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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109화 (108/155)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09 >

중심부 1구역.

그 이름은 ‘사냥의 대지’.

규칙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아득할 정도로 드넓은 황야.

여기 서식하는 ‘모든 마물’을 1종류씩 잡아야 통과가 허락된다.

힘과 기술, 적응력과 정보력 등 모든 것을 확인하는 장소.

그 중 제일은 ‘인내심’이다.

‘보통은 여기서 최소 1, 2년은 머물러야 하니까.’

마물들의 위치, 공략법, 사냥 난이도 등등이 천차만별이다.

즉, 모든 마물의 정보를 파악하는데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새로 온 사람들은 맨땅에서 정보를 수집해야 하고, 다 잡은 자들은 이 구역을 지나가 버리고. 또 모험가끼리 견제를 한답시고 정보를 숨기니 결국 파티마다 새롭게 공략을 쌓아가야 한다.’

게다가 포인트 제도까지 있다.

이 황야에 서식하는 마물을 잡으면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고 그걸 일정량 이상 모아야 하는 것.

하지만 난이도가 낮은 마물을 반복해서 잡는 건 의미가 없다.

동종 마물이 더이상 포인트를 주지 않게 되는 시점이 오기 때문.

다시 새로운 마물을 잡아야만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즉 ‘모든 마물’을 잡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숨겨진 규칙인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절대 포인트를 필요량만큼 모을 수 없지.’

이 과정에서 심하면 몇 년이 걸리고, 짧아도 몇 달은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은 48시간을 잡고 움직이기로 했다.

‘남들과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간 그 놈들을 영원히 못 따라잡거든.’

이 길의 끝에 있을 그놈들.

하루 빨리 보고 싶어 죽겠는데 이런 곳에서 미적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안전 구역 끝자락에 선 우진.

이 안으로는 마물이 진입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선을 넘어가면 정말로 시험이 시작된다.

— 쑤우욱....

마치 물 밖으로 나가는 듯한 감각과 함께 중심부의 강한 기운이 훅 끼쳐왔다.

일단 황야를 파악했다.

— 휘오오오....

삼라만상의 지혜나 사령 거미줄을 펼치지 않아도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진다.

전생의 자신은 이 황야를 집처럼 여기며 뒹굴었다.

월드가 만들어 준 안전 구역보다 스스로 찾아낸 안전 지대에서 야영을 한 일이 더 많을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구역에서 탐색조로 활동한다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이지. 하지만 그 역할이라도 담당하지 않으면 파티에 낄 수 없다는 것.... 그게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

숨을 깊게 들이쉰 우진.

충분한 힘이 없으면 몇 년을 투자해도 결코 뚫지 못하는 아득한 황야의 시험.

최단 기간 돌파 기록을 세우기로 했다.

“르쉬.”

“예!”

“합체 이동이다. 이번엔 질주 포메이션!”

녹림왕이 남긴 새로운 아이템.

축지의 허리띠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

예전에 체이서를 타고 펼쳤던 합체 비행과 비슷한 형태였다.

단, 이번엔 우진이 르쉬를 업는 자세였다.

“헛...! 예!”

그렇게 출발한 어부바 2인조.

과연 빠르다!

수십 미터 전방이 순식간에 가까워지며 정말로 땅을 접어 달리듯 이동할 수 있었다.

“우오오오!”

“우와아아!”

신나게 도착한 장소에서 우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단 지네부터 처리하고 가자.’

첫 번째 목표.

안전구역에서 가장 가까운 녀석.

초대형 지네.

난이도는 최상급이지만 등장 위치가 초반이라 악의적인 배치라고 볼 수 있다.

1구역을 제대로 파악도 하지 못하고 조우하게 되면 전멸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생겨난다.

‘그래도 난 문제 없다.’

반가운 마음으로 지네 발생 구역에 진입한 우진.

“어이! 기다려! 순서를 지켜야지!”

근처에 있던 파티 하나가 그를 멈춰세웠다.

“아, 옙. 순서.”

바위 뒤에 숨어 있던 자들이라 반박할 말이 없진 않았지만 상대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순서를 지키긴 지켜야지.’

기세를 감춘 우진.

사람들을 우르르 도망다니게 하는 건 10% 정도는 재밌었지만 90% 정도는 부담스럽고 미안했다.

그래서 힘을 억누르는 단계를 높였더니 또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게 된 모양이다.

“혼자야?”

“아니오. 둘입니다.”

열 받게 구는 사내에게 눈빛으로 항의를 표하는 르쉬.

<그래, 난 르쉬다 이 새끼야.>

총대장 옆이라 참는 것 같지만 그 표정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우진이 웃으며 진정시켰다.

“기다리자 르쉬.”

“헛... 예!”

손을 휘젓는 중년인.

“그래,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우리 먼저 왔으니까 다음 놈은 우리 거야.”

“넵.”

아주 일리가 있는 얘기라 얌전히 바위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르쉬는 불만스러운 것 같았지만 우진의 명이 있으니 볼을 부풀리고 조용히 대기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 때.

“온다...!”

대지가 흔들리며 초대형 지네가 등장했다.

— 쿠구구구...!

“머리를 노려라!”

하지만 별 데미지를 주지 못하는 공격들.

고전하는 가운데 설상가상 몇 마리가 더 등장하고 말았다.

— 키에에엑...!

혼비백산한 파티.

“퇴, 퇴각해라...! 이상 현상 발생이다...!”

1구역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

모든 건 평소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어이고, 군집 발생은 좀 난감한 경우지.’

전생에 자신도 저것 때문에 죽을 뻔했다.

벌떡 일어난 그가 앞으로 나섰다.

“순서 좀 어겨도 되겠습니까?”

“순서? 지금 그런 걸.... 도, 도망쳐...! 군집이라고...!”

“그럼 허락하신 걸로 알고.”

달아나는 사람들 사이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우진.

— 훙! 훙! 훙! 후우웅!

녹림을 잡아먹고 성장한 대흑검이 4단계의 증폭을 발현했다.

이제는 한 번의 검격이 그냥 흑마질풍참 정도의 위력은 나오게 되었다.

그걸 길게 당긴 우진.

“흐으읍...!”

천근추로 깊게 파인 땅 위에서 홈런을 치듯 시원하게 갈겼다.

“반갈참!”

— 쿠우웅...!

달려오던 모습 그대로 2등분이 된 거대 지네.

윗 부분은 멀리까지 날아갔다가 대지를 미끄러진 후 멈춰섰다.

— 쿠구구구....

“히이익..!”

그 거대한 주둥이가 도망치던 파티원 앞에 정지했다.

팔뚝만한 이빨에 기겁하던 사람들이 뒤를 가리켰다.

“뒤, 뒤에...!”

몇 마리가 더 땅에서 튀어나왔지만 이건 우진에게 준비 운동도 안 된다.

— 훙훙훙훙!

뛰어오른 우진이 가볍게 다 쓸어버리고 뛰어내렸다.

“하... 한 방에...!”

“우, 우리가 뭘 본 거지...?”

정작 착지한 우진은 새로운 스킬에 기뻐하고 있었다.

‘독샘이 강력한 독샘으로 진화했다!’

사막벌보다 더욱 강력한 독을 지닌 지네!

이제 능력을 발동하고 물병에 손가락 한 번 담궜다 빼면 강력한 독약을 무한 생성 할 수 있게 되었다.

혹은 밤안개나 어둠 개방에 독을 섞어준다면 걸어다니는 지옥이 될 것이다.

‘이건 묵시록의 4기사도 한 수 접어줘야 한다.’

확인을 마친 우진이 아직도 바닥에 주저 앉아 패닉에 빠져 있는 파티원들을 일으켜 주었다.

“저 지네들은 머리가 오히려 단단합니다. 꼬리로 갈수록 연해지니까 그걸 잘 이용해보세요.”

자신이 본 파티원들의 전투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기에 공략을 알려줬다.

물론 그들 입장에서는 놀랄 만한 이야기였다.

“머, 머리가 단단하다고...?”

어떤 마물이든 급소인 머리를 노리는 것은 상식! 그런데 오히려 머리가 공략을 어렵게 만든다고 한다.

우진이 친절하게 덧붙였다.

“놈들이 모래 밖으로 내미는 상체 부분은 전부 강화가 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신체적으로도 그렇고 보이지 않는 배리어까지 씌워져 있으니 가드 위를 공격하는 셈이죠.”

“이, 이럴 수가....”

“완전히 나오도록 유인해서 꼬리 쪽을 공격하세요. 그럼 쉽게 사냥할 수 있을 겁니다.”

이제야 이해한 사람들.

“오오...!”

“고, 고맙소이다...!”

“아뇨 뭘. 그 위급한 상황에 도망치라는 얘기까지 해주면서 도망치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저도 힘이 없으면 꼼짝 없이 당했을 텐데. 제가 고맙습니다.”

우진이 진심으로 말하자 그들이 겸연쩍게 고개를 저었다.

“무, 무슨 별 말씀을....”

중년인 몇 사람과 청년 몇으로 구성된 파티.

솔직히 이 모험가들 정도면 중심부는 물론이고 월드 전체에서도 아주 착한 사람들이다.

“그럼 이만.”

“가, 감사하오...! 저, 정말 감사하오...!”

우진이 그들과 멀어진 후 자신의 수하를 바라보았다.

“르쉬야.”

“예!”

“힘이 있다고 순서도 안 지키고 그러면 우리가 녹림이랑 다를 게 뭐가 있느냐.”

“그, 그렇습니다.”

빙긋 미소 지은 우진.

“하지만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은 고맙다.”

“아, 아닙니다....”

고개를 푹 숙인 자신의 수하.

아무래도 달래줄 필요가 있는 듯 싶었다.

“어이고.... 힘들어서 고개를 못 드는 모양인데. 업혀라!”

다시 등을 내민 우진.

그런데 르쉬 입장에선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질주 포메이션을 한 뒤로 기분이 이상해....’

등에 업혀 달릴 때 하늘을 날 듯한 기분이 찾아왔다.

그리고 내려서자 느껴진 막대한 상실감.

그래서 저 사람들에게 좀 불퉁하게 행동하고 말았다.

그때 다시 등을 내민 자신의 총대장님.

잽싸게 업히려는데 이상 현상이 찾아왔다.

그 등짝을 보자 또 기분이 묘해진 것이다.

‘가, 갑자기 머리가 어질어질 하다....’

아까는 급해서 몰랐지만 질주 포메이션은 상당히 친밀한 스킨십이었다.

그 때문인지 다시 울컥울컥 치솟는 무언가... 무언가 강력한 감정...!

‘이거야... 다 이거 때문이었어.’

우진을 처음 만난 이후로 생긴 묘한 마음.

이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져버렸다.

하지만.

‘안 돼. 총대장님의 숙원이 이루어질 때까지... 내 사적인 감정은 밟아 죽인다.’

그분을 사모하는 마음이야 가실 줄이 있겠냐마는.

지금 그런 건 둘 모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헛된 감정은 짓밟아 죽인다!’

“으아아아아! 죽어라!”

땅을 힘차게 밟는 르쉬.

그 기세는 대지를 쪼갤 듯한 위력이었다.

— 쿵...!

‘저건 무, 무슨 수련이지...?’

우진 입장에선 놀랄만한 일이었으나...

자신도 때로 기행을 펼치기에 이해하기로 했다.

‘내 미친 짓을 다 이해해주는 수하. 나도 이해해주지 않으면 그 얼마나 못난 총대장인가.’

그때 개운한 모습으로 돌아온 수하.

붉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상쾌하게 웃는다.

“준비 됐습니다.”

“으음, 좋다!”

하지만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축지의 허리띠는 순간적으로 빠르게 거리를 좁혀 상대를 공격하는 일에는 탁월했다.

고속으로 점멸보다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으니 고유한 장점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 사용하기에는 약간 애매했다.

‘훅훅 나아가는 건 좋은데... 그냥 빠르게 날아가는 거랑 큰 차이는 없구나!’

일종의 ‘간지템’.

이걸 차고 땅을 접듯이 슥슥 몇십 미터를 전진하면 편하고 멋있긴 하다.

하지만 날개가 있는 자에겐 약간 애매한 이동술.

괜히 어부바 놀이만 한 꼴이 되었다.

게다가.

자신에겐 아주 좋은 탑승물이 새로 생겼다.

“그냥 승천비보를 타고 다니자꾸나.”

“예.”

어딘가 아쉬운 기색이 된 흡혈귀.

그래도 아까의 질주는 르쉬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두근두근....

마치 심장이 뛰는 듯 했으나.

고요한 가슴께를 만져보며 다시 깨달은 현실.

‘아 나 심장 없지....’

그렇게 약간의 소동이 일단락되었다.

*

그리고 도착한 다음 구역.

여기는 깊숙한 계곡 같은 곳으로 마물 중 하나가 서식하는 장소였다.

그것은 거대한 나비.

‘하지만 처음엔 애벌레 형태지.’

우진이 계곡 아래를 살폈다.

— 쿠륵... 쿠륵....

바닥을 기어가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애벌레는 거의 용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다.

“마침 잘 됐군. 새로운 용과 붙어보아라!”

— 콰과과과...!

일단 놈에게 빙룡승천을 먹였다.

산산조각이 난 애벌레.

갑자기 조각들이 모여 거대한 번데기 형태가 되었다.

이때 화력을 퍼부어서 끝내야 한다.

안 그러면 위험한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변태(變態)’.

고치를 뚫고 거대한 나비가 등장하는 것이다.

그 공격력과 방어력, 체력은 애벌레일 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해진다.

하지만 우진은 기다렸다.

‘왜냐면 변태가 끝난 후 잡으면 더 많은 포인트를 얻을 수 있거든.’

모든 마물을 딱 1개체씩 잡는다고 포인트가 다 차는 것은 아니다.

동종 마물을 더 잡아 필요량을 채워야 하기에 이 녀석에게서 최대한 많이 울궈낼 생각이었다.

‘보통은 그런 위험을 감수하기 힘들지. ‘진화형’에게 순식간에 살해당할 테니까.’

혹은 진화형이 태어날 거라는 것도 모른 채 고치 앞에서 정비를 하다 몰살당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진은 괜찮다.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게다가....

‘이 녀석을 통해서 단숨에 수많은 시험 포인트를 벌어들일 수 있다.’

— 퍼서서석....

그때 고치에서 등장한 나비.

— 키에에엑...!

“잘 가라.”

놈이 순식간에 살해되었다.

— 스컥....

거대한 나비를 양분한 것은 기이할 정도로 기다란 장도.

우진이 진 흑참도를 털어낸 뒤 알림을 확인했다.

[’인분(鱗粉) 추적’을 계승했습니다.]

추적 계열의 독특한 스킬이었다.

하지만 아직 사냥은 끝이 아니다.

스킬명이 암시하는 또다른 위험.

이 녀석이 퍼트린 인분, 즉 날개의 가루가 다른 나비들을 불러오는 것이다.

우진이 그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나비 사냥을 마치고 이동하는 길.

아무 것도 모르는 파티원들이 갑자기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다.

드넓은 황야 저 멀리 한 마리의 집채만한 나비가 다가오고, 그 나비와 사투를 벌이는데 다시 한 마리의 나비가 추가 되고...

하늘을 덮은 나비떼.

그렇게 파티 하나가 전멸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 자신의 머리 위에 펼쳐져 있었다.

“많이도 왔구나.”

밤이 온 것처럼 까맣게 하늘을 덮은 나비들.

중심부의 두려움을 드러내는 광경이었다.

이건 다른 파티에겐 사형 선고가 될 것이다.

혹은 모든 수단을 다 퍼부어 도망쳐야 하는 퇴각의 신호.

하지만 자신은 다르다.

이걸 노린 것이기에 공중으로 날아오른 우진.

‘무량 분신술.’

나비 한 마리마다 수십의 우진이 포위망을 형성했다.

“다중(多重) 천수뇌인.”

모든 우진이 합장하는 순간.

하늘에 지독한 번개 폭풍이 치기 시작했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09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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