우진의 눈에는 저들 속에 일렁이는 어둠이 선명하게 보였다.

진실은 오직 하나였다.

저 수십 명의 대형 파티 전원이 모습을 속인 마물이란 것.

‘어쩔 수 없군.’

우진이 일어나 저벅저벅 공터를 가로질렀다.

주변의 모험가들이 당황했다.

“위, 위험....”

“일단은 저쪽의 신원을 확인한 뒤....”

그때 우진이 왕격을 드러내자 사람들이 전설적인 존재의 등장에 놀랐다.

“왕... 왕의 기운...!”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격의 차이.

월드의 주민인 이상 이걸 알아보지 못할 순 없다.

그때 우진이 설명했다.

“왕격을 가진 자에겐 괴물들의 정체가 보입니다. 그리고 저놈들은 모두 마물입니다.”

“헉...!”

누구도 왕격을 가져본 일이 없으니 우진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마물들도 왕격을 보고 경계하기 시작했다.

자기도 모르게 살기를 드러내는 모습에 우진이 빙긋 웃었다.

“이제부터 마물 사냥을 시작할 겁니다. 안심하고 기다리십시오.”

진 흑참도를 꺼내든 우진이 그 도신에 극뢰를 불어넣었다.

— 파지지직...!

“저, 저건 무슨 무기지...?”

“엄청난 뇌기(雷氣)다....”

그때 힘을 보태겠다는 듯 무기를 꺼내는 모험가들.

“아무리 왕격이라고 해도 혼자서 저 많은 수를 상대할 순 없습니다...!”

“저희도 함께 싸우겠습니다!”

제법 타당한 의견이었다. 또한 자신을 위해주니 고마운 의견이기도 했다.

하지만 굳이 이런 용감한 모험가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필요는 없다.

“저만 믿으십시오.”

말을 마친 순간 우진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리고 대규모 마물 무리가 우뚝 멈춰섰다.

— 스스슷....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단 한 명의 인간.

그런데 그 인간의 기세가 너무나 흉험했다.

“놈을 막아라!”

— 키에에엑!

이제 인간인 척을 할 여유도 없다.

뒤늦게 본색을 드러내고 응전하려 했으나.

압도적인 힘 앞에 그저 스러져갈 뿐이었다.

— 끄르르륵!

— 끄어어억!

일단 몇 놈이 고작 한 줄의 극뢰에 터져나갔다.

그 다음은 더욱 장관이었다.

푸른 뇌기가 일대를 밝히는가 싶더니 무서운 기운이 쏘아져 나갔다.

“청광질풍참!”

평야를 가르고 수십의 마물을 양단하는 초월적인 참격!

놈들이 정말로 모조리 뒤섞인 살덩이가 되어 쓰러졌다.

죽으면 기괴한 모습이 되는 마물의 최후였다.

사람들이 경악했다.

“저게 정말로 전부 마물이었다니....”

뒤틀린 살점이 들판을 가득 채우고 꿈틀거렸다.

정말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충격적인 사실이 있었다.

“저 많은 수의 마물을 혼자서....”

“스, 스킬이 없는 곳에서 저런 강력한 능력을....”

“도대체 무슨 아이템을 쓰는 걸까...?”

“왕격이 쓰는 거니 분명 엄청난 장비겠지....”

이 탑은 능력이 제한된다.

그중 스킬은 완벽히 봉인되어 쓸 수 없다.

때문에 이곳의 전투에 적응하기 위해 따로 몇 달의 수련을 거치기도 한다.

그런데 저리도 쉽게 대규모 마물의 습격을 저지하다니.

그것도 판별 과정조차 없이 단숨에 달려들어 전투를 끝냈다.

그때 누군가가 상기된 얼굴로 벌떡 일어섰다.

“이, 이보시오!”

“음?”

“이중에 사람이 있으면 어쩔 거지? 그렇게 갑자기 몰살시키면 어쩌냔 말이오!”

악을 쓰는 남자.

물론 억지였다.

시체가 저렇게 꿈틀거리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는 건데 트집을 잡는 것이다.

우진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남자의 속내에 웃음을 참았다.

‘충격을 받으면 이상하게 해소하는 놈들이 있는 법이지.’

목숨을 구해준 사람에게 굳이 시비를 거는 저 못난 놈처럼 말이다.

우진이 남자의 말을 인정하듯 말했다.

“그렇군. 내가 실수를 한 모양이군.”

그러자 득의양양한 미소를 띄는 남자.

아예 벌떡 일어서서 압박하려고 한다.

“그렇소! 당신은 너무 섣불리 행동했소!”

그때 우진이 스산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실수한 건데. 사람이 하나 더 추가 되어도 상관 없지 않을까?”

남자가 잠시 벙 찐 채로 있다가 그 말의 진의를 깨닫고 물러섰다.

“그, 그게 무슨....”

르쉬가 쿠크리를 던졌다 받으며 다가오자 놈이 뒤로 물러나다 풀썩 쓰러졌다.

우진도 저벅저벅 놈을 향해 걸어갔다.

“왜?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한 명 더 어려울 거 없잖아?”

그러자 아예 혼이 빠져서 허겁지겁 뒤로 물러나는 놈.

흙바닥을 팔꿈치로 기어가듯이 도망치고 있었다.

“자, 잠깐...! 사, 살려주시오... 그만... 그만 내가 잘못... 잘못했소!”

“뭘 잘못했지?”

필사적으로 생각한 놈이 겨우 정답을 찾아내 말했다.

“이, 이제 보니 실수를 한 건 나인 것 같소. 저, 저런 흉측한 형체가 어찌 인간일 수가 있겠소....”

“오, 그렇군. 듣고 보니 그것도 그래.”

“그, 그렇소.... 억지를 부려서 미안하게 됐소이다....”

우진이 빙긋 웃었다.

“처음부터 알아봤으면 좋았을 것을. 좋다. 넌 솔직히 실수를 인정했으니 살려준다.”

깜짝 놀란 남자.

‘사, 살려준다고? 정말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던 그 기세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죽음의 바다에 머리 끝까지 잠겼다가 나온 기분이었다.

‘나, 나를 죽이려고 했다면 1초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또 씻은 듯이 사라졌다.

자신이 사과를 하자마자 기운을 완전히 거둔 것이다.

어떻게 그런 감정 조절이 가능하단 말인가?

여러모로 인간의 이치를 벗어난 존재였다.

“허어억....”

남자가 길게 한숨을 토해냈다.

괜히 헛소리를 하다 목이 달아날 뻔했다.

‘앞으로는 입을 꿰매고 살던가 해야겠어....’

아주 올바른 판단을 내린 남자.

그가 다시 주어진 삶 속에서 조용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머지 정상적인 모험가들이 감사를 표해왔다.

“고, 고맙습니다....”

“별 말씀을.... 저도 식사가 방해 받는 것은 질색이라.”

그렇게 언뜻 평화를 찾은 듯한 야영지.

하지만 오늘밤의 공포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멀리서 평야가 울려왔다.

거대한 존재의 목소리가 붉은 하늘 위에서 들려왔다.

<누가 감히 미몽(迷夢)의 평야에서 날뛰는 것이냐.>

저 먼 곳에서 거대한 형체가 걸어오고 있었다.

— 쿵...

— 쿵.......

모두가 얼어붙어 긴장했다.

놈의 정체를 아는 자들은 경기를 일으키기도 했다.

“마, 마물 카운트가 끝났다....”

“하필 밤에...!”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허둥지둥 도망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오직 우진만이 화색을 띄며 벌떡 일어났다.

“벌써 나왔구나!”

자신을 3층으로 보내줄 소중한 존재!

이 구역의 보스가 등장한 것이다.

그가 끓고 있는 냄비를 잠시 바라본 뒤 걸음을 옮겼다.

“모두 식사하십쇼. 곧 정리하고 오겠습니다.”

‘곧....’

‘정리한다고...?’

그때 우진이 놈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더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29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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