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107화 (107/155)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08 >

마을 광장에 거대한 무기가 떨어졌다.

— 쿵...!

바닥을 파고든 이 거병은 어지간한 사람은 들어올릴 수 없다.

단순히 초대형이라는 크기 때문은 아니다.

[압도적으로 무거움]

특수 제한이 있어 막대한 근력 스탯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무식하게 힘만 올린 녹림왕이 아니면... 이걸 무기로 쓰는 건 불가능하지....’

그리고 그 옆엔 그 주인의 머리통.

데구르르 구르다 멈춰선 얼굴은 공포에 질린 채 굳어 있었다.

‘히이익...!’

거들먹거리던 그 면상을 모르는 사람은 없기에 모두가 헛숨을 삼켰다.

— 쿠구구구....

그때 석비 하나가 생겨나더니 저절로 글자가 새겨졌다.

<녹림왕의 머리. 아무나 걷어차도 좋음.>

모두가 감탄의 눈빛을 교환했다.

‘이, 이런 용감한 행동을 한다는 것은....’

명백한 승리의 선언.

<신입이 경계의 왕을 완전히 박살냈다!>

실체가 명확해진 소문이 중심부의 초반 구역을 뒤덮었다.

*

“여기 스테이크 내 목만큼 두껍게 썰어서 한 장!”

“알겠소이다.”

털보의 주문에 대답하는 주인장.

[고향의 맛]

시작의 마을 주점 겸 식당의 이름이다.

중원 출신이지만 지구와 판타지 차원의 요리까지 할 수 있는 요리사가 있어 유명해진 맛집이었다.

경력 15년.

어지간한 소식에는 눈도 꿈쩍 안 하는 가게 주인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녹림왕이 패퇴 당했다고...? 무슨 엄청난 일이 생기고 있는 거지?’

시작의 마을에 오래 있었던 만큼 별별 일을 다 겪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대사건이었다.

‘으음.......’

그의 얼굴을 가로지르는 큼직한 흉터가 꿈틀거릴 때....

— 치이익....

“주인장! 고기 탑니다!”

“어이코... 미안합니다. 새로 해드리겠소.”

“크흐흐...! 천천히 주시오!”

북적이는 가게.

주인장의 인품이 괜찮은 편이고, 녹림이 행패를 부리지 않는 몇 안 되는 가게인지라 인기가 좋았다.

시작의 마을에선 가게 주인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보통은 벽에 막힌 뒤 마을에 눌러 앉아 있다가 각자 특기를 살려 장사를 시작한 이들.

어찌보면 한계를 느끼고 중심부 진행을 포기한 것이지만 녹림과는 전혀 다르다.

이들은...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찾아낸 것이니까.

게다가 시작의 마을에서 가게를 하려면 일개 녹림도보다는 훨씬 더 강해야한다.

진상을 퇴치하려면 그 진상보다는 힘이 세야 하기 때문.

그때 고기를 기다리던 털보가 중얼거렸다.

“녹림이 사라졌다니. 거 참.... 말이 되는가 말이야.”

“아주 대단한 신입이 나타난 모양이야.”

“대단하다고? 이게 그냥 대단하다는 말로 설명이 되는가?”

불가능한 일.

그리고 속이 아주 뻥 뚫리게 시원한 일!

털보가 고개를 돌려 구석의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야 이 도적놈들아, 진짜 너희 72채가 다 박살났다고?”

“아 진짜라고요.... 그리고 녹림 비슷한 거라도 설립했다간 다시 가루로 만들어 버릴 거래요.”

조용히 고기를 먹던 녹림의 탈출자들이 퉁명스럽게 답했다.

혼비백산하여 마을에 도착한 뒤 마을 사람들에 의해 끌려온 이들.

정보를 풀어내고 술을 몇 잔 얻어 마시고 있었다.

“너넨 어떻게 빠져나왔냐?”

“그냥 가라던대요?”

“그냥?”

“예, 투항했더니....”

“나머지는?”

“다시 말씀드리지만, 죄다.... 칵!”

생각만해도 살이 떨린다는 듯 허공을 바라보던 놈.

다시 고기와 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허어.... 정말로 녹림이 사라졌단 말인가.”

만감이 교차하는 사람들.

이 마을에서 오랫동안 지내온 사람도 있고, 이제 도착한지 보름 가량이 된 자들도 있다.

허나 모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심정.

<그 새끼들 망해서 속이 시원하다!>

녹림을 멸하고 싶을 정도로 반감을 가진 사람은 드물지만, 소소한 언짢음 정도는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다들 통행세를 뜯겼으니까.

산적 하나하나는 두렵지 않다.

하지만 그 뒤에서 나타날 72채의 대규모 지원군이 성가시다.

다시 말해 놈들은 더러워서 피하는 똥이었다.

‘똥이 똥인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똥.’

그 더러운 걸 손수 나서서 깨끗하게 치워줬으니 모두가 반길 만한 소식이었다.

하지만 어느 무리는 꼭 그렇지도 않은 듯했다.

작당 모의를 하듯 쑥덕거리는 놈들.

“녹림이 별 거야? 고작 산적 떼 하나 사라진 걸 가지고 뭘 그렇게 소란들을 떠는지.”

이들이 화가 난 이유는 하나다.

녹림이 맘에 안 들어 토벌했다니!

자신들은 그냥 눈 깔고 지나간 셈이 되지 않는가?

쫄아서 얌전히 상납한 바보가 되는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듯 인상을 찌푸린 놈들.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는데 귀찮아서 안 한 거지.”

“그래, 우리가 참아서 그렇지 하려면 쉽게 하잖아.”

나름대로 다들 강자 반열에 오른 자들.

대놓고 질투심인지 호승심인지 모를 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때였다.

— 끼이익....

주점의 문이 열렸다.

어딘가 묘한 느낌에 사람들의 시선이 입구로 향하고 모두가 얼어 붙었다.

‘저, 저 자다......!’

공간을 채우는 압박감.

그가 나타난 것이다.

*

“이야! 이 가게 기억난다!”

우진이 친절한 마을 사람이 알려준 가게 앞에 섰다.

전생엔 이 마을에서 초식 동물처럼 얌전히 지냈다.

위험한 여행지에 온 것처럼 숙소에 박혀 있다 최소한의 정보를 가지고 빠르게 1구역으로 향한 것이다.

‘그땐 그냥 이 동네 길거리를 다니는 것도 숨이 막혔거든.’

그래도 이 가게는 기억 난다.

파티원 중 누군가가 용감하게 맛집을 알아내 마지막으로 배불리 먹었던 그 집!

비록 백호를 만난 수해 너머에서 소식이 끊겼지만 그때 그 탱커는 분명 자신들의 영웅이었다.

‘시간상... 아마 아직 바깥 고리에 있겠구나. 화이팅 하십셔.’

그곳의 문을 가볍게 열고 들어가니...

“거... 자리 있소?”

갑자기 공기가 얼어붙었다.

— 쨍그랑....

먹던 고기가 살아난 것처럼 포크와 나이프를 떨어트린 사람들.

입을 벌리고 바라보다가 내용물을 흘리는 사람들.

술을 마시던 자세 그대로 얼어 붙은 사람들.

겨드랑이 아래서 나타난 르쉬가 주위를 살폈다.

“가득 찼습니까?”

“아니, 그건 아니고... 이 사람들 뭔가 얼음땡 같은 걸 하던 중이었나 본데...?”

시작의 마을에 이런 놀이 문화가 있었던가?

물론 당연히 얼음땡 같은 것이 아니었다.

주점 안에 있던 사람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저, 저 자가 그 괴물 신입......!’

방금까지도 쑥덕이던 소문의 장본인.

그가 갑자기 주점에 나타났다.

각자 강자의 힘을 알아볼 정도는 되었기에 더욱 커지는 충격.

‘이, 이렇게까지 강하단 말인가...?’

갈무리가 된 상태인데도 기세가 태산 같았다.

‘저, 저런 자를 건드렸다간 목숨이 위험하다.’

어지간한 일로는 긴장하지 않는 가게 주인도 침음을 삼켰다.

‘이거... 소문이 과장된 줄 알았더니 오히려 축소된 부분이 있었군....’

거대한 기운.

적의가 전혀 없는데도 저 정도 기세라면, 대체 저 자를 적으로 마주 했을 때는 무엇을 감당해야 한단 말인가...?

‘컥... 커어억....’

작당 모의를 하던 무리도 장본인을 직접 보니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때 모여 앉은 무리 중 가장 강한 자가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엄청나군. 힘이 측정이 안 되는 수준이오. 난 손 떼겠소.”

그가 최소한의 체면을 지키며 주점의 뒷문으로 사라졌다.

“소, 손을 떼기는 무슨! 우리가 뭐 모의라도 한 줄 알겠소!”

나머지도 허겁지겁 뒷문으로 달려나갔다.

질투심에 급조된 무리였고, 그나마도 허세가 유일한 결속 수단이었으니 이리 흩어지는 것이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뭐야 저 사람들은?’

물론 우진 입장에선 잠시 눈 싸움을 하다가 후다닥 나가버리니 별 신경 쓸 가치가 없는 자들이었다.

게다가.

그에겐 더 관심을 쏟을 만한 테이블이 있었다.

“야... 이놈들...!”

반갑게 다가간 우진.

탈출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던 ‘녹림 생존자’의 테이블이었다.

굳어 있던 놈들이 슬금슬금 도망가려다 엄청난 기세에 붙잡혔다.

“어딜 가냐? 이리와서 앉아라.”

손수 놈들이 마시던 걸로 한잔씩 부어준 우진.

“뭔데 이렇게 독해?”

“싸, 싸구려 백주입니다.... 저희가 산적질에 손을 털어서 이제 돈이 없기 때문이지요. 하. 하하하....”

우진이 피식 웃었다.

“그래, 이거 먹고 진짜 개과천선해라. 목숨은 한 개니까 아껴 쓰고.”

덜덜 떨면서 눈을 질끈 감는 놈들.

목덜미를 콱 잡으니 이상한 소리를 내는 놈도 있다.

“흐아아아아앙...!”

우진이 그 절묘한 기교에 감탄했다.

“우렁차구나...!”

완전히 얼어버린 놈들.

소문만 들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자신들은 그 이해할 수 없는 힘을 생생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자, 쭉 마셔라.”

“예!”

— 벌컥벌컥....

— 콜록콜록....

원샷을 안 하면 목이 달아나기라도 할 것처럼 잔을 비운 모두들.

“그럼 이제 나쁜 놈들 감시하러 가봐야겠지?”

“예! 그렇습니다!”

“시작의 마을 자경단! 출동!”

“출동!”

우당탕탕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녹림 생존자들.

어설프지만 든든한 뒷모습이다.

‘이런 일은 오히려 저놈들이 잘 하겠지.’

녹림의 빈 자리에 꾸역꾸역 자기 세력을 세우려는 자들을 견제해 줄 것이다.

‘좋아. 이제 그럼 가장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이다.’

오픈된 주방으로 걸어가 주인장과 대면한 우진.

“문제가 있소.”

난데 없는 말에 주인장이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그때 들려온 황당한 질문.

“그... 엄청 많이 시킬 건데, 괜찮겠소? 민폐를 끼치지 않고 싶은데.”

주인장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많이?

민폐?

도대체 얼마나?

녹림을 박멸시킨 남자는 도대체 얼마나 먹을 것인가!

주인장이 오랜 경력을 발휘해 위기에 대처했다.

“고기라면 충분히 있으니.... 편하게 시키시오.”

순간 환희에 찬 우진과 르쉬.

“오우!”

“오우!”

스승과 제자의 하이파이브 후.

막대한 양의 주문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정말 잘 먹는군.’

‘정말 잘 먹어....’

대량의 고기를 먹어치우는 두 존재.

고맙게도 생선과 과일을 섞어가며 먹기에 가게가 마비되는 일은 없었다.

“술 맛 좋다....”

“일 하고 먹는 술이 제일입니다....”

다 먹고 입가심으로 술병을 목에 꽂아넣고 있을 때였다.

“저... 실례하겠소.”

갑자기 다가온 남자.

그가 조심스레 말했다.

“소문을 들었소이다. 허락하시면 술 한 잔 대접할 수 있겠소?”

“술? 무슨 술 말이오?”

“녹림을 토벌해준 것에 많은 사람들이 감사함을 느끼고 있소. 내가 누굴 대표할 자격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라도 마음을 전하고 싶군.”

이때다 싶어 와르르 몰려드는 사람들.

“나도! 나도 술 한 잔 올리겠소!”

“나는 병으로 대접하리다!”

정말 고맙다는 뜻도 있지만 압도적인 강자와 인연을 만들어두고 싶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우진.

“까짓거! 좋수다!”

안면을 터둬서 나쁠 건 없다.

시원하게 건배를 하는 우진.

물론 받은 술의 대부분은 르쉬가 마셨다.

— 꺼어억....

“저, 젊은 처자가 대단하군....”

“나보다 주량이 강하겠어....”

카운트급의 변신 능력은 과연 대단해서 아무도 의심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가끔 고개를 갸웃하는 강자들도 있었으나 이내 르쉬의 친화력에 잔을 부딪히고 있었다.

“새로운 경계 지대를 위하여!”

“통행세 없는 경계 지대를 위하여!”

그렇게 부정하는 자는 부정하는 자대로.

긍정하는 자는 긍정하는 자대로.

중심부에 우진의 이름이 퍼지고 있었다.

*

“날씨 좋다.”

“날씨 좋습니다!”

다음날.

정비와 보급을 마친 우진.

쾌청한 날씨에 기분 좋게 대로를 걷고 있었다.

북적거리는 마을.

이곳은 도전자 모두를 수용할 정도로 크다.

그렇기에 어제 주점에서 만난 모험가들 외에도 낯선 이들이 아주 많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우진은 낯선 신입이 아니었다.

녹림을 박살낸 ‘위대한 소환술사’.

그리고 본체 또한 초강력한 변신 능력을 지닌 신비한 강자에 대한 소문은 마을 전체에 퍼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좋아. 마음껏 소환하고 변신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그의 발걸음에 집중하며 경계하는 사람들.

그냥 풍기는 기도만으로도 어마어마한데, 변신 후에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가에 대한 공포가 그들을 사로잡았다.

우진을 보면 다들 우르르 뒷걸음질치며 물러나는 사람들.

“우어어어....”

“우아아아....”

덕분에 아주 편하게 일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선 출구.

마을을 뒤로 한 두 존재가 결의를 다졌다.

“이제 진짜 시작이로구나.”

“예!”

시작의 마을은 말 그대로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부터 몇 개나 되는 거대한 구역과 중간 지역들이 펼쳐진다.

중심부는 절대 작은 섬 같은 것이 아니다.

지구의 몇 배나 되는 장소.

구역과 구역 사이의 거리도 멀다.

다만 그것을 보이지 않는 거대한 벽이 막고 있을 뿐.

그 벽의 이름은 실력.

‘충분한 힘이 없으면 절대 나아갈 수 없는 구조지.’

일단 1구역을 돌파해야 한다.

그리고 수해에 도착하면 새로운 힘 ‘백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자!”

주변엔 평온한 마을과 다르게 긴장한 사람들이 보인다.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듯 천천히 나아가는 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치고 나간 우진.

1구역의 거친 황야 앞에 섰다.

— 휘오오오....

무서울 정도로 드넓은 대지.

‘내가 다시 여기 섰구나.’

이곳엔 ‘규칙’이 있다.

‘1구역은 말이 좋아 첫 번째 시험이지, 정말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곳이거든.’

중심부의 난이도를 드러내듯 가지각색의 ‘사냥’을 요구하는 장소.

하지만.

‘난 모조리 기억한다.’

수첩을 꺼낸 우진.

자신만의 공략집이었다.

‘아니, 이건 이제 필요 없다.’

여긴 하도 오랫동안 굴러먹은 구역이라 모든 것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즉.

“1구역 뒤졌다.”

진정한 회귀자의 면모를 보일 시간이었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08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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