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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123화 (122/155)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23 >

우진이 로크에게 제안한 것은 이런 내용이었다.

점수를 얻기 위해 사람 죽이는 놈들을 견제하는 것.

바로 구역의 마물들을 이용해서 말이다!

초원에는 짐승형 마물의 비중이 70% 이상이다.

놈들이 죄다 사람 사냥꾼을 더 적극적으로 노리게 된다면 그들도 전략에 수정을 가할 수밖에 없다.

‘평범한 도전자는 다수의 마물에게 쫓기는 상황을 버티기 힘들 거든.’

스스로 어그로가 쏟아지는 환경을 조성할 모험가는 없다.

또한 입구에서 죽치고 있다가 초보자 사냥을 하는 놈들에겐 특별 관리를 부탁했다.

로크가 충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그 정도는 제 권한으로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마물들의 구역과 행동 반경을 정하는 것도 제 임무니까요.>

“좋다! 개시해라!”

고개를 숙인 로크가 정신을 집중했다.

<명을 들어라! 이건은 내가 아니라 왕께서 내리신 분부이노라!>

로크의 이야기가 계속 되었다.

<앞으로 너희는 인간을 죽여 점수를 얻으려는 자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해라. 이는 거역할 수 없는 왕명이며, 앞으로 이 구역의 ‘법칙’이 될 것이다!>

로크의 목소리는 도전자들에게도 들릴 것이니 이건 명령일 뿐 아니라 경고이기도 했다.

순간 짜릿한 감각이 전해져왔다.

<예!>

모든 마물의 복종!

인간의 언어는 아니었지만 그들의 의지가 느껴졌다.

여기저기 움직이는 마물의 기척들.

기운이 퍼져나가며 명령이 하달된 것이다.

그때 로크가 새로운 작전을 제안했다.

<또한... 다른 방법을 쓸 수도 있겠지요.>

“다른 방법이라?”

어딘가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웃는 로크.

<제가 나서면 사람 사냥꾼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괴롭힐 수 있을 것입니다.>

“오호? 네가 말이냐?”

<예. 저는 왕에 비하면 하잘 것 없는 능력이지만... 이 땅의 도전자들에 비하면 대단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순간 깨달은 우진.

“지배자다운 생각이로구나!”

로크의 집중 견제!

사람을 죽여 점수를 얻으려는 놈들을 로크가 쫓아다닌다면 그건 최고의 억제 장치가 될 것이다.

지배자에게 찍힌 도전자는 악몽을 꾸는 기분이리라.

<그럼 앞으로 제 행동 양식을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사람을 죽여 점수를 얻으려는 자들을 방해하라. 도전자들을 시험 쪽으로 유인하라. 이 정도면 괜찮겠습니까?>

“그렇지! 결국 목적은 살인 대신 시험 쪽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거니까.”

<문제 없습니다. 맡겨주십시오.>

“좋다, 부탁하마!”

<예!>

로크가 예를 갖춘 뒤 물러났다.

멀어지는 그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정말 이해력이 좋은 친구구만.”

생각 외로 일이 잘 풀렸다.

이에 더해 자신이 다른 방법도 사용할 테니 구역의 풍조를 바꾸는 건 정말로 가능할 것이다.

“이제 내 쪽에서 일을 할 차례다.”

우진이 다섯 산의 정상마다 거대한 석비를 세웠다.

그 내용은 시험의 공략이었다.

가령 ‘고속(高速)의 시험’을 치르는 곳엔 이런 문구가 새겨졌다.

<이 시험은 버프 마법과 스크롤, 물약을 모두 이용해도 괜찮으니 뜻이 있는 자라면 능히 통과할 수 있다.>

‘일종의 응원이지.’

아무것도 모르고 시험에 도전하는 것과 한 줄이라도 가이드가 있는 것은 천지차이다.

특히 ‘신뢰의 시험’처럼 목숨을 걸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상상치 못한 도움이 된다.

‘내가 직접 겪어 봤기에 누구보다 뼈저리게 알고 있다.’

또한 구역 입구에는 특별히 언령의 힘을 담아 목소리가 재생되게 만들었다.

<여기선 사람을 죽여 점수를 얻는 것보다 산의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실제 언령 정도의 효과가 있을 거라곤 기대하지 않는다.

마력으로 반복되는 목소리에 신적인 힘이 담기기는 힘들 테니.

‘그건 진짜 신이나 가능한 일이겠지.’

그래도 최소한 암시의 효과는 있을 것이다.

자신의 역할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구역에 들어온 도전자는 모두 시험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될 테니까.’

이렇게 언령으로 권하고, 사람끼리 죽이려는 놈들은 거대한 새가 쫓아다니며 쪼아대면 시험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구역의 규칙을 간접적으로나마 변화시킨 셈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내 머리에서 나온 거치곤 제법 쓸만하다.’

특히 선구자 클랜처럼 죽치고 수문장 짓을 하는 건 반드시 없어질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왕이시여!>

그때 로크의 의지가 전해졌다.

구역은 아주 넓었고 로크의 속도도 빨라 이미 아주 멀리 있는 상태였다.

로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벌써 한 무리를 떼어냈습니다!>

놈과 연결된 정신으로 천리안을 발동하니 제법 큰 일을 해낸 로크.

10인 규모의 파티가 2명을 둘러싸고 겁박하고 있는 상태에서 인간 사냥을 막아냈다.

“잘 했다!”

그때 로크가 반격하는 파티원들의 공격을 바람으로 모조리 걷어냈다.

“크... 크아아악...!”

“지배자다! 전투는 불가능해! 퇴각해라!”

<내 구역에서 감히 인간끼리 해하려 드느냐! 산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나약한 놈들이 내게 대적할 생각 하지 마라!>

다시 거대한 바람을 일으켜 10인 파티를 뿔뿔이 흩어지게 만든 로크.

우진이 껄껄 웃었다.

“과한 충성심... 나쁘지 않아!”

자신의 의도를 정확히 알고 움직인다.

정신이 연결되어 완벽한 의사 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리라.

“자! 이제 이곳에서 할 일도 모두 끝났구나.”

마지막으로 출구 근처에서 2구역을 바라보았다.

높은 곳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새삼스레 이곳이 중심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와는 많이 다르게 느껴지는 결전의 땅.

여기저기 진짜 강자들이 많다.

워낙 긴장을 한 채로 숨죽이고 다닌 공간이라 선구자 클랜의 강함을 과장해서 느낀 부분이 있었다.

‘선구자 놈들은 말 그대로 그냥... 양아치였군.’

강자들과 약자 사이에서 줄을 타던 놈들.

부끄러움을 버린 댓가로 이득을 챙기며 목에 힘을 줄 수 있었던 비겁자들.

애초에 여기 몇 년이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놈들의 실체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를 증명한다.

훗날 내분으로 다 죽었단 소식을 들었을 땐 통쾌하기도 했으나...

최강자 집단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에 대한 궁금증은 남아있었다.

비로소 이제야 그때의 의문이 모두 풀렸다.

놈들은 최강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우진이 무언가를 깨달았다.

‘내가 누구냐에 따라서 세상은 완전히 다른 장소가 되는군.’

예전에 느꼈던 선구자 클랜의 입지와 지금의 초라함은 천지차이다.

약자에게는 너무나 두려운 존재였지만...

힘을 얻고 보니 고작 지박령에 불과했던 놈들.

우진이 하늘을 바라보며 그들의 원혼에게 말했다.

‘잘들 있어라. 난 간다.’

그때 저 멀리 지나가는 로크가 보였다.

다시 인간 사냥을 저지하러 가는 모습.

워낙 넓은 구역이니 마물들과 함께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구역 분위기가 완전히 돌아설 때까지 당분간은 상당히 바쁘게 움직여야 하리라.

“고생 많다!”

<아닙니다. 저로서도 이 편이 더욱 보람차군요. 그보다 제가 다음 구역까지 시중을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만....>

“괜찮다. 넌 여기서 네 역할에 충실해다오.”

우진의 의사를 알아챈 로크가 충성스럽게 답했다.

<예! 왕이시여! 살펴가시옵소서!>

미소 짓는 우진.

이제 자신이 왕위를 뺏기지 않는 이상 이 구역은 계속 이런 모습을 유지할 것이다.

그리고 그가 르쉬와 벽을 넘어섰다.

[2구역의 모든 시험을 완벽하게 통과했습니다.]

[충분한 점수를 획득했습니다.]

[등급 : SSS]

[점수 : 9999++/9999]

[모든 시험을 1차 시기에 통과했습니다!]

[한계 이상의 점수를 획득했습니다.]

[특별 보상이 주어집니다.]

‘이번에도 SSS급이군.’

전생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등급.

그걸 3번이나 연속으로 획득했다.

시험의 바다부터 1구역, 그리고 여기 2구역까지!

‘난 그냥 언데드가 아니다. SSS급 언데드다!’

이제 자신의 종족을 완전히 받아들인 우진.

언데드라는 자부심까지 생겨났다.

특별 보상은 1구역과 마찬가지로 중간 구역을 건너뛸 수 있는 통행증이 나왔다.

일단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꼭 방문해야 할 곳이 있거든.’

다시 중간 구역에 들어선 우진.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광활한 필드를 보고 있자니 모험가로서의 흥분이 솟구쳤다.

‘다음 3구역은 상당히 멀리 있지.’

각 구역은 중심부 대륙을 가로지르며 골프 코스처럼 이어져 있다.

‘일종의 도장 모으기 레이스 같은 것이지.’

도장을 모아야 다음 구역에 갈 수 있으며, 그 과정에 순서를 지켜야 하는 셈이다.

‘안 그러면 무형의 벽에 막히거든.’

일단 이번 중간 구역은 정글이다.

‘물론 그냥 정글은 아니지. 여긴 좀... 특별한 정글이거든.’

주위를 둘러보자 ‘현대의 도시’가 보인다.

기계의 정글.

폐허가 된 도시의 거리였다.

판타지나 중원의 세계에서 온 자들은 이곳에서 큰 혼란에 빠진다.

건물의 양식이나 수많은 오브젝트들이 너무나 낯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불평을 하면 조금 곤란하다.

‘월드의 다른 곳은 대부분 중원과 판타지에 맞춰져 있고, 거기선 그쪽 출신들이 더 빨리 적응하거든.’

즉, 이곳은 ‘지구’를 모델로 한 구역.

굳이 폐허로 만든 이유는 아마도 탐사의 난이도를 높이기 위함이리라.

‘그 덕에 고생 많이 했지. 그래도 간만에 보니까 반갑네.’

자신도 이 구역을 긴 기간 동안 모험한 기억이 있다.

당시엔 길을 찾지 못해서 헤맨 것이지만 이번 생에는 그 경험이 꽤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전생을 계승하여 이번 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일단 주변 시설을 이용하기로 했다.

수많은 무인(無人) 가게와 다양한 시설들.

“우와아아.......”

여기저기 구경하며 넋이 나간 르쉬를 위해서라도 최고의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다.

도시는 폐허인데다 지구처럼 구획이 깔끔하게 나뉘지 않았다.

그래도 구조가 제멋대로 바뀌지는 않으니 지형만 익히면 평범한 필드처럼 탐사할 수 있었다.

또한 이곳의 화폐 역시 ‘남은 점수’다.

[남은 점수 : 99999]

점수야 한계치에 도달했을 정도로 많이 남았으니 아낌없이 써도 된다.

우진이 우선 근처의 자판기로 접근했다.

각기 0.1점으로 판매되는 음료들.

— 덜컥.......

버튼을 누르자 그리운 기계음과 함께 무언가가 나타났다.

— 치익!

청량한 소리를 낸 그것은 마력으로 차갑게 식혀진 탄산 음료였다.

이걸 마신 지구 출신들은 톡 쏘는 고향의 맛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내가... 내가 이것을 위해 여기까지 온 거였구나...!>

험난한 길을 뚫고 구역을 넘어온 도전자들을 위한 최고의 보상이 되는 셈!

르쉬에게 주니 괴성을 토해낸다.

“크아아아!”

내친 김에 종류별로 왕창 사주었다.

“맘에 드느냐?”

“이건... 이건... 신의 음료입니다...!”

그걸 높다란 빌딩 옥상에 앉아 마시면서 생각에 잠겼다.

— 휘오오오....

바람이 불어오는 고층 건물의 옥상은 사색에 잠기기 위한 최고의 장소였다.

거기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우진.

‘중심부는 넓다. 원래는 지금 이 도시를 지나는 것도 긴 탐사가 되었겠지.’

정확한 길을 찾아 다음 구역에 도달하는 것.

이것만으로도 최소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

다만 자신은 이미 길을 알기에 모두 스킵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벌써 마지막 구역인 5구역을 제외하고 4개 중 2개를 뚫어낸 것이다.

즉, 거의 반은 온 셈.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벌써 반이나 왔네!’

그때 조용한 도시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 꼬르륵.......

새빨갛게 얼굴을 물들인 르쉬.

“죄, 죄송합니다.... 이 음료에 무언가 배고프게 만드는 능력이 있나...?”

애꿎은 깡통만 탁탁 두드린다.

우진이 다정하게 물었다.

“밥부터 먹을까?”

“그, 그거 좋은 생각이십니다! 왕이시여!”

우진이 빙긋 웃었다.

“이놈이 이제 나를 놀려먹는구나.”

“헛... 아닙니다..!”

우진이 벌떡 일어나 도시를 살폈다.

‘좋다. 선택지는 다양하니... 무얼 먹을까나...?’

수많은 건물이 눈을 홀렸으나 자신이 찾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때 우진의 눈에 들어온 무언가.

‘오...! 저건...!’

그가 빌딩 꼭대기에서 날아올랐다.

“가자! 지구 최강의 음식을 맛보여주마!”

그리움의 최고봉을 영접할 시간이었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2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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