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116화 (115/155)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16 >

르쉬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저기... 총대장님께선 기술명은 어떻게 정하십니까?”

“오오! 물어봐주길 기다렸다.”

우수에 찬 눈으로 먼 산을 바라보던 우진이 답했다.

“그건 말이다.... 나의 영혼이 원하는 이름이다.”

“영혼이... 원하는 이름...!”

감탄한 르쉬에게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엇 때문에 그러지?”

주저하다가 털어놓은 르쉬.

자신의 필살기를 연구하는 중인데 이름이 있으면 더 완성하기가 수월할 것 같다는 얘기였다.

스타라이트 1식은 거대한 별의 화살.

그에 따라 ‘혈검 1식’도 초대형 검의 형태가 되었다.

이제 별부름을 본따 2식을 개발하는 과정인데 기술명이 막힌 것이다.

뭐든 총대장과 닮고 싶어하는 마음이 기특해서 물었다.

“오호, 2식은 어떤 기술이 될 것 같더냐?”

“그게... 별부름처럼 수많은 혈검이 오직 하나의 존재만을 공격하는 기술입니다.”

“오직 하나의 존재라....”

자신의 것이 광범위를 커버한다면, 수하의 기술은 오로지 하나의 목표만을 노리는 필살기!

고민을 시작한 우진.

기술명은 아주 중요하다. 수하를 위해서라도 최고의 이름을 지어줘야 한다.

“적중하면 피의 꽃이 핀다는 뜻에서... 혈화는 어떻겠느냐?”

“혈화...!”

그때 우진이 벌떡 일어났다.

“아니다, 혈화난무! 피의 꽃이 마구 피어나는 것이다. 그야말로 꽃의 축제!”

한자의 의미를 설명하니 배시시 웃으면서 좋아하던 르쉬.

반드시 기술을 완성시키겠다고 다짐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때는 그 기술이 어떤 모습이 될지 몰랐다.

르쉬도 꼭꼭 숨기며 이렇게만 말할 뿐이었다.

<어, 언젠가 실제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실제로 본 그것은 가공할만한 위력이었다.

자신이 지어준 이름이 붉은 입술에서 흘러나오고.

“혈검 2식. 혈화난무(血花亂舞).”

— 콰지지직!

수백 개의 혈검이 적의 몸에서 터져나왔다.

감탄한 우진.

‘이건 그야말로 필살(必殺)이로구나.’

시전 딜레이가 있고, 대량의 혈검을 다뤄야하니 통제력을 위해 적과 근접해야 한다.

그러나 그 모든 조건을 만족시켜 적중시키기만 하면 반드시 적을 죽일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필살 기술.

“크... 크아아악!”

악마가 산산조각이 나 사라졌다.

재빠른 속도의 우위를 믿고 있다가 혼쭐이 난 것이다.

기술을 적중시킨 경위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악마는 끝에 가서야 겨우 파악한 듯 보였으나, 우진의 눈에는 일련의 과정이 선명하게 보였다.

‘일종의 페인트 동작. 그러나 그것을 완벽하게 해냈다.’

상단을 노린 허초 뒤에 중하단을 노리는 것은 기본적인 ‘방어 뚫기’의 초식이다.

실제로 타격해 가드를 유도한 후 열린 틈을 노리는 것 또한 기본적인 수법이다.

르쉬가 한 것 또한 이와 비슷했다.

움직일 방향에 페이크를 준 후 실제는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그러나 중급 악마 수준에서 단순한 페인트는 통하지 않는다.

헌데 그게 성공했다는 사실은....

‘저건 말하자면... 정신적인 영역에서 우위를 점한 것이다.’

고수들 간의 속도전은 단순히 반사 신경이 빠른 쪽이 이기는 게 아니다.

머릿속으로 수없이 간합을 읽다가 의표를 찔린 쪽이 패하는 승부.

저쪽으로 갈 것이라는 기세의 전초 동작을 ‘완벽하게’ 수행한 후, 실제로는 이쪽에 등장한다.

르쉬는 그걸 해낸 것이다.

‘즉, 머릿속에서 이미 여러 합을 겨룬 후 현실의 마지막 합으로 승부가 난 셈이지.’

상대의 사고를 읽는 감각.

그리고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승부수.

무엇보다 기술명을 외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사라진 악마를 뒤로 하고 돌아온 르쉬에게 진심 어린 칭찬이 들려왔다.

“잘했다. 투사는 기술명을 외칠 때 10배 강해지는 법이지.”

“감사합니다!”

뿌듯해 보이는 르쉬에게 엄격한 우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부터 더 어려운 수련이 시작될 것이다.”

“맡겨주십시오!”

하지만 그 전에 할 일이 있다.

“8시간 동안 실전 압축 휴식이다. 이 사이 수면과 식사, 명상을 시행해라.”

“예!”

수련장 입성 1일차.

우진과 르쉬가 각자의 첫 목표를 달성했다!

*

8시간의 휴식이 끝난 뒤.

우진이 좌선수양을 하듯 앉아 있더니 허공에 두둥실 떠올랐다.

참선하던 고승이 스르르 떠오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넘쳐나는 마력이 불러온 신비.

반면 르쉬는 평범하게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몸에 흐르는 기운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순간 우진이 눈을 떴다.

“때가 되었구나.”

“예!”

빠르게 식사를 마친 두 존재.

심상 세계라고 해도 ‘의식’에 지배 받는 공간.

밥을 먹지 않으면 전투력은 떨어진다.

“잘 먹었습니다!”

기쁜 얼굴의 르쉬에게 다음 과제가 주어졌다.

“이제 1구역의 보스를 상대해 보아라. 단, 점점 수를 늘릴 것이다.”

“알겠습니다!”

자신이 한 것과 비슷한 일이었다.

날개 원숭이 보스를 1마리에서 3마리, 그리고 5마리에서 종국엔 10마리까지 상대할 수 있게 하는 것.

자신이야 본체의 힘으로만 상대했으나 르쉬는 가진 능력을 모두 써도 되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다수와의 전투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자신들의 모험은 1:1로 강적과 붙는 일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다수의 적을 상대해야 한다.

이 훈련을 통해 그런 상황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일단 1마리를 불러내자 쉽게 처리한 르쉬.

— 후쿵!

— 퍼퍼펑!

2차 형태까지 가볍게 처리한다.

중급 악마와의 일전을 통해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건 비단 전투 감각 뿐이 아니라 자신감의 성장이기도 했다.

우진이 다시 2마리를 불러냈다.

“2마리도 사냥에 성공하면 스스로 숫자를 늘려 상대해 보아라.”

“알겠습니다!”

그가 루틴을 지정해 준 뒤 자신만의 수행으로 돌아갔다.

‘이제 오속성 연습이다!’

그건 속성 통제력에 대한 수련이었다.

몸을 쓰지 않아도 되는 수련.

그런만큼 고도의 정신 집중이 요구된다.

몇 시간 뒤.

미동조차 하지 않고 가부좌 상태에 머물렀던 우진이 밝은 미소와 함께 눈을 떴다.

“이제 5속성에 전력(全力)을 부을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속성을 동시에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건 확신이 담긴 선언이었다.

정신을 집중한 사이 신비한 일이 일어났다.

한번 더 심상 세계로 빨려든 느낌.

그 속에서 수없이 많은 연습을 반복한 결과.

— 후우웅...!

우진의 손가락 끝에서 5가지 빛이 피어올랐다.

크기는 크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각자 수십 미터 범위를 터트려버릴 막대한 힘의 응축이었다.

“완벽해.”

이제 힘을 흩어버린 우진.

다섯 속성을 동시에 다루면서도 힘의 강도와 균형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걸로 아주 재밌는 걸 할 수 있겠어.’

그의 얼굴에 진심 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드래곤!’

풍룡승천이나 빙룡승천 등, 승천류는 이무기에 가까운 형태였다.

이제는 진짜 서양식 드래곤을 불러 자신을 위해 전투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형상화와 실체화의 힘이 있으면 남은 건 내 통제력과 마력 뿐. 이제 그게 충족되었으니 난 드래곤 마스터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그 엄청난 거력은 중심부의 신수를 상대하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속성 통제력 강화가 성공적으로 끝났으면 이제 새로운 수련을 할 차례.

‘흐음... 신기한 일이야.’

우진이 가만히 자신의 몸을 관조했다.

이곳에 온 뒤 몸 상태에 특이한 점이 있었다.

‘심상 세계에 오래 머물러서 그런가.’

호흡을 하며, 붉고 신선한 피가 나고 심지어 심장까지 뛴다.

자신이 오랫동안 인식해온 ‘인간’의 몸이 구현된 것이다.

그러나.

“난 이미 살아있는 육신을 버렸다.”

— 콰드드득...!

그의 몸이 검푸르게 물들더니 이내 예술적인 야수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이제 이 몸에 완벽히 적응할 시간이다.”

새롭게 진화한 육체를 단련할 시간이었다.

그 대상은 녹림 전체.

“와라.”

주변에 나타난 무수히 많은 녹림의 병력과 녹림왕.

언데드 폼의 우진이 우뚝 선 채 말했다.

“난 이곳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니.”

무서운 투기가 발현되고.

“너희의 모든 걸 걸고 덤벼 보아라.”

심상의 존재들마저 오싹함을 느꼈을 때.

“으아아아!”

공포와 함께 날아드는 무기, 스킬, 그리고 인간들의 육신.

그 모두가 노리는 것은 오직 하나의 존재였다.

하지만 미동도 없는 우진.

‘마기의 지배.’

보호막에 완벽하게 둘러싸인 그가 팔짱을 낀 채 자신의 의식만으로 전투를 시작했다.

— 촤르륵!

순간 수십의 촉수가 뻗어나가고 그 사이로 보이지 않는 예기가 춤을 춘다.

순식간에 사라진 녹림 세력.

가장 강한 우사와 녹림왕마저도 무형지기에 목이 날아가 있었다.

‘역시 언데드 폼은 따로 연습이 필요 없겠군.’

놀랍게도 이 육체는 진화를 거듭할 때마다 원래 자신의 힘이었던 것처럼 적응하기가 쉬웠다.

“좋다!”

촉수와 무형지기가 통제를 정확하게 따르니 더이상의 수련은 불필요하다.

자신의 ‘궁극기’ 언데드 폼.

최강의 힘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이다.

“이제 르쉬를 확인해 봐야겠군.”

순식간에 황야를 가로지른 우진.

그를 기다리는 건 정말 놀라운 광경이었다.

두 손이 검은 액체로 물든 르쉬가 다수의 시체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 숫자를 센 우진이 감탄했다.

“벌써 10마리에 성공했구나!”

감격에 차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르쉬.

“노, 놀랍게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성장한 것이다.”

승리가 불러온 스스로에 대한 ‘신뢰’.

그것은 싸우는 자에게 믿을 수 없이 강력한 성장을 불러일으킨다.

르쉬는 이제 카운트급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

혈액의 양만 부족할 뿐이지 이미 공작위를 획득했다고 봐도 될 정도의 강함이었다.

“그럼 최종 단계의 과제를 주겠다.”

“예!”

다시 악마를 불러낸 우진이 진지하게 생각했다.

‘악마와 본격적으로 싸워봐야 해.’

지금까지 악마는 제대로 공격을 하지 않았다.

즉, 르쉬는 도망치는 강적을 상대로 자신의 공격을 적중시킨 것.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지만....

‘실전에서도 통하려면 같은 수준의 싸움이 필요하다.’

“가능하겠지?”

나타난 악마에게 묻자 놈이 낄낄 웃었다.

“나도 그러고 싶어졌다. 저 붉은 머리 자질이 상당하더군.”

우진이 자신의 수하를 바라보았다.

“르쉬, 자신 있느냐?”

“물론입니다!”

지금까지보다 더욱 강렬한 투지의 눈빛이 뿜어져 나올 때.

“하지만 그 전에.”

우진이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상황을 조금 더 어렵게 만들겠다.”

르쉬는 확실히 강해졌다.

단계를 뛰어넘는 것으로 더 빠른 성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강자와의 전투. 그리고 다대일의 난타전.

그걸 모두 만족시키는 방식.

그건 바로 여러 개체의 중급 악마와 동시에 싸우는 일!

르쉬가 순간 놀랐으나 이내 결의를 다졌다.

“맡겨주십시오!”

우진이 만족스럽게 하늘을 향해 요청했다.

“일단은 1마리 추가다.”

그러자 중급 악마 옆에 똑같이 생긴 녀석이 나타났다.

이제 2마리가 된 놈들.

‘쌍둥이 같은 모습이군.’

서로를 바라본 두 녀석.

자기들끼리 하이파이브를 하고 난리가 났다.

“멋있는데?”

“네가 더 멋있는데?”

까불던 녀석들 중 뒤에 나타난 놈이 묻는다.

“누구랑 싸우면 되는 거야?”

그때 나선 르쉬.

“나다 이 자식들아.”

“오호!”

“좋구나!”

주먹을 감아쥔 르쉬가 기수식을 취했다.

“와라!”

검고 붉은 섬광이 서로를 향해 쇄도하며 2:1의 승부가 시작되었다.

그 결과는?

놀랍게도 르쉬의 완벽한 승리였다!

“컥... 커어억....”

“저 녀석 왜 이렇게 빨리 성장하냐...?”

몇백 합이 이어진 승부의 끝.

바닥에 누운 두 마리의 악마는 처참한 상태였다.

“그래도... 고통스럽지는 않아서 다행이야.”

“심상 세계이니 말이다. 그래도 고생이 많군.”

“아니다, 허깨비로 불려와서라도 싸울 수 있어서 좋네.”

사라진 악마들을 뒤로 한 채 우진이 수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역시 잘 했구나.”

“감사합니다!”

다시 휴식과 식사가 이어졌다.

이제 중급 악마와 날개 원숭이를 섞어가며 자유롭게 수련하기 시작한 르쉬.

“와라 날개 달린 원숭이들아!”

“야, 나는 왜 원숭이인데?”

“너도 원숭이야!”

힘들 수도 있지만 활기차게 황야를 누비는 르쉬.

‘좋다, 힘들겠지만 버텨다오. 이 시간이 너를 상상할 수 없을만큼 크게 성장시킬 것이다.’

자신도 마지막 한 개의 수련이 남았다.

그건 어찌보면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였다.

‘강제 거인화. 그걸 방지하고 완벽하게 다루는 것.’

어둠 능력을 100% 자신의 힘으로 만들 시간이었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1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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