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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112화 (111/155)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12 >

“네 힘을 보여봐라.”

보스와 1:1 전투를 벌이는 우진.

평범한 사람이라면 죽음을 각오해야 했겠지만 그에겐 여흥에 불과했다.

— 후웅! 후우웅!

초속의 공방이 이어졌다.

검은 액체로 이루어진 인간형 괴물이 전신에서 불규칙한 공세를 퍼부었다.

— 차르륵!

휘어지듯 들어오는 공격은 궤도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빨랐지만 우진은 가볍게 피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악! 왜 안 통하는 거냐!>

자신의 공격이 먹히지 않자 분통을 터트리는 액체 인간.

놈도 처음엔 상대를 파악하기 위해 가벼운 공격을 던졌다.

인간 따위가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 촤르륵! 차락!

혼신을 다 한 모든 공격을 산책이라도 하듯 간단히 피하고 있는 것이다.

약이 바짝 오를 정도로 흥분한 괴물.

<반드시...!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 촤차차차착!

분노한 놈의 전신에서 창살과도 같은 촉수 다발이 쏟아져 나와 우진을 공격했다.

하지만.

— 스윽....

우진이 손가락을 들어올리자 마치 벽에 막힌 듯이 멈춰섰다.

시간이 정지한 듯한 풍경 속에서 엄습하는 공포를 느낀 괴물.

<이, 이럴 수가....>

자신이 가진 힘의 근간은 어둠.

이 흐물거리는 육신 또한 암흑이 실체화된 것에 가깝다.

그런데 그게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멈춰섰다는 건, 압도적으로 강한 어둠이 개입했다는 뜻이다.

<저... 저 인간......!>

마침내 상대의 힘이 보이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괴물.

순간 적에게 거대한 악마가 겹쳐보이는 환상이 찾아왔다.

<저건... 지... 진마 이상의......!>

황급히 주춤 물러나는데.

그때 상대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끝났느냐?”

그리고 ‘악마’가 손을 들어올렸다.

“이젠 내 차례구나.”

— 휘이이....

스산한 소리와 함께 지독한 한기가 찾아왔다.

이내 지하 전체가 얼어 붙고 시야마저 흐려질 혹한이 불어닥쳤다.

— 키에에엑...!

생존 본능이 발동한 보스가 당황해서 덤벼들었지만....

<몸이... 느려진다.......>

아득한 힘.

마치 잠에 드는 것 같은 감각 속에서 눈을 감은 괴물.

— 콰직....

그 자세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편히 쉬거라.”

— 툭....

우진의 무심한 손길이 적을 건드리고, 산산조각이 난 괴물이 깨진 얼음의 파편이 되어 흩어졌다.

그리고 습득한 적의 스킬.

[’다발의 사지(四肢)’를 계승했습니다.]

다소 특이한 능력으로, 팔다리를 추가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었다.

‘촉수처럼 날아오던 것이 모두 이 녀석의 팔다리였군.’

몸에서 사출되던 그것은 능력으로 만들어 길게 뻗어낸 손발이었던 셈이다.

사용해보니 어깨에서 팔 하나가 나타났다.

— 주물주물....

손가락 하나하나 마음대로 조작이 되긴 하지만 어색했다.

자유자재로 쓰려면 연습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도 특이한 능력이니 고맙게 접수해주지.’

스킬을 얻었으면 다음은 사체.

일단 바닥에 떨어진 뿔을 주워들었다.

놈의 2차 형태에서 코어 역할을 하던 존재였다.

‘이걸 습득하면 구역 포인트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지.’

5000 포인트가 정확히 획득된 것을 확인하고 뿔을 포함해 모든 시체를 빨아들였다.

마물의 사체이니 융합한 것이다.

‘어라?’

그런데 보스를 먹어치우니 심상치 않은 변화가 생겼다.

이 녀석... 아무래도 언데드에 가까운 것 같다.

그래서 대량으로 들어온 종족 경험치!

워낙 크기가 크니 경험치가 상당히 차오른 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좋다... 와라!’

주먹을 움켜쥔 우진.

자신의 새로운 힘을 받아들이기 위한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잠시 기다려도 찾아오지 않는 변화.

상태창을 확인한 우진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아이고... 아주 조금 모자라네. 까비.”

아슬아슬하게 97% 쯤에 멈춘 경험치.

“뭐 좋다! 밥 먹다 말고 진화하는 것도 난감하니.”

1구역에서 조금만 더 사냥을 하면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우진이 만족스럽게 위를 바라보았다.

“이제 다시 돌아가자!”

*

한편 지상에서는 사람들이 침묵한 채 대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보스의 습격 이후 놈을 끌어 안고 사라진 우진.

마치 동귀어진이라도 하는 듯한 장렬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이건... 희생양 작전 따위가 아니다...!’

다들 실력이 수준 이상이기에 저 아래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보스의 강대한 기운.

그리고 그와 비교할 수 없이 초월적으로 강한 기운이 맞붙더니 결국 하나만 남았다.

그 의미를 깨달은 사람들.

“구, 구역의 보스를 단신으로... 죽였다.......”

“마, 말도 안 되는 힘이야....”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우리가 저런 분께 도움을 받은 거였다니....”

“그, 그쪽도 도움을 받았소?”

“예, 저희도 낮에 구해주고 가셨습니다.... 설마 그쪽도...?”

“허어... 이럴 수가.......”

그때 대지 속에서 우진이 나타났다.

— 쿠구구...!

미소 띤 채 나타나는 그 모습에 사람들이 환호했다.

“구원자께서 돌아오셨다!”

“우와아아!”

잠시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우진이 껄껄 웃으며 손을 들어올렸다.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우리 밥 먹던 중 아니었습니까?”

눈을 꿈뻑이는 사람들.

보스를 혼자 죽여 놓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밥 얘기를 한다.

하지만 그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여기저기 아직도 남아 있는 저녁 식사의 흔적들.

심지어 아직 모락모락 김이 나는 음식도 있었다.

우진이 워낙 빨리 일을 해결한 덕분이었다.

그때 구원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식사나 마저 하지요. 제가 특별히 맥주 쏩니다!”

놀라는 사람들이 천천히 좌우를 살폈다.

‘맥주...?’

‘좋긴 하지만...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그때 우진이 대량의 맥주통을 꺼내놨다.

그건 마치 마술쇼를 보는 듯한 광경이었다!

“우와아아!”

그때 우진의 오크통 개방이 시작되었다.

— 뻥! 뻐버버벙!

강혼으로 시원하게 날아가는 뚜껑들.

“오오오오!”

그게 끝이 아니다.

최고의 서빙 스킬까지!

“얼어붙어라!”

살얼음이 낀 맥주들.

“이야아아!”

“최, 최고다...!”

환호하는 사람들.

그건,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이란 감정이었다!

“자 다들 편하게 드십시오! 모조리 여러분 것입니다!”

각자 잔을 들고 높게 들어올린 사람들.

“모험을 위하여!”

“중심부의 도전자들을 위하여!”

“영웅을 위하여!”

— 꿀꺽꿀꺽....

“크아아...!”

“감사합니다!”

“이렇게 시원한 맥주라니!”

축제와도 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물론 다들 자기 관리에 철저하기에 피로를 달래고 스트레스를 풀 정도로만 즐겼다.

그래도 간만의 즐거운 휴식이었다.

중심부가 아니라 고향의 익숙한 펍에서 편안히 먹는 그리운 맥주의 맛이었다.

우진이 그 가운데서 선포했다.

그건 귀를 뻥 뚫리게 하는 충격적인 얘기였다.

“오늘은 제가 책임지고 불침번을 설 테니 다들 푹 주무십시오.”

혼자서 몇 시간이나 마물을 감시해주겠다는 뜻.

그건 피곤함을 넘어서 기진맥진해질 수 있는 일이었다.

“그, 그래도 그건 너무 죄송한.......”

그때 번뜩이는 우진의 눈.

“이 제안을 거절하시면.... 제가 직접 재워드리는 수가 있습니다.”

“헉....”

“농담입니다. 하하하!”

다정하지만 공포스런 제안 속에서 다들 잠자리에 들었다.

모두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음날 새벽.

첫 번째로 일어난 파티에게 뒷일을 맡기고 출발 준비를 하는 우진.

정말로 르쉬까지 재우고 홀로 불침번을 선 것이다.

파티원이 꾸벅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렇게 푹 자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진심이었다.

심리적인 안정감은 억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우진과 같은 강자가 자신들을 지켜준다는 사실은 그 어떤 수면제보다도 깊은 잠을 불러왔다.

빙긋 웃은 우진이 말했다.

“그럼. 뒷일을 부탁합니다.”

“예. 제가 책임지고 경계를 서겠습니다.”

마침내 날아오른 우진.

자신의 동료와 함께 섬광을 그리듯 저 멀리 사라진다.

‘허어... 정말 엄청난 능력이다....’

혼자 대형 야영지를 만들어낼 정도의 카리스마.

그리고 보스를 단신으로 상대할 정도의 힘.

‘게다가 혼자서 불침번이라고...?’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일.

중심부에 넘어온 지도 꽤 되었지만 저 정도의 신비한 강자는 처음이었다.

“저 분이라면... 어쩌면 중심부의 끝에.......”

너무도 아득한 상상.

그러나 이루어질 것 같은 상상.

파티원이 한참동안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

— 쿠구구....

어딘가에 착지한 우진과 르쉬.

아직 새벽이었다.

일단 언데드 폼 진화를 이루고 출발하기로 했다.

‘추가로 잡아야 할 놈도 몇 마리 더 있고.’

아직 사냥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리젠되지 않았던 놈들, 그리고 시간대를 맞춰야 나타나는 놈들이 있었다.

‘크기가 큰 놈 위주로 몇 마리 더 사냥해서 핏빛 구슬을 다 채워버리자고.’

일단 대지의 힘으로 간이 쉼터를 만들어 낸 우진.

— 쿠구구구....

사각형의 건물은 비와 바람, 그리고 모래를 막아줄 든든한 쉼터였다.

“르쉬야. 미안하지만 여기서 대기해다오. 나 혼자 마무리 할 일이 있구나.”

“헛.. 알겠습니다!”

즉시 대답하는 든든한 수하.

편하게 머무르며 수련이나 사냥, 혹은 주변의 모험가를 돕는 등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지시했다.

당연히 음식과 마실 것도 넉넉히 챙겨주었다.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오히려 다른 이들이 르쉬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그럼 곧 오마!”

“예! 다녀오십시오!”

— 후우웅!

빠르게 구역을 돌면서 사냥을 시작한 우진.

— 쿠어어어....

— 키에엑....

— 끄아아아....

외눈박이 거인을 비롯한 몇 마리의 신규 마물을 잡았다.

그리고 두꺼비와 도마뱀 등을 추가로 잡자 마침내 신호가 전해졌다.

‘드디어...!’

진화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서둘러 눈여겨 봐둔 산 속으로 향했다.

그리고 혼자 깊고 고요한 동굴에서 진화를 시작했다.

‘이번엔 뭔가 다르다.’

변화를 예감한 순간 느껴졌다.

자신은 지금 이 순간, 단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육체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시작된 압도적인 성장.

[충분한 생명 에너지를 확보하였습니다.]

[성장형 3단계]

[지위 상승]

[지위 - 죽음을 초월한 자]

이제 벌써 3번째이기에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 콰드드득....

처음 변이하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더욱 완벽한 육체가 되는 자신의 몸.

[새로운 지위 획득으로 신체가 변화합니다.]

[전신 강화]

앞선 진화가 낯선 힘처럼 느껴졌다면, 이번엔 정말로 자신의 ‘권리’를 되찾는 느낌이었다.

순간 몸에 활력이 돌고 전신에 강대한 힘이 느껴졌다.

— 쿠드드득...!

더욱 커진 신체.

이제 3m에 육박하는 대형 언데드가 되었다.

근육보다는 예술이라고 불러야 마땅한 아름다운 육체.

크기는 커졌지만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그리고 추가적인 변화.

‘오오...! 이건 설마!’

— 차르륵...!

[이제 전신에서 촉수를 사출할 수 있습니다.]

전신에서 사출해 적을 옭아맬 수 있는 촉수.

목표물에 흡착시켜서 이동 기술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1구역 보스의 능력과 비슷했지만 그것보다 훨씬 강력하고 우월한 힘이었다.

— 콰드득....

테스트를 해보니 손바닥이나 등허리, 어깨나 심지어 배에서도 촉수를 뿜어낼 수 있었다.

‘두께 조절도 가능하고 힘을 더 넣으면 허리만한 촉수를 수십 미터 밖까지 내뿜을 수 있다!’

마음대로 움직이는 촉수는 거의 숫자 제한이 없을 정도로 대량 사출이 가능했다.

게다가.

‘다발의 사지를 응용하면 하나하나를 죄다 팔로 만들 수도 있군.’

이건 정말 상상 이상의 능력이었다.

‘본체의 파괴력을 원거리까지 뻗어낼 수 있다. 그것도 숫자 제한이 없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막대한 힘.

이거야말로 진정한 초월종의 단계가 아닐까 싶었다.

잠시 촉수를 운용해본 우진.

— 콰콰쾅!

가볍게 전방위로 개방한 순간.

벽에 무수한 구멍이 생겼다.

엄청난 결과에 감탄한 우진.

‘하나의 촉수마다 내 근력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다니... 이건 정말 최고의 능력이다.’

게다가 촉수를 손으로 만들어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검술을 펼칠 수도 있었다.

자신에겐 분열하는 검이 있으니 최고의 시너지를 낼 것이다.

그때였다.

— 띠링...!

[추가 능력이 개방되었습니다.]

새로운 알림이 떠오르고, 또 하나의 신비한 변화가 찾아왔다.

‘이... 이건... 설마!’

우진의 눈이 커졌다.

그건 촉수만큼이나 충격적인 진화.

자신을 언데드 이상의 무언가로 만들어줄 극강의 변화였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1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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