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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106화 (106/155)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07 >

녹림왕은 긴 꿈에서 깬 기분이었다.

‘내가... 내가 정녕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내공을 실어 날리는 유성추의 공격은 풍압만으로도 사람의 몸을 터트릴 위력이었다.

그런데...

상대는 그걸 맨손으로 받아서 멈췄다.

그리 자신을 무슨 수건 마냥 휙휙 휘두르고 있는 이 괴물.

— 콰앙!

— 콰아앙...!

— 꽝!

‘그만... 그만......!’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내던져진 후 만신창이가 된 녹림왕.

그의 귀에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가 들려왔다.

“98번 남았다.”

그제야 녹림왕의 눈에 진정한 공포가 깃들었다.

저 놈 숫자를 못 센다.

“왜... 왜... 왜...!”

자신이 던져진 횟수만으로도 스무 번이 족히 넘는데?

셈이 전혀 맞지 않는다.

— 쿠우우우웅...!

그리고 다시 들려온 목소리.

“98번 남았다.”

아무래도 상대는... 진짜 미친놈인 게 분명했다.

— 후우웅...!

다가오는 벽을 보며 눈을 질끈 감은 녹림왕.

— 콰아아앙...!

숫자가 늘어날 때는 정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99번 남았다.”

정말 미치겠는 사실은... 상대는 귀신 같이 힘 조절을 하고 있다.

딱 죽지 않을 만큼 위력을 조절해서 자신을 유린하는 것이다.

이번엔 목을 잡혀서 날아가는 녹림왕.

— 쿠우우웅...!

“102번 남았다.”

이제 아예 제멋대로가 된 숫자 세기.

그때 퍼뜩 정신이 들었다.

‘아니, 내가 이걸 왜 다 맞고 있지?’

아득한 힘의 차이 때문에 당황했지만, 이리 속수무책으로 당할 자신이 아니다.

옆으로 굴러서 빠져나온 뒤 안간힘으로 기어갔다.

좀 추한 몰골이었지만 죽는 것 보다는 낫다.

그리고 간신히 손을 뻗어 자신의 스킬을 발동했다.

‘묶어라, 천지 포박술!’

공간을 지정하여 상대를 묶는 스킬.

처음 얻었을 땐 고작 상대를 주춤거리게 만드는 정도였다.

하지만 숙련도와 스탯이 올라가며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진정한 위엄은 이 스킬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힘을 다 발휘하면 ‘사형 선고’와도 같다.

그걸 깨달은 우진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아하. 묶어놓고 패버리기? 정말 양아치 같은 스킬이군.’

몸이 완전히 멈추는 속박감은 대단히 무서운 것이었다.

호흡마저 할 수 없는 상태.

언데드인 자신에겐 상관 없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면 패닉에 빠질 것이다.

‘놈의 힘의 근간은 공포였군.’

어지간한 정신력으론 이런 상태를 견디지 못 한다.

전투력을 떠나 멘탈이 흔들린다.

‘이 좋은 스킬을 남 겁주는 일에 써?’

바닥에 누워 득의양양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녹림왕.

하지만 이 정도는 그냥 자신의 마력으로 풀 수 있다.

— 콰드드득...!

스킬 반경에서 저벅저벅 걸어나오자 기겁을 하는 상대.

“아... 아니...? 이게 무슨...?”

거기에 약간의 트릭을 더했다.

환영 투사로 가짜 자신을 남겨두고 빠르게 놈의 뒤로 그림자 이동술을 사용했다.

그리고 걷어찬다.

— 뻐억...!

허우적 거리며 다시 굴러가는 놈.

— 뻥! 뻥! 뻥!

축구공처럼 걷어차며 구석으로 드리블하다 벽으로 날려버렸다.

“캐논 슛!”

— 뻐어어엉...!

“크억...!”

무너지는 벽.

“이건 축구라도 3점슛 인정해줘야 한다.”

하다 못해 예술 점수라도 줘야 한다.

그때 씩씩 거리며 일어나는 녹림왕.

“크아아아악...!”

우진이 흥미롭게 그걸 바라보았다.

“오 녹림왕 화났다.”

두툼한 손으로 무언가를 먹는 상대.

보아하니 아까 민머리가 먹던 것이다.

몸에 무리를 주는 새까만 증폭 환단.

수십 알을 목구멍에 처넣고 있다.

“참 너희다운 방식으로 나오는구나.”

칠공에서 붉은 핏물을 흘리는 녹림왕.

아마도 과다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일 것이다.

모습도 괴이하게 변했다.

“케르르륵... 너... 넌 이제 끝장이다...... 킬킬킬...!”

“누가 끝이라는 건지 잘 모르겠군.”

— 콰드드득...

변신한 우진.

순식간에 언데드 폼이 되어 놈 앞에 섰다.

우진과 자신을 번갈아 보는 녹림왕.

피를 질질 흘리며 고깃덩이가 된 자신에 비해...

상대는 똑같이 변신했지만 더 크고 더 강하다.

“괴, 괴물...!”

“지금 그게 네가 할 소리냐?”

— 뻐억...!

달려드는 놈의 목을 턱 쳐서 중심을 넘겼다.

자세를 잡은 우진.

깊게 파이는 바닥.

‘천근추.’

순간 대량의 무게가 그의 몸에 추가되었다.

그 다음 이어지는 것은.

‘힘의 무게.’

환상의 연계가 수십 배 증폭된 근력을 허용한다.

거기에 더해지는 아름다운 기술.

‘척추 파괴의 술!’

— 쿠우우웅...!

그리고 내리꽂힌 녹림왕.

세계 전체에게 공격당하는 기분일 것이다.

“커억...! 케르륵... 케륵....”

원래도 중심부의 강자였던 놈이다.

게다가 억지로 증폭시킨 힘은 그 능력을 몇 배로 만들었다.

하지만 우진의 압도적인 한 방에 벌레 신세가 되었다.

꿈틀거리는 놈은 정말 마물처럼 보였다.

그때 인간 모습으로 돌아온 녹림왕.

환단에 진기를 빨린 것인지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었다.

그가 노인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그만... 그만....”

“뭘 그만이야. 이제 시작인데. 내가 너처럼 초입에서 멈추는 근성 없는 놈으로 보이느냐?”

그러자 녹림왕이 반박하듯 외쳤다.

“너... 너 중심부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줄 아느냐? 저 앞에는 위험하고 어려운 시험들이 기다리고 있다. 기껏 바다까지 건너 왔는데 또 고생길이란 말이야!”

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다.”

즉답에 잠시 말문이 막혔던 녹림왕이 다시 열변을 토했다.

“그런데 왜 굳이 가려는 거냐. 그냥 여기서 나와 편하게 지내자꾸나. 그래, 네가 새로운 녹림왕이 되어라. 내가 널 추대하고 힘이 되어주겠다! 너 정도면 왕이 아니라 녹림황으로 모셔도 사람들은 아무 불만이.......”

그때 말을 끊는 우진.

“내가 불만이 있다.”

녹림왕이 눈알을 굴렸다.

“그, 그래! 네 뜻은 알겠다. 우리가 맘에 안 든다는 거지? 그만 하마. 그만 하겠다. 그러니....”

“늦었다.”

“왜! 왜 그러는데? 왜 우리가 못 마땅했느냐? 우리라고 편하기만 한 줄 알아! 우리도 다 위험 부담 감수하고 하는 일이란 말이다! 우리는 정말 중심부를 위해 그렇게나 애를 썼는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들.

원래 제정신이 아닌 건지 아니면 죽음의 공포에 맛이 간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너희는 정말 강한 사람이 오면 그냥 무사 통과 시켰지. 선별 작업을 한 순간 네 명분은 다 한 톨 먼지만도 못해진 거야.”

“컥....”

이제야 완전히 말문이 막힌 녹림왕.

우진이 그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넌 왕이 아니라 겁쟁이다. 더 나아가지 못하고 여기 멈춰서서 배나 불리던 놈. 강한 사람은 대면할 용기도 없어 이 깊숙한 소굴에 처박혀 있던 승냥아.”

놈의 눈에 동요가 일었다.

자신의 일생이 부정당하자 정신이 멍해진 것이다.

“넌 패도(覇道)를 걸어가려 하는구나....”

“그런 셈이지.”

“녹림을 멸하면... 그 다음엔 무엇이지? 명심해라... 패도를 걷는 자는 패왕이 되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끝에 잘리는 것은 결국 네 목이 될 것이니....”

조롱과도 같은 말.

<결코 너 따위가 왕이 될 순 없다. 그러니 지금 이 짓은 객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정말 왕이 될 거다. 너처럼 가짜왕이 아니라 진짜 왕이.”

변신해서 입을 쩍 벌린 우진.

흉흉한 이빨 사이로 일렁이는 어둠이 엿보였다.

“너... 넌 대체 무엇이냐...?”

“마물이다. 그리고 너 같은 양아치들의 악의(惡意)를 먹어야 배가 차지.”

우진이 놈의 멱살을 움켜쥐고 들어올렸다.

“1번 남았다.”

뜬금 없는 소리에 입을 벌린 녹림왕.

이내 그 뜻을 알아 듣고 공포에 질렸다.

“어... 어어어...? 자, 잠깐... 잠깐......!”

— 왁!

“투....”

놈의 머리를 뱉어낸 우진.

왕이 되더라도 녹림왕 따위가 될 생각은 없다.

대화를 나누면 정신이 오염되는 기분이기에 서둘러 죽여버렸다.

인간형으로 돌아온 우진이 입을 우물거려 놈의 핏물을 뱉어냈다

그러고도 껄끄러워 술로 가글을 한 뒤 뿜어냈다.

“맛은 없구나.”

그래도 철식 악력의 위력은 확인했다.

사람 목이 부드러운 순살처럼 뜯긴다.

이제 무언가를 기다리는 우진.

혹시나 왕위 찬탈 알림이 뜨나 본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없다.

‘진짜 가짜왕이었네.’

묘한 울림을 주는 낱말이었다.

솔직히 약간 기대했다.

그래도 중심부의 강자니까.

하지만 이 녀석도 가짜왕이었다.

왕격을 획득하지 못한 ‘자칭 왕’.

그래도 제법 훌륭한 스킬을 남기고 갔다.

[’천지 포박술’을 계승했습니다.]

아까 놈이 사용했던 이 스킬은 활용도가 아주 높을 것 같았다.

‘고맙게 잘 써주마.’

실제로 써보니 범위가 상당하다.

아마도 자신의 마력이 강한 탓이리라.

이제 놈의 창고로 간 우진.

잡다한 아이템은 몽땅 자루에 넣었다.

돈도 무지하게 챙길 수 있었다.

‘이건 어떻게 여는 거야?’

가장 내부의 봉인된 문.

기억 약탈을 써보니 참으로 간단하고 명쾌한 방법이 있었다.

놈의 모가지를 가져다 인식을 시키니 열렸다.

그 안에 들어있던 것은 2개의 귀중한 전설 아이템.

[승천비보(昇天飛寶)] [전설]

말하자면 날아다니는 스케이트 보드다.

크기도 키우고 줄일 수 있어서 대단한 신물(神物) 중 하나였다.

녹림왕이 타고 다니면서 위엄을 과시하던 것이 기억났다.

‘탑승물은 여러 개 있으면 편하지.’

그리고 또 하나의 신기한 물건.

[축지(縮地)의 허리띠] [전설]

[이 신비한 허리띠는 착용자에게 이동술 ‘축지’를 제공한다.]

“오! 이거 여기 있었구나...!”

혼혈 전사 가이저헤드가 허리에 두르고 다니던 붉은 띠.

오우거만한 인간이 갑자기 저 멀리서 코앞에 나타나 도끼를 찍어내리는 모습은 상대의 악몽이었다.

무슨 경로로 가이저헤드에게 흘러갔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지금 이 시점엔 녹림왕의 물건 중 하나였다.

‘축지는 시전 거리가 아주 길기 때문에 유용하지.’

우진이 붉은 띠를 묶고 르쉬를 바라보았다.

그 위치는 이마였다.

“굳?”

“아. 하하하! 멋집니다! 역시 총대장님!”

르쉬가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건 별로란 뜻이다.

물거울을 만들어 비춰보니...

술 취한 주정뱅이 같았다.

‘착용법을 준수하는 것이 좋겠구만.’

역시 허리가 제일인 것 같다.

옷 안에 넣어 보이지 않게 둘렀다.

마지막으로 놈이 쓰던 굉격추를 챙겼다.

거대한 2개의 추가 달린 무기.

‘더럽게 무겁네.’

어지간한 놈들은 몇 명이 달라붙어 들어야 할 엄청난 무기였다.

이건 따로 쓸 데가 있다.

— 위이이잉...!

그때 어디선가 시끄러운 종소리가 울렸다.

고개를 드니 높은 망루에서 불빛이 번쩍이고 있다.

그곳에 올라가 보니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었다.

— 쿠구구구.......

저 멀리 입항하는 배가 있다.

감지 장치가 있어 해안선에 진입하는 자들을 알려주는 모양이었다.

“시끄럽다.”

주먹으로 장치를 퍽 부숴버린 우진.

조용해진 산채에서 먼 바다의 배를 바라보았다.

“중심부에 어서들 오시오.”

아무 방해 없이 해안가에 내려선 새로운 얼굴들.

평소라면 개떼처럼 몰려들었을 산적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야 녹림이 끝났다는 실감이 들었다.

“르쉬야.”

“예.”

“고생했다.”

“아, 아닙니다.”

그가 수하가 가장 듣고 싶을 말을 해주었다.

“가서 밥이나 배 터지게 먹자꾸나.”

“예!”

진정으로 행복해 보이는 르쉬와 빙긋 웃는 우진.

두 존재가 마을을 향했다.

*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마을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바쁘게 말을 나눴다.

“저 멀리 3마리의 용이 하늘을 날고 있었어.”

“과장이 심하군....”

“나도 1마리는 분명히 보았다네!”

그때 끼어든 누군가가 외쳤다.

“산 위에 거대한 골렘들 수십 마리가 달리고 있었어...!”

“하늘을 뒤덮은 귀신들이 날뛰고 있었어요....”

“베히모스를 봤다는 사람도 있다던데?”

각자 수많은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가장 대단한 소문은 이것이었다.

“72개의 산채가 단 하나도 빠지지 않고 전부 박살이 났다고 하는데....”

“에이, 그게 말이 되는가?”

대로에서 이기어검의 경지를 선보이고 1채주 육지보와 함께 사라진 남자.

그가 녹림 ‘전체’의 토벌을 선언했다고 한다.

‘도저히 믿기 힘든 말이야....’

그때 마을 입구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느긋하게 날아오고 있는 비행형 탑승물.

사람들이 그것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저, 저거 승천비보다...!’

그 위에 타고 있는 것은?

모두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저 자다......’

그때 승천비보가 자신들 위에 멈춰섰다.

거기서 들려온 질문.

“여기 돼지 고기 제일 맛있게 하는 집이 어디오?”

누군가가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어느 가게를 가리켰다.

“고맙소.”

승천비보가 멀어지고 있었다.

그때 거기 앉아 있던 존재가 이쪽을 보며 씩 웃었다.

“이건 알려준 답례요.”

마을 광장에 거대한 무기와 누군가의 목이 떨어졌다.

숨 막히게 큰 두 개의 추.

그 옆에 데구르르 굴러가는 녹림왕의 얼굴.

“흐어억...!”

모두가 알아보는 그 유명한 거병(巨兵).

그 의미는 명확했다.

‘소, 소문이 진짜다...!’

신입이 경계의 왕을 박살냈다!

중심부에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0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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