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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115화 (114/155)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15 >

하급 악마는 과연 거대했다.

10m짜리 칠흑의 육체가 뿜어내는 위압감.

그것이 수련장에 내려앉았다.

과거의 격렬한 전투가 떠올랐지만 이제 우진은 달라졌다.

“한 방이면 충분할 거다. 내가 좀 많이 바뀌었거든.”

— 후웅!

거대한 악마의 발차기가 날아올 때.

호흡을 가다듬은 우진이 그 발목을 움켜쥐었다.

— 쿠우우웅!

그리고 바닥에 매다 꽂았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쉽게 제압당한 거체.

— 스스스슷....

1번의 공격에 가진 체력을 모두 잃고 연기처럼 사라졌다.

우진이 만족스럽게 손을 털었다.

모든 것을 퍼부어 싸웠던 초강적 하급 악마.

이제는 본체의 능력만으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다음. 2마리.”

하늘에서 2마리의 하급 악마가 내려왔다.

바깥 고리에 등장했다면 대도시가 위협 받을만한 엄청난 상황.

그 속에서 가볍게 스텝을 밟던 우진이 전광석화처럼 신형을 쏘아냈다.

— 뻐엉!

첫 놈의 복부의 박힌 주먹이 순간 방향을 바꾸고, 그대로 들어올려 야구 방망이처럼 뒤편의 놈을 갈겨버렸다.

거체를 솜털처럼 다루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역발산(力拔山) 기개세(氣蓋世)!

그가 지체 없이 외쳤다.

“3마리.”

이번엔 놀랍게도 더욱 빨리 사라져버린 악마들.

서서히 몸이 풀리고 있는 탓이었다.

우진이 수련장에 마지막 요구를 전달했다.

“이걸론 안 되겠군. 20마리를 불러다오.”

하늘을 뒤덮으며 대량의 악마들이 나타났다.

평범한 이는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붕괴될 지옥의 강림.

하지만 우진의 몸이 순식간에 놈들을 가르고.

— 스쿵!

모두 사라졌다.

착지한 그가 주먹을 흔들며 겸손하게 말했다.

“스탯빨 죽이네.”

중심부에 들어온 이후 자신은 엄청난 성장를 이뤄냈다.

그건 바로 스탯의 막대한 상승.

‘마력이나 스킬, 심지어 어둠 능력까지 봉인해도 이 정도라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가볍게 해낸 우진이 뒤를 돌아보며 미소 지었다.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다.”

입을 쩍 벌리고 있던 르쉬가 화들짝 대답했다.

“옛!”

우진이 빙긋 웃으며 수하에게 말했다.

“우리는 매일 전투를 이어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우고 싶은 대상과 언제든 싸울 수 있다는 건 엄청난 기회다. 이 수련장은 그걸 가능하게 만들지.”

광활한 심상 세계를 바라보던 그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이 장소에서 우리는 큰 성취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바로 무제한의 전투 경험. 그걸 반드시 네 힘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두렵지만 설레기도 한 얘기에 흡혈귀가 감탄했다.

“무... 무제한의 전투 경험...! 명심하겠습니다!”

그때 우진이 새로운 적을 불러냈다.

그건 바로 ‘사막 수호자’.

개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거인이다.

“네 혼자 힘으로 사냥해 보아라.”

르쉬의 얼굴에 충격이 떠올랐다.

‘나 혼자... 저 엄청난 녀석을...!’

1구역에서도 강적으로 꼽히던 놈.

보스를 제외하면 아마 가장 강할 것이다.

르쉬의 생각을 알아차린 우진이 빙그레 웃었다.

“넌 이미 저 녀석을 압도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날 믿고 싸워보아라.”

“알겠습니다!”

우진이 수련장의 구조를 다시 한번 바꿨다.

‘이곳은 크기 뿐 아니라 모든 게 사용자의 마음대로 변할 수 있지.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능력이다.’

— 휘오오오....

이제 수련장은 정말 황야의 모습 그대로가 되었다.

엄폐물과 단차가 있는 지형.

대신 발이 빠지는 모래와 뜨거운 태양도 그대로다.

그 가운데서 사막 수호자가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가라 르쉬!”

“예!”

— 후우웅!

위협적인 마력탄이 날아왔지만 쾌속으로 피하고 모래 폭풍마저 배리어로 뚫어낸 르쉬.

“흐아아앗!”

상대의 머리에 거대한 혈검을 박아넣었다.

— 콰드드득!

쓰러진 사막 수호자가 이내 사라졌다.

그야말로 순살(瞬殺)!

“헉... 허억...! 제가! 제가 해냈습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르쉬에게 우진의 다정한 격려가 들려왔다.

“잘했다.”

“이, 이 모든 것이... 총대장님 덕분입니다....”

단순히 1식의 거대한 형태를 모방해서가 아니다.

강자의 전투를 보며 눈이 트인 것이다.

높은 수준의 전투를 견식하는 것.

그건 또 다른 의미의 ‘경험치’.

투사에겐 돈을 주고도 사지 못 할 값진 재산이 된다.

실력이 올라가니 르쉬 또한 그것을 깨닫게 되었다.

자신이 정말 천금과도 같은, 세상 그 무엇보다 귀중한 기회를 잡았다는 사실을!

우진이 감격한 르쉬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그걸론 부족하지. 넌 세계 최강의 흡혈귀가 될 것이다.’

— 쿠구궁....

이제 ‘중급 악마’를 불러낸 우진.

엄청난 기운을 두른 칠흑의 전투 생물이 수련장에 나타났다.

하급 악마보다 크기는 작지만 지성이 있어 더 영리하게 싸운다.

당연히 실제는 아니다.

자신의 기억이 만들어 낸 모조품.

하지만 심상 세계에선 엄연한 ‘현실’이다.

우진이 그 존재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 목표는 이곳을 떠나기 전 저 녀석을 혼자 힘으로 사냥하는 것이다.”

<단신으로 중급 악마를 사냥하라.>

그것이 르쉬에게 내려진 과제인 것이다.

그때 두둑거리며 몸을 풀던 악마가 우진의 기억에 맞춰 너스레를 떨었다.

“네 부하냐?”

우진이 그 익숙한 목소리에 답했다.

“등을 맡길 수 있지.”

“오, 부럽네.”

그가 일단 악마에게 당부했다.

“이 녀석이 성장할 수 있게 대련해다오.”

“그거야 쉽지. 천천히 들어와 봐라, 빨간 머리야.”

도발하듯 날개를 펴는 중급 악마.

그 얼굴엔 장난스러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명백히 하수를 대하는 모습에 눈을 번뜩인 르쉬의 신형이 순간 사라졌다.

“이 자식...!”

— 후웅!

하지만 허공을 가른 헛손질.

순식간에 덤벼들어 공격을 했지만 닿지 않은 것이다.

“빠, 빠르다!”

중급 악마는 과연 강해서 르쉬마저도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었다.

허나 그런 존재에게 겁먹지 않고 덤벼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인 사실이었다.

‘역시 내 수하다.’

“계속 도전해라. 넌 할 수 있다.”

“예!”

르쉬가 붉은 섬광처럼 계속 적을 노렸다.

필사적인 그 모습과는 다르게 하품을 하며 상대하는 중급 악마.

“하아암....”

언뜻 상대가 되지 않아 보이는 두 존재.

심지어 악마는 자신에게 웃으며 손까지 흔들어준다.

‘대련이라고 말했으니 죽을 정도로 몰아붙이진 않겠지.’

실제 악마의 성격이 어떨지는 모른다.

그러나 자신이 기억하는 악마는 ‘싸움’과 관련된 일로 거짓말을 하진 않을 존재였다.

심상 세계에서 진짜 죽을 일은 없겠지만...

불필요한 경험으로 트라우마를 만들 필요는 없다.

우진이 마지막으로 악마에게 당부했다.

“잘 부탁한다. 너라면 무슨 말인지 알겠지.”

“걱정 마라. 난 단계별 학습에 익숙하거든.”

공중에서 요상한 자세로 손을 흔드는 악마.

그게 오히려 믿음이 갔다.

하지만 반대로 열이 오른 르쉬는 더욱 빠르게 덤벼들다가 나동그라졌다.

악마가 웃으며 손가락을 흔들었다.

“느려.”

“느려...? 이건... 어떨까!”

누운 자세 그대로 발을 차올려 일어난 르쉬가 적을 덮쳤지만...

다시 허공을 가른 후 바닥에 처박혔다.

“후우....”

그녀가 한 바퀴를 굴러 척 일어섰다.

그런데 그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그걸 알아본 중급 악마의 호기심.

“오... 뭔가 하려는 거냐?”

“그래. 결국 이걸 쓰게 만드는구나.”

— 콰아아앙!

블러드 레이지.

카운트급 흡혈귀의 특권이 터져나왔다.

동시에 변신까지 하며 붉은 야수가 된 르쉬.

“전심전력! 널 반드시 꺾겠다!”

그 모습을 본 우진이 빙긋 웃었다.

‘그래, 강적과 싸워본 경험이 널 크게 성장시킬 것이다.’

자신도 과거에 치열한 전투를 거치며 조금씩 ‘이기는 법’을 익혀왔다.

르쉬도 투지 하나는 끝내주니 어떻게든 길을 찾아낼 것이다.

‘이제 내 실력을 성장시킬 차례군.’

그가 이제 황야의 먼 곳으로 이동해 자신의 수련을 시작했다.

“나와라.”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건 바로 1구역의 보스 뿔 달린 날개 원숭이였다.

“넌 내 상대가 되어 줘야겠다.”

<날 다시 불러내다니... 겁이 없구나.>

교활한 미소를 짓는 원숭이.

저 녀석은 저래 보여도 중심부 구역의 지배자다.

놈을 얼려서 잡은 건 일종의 편법이었다

그런 술수가 없이도 사냥이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했다.

게다가.

‘얼음이 통하지 않는 적이라면? 혹은 불도, 전기도 통하지 않는 적이라면?’

그땐 정말로 본체의 전투력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최상급 마물을 본체만으로 압도할 수 있게 된다면, 또한 자신이 그 정도의 강자라는 ‘신뢰’가 생긴다면, 자신의 전투력은 대폭 상승할 것이다.

그리고 시작된 전투.

우진이 빠르게 1형태와 2형태를 모두 제압했다.

‘1마리는 쉽군.’

그렇다면 그 다음은.

“3마리!”

그러나 역시 쉽다.

점점 많은 수와 싸우는 우진.

결국 1구역 보스를 10마리로 늘려 본신만으로 싸우고 승리했다.

— 퉷!

그가 부러진 치아를 뱉어내자 곧바로 새로운 치아가 생겨났다.

‘후... 액체 인간 형태를 한 대도 맞지 않는 건 힘드네.’

이 정도 숫자를 상대로 승리한 것만으로도 기적적인 일이다.

그러나 우진은 그걸 넘어 완벽한 승리를 바라고 있었다.

‘그래도 1차 형태는 정말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고 끝낼 수 있었어.’

문제는 검은 액체 인간으로 변한 2차 형태.

10마리가 쉴 새 없이 촉수로 전방위 공격을 퍼부으니 전지의 감각이 있어도 다 피하기가 힘들다.

마력이나 어둠 능력을 쓰지 않으면 몇 방 정도는 허용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이 보였다.

피할 수 있다는 희망이 느껴졌다!

‘그럼 해내야지.’

주먹을 움켜쥔 우진.

그가 다시 하늘을 향해 외쳤다.

“자아, 이번엔 20마리다. 와라!”

1구역의 보스가 창공을 덮으며 떨어져 내렸다.

— 쿵! 쿵! 쿵! 쿵!

황야를 가득 채운 보스들의 모습은 중심부의 도전자조차도 경기를 일으키며 트라우마에 빠질 광경이었다.

그러나.

“한번에 덤벼라. 그러지 않으면 털끝 하나 스치지 못할 테니.”

과감하게 도발하는 우진.

<크아아아!>

다수의 괴성이 합쳐지며 모조리 그를 향해 쇄도했다.

“그렇게 나와야지!”

— 쿠구구궁...!

수백 합의 전투 끝에 마침내 모두를 물리친 우진이 모래 바람 속에서 걸어나왔다.

피투성이가 된 모습.

여기저기 부상을 입었지만 그는 웃고 있었다.

“보인다. 이제 슬슬 보인다고....”

모든 공격을 피해낼 각이 보인다!

입가를 쓱 훔쳐낸 우진이 사막벌을 먹고는 팔을 쫙 펼쳤다.

잠시 기세를 가다듬은 그가 외쳤다.

“이번엔 30마리다. 와라!”

하늘을 뒤덮고 마물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

몇 시간 뒤.

— 쿠우우웅...!

폭발하듯 사라지는 검은 액체 속에서 걸어나온 우진.

마침내 한 대도 맞지 않고 전투가 끝났다.

‘이제 본체의 힘을 쓰는 법은 충분히 익힌 것 같다.’

적응은 끝났다.

치열한 수련을 짧은 감상으로 마무리 지은 그가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새로운 수련을 시작해야 한다.

‘그 다음은 속성 조합 연습이군. 그 전에.......’

다시 르쉬를 확인하러 간 우진.

“이야아압!”

블러드 레이지를 두른 흡혈귀는 아직도 투지가 넘쳤다.

몹시 지쳐보였지만 눈빛만은 쌩쌩했다.

허나 그와 대비되는 악마의 모습.

“안 졸렵냐? 난 좀 졸렵구나....”

하품을 하며 허공에 팔베개를 하고 드러눕는다.

르쉬는 이제 도발에 걸려들지 않고 침착하게 각을 노리고 있었다.

마치 야생 동물이 사냥을 하듯 한 점만을 노려보며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붉은 섬광이 쏘아졌을 때.

전광석화처럼 번쩍이며 피하는 악마.

거의 순간이동에 가까운 속도였다.

정말 약오르는 점은 여전히 누운 자세였다는 사실이다.

분통을 터트리는 르쉬.

“이 생쥐 같은 놈아!”

“이렇게 잘생긴 생쥐가 어딨냐?”

르쉬가 입술을 깨물었다.

“속도... 속도만 따라잡을 수 있으면 되는데! 으이익!”

뭔가 작전은 있는 모양인데 중급 악마의 속도가 너무 빠른 모양이었다.

우진이 빙긋 웃었다.

‘믿는다. 너라면 반드시 길을 찾아낼 수 있겠지.’

수하가 저렇게 열심히 노력하는데 자신도 쉴 수는 없는 법.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그때 전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엇...!”

“헛!”

우진과 악마가 동시에 탄성을 내뱉었을 때.

— 쿠구구구!

무서운 기운이 모여들고 르쉬가 어딘가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그에 맞춰 움직이는 악마의 궤도가 휘어지는 순간.

르쉬가 나타난 것은 정반대의 방향!

우진이 자신의 수하가 무엇을 한 것인지 알아차렸다.

‘완벽한 속임수! 드디어 답을 찾았군...!’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마침내 놈의 등을 잡은 르쉬.

그 입술에서 스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혈검 2식. 혈화난무(血花亂舞).”

우진이 수하의 새로운 기술에 감탄할 때.

“으... 으아아아!”

경악한 악마의 몸에 붉은 꽃이 피기 시작했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1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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