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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110화 (109/155)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10 >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나비떼.

그보다 더 많은 분신 우진.

그러나 가장 많은 것은 떠도는 비검들이었다.

— 콰르르릉...!

검 사이에 연결된 전류가 번개 폭풍을 만들어냈다.

거기에 우진이 하나의 속성을 덧붙였다.

“멸(滅)!”

— 콰콰콰쾅...!

일시에 터져나가는 나비들.

언뜻 끔찍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우진의 눈엔 조금 다르게 보였다.

그건 포인트의 축제였다.

‘이제 다른 마물을 1개체씩만 잡으면 필요한 포인트는 다 모을 수 있겠군.’

방금의 한방으로 몇 달을 사냥해도 모으기 힘든 양의 포인트를 긁어모았다.

바닥에 착지한 우진.

‘좋아, 지금부터 초고속으로 간다.’

그가 새로운 스킬을 발동했다.

‘닿는 모든 것을 추적해라...!’

— 휘오오오...!

새로운 스킬.

인분(鱗粉) 추적.

거대 나비의 독특한 사냥감 탐지 능력이 발동한 것이다.

바람이 보이지 않는 미세한 입자를 사방으로 날려보낸다.

자신이 일으킨 바람 속에서 눈을 감은 우진.

안 그래도 익숙한 지형.

거기에 나비 가루를 통해 마물과 인간들까지 추적이 된다.

거의 실시간 갱신되는 오토맵이었다.

‘게다가 천리안을 발동하면 해당 장소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제 머릿속에 근방 정보가 상세하게 들어찬 우진.

워낙 넓으니 1구역 전체를 커버할 순 없지만 돌아다니는 반경 몇 km 정도는 계속 유지시킬 수 있었다.

‘이거라면 최고 효율의 경로를 찾아낼 수 있다.’

눈을 감고 다음 행선지를 결정했다.

광활한 황야 저편에서 뜻밖의 정보가 전해졌다.

‘사막 수호자가 리젠 됐군.’

원래라면 경쟁자가 붙을 확률이 크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자신이 1등으로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저기부터 쓸어줘야겠군.’

1구역의 보스격은 아니지만 최상급 마물인 ‘사막 수호자’.

거대 지네들은 땅을 파고 다니는 이동 방식과 갑자기 튀어나온다는 점 때문에 난이도 최상의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게다가 군집 확률도 이상하게 높고 말이지.’

하지만 지금 보러 가는 녀석은 좀 다르다.

단 1마리로 최상급 난이도.

다양한 방식으로 도전자를 유린하는 사막의 희귀한 마물이다.

또한 1개체만 등장하기에 파티끼리 경쟁률도 제법 있었다.

스폰 대기 시간은 이틀 정도로 그리 길지 않지만 그래도 바로 잡을 수 있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우진이 르쉬와 함께 승천비보의 크기를 키워 올라탔다.

“가자!”

그리고 쏜살 같이 황야를 가로질렀을 때, 모래 지대가 나타났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은 1체의 거대한 마물.

사막 수호자.

개 머리에 인간의 몸을 가진 거인이다.

— 쾅!

보자 마자 들고 있던 지팡이로 마법적인 공격을 해온다.

마나가 뭉쳐 날아오는 기세는 제법 무서웠다.

— 퉁!

하지만 가볍게 쳐낸 우진.

“너랑은 테스트해 볼 것이 좀 있다.”

그가 바닥에 착지해 양손을 모래 위에 올렸다.

“나타나라.”

— 쿠구구구...!

모습을 드러낸 수많은 대지의 병사들.

하지만.

— 키이이이!

사막 수호자가 날려보낸 마력탄에 속수무책으로 터져나간다.

‘흠... 너무 쉽게 생각했군.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날아올라라!”

놀랍게도 날개를 달고 떠오른 새로운 모래 병사들.

이들을 대지의 천사라 부르기로 했다.

‘이 녀석들은 어느 정도 버티는군.’

아무래도 회피가 수월하기에 사막 수호자를 상대로 제법 버티며 전투를 이어갔다.

“좋아. 병사들 전투력 테스트는 끝났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것만으로도 만족이다.

“이제 진짜다. 나와라 대지의 메카닉!”

마력으로 마법진을 그린 우진.

번개로 연출해주면서 어둠을 관절로 삼는 흙 거인을 소환했다.

일종의 골렘이었다.

“동기화...!”

허공에 주먹질을 하자 따라하는 암석(暗石) 메카닉.

우진과 동기화 되어서 그대로 움직인다.

격투기로 사막 수호자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 뻥! 뻐엉!

암석의 주먹으로 후려 갈기자 멀찍이 날아간 수호자.

지팡이를 크게 휘둘러 반격을 시도한다.

— 휘오오오!

그건 지금까지처럼 마력탄이 아니었다.

모래 폭풍.

그것도 평범한 사막풍이 아니라 전신이 찢겨 나갈 정도의 위력이었다.

‘반대로 불어라!’

대선풍으로 상쇄시킨 우진이 마력을 모아 천지 포박술을 발동했다.

“갈겨라!”

— 뻐어억...!

암석 메카닉의 거대한 주먹에 휘청거리는 사막 수호자.

마무리는 지상과 하늘에서 쏟아지듯 달려간 모래 병사들이 담당했다.

개미처럼 적을 뒤덮은 병사들은 든든한 모습이었다.

‘내가 도와주면 모래 병사도 충분히 강하다.’

잔챙이는 모래 병사로.

조금 강한 적은 모래 천사로.

보스급은 방금처럼 모래 골렘으로 상대하면 충분할 것 같았다.

[’모래 폭풍’을 계승했습니다.]

입수된 새로운 스킬.

삭풍이 모래 폭풍으로 진화했다!

대선풍으로 이미 충분한 바람 계열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대량의 모래를 불러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유용한 스킬이다.

만족한 우진.

그때 주변에 웅성거리는 기척이 느껴졌다.

‘관객들이 있었군.’

어느새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워낙 엄청난 전투니 영화를 보는 것처럼 감상하고 있는 것이다.

거리는 충분히 멀었지만 우진의 귀에는 그들의 감탄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어... 엄청난 수준의 마력 통제다....”

“강하군....”

“그저 강하다고? 저 자는 지금 사막 수호자를 가지고 논 거라네....”

“누구지?”

“혹시...? 그 소문의 괴물 신입...?”

우진에 대한 소식은 이제 1구역에까지 흘러 들어왔다.

“노, 녹림을 토벌했다는 그 남자 말인가...?”

“이번 사냥을 마치고 시작의 마을에 가보면 알 수 있겠지....”

그때 무너져 내리는 사막 수호자.

놈의 지팡이를 주워든 우진.

“오. 이걸 드랍도 하는구나!”

자신도 이 수호자가 죽는 모습을 몇 번 구경한 적이 있다.

마치 지금 주위를 둘러싼 구경꾼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녀석이 자신의 장비를 남기고 가는 건 처음 봤다.

[사막 수호자의 지팡이] [유니크]

휘두르기만 해도 강력한 마력탄을 쏴댈 수 있는 유니크 아이템이었다.

‘마력 보정도 제법 쏠쏠하네?’

상당히 훌륭한 아이템.

하지만 자신은 손바닥에서 더 강한 기파를 쏠 수 있다.

그냥 마법을 쓸 일이 있을 때 마법사 룩을 완성시키는 아이템으로 쓰기로 했다.

그러나 우진과 다르게 구경꾼들은 침을 질질 흘리며 부러워하고 있었다.

“수, 수호자가 지팡이를 떨구고 갔다....”

“헉... 저거 진짜 드랍을 하긴 하는구나.......”

드랍률이 낮아서 구경조차 하기 힘든 아이템.

어마어마한 가격에 거래 된다.

이 지팡이의 진가는 마법을 쓸 수 없는 자가 마법적 공격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에서 나온다.

“나, 나도 저게 있으면 사냥을 더 쉽게 할 수 있을 텐데....”

“대여해 달라고 할까...? 딱 하루만 대여해 달라고 하면 안 될까......?”

하지만 섣불리 다가오지 못하는 구경꾼들.

사막 수호자를 가지고 놀다가 죽여버린 강자의 심기를 거슬렀다간 자신들도 어찌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우진이 펄쩍 날아올랐다.

“가자 르쉬! 다음 마물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예!”

구경꾼들은 사라지는 두 존재를 보며 손가락만 빨 수밖에 없었다.

*

다음 목표는 황야 한쪽의 바위 지대.

그곳에 사는 금속 골렘이다.

빠르게 접근하는 우진.

“거기 있구나!”

덤벼오다가 주춤주춤 물러나는 골렘.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도전자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기파 연속 방출!”

우진이 사막 수호자의 지팡이를 휙휙 휘두르며 밀어 붙였다.

하지만 큰 타격이 없는 금속 골렘.

“역시 단단하구나. 너 덕에 전생에 아주 애 먹었지.”

마법이나 속성 스킬도 잘 안 통하고, 어지간한 공격은 보이는 것처럼 다 튕겨낸다.

수많은 파티가 연대해 레이드를 하듯 겨우 잡을 수 있는 강적.

우진의 파티도 겨우 참가해서 포인트를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혼자도 순삭이 가능하리라.

“내가 이제 좀 강해졌다.”

지팡이를 크게 휘둘러 거대한 기파를 쏜 뒤 틈을 만들었다.

허공에 던지자 사라지는 지팡이.

— 후웅.

그 밑에서 우진이 자세를 잡고 있었다.

‘천근추.’

— 쿠궁...!

깊게 파이는 바닥.

힘 패시브인 강신으로 체력, 근력, 민첩을 합산한 수치를 근력에 밀어넣었다.

그 수치는 대략 1만을 상회!

‘말이 좋아 1만이지... 이건 초월적인 숫자다.’

— 쿠구구구...!

그만큼 폭발적인 우진의 기세.

거기에 빙의된 거인과 영격을 발동해 4배의 보정을 가한다.

— 쿠... 쿠어어어...!

그때 뭔가를 알아챈 금속 골렘이 우진을 막기 위해 허겁지겁 달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준비는 끝났다.

마지막으로 발동된 의지의 거인.

“죽자.”

달려오던 골렘이 뭔가를 깨닫고 금속 배리어를 펼쳤지만 아무 의미가 없었다.

— 콰지직...!

종이를 찢듯 배리어를 관통해 놈에게 적중한 거대한 주먹.

— 뻐어엉...!

몸을 관통하는 구멍을 내며 상대를 끝장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뻥 뚫린 자신의 배를 바라보는 골렘.

“방어력이 강하면, 그거보다 더 세게 패면 된다.”

— 쿠구구구....

결국 무너져내린 골렘.

[’금속 배리어’를 계승했습니다.]

워낙 좋은 배리어가 많은 우진이라 별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물리적 타격은 이게 제일 잘 막아준다.

“좋아! 이제 어려운 놈들은 거의 다 잡았다.”

바닥에 내려선 우진이 르쉬를 바라보았다.

“내가 하는 것 잘 봤지? 이제부터 분산 작업이다.”

“예! 맡겨주십시오!”

르쉬에게 연결된 정신을 통해 몇몇 마물의 위치 좌표를 전달했다.

이러면 1구역 사냥을 훨씬 빠르게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목숨을 걸어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투지를 불태우는 르쉬를 보며 우진이 껄껄 웃었다.

“위험한 녀석들은 이제 다 잡았으니 네 실력의 반만 드러내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편하게 생각하여라.”

“알겠습니다!”

척 고개를 숙인 수하.

“안전 제일!”

“안전 제일!”

— 푸슝...!

짧은 인사와 함께 붉은 섬광이 하늘을 가로질렀다.

세상 무엇보다 든든한 모습이었다.

“자, 이제 나도 내 몫을 처리하러 가볼까!”

이제부터는 난이도가 낮고 인기가 많은 마물들이라 사람들과 마주쳐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창공을 날아간 우진이 늪의 두꺼비가 독을 뿜어내는 모습을 발견했다.

— 쿠에에에...!

“끄아아악...!”

그리고 그 독을 피해 달아나는 파티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수호의 방벽으로 차단하고 힐을 사용해주었다.

“위험!”

“가, 감사합니다...!”

— 후쿵...!

두꺼비를 한 주먹에 터트린 우진이 공략을 공유했다.

“저 녀석은 독이 안 통하면 점점 더 강한 독을 뿜습니다. 그러니 그냥 1단계 독에서 빠르게 사냥하세요.”

“아...! 이거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다음 구역으로 간 우진.

허우적거리며 나풀거리는 인형들과 싸우는 파티를 발견했다.

데미지를 입는 건지 안 입는 건지 계속 일어나서 싸우는 인형들.

파티는 지쳐가고 있었다.

“어렵죠?”

“하하하....”

“그런데 이거 가짜입니다.”

나무 위에 숨어 있는 도마뱀 머리통을 콱 쥐어 박아서 떨어트렸다.

인형극 도마뱀.

투명한 혓바닥으로 인형을 조종해 도전자를 유린하는 교활한 마물이다.

“으엇...!”

“힘이 다 빠지면 본체가 스르르 내려와서 덤벼들었을 겁니다. 참 희한한 녀석이죠.”

“이, 이럴 수가... 감사합니다! 이걸 몰랐다면 꼼짝 없이 당했을 겁니다.”

안 그래도 다들 지쳐가던 파티.

마나도 떨어져가는데 거대한 도마뱀과 마주쳤다면 목숨이 위험했을 것이다.

“그럼!”

“감사합니다!”

이제 깊은 산의 동굴에 도착한 우진.

들어갈 생각도 하지 않고 그 안에 분기압수탄 수십 발을 던져 넣었다.

“음, 너희는 직접 보면 귀여워서 죽일 수가 없지.”

다람쥐 형태의 마물들은 귀여운 모습으로 접근해서 도전자를 속인 뒤 괴물처럼 변해 먹어치운다.

그때 안에서 들려오는 폭발음과 절규들.

— 콰콰콰쾅...!

— 끄아아아...!

‘팝콘 튀기는 소리가 나는구나....’

스킬은 철식 악력의 하위 호환이기에 포인트로 바꿔 먹었다.

‘다음은 또 동굴이구만!’

이번엔 깊숙한 산 속에 있어서 찾기도 힘들다.

‘이 녀석은 아주 강하지.’

동굴 마귀.

마치 거대한 구울처럼 생긴 위험한 마물이다.

따로 복잡한 공략법이 있지만 자신은 그냥 성큼성큼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 고오오오....

음산한 소리와 함께 깊고 깊은 동굴이 시작되었다.

야간 시야가 있기에 완벽하게 확인되는 어둠 속의 풍경.

빠르게 진입하자 저 멀리 희생양을 기다리는 놈의 모습이 보인다.

붉은 혀를 낼름 거리며 먹이를 반기는 사악한 마물.

우진이 어느 정도 진입하자 기이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시시시시시....

공포를 주는 소리를 통해 희생자가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진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 타타타타...!

동굴 마귀가 혼란에 빠졌다.

<도망을 치는 게 아니라... 나를 향해 달려온다고...?>

그때 근접한 도전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

— 끄아아아!

허겁지겁 깊은 곳으로 도망치기 시작한 동굴 마귀.

<저... 저건 인간이 아니다...! 괴물이다...!>

살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뛰어야 한다!

하지만 미친 듯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도전자의 모습.

“나와... 하나가 되자꾸나....”

그렇게 포식자와 피식자가 뒤바뀐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도전자의 손이 자신의 발을 움켜쥐고.

— 끄아아아아...!

식사가 시작되었다.

“너 언데드지? 구슬 좀 채우자.”

그건 동굴 마귀가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무시무시한 최후였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10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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