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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125화 (124/155)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25 >

“와... 왕격(王格)의 소유자...!”

어인족들이 잠깐 쫄았지만 다시 기세가 등등해졌다.

“우리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그리고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 우리를 죽여봐야 너만 강을 건너지 못할 뿐이지!”

그리고 모두가 시위하듯 외쳤다.

“강을 건너고 싶다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라!”

우진이 씩 웃었다.

‘혹시나 했는데 왕격도 안 먹히는군.’

차라리 언데드 폼으로 변신을 해서 위협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곧 포기했다.

‘그래, 너희는 일종의 규칙 아래서 움직이는 놈들이지....’

실제 인간을 대하듯이 접근하면 일이 꼬인다.

이 녀석들의 경우엔 앞뒤 없이 자기 이익만을 챙기는 부류.

탐욕이 곧 본능이다.

목숨보다 ‘대가’를 받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이런 NPC 타입은 오랜만에 봐서 살짝 엇나갔군.’

이런 존재는 굉장히 단순한 사고 방식을 지니고 있다.

왕의 기운을 거둔 우진이 물었다.

“좋다. 그럼 너흰 뭘 원하냐?”

그러자 어인 하나가 갈퀴가 달린 손바닥을 내밀었다.

“네가 가진 금속을 네놔라.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군.”

우진이 도시 구역에서 획득한 금속들을 꺼냈다.

“이거 말이냐? 이게 가지고 싶은 게로군.”

침을 꼴깍꼴깍 삼키던 놈들이 표정을 감추더니 은근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거에 더해서 네가 가진 걸 전부 줘라.”

“가진 거라면?”

“돈, 아이템, 지금 입고 있는 장비도 다 내놔라.”

정말 터무니 없는 녀석들이다.

한순간 이놈들을 몰살시킨 진광의 마음이 이해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에겐 더 나은 방법이 있다.

“그런 거래를 하느니 이게 낫겠군.”

어인들이 기겁을 하며 눈을 키웠다.

“너... 설마......!”

그가 금속이 담긴 바구니를 가지고 용암으로 접근했다.

“너... 너 그러다 몸이 타 죽는다!”

“글쎄.”

멀쩡하게 접근한 우진.

마력이 강하니 물의 가호만 써도 용암 정도는 쉽게 버틸 수 있다.

‘내가 너희 같은 놈들한테 휘둘릴 짬밥이 아니다 요놈들아.’

이 녀석들의 도움이 필요한 건 오로지 그게 ‘규칙’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알아서 건너고 싶어도 무형의 벽에 막혀버리거든.’

마침내 우진이 자루를 들어올렸다.

“이제부터 난 이걸 용암에 버릴 거다.”

“아... 안 돼...! 그만 둬라...!”

작은 어인족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반대로 우진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안 돼? 내가 왜?”

“도, 돌아와라! 돌아와서 얘기하자!”

“무슨 얘기?”

“자, 잠깐...! 생각할 시간을 다오! 미안하다! 우리가 미안하다 인간아!”

금속이 들어있는 자루를 흔드는 우진.

“그럼 얌전히 이것만 받고 거래할래?”

필요도 없는 거니 다 줘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거 이상으론 단 1원도 주고 싶지 않다.

“그... 그건....”

“우리가 손해 같은데....”

도대체 자기들이 왜 손해라는 건진 알 수 없지만 저렇게 나오면 자신도 생각이 있다.

그가 진짜로 금속 하나를 꺼내 용암에 던졌다.

— 꿀렁....

— 꾸르르륵....

“하이고... 잘 녹는다... 재밌다 재밌어....”

“퐁당퐁당....”

르쉬도 합세해서 하나씩 던지기 시작했다.

근처에 와서 거의 무릎을 꿇고 울듯이 비는 어인들.

“버, 버릴 거면 나 줘라! 나 줘라!”

“너도 던지게?”

“그, 그걸 왜 던지냐! 이 귀한 걸!”

우진이 마침내 손을 멈췄다.

“그럼 어떻게 할래? 이거만 받고 거래할 테냐?”

한참을 고민하는 어인들.

아예 머리를 맞대고 회의에 돌입했다.

청각이 발달한 우진의 귀에는 놈들의 대화가 다 들렸다.

<이, 이건 우리 손해야!>

<왕격의 소유자라면 엄청난 아이템이 있을 거다!>

<하지만 배고프다.......>

이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저렇게 필사적으로 고민하는지 모르겠다.

우진이 느긋하게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탐욕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약 5분 간의 폭풍회의 끝에 결국 콧김을 뿜어내는 놈들.

“좋다! 거래는 성사되었다! 이 지독한 인간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무언가를 준비한다.

“통로를 열어라! 승객은 1인!”

“2인이겠지.”

“2... 2인!”

“오케이!”

만족한 우진이 금속 주머니를 던져주었다.

울상이던 어인들의 표정이 금세 행복으로 가득찬 얼굴이 되었다.

“우와...! 엄청난 양의 금속이다!”

“이 정도면 한 달은 식량 걱정이 없다!”

‘이걸 먹고 산다고...?’

알 바 아니긴 하다.

그때 다시 모여서는 어인들.

“자! 거래는 거래! 의식을 시작하자!”

둥근 대형으로 의식을 치른다.

인간의 감수성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효과는 대단했다.

— 휘오오오!

어디선가 불어온 강풍.

무형의 벽이 열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강을 가로지르는 안전한 통로가 생성되었다.

“타라!”

그 통로 위에서 한 녀석이 둥둥 떠다니는 나룻배를 타고 손을 흔들었다.

“오, 고맙다.”

그때 배웅하는 다른 어인들.

“잘 가라 인간아!”

“고맙다! 완벽한 거래였다!”

우진과 르쉬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곧 보자.”

“곧 보자 물고기들아!”

이윽고 배가 출발했다.

용암의 강을 건너가는 작은 나룻배.

얼핏 아슬아슬한 것 같지만...

통로 안에 있으니 열기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 끼이익....

마침내 건너편에 도착했을 때였다.

강가에 내려선 일행.

뱃사공 어인이 마치 종교의 계율을 설명하듯 엄숙하게 말했다.

“나는 약속에 따라 일주일은 이 장소에서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면 돌아간다.”

“오, 알겠다.”

태연한 우진.

어인은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게 답답하다는 듯 다시 강조했다.

“이건 중요하다! 내가 떠나면 넌 강 이남에 영원히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그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

진지한 표정의 어인.

우진이 녀석의 어깨를 탁탁 두드려주었다.

“오늘 안으로 돌아올게. 쉬고 있어라.”

저벅저벅 걸어가는 우진과 르쉬.

뒤에서 허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오늘 안이라고...? 여기까지 와서 고작 하루만 머물겠다고?”

우진이 빙긋 웃었다.

‘어쩌면 2시간 내로 올 수도 있고.’

그가 새로운 구역을 바라보았다.

전방에 펼쳐진 것은 광활한 적색의 땅.

‘작열하는 대지.’

일종의 히든 구역이다.

지열이 강하고 무엇보다....

‘덥다.’

어딘가 나무가 없는 화산 느낌이었다.

— 쨍.......

‘엄청난 햇빛이군.’

중하급 흡혈귀는 그대로 재가 되어 사라질 것만 같은 태양.

르쉬가 귀족 계급에 올라서지 않았다면 행동에 지장이 생겼으리라.

“괜찮더냐?”

“예! 아무 문제 없습니다!”

역시 귀족 중에서도 특별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녀석다웠다.

“가자!”

“예! 가자!”

일행이 본격적인 탐사를 시작했다.

붉은 대지를 걸어나가는 사제.

그때 의문이 생겨났다.

‘그런데 진광은 여기에 왜 왔을까?’

이 불모의 땅은 사실 특별한 목적이 없으면 찾을 필요가 없다.

‘나야 백호를 복속시켰더니 사신수의 위치가 느껴져서 주작을 만나러 온 것이지만.......’

우진의 목적은 단 하나.

주작(朱雀).

레비아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최강의 화염 속성을 얻기 위해서.

그때 무언가가 생각난 우진.

‘설마 진광도 주작을 만나러...?’

사신수에 대한 호승심을 자신만 느꼈을 리가 없다.

그리고 기억 저편에서 떠오른 진광의 목소리.

<무언가 대단한 힘을 지닌 존재가 있다고 하여 남부를 향했지만... 결국 찾지 못해 돌아왔다.>

좀 멍한 인상의 그 남자는 아쉽다는 듯 독주 한 병을 다 마시고 그 자리에서 코를 골며 잤다.

‘이럴 수가... 그게 바로 주작이었군...!’

진광은 이미 신수를 사냥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거다!

비록 만나지 못했지만... 실제로 대면했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미지수다.

우진이 잠시 진광의 전투력을 떠올린 뒤 냉정하게 평가를 내렸다.

‘진광이 반드시 패배했으리란 보장도 없고, 그렇다고 쉽게 이겼으리란 보장도 없어.’

반반 싸움은 갔으리란 예상.

하지만 자신은 그 절반의 확률을 100%로 만들어 낼 것이다.

다시 탐사를 시작한 일행.

주의 깊게 붉은 대지를 나아갔다.

그때였다.

— 캬르르르!

대지 저편에서 마물들이 달려왔다.

워낙 강한 두 존재이니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주위의 경계심을 사는 것이다.

— 키르르륵!

그건 정령 형태의 불꽃 괴물들이었다.

“오냐! 어서들 와라!”

우진과 르쉬가 전투를 준비했다.

어차피 이 땅을 일일이 뒤지고 돌아다닐 순 없다.

자신의 계획은 언제나 단순하다.

“도전장 작전 개시!”

눈에 보이는 모든 적을 때려잡는다.

‘그럼 주작도 날 보러 올 수밖에 없겠지.’

자신의 집에서 소란을 피우는 걸 방치할 주인은 없다.

하물며 그게 신수라면!

— 콰르릉!

전신에 극뢰지기를 두른 우진이 전투를 준비했다.

그리고 두 존재가 대지를 빠르게 돌파하기 시작했다.

그건 전진과 전투의 동시 진행이었다.

“난전은 질리게 연습했다!”

“이야아아아!”

수많은 마물의 파도를 상대하는 사제.

— 콰콰콰쾅!

— 파지지직!

검고 붉은 섬광이 각자 핏빛 투기와 극뢰의 청색 투기를 뿌리며 달려나가고 있었다.

우진이 극뢰를 쏘아내자 그 옆으로 르쉬가 내달렸다.

새로운 무기인 레이저 쿠크리가 번쩍이며 사방을 갈랐다.

몸을 빠르게 회전하며 돌파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마물 분쇄기였다.

하지만 너무나 수가 많은 마물들.

대지의 중앙 쯤에서는 완전히 포위당한 형국이 되었다.

“르쉬. 반경을 벗어나라.”

“예!”

순간 폭발할 듯한 기세와 함께 르쉬가 사라졌다.

몰이 사냥의 시간이 된 것이다.

“유인은 끝났군.”

무수한 전류의 일렁임 속에서 그의 몸이 떠올랐다.

“무량(無量). 극뢰(極雷).”

합장하는 우진의 동공이 푸른 빛으로 물들고.

“백호지세(白虎之勢). 천수뇌인(千手雷印).”

수해에서 차마 펼치지 못했던 극뢰 전력 개방.

그것이 작열의 땅에 내리꽂혔다.

— 콰콰콰쾅!

무서울 정도의 푸른 빛이 수만 갈래로 피어났다.

순식간에 깨끗하게 정리된 일대.

— 갸아아악...!

우진이 바닥에 착지했다.

손에선 아직도 푸른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

“짜릿할 정도로 강한 힘이다.”

그때 저 멀리에서 믿을 수 없는 것이 보였다.

다시 덮쳐오는 수많은 불꽃의 군세!

“정말 끝이 없구나!”

빠르게 극뢰의 파도를 뿜어내며 전투를 이어가는 우진.

어느새 합류한 르쉬와 함께 끝이 없는 듯한 정령들을 상대했다.

그래도 경험치는 죄다 들어오니 보람찼다.

게다가 화염 계열 스킬도 무지하게 얻었다.

하지만 자신이 노리는 건 오직 하나.

월드 최강의 화염 속성!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주변의 마물들이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 도망가듯 거리를 벌리더니 일시에 사라진 것이다.

‘지금까지 신나게 덤벼들던 놈들이 갑자기 공포에 질렸을 리는 없고.’

그때 무언가 오싹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 대지의 주인.

놈이 온 것이다.

— 콰르르릉...!

하늘에 붉은 힘의 기류가 몰아쳤다.

그리고 거대한 날개짓 소리가 들려왔다.

<감히 내 안식처에서 소란을 피우는 자가 누구냐?>

중심부 사신수.

그중 남방(南方)을 점한 주작의 등장이었다.

‘대단한 기세다...!’

거대한 새는 조류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거대하고, 너무나 신비했다.

일렁이는 불꽃의 깃털들!

그 기세만으로 대지의 모든 것이 타오를 것 같았다.

당당하게 선 우진이 목청을 높였다.

“난 우진이다! 너와 힘을 겨루러 왔다!”

그때 주작이 무언가를 발견하고 침음을 흘렸다.

<그 번개는...? 설마? 그렇군... 백호를 복속시킨 것이냐.>

우진이 거침없이 뇌기를 드러냈다.

“그래! 그리고 이제는 너를 내 힘으로 만들기 위해 왔다.”

<감히... 나와 진명의 승부를 벌이겠다는 뜻인가?>

정신을 태울 것 같은 의지가 전해져왔다.

존재가 타오르는 듯한 엄청난 압박감.

그 속에서도 우진이 당당하게 외쳤다.

“그래, 하지만 내가 아니라 다른 녀석이 상대할 거다.”

그가 씩 웃으며 자신 안의 ‘동료’를 불렀다.

“준비 됐지?”

<언제든지!>

자신만만한 레비아탄의 목소리.

“좋다! 가라!”

우진이 손을 뻗고 정신을 집중했다.

가슴의 문양에서 전에 보지 못한 강렬한 빛이 터져나오며 레비아탄이 현신했다.

“으으음!”

대지를 딛고 거대한 날개를 펼치는 붉은 용.

레비아탄을 본 주작이 재밌다는 듯 말했다.

<넌... 일종의 영물이군. 하지만 나와는 격이 맞지 않는다.>

시선을 돌린 주작이 설득하듯 말했다.

<왕격을 가진 자여. 네 힘이라면 나와 동수를 이룰지 몰라도 저런 존재와 싸울 순 없느니라.>

우진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레비아탄이 곧 내 힘이다. 이 녀석을 꺾지 못하면 나와 붙는 건 불가능해.”

주작이 한숨과도 비슷한 소리를 냈다.

<그리 말한다면.... 신수가 정녕 무엇인지 알려주는 수밖에.>

주작의 기세가 달라졌다.

그에 맞춰 레비아탄의 투지 또한 불타올랐다.

“와라! 주작이여!”

<격의 차이를 깨닫게 해주마.>

하늘로 솟구쳐 오른 레비아탄.

순간 주작이 거대한 불꽃의 날개를 펼쳤다.

— 콰아아앙!

우진이 르쉬를 들고 거리를 벌린 순간.

거룡과 환상의 신수가 격돌했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2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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