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01 >
햇살이 반사되는 아름다운 바다.
세상에 많고 많은 물이 있겠지만, 이곳은 조금 특별하다.
중심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배가 내려앉아 그 빛나는 바다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야아아아아! 우리가 해냈다!”
순항하는 캐스케이드.
거선 위에 선 우진이 포효하고 있었다.
[시험의 바다를 완벽하게 통과하였습니다.]
[등급 : SSS]
[점수 : 9999/9999]
중심부에서 주로 사용되는 ‘점수와 등급 시스템’에 의한 판별.
그간의 생고생을 모조리 잊게 만드는 아름다운 성과였다.
보상도 막대했다.
[특별 보상이 주어집니다.]
[특별 보상]
[모든 능력치가 1.5배 상승합니다.]
[중심부에서의 성장 속도가 1.5배 상승합니다.]
[통행증]
[등급 : SSS]
[시험의 바다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습니다.]
[타인을 중심부로 소환할 수 있는 권한이 생깁니다.]
눈이 커다랗게 변한 우진.
‘어마어마하다...!’
능력치 성장은 배율만 달랐을 뿐 예전에도 획득한 적이 있다.
하지만 성장 속도 상승은 처음 보는 항목이었다.
‘이 괴물 루키에게 부스터를 달아주는구나!’
이제 체력, 근력, 민첩은 사이좋게 모두 ‘1950’이 되었다.
스킬을 다 떼놓고 싸워도 육체 능력만으로 중심부의 어중간한 놈들은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은.
[마나 : 2700]
‘날 이제 마력의 지배자라 불러다오.’
내공을 다루는 녀석들, 무림 고수들이 떠올랐다.
‘나랑 내공 싸움하려면 공청석유를 한 컵은 마시고 와라.’
이제 두려울 게 없다!
마법이 미지의 힘이던 시절엔 마력이 참으로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 마나는 자신이 가장 든든한 힘.
더욱 이해하기 힘든 내공마저 두렵지 않다!
보상은 그게 끝이 아니다.
우진이 상태창 한 면을 차지한 ‘통행증’을 확인했다.
마치 최고급 여권처럼 보였다.
이건 말하자면 시험의 바다 자유 이용권이이었다.
‘이거라면 내 계획을 더욱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원래 바깥 고리로 돌아가는 법은 따로 존재한다.
화폐나 아이템을 바치면 획득할 수 있는 귀환권.
돈을 더 내면 왕복 티켓도 살 수 있기에 다시 오는 것도 쉽다.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굳이 더 요구하지 않겠다는 거지.’
물론 바깥 고리로 나갈 일이 자주 있진 않다.
성장 속도가 비교 불가능한데다 굳이 중심부를 떠날 이유가 없기 때문.
다만.
‘세계유일급 아이템이 바깥에 존재하는 경우, 혹은 소중한 인연이 바깥에 존재하는 경우. 그 경우엔 반드시 나갈 수밖에 없지.’
자신도 아마 필요한 물건이 생기거나 만나야 할 사람이 있으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거 같았다.
‘무엇보다 무제한이라는 게 정말 최고다!’
게다가 타인 소환까지.
바깥 고리에서 중심부로 사람을 불러들일 수 있다니.
어디서도 보지 못한 특별한 방식의 공간 전이 능력이다.
‘시간 제한이 있지만 이 정도면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겠어.’
바깥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은 중심부에서도 큰 역할을 해줄 것이다.
흡혈귀 일이삼이나 어둠땅 경비대들. 또는 애쉬라인까지.
중심부의 특정 구역 중에는 필수적으로 파티로 진행해야 하는 구간이 있으니 그곳에서 깜짝 전력이 되어줄 것이다.
“어!”
그때 저 멀리 드러나는 새로운 세계.
“육지가 보입니다...!”
“우와아아...!”
드넓은 대지.
바깥 고리는 정말 끝이 없다는 느낌이었지만, 이곳은 범위가 짐작되기에 더욱 아득히 넓게 느껴졌다.
우진이 가슴 벅찬 감정을 느끼며 외쳤다.
“이제 하늘로 경로를 바꿔라!”
“예!”
— 쿠구궁...!
떠오르는 신비한 거선 캐스케이드.
우진이 힘차게 외쳤다.
“중심부로 진입한다!”
*
경계의 해안선.
‘시작의 마을’.
구름을 뚫고 새로운 배가 한 척 입항하고 있었다.
“신입이군.”
“오늘도 새로운 녀석이 넘어오는구만... 헛된 꿈을 품고서 말이야.”
“흐흐흐... 중심부는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걸 짐작이나 하고 있을까.”
그때 마침내 완전히 드러난 배.
“저게 무슨.......”
“저런 거함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잠깐...... 저거 설마......!”
누군가 캐스케이드의 모습을 알아보려는 순간.
— 피슝!
초속으로 사라진 거함의 모습.
“아니...!”
제각기 기감 능력을 펼쳤지만 온데간데 없다.
마치 이 낯선 대지에서 어디로 가야할 지 정확히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모두가 직감했다.
“이, 이번 신입은....... 뭔가 다르다....”
“중심부에 새 바람이 몰아치는가.......”
우진.
중심부 입성 1일차의 풍경이었다.
*
근방의 인적 드문 계곡으로 진입한 캐스케이드.
이곳은 천혜의 요새였다.
산세가 험하고 지대가 높아 사람이 찾기 힘든 공간.
‘딱히 마물도 생겨나지 않고 말이지.’
즉, 보기 드문 안전 지대.
그곳에 공중 정박한 캐스케이드가 은폐장을 발동했다.
“이 근처는 던전이나 마물이 없기에 찾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복에서 평범한 옷으로 갈아입은 우진.
“일단 난 중심부를 독자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미안하지만 너희는 여기에서 대기해 줄 수 있겠나. 최소한 한 달 내로는 찾아오마.”
그러자 웃는 선장.
“흐흐. 저희에겐 한 시간이나 하루나 한 달이나 별 다를 것이 없습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런가.”
“저희야 하염없이 흘러가는 게 일이었으니까요. 천천히 모든 볼 일을 마치시고 언제든 필요할 때 찾아주십시오.”
“정말 고마운 일이야.”
그때 우진이 진지하게 말했다.
“가기 전에 진명의 맹세를 부탁하고 싶은데.”
레비아탄과 맺은 서약이기도 하다.
녀석의 경우엔 ‘필요한 경우 반드시 힘을 빌려주겠다.’라는 규칙이 걸려있었다.
“대단한 항목은 아니고 내 스킬 하나와 정신으로 연결되겠다는 맹세다.”
자신과 서약으로 이어지면 ‘지령’이라는 능력을 극한까지 발휘할 수 있다.
캐스케이드와 긴밀하게 연락을 취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유용한 일이 될 것이다.
“물론입니다!”
흔쾌히 승낙하는 선장.
“저희도 동참하겠습니다!”
게다가 모든 선원들도 합세했다.
“고마운 일이야.”
— 우우웅...!
손을 펼친 우진.
마력이 뻗어나가 눈을 감은 선원들에 닿았다.
대규모 서약의 광경이었다.
“진명으로 맹세한다.”
“맹세한다!”
캐스케이드와 정신적인 연결에 성공한 우진.
무엇보다 전원 동의라는 사실이 마음을 든든하게 만들어주었다.
‘캐스케이드가 내 편이다!’
이제 식량을 공급하는 우진.
혹시 모르니 최대한 많은 양의 음식을 영체 상태로 만들고 가기로 했다.
인벤토리에서 대량의 음식이 나오자 선원들이 감탄했다.
“음식과 술이 아직도 더 있으십니까...?”
“내가 좀 든든하게 챙기는 스타일이지. 그래도 보급은 부족한 것보다 남는 것이 낫지 않겠나.”
순간 터져나오는 환호.
“옳습니다!”
“동의합니다!”
우진이 희미하게 웃었다.
“다시 한 번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너희가 없었다면 우린 이곳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마.”
선장이 멋들어지게 모자를 벗어 예를 표했다.
“오히려 최고의 모험을 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저... 그보다. 계속 사령관님으로 모셔도 괜찮겠습니까...?”
“흐흐.... 그래준다면 나에게도 영광이지.”
“그럼. 사령관님의 앞길에 행운이 있기를!”
“좋다. 곧 보자!”
“곧 보겠습니다!”
르쉬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두 존재가 배를 나섰다.
*
— 펄럭...!
하늘에서 날개를 편 우진.
경계의 해안선에서부터 산맥 구간을 살폈다.
‘중심부는 서쪽으로만 출입할 수 있고, 그 구역은 산맥으로 둘러쳐져 있지.’
일단 산맥 너머의 시작의 마을을 확인했다.
멀리엔 1구역과 그 다음 중간 구역인 밀림도 보인다.
‘저기가 백호를 마주친 곳이었지.’
우선 시작의 마을 근처로 이동했다.
중심부는 스테이지형 구성에 가깝다.
순서를 지키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기에 차례로 빠르게 돌파하기로 했다.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자꾸나. 이목을 끌어 좋을 것도 없으니.”
“예!”
마을과 멀찍이 내려앉은 두 존재가 걷기 시작했다.
걸어갈수록 자신들이 어디에 도착했는지가 뼈저리게 느껴졌다.
‘용담호혈이로구나...!’
여기저기 느껴지는 강대한 기운들.
평범한 마을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무서운 장소다.
바깥고리에 이런 장소가 있다면 ‘강자들의 마을’이라는 명칭으로 불릴 것이다.
그래서 두렵다?
반대다.
설렌다!
걸어가며 생각을 정리하는 우진.
‘중심부는 월드의 신적 존재들이 더욱 강하게 개입하여 ‘구역’을 만들어뒀지.’
구역마다 특징이 있고, 필요한 것들을 모두 이뤄내야 통과할 수 있다.
일종의 스테이지 진행.
그 방식은 다양하다.
마물을 죽이고 증표를 얻거나 던전을 공략하기도 해야 한다.
혹은 아주 특이한 방식의 시험을 통과해야 할 때도 있다.
즉, ‘선두’는 이 중심부 공략에서 가장 먼 곳까지 진행한 자들을 뜻하게 되는 것이다.
‘빠르게 치고나가 반드시 따라잡을 것이다.’
그 끝엔 통렬한 복수가 기다리고 있으리라.
“어! 저기...!”
그때 시작의 마을 입구가 나타났다.
경비병도 없고, 입장 허가도 필요 없다.
여기까지 온 것이 바로 입장 자격이기에.
‘과연 대단하군.’
마을에 입장한 우진이 감탄했다.
행인 하나하나마다 하급 악마에게서 느꼈던 것 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그건 정말 오싹하고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예전에 왔을 땐 미처 몰랐다.
이곳이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 말이다.
자신에게 힘이 생기니 그제야 다른 이들의 힘도 정확히 판별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그때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 길을 걸어가는 것조차 위험했겠지.’
사람들도 우진의 실력을 가늠하는 눈길을 보내온다.
그가 어느 정도의 기도를 뿜어내고 있기에 평범한 행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밀렸으면 바로 ‘평가’에 들어갔을 지도 모른다.
‘평균적인 수준은 레벨 180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군.’
당연히 모든 이가 대단한 강자는 아니다.
전생의 자신처럼 말단의 위치로 넘어온 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심약한 사람처럼 식은땀을 흘리며 여기저기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
‘그렇다고 얕볼 순 없지.’
저런 자들조차도 바깥 고리에서는 행세 좀 할 수 있는 실력자들인 것을 생각하면 중심부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허나 되려 불필요한 시비는 적다.
어지간한 싸움박질로 마을 하나가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 맥주 두 잔 주시오.”
그렇기에 강대한 힘들 사이에서 우진은 되려 느긋한 마음으로 맥주를 들이켰다.
그때 주점에 있던 누군가가 다가왔다.
“신입인가?”
못 보던 얼굴이니 찔러보는 것이다.
이러면서 정보도 얻고 서열 정리도 하고 때로는 털어먹을 사냥감을 찾기도 한다.
자연스런 중심부의 행태.
우진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결전의 땅에 머무르다 간만에 돌아왔더니 날 애송이 취급하려는 자도 있고. 세월이 무상하군.”
결전의 땅.
첫 번째 구역을 지나 중간 구역인 ‘수해(樹海)’까지 통과해야 나오는 장소다.
그걸 알아들은 불청객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크흠.... 겨, 결전 지역까지 진출한 적이 있었소...? 그, 그걸 몰랐군. 식사 마, 맛있게 하시오....”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물러간다.
아무리 고수 행세를 하려고 해도, 이 마을에 머무르며 신입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놈의 실력을 드러내는 것이다.
‘진행이 막힌 놈이군.... 신입을 털어먹는다고 그 벽이 뚫릴 줄 아느냐.’
자신에게 선배 행세를 하려거든 최소한 탐색조로 중심부 구석구석을 헤맨 경험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저런 송사리와 아웅다웅할 기분도 아니었기에 얌전히 물러가게 두었다.
‘물론 이 마을에 저런 엉터리만 있는 건 아니지.’
강자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여기도 도사린 강자들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저런 짓을 하지 않는다.
‘대신 자기 할 일에 여념이 없겠지.’
그렇게 살았기에 강해진 자들이니까.
자신도 움직일 시간이었다.
“이제 가보자꾸나 르쉬야.”
“예!”
길을 나선 우진.
그때 그의 눈에 대로를 걸어오는 시끄러운 무리가 보였다.
“어랏? 저 녀석은...?”
으스대며 단체로 걸어오는 패거리.
이 시작의 마을에서도 강자 행세를 할 수 있는 놈들이었다.
그 가운데에 선 것은 근육 돼지.
대단한 기골에 보기 드문 덩치다.
놈을 본 우진의 눈이 빛났다.
‘녹림 1채주.... 네가 알아서 내 앞에 등장했구나.’
녹림. 경계 지대를 둘러싼 산에서 산적질을 하는 놈들이다.
그 중 첫 번째 산채의 지배자.
즉, 잔챙이 중 최고수라 생각하면 된다.
그의 별명은 ‘신입 판별기’.
전생에선 호되게 고생했다.
‘인간인데 무슨 보스 마물처럼 경계의 해안가를 철통 수비하고 있거든.’
놈 뿐 아니라 녹림의 72채가 합심하여 신규 도전자를 털어먹으려고 한다.
그 목적은 ‘통행료.’
이번 생엔 캐스케이드로 빠르게 통과하여 마을에 들어왔기에 마주칠 일이 없었다.
‘저 놈이 저러고 돌아다니는 이유는 단 하나지.’
마을에 새로운 얼굴이 없나 확인하러 온 것이다.
시비를 걸고 뭔가를 뜯어내기 위해서.
이번엔 이쪽에서 반겨줄 차례다.
— 쿵... 쿵....
우진이 그 앞으로 힘차게 걸어갔다.
“이야! 육형! 오랜만이오!”
순간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으응...?”
심지어 1채주마저 당황한 눈치였다.
누가 감히 녹림의 앞을 가로막는단 말인가?
우진이 해맑게 웃으며 모두의 궁금증을 해결해주었다.
“나 우진이오!”
중심부에 등장한 이레귤러.
역대급 괴물 루키의 자기 소개였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0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