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00 >
날아드는 백의인의 주먹.
언데드로 변신한 우진도 한계를 돌파한 힘으로 맞받아쳤다.
거대한 격돌.
— 콰아아앙...!
모두가 예감했다.
한 방 승부라는 것을.
그리고 연기가 걷힌 곳에 드러난 것은...
“와아아아...!”
흩날리는 영체 앞에 우진이 주먹을 쥔 그대로 서 있었다.
투명하게 스러지는 백의인이 희미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대단하군.”
미소짓는 영체.
그에겐 안식으로 느껴질 정도의 아득한 힘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좋은 결과 있기를.”
“고맙군.”
승리로 끝난 일기토.
손을 움켜쥔 채 지켜보던 유령과 흡혈귀가 모두 환호했다.
“우와아아...!”
선내로 돌아온 우진.
선장이 모자까지 벗어던지고 환호하다가 묻는다.
“바, 방금 그 존재는 무엇이었습니까...? 마치 세계가 가로막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그러하다. 월드는 좀 이상한 녀석이거든. 나아가려고 하는 자를 어떻게든 가로막으려 하지. 저건 월드 그 자체의 의지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입을 쩍 벌리는 선장.
“도, 도대체 저런 존재를 다른 이들은 어떻게 통과하는 것입니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문지기.
싸움이 성립하지 않는다.
피해가거나 머리를 조아려 자비를 얻어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수십 명 규모로 전력을 퍼부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문지기는 어느 정도의 힘이 확인되면 사라진다.
그를 제압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우진의 입에서 나온 것은 뜻밖의 얘기였다.
“여기야 말로 ‘공양’을 바치는 것이 가장 잘 통하는 지대거든.”
씁쓸한 대답에 선장이 탄성을 토해냈다.
“허어.......”
배도 좋고, 비행체도 좋다.
혹은 충분한 정성의 ‘제사’도 좋을 것이다.
새로운 희생양을 던져주면 백의인은 만족하고 사라진다.
약자는 강자의 도구니까.
그게 월드가 허락한 방식이니까.
하지만 우진은 정면승부를 택했다.
자신의 막대한 힘으로 문지기를 뚫어낸 것이다.
‘약육강식의 법칙?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그걸 나보다 약한 자를 물어다 강한 자에게 바치는 식으로 행할 이유는 없다.’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보다 강한 자를 물리치면 그만이다.
“캐스케이드! 전진!”
“이야아아...!”
주위는 어느새 백색 지대에서 혼탁한 바다로 변해있었다.
마치 영계에 온 것 같은 안개의 세상이었다.
그 안에서 지금까지 죽은 원혼들을 볼 수 있었다.
이 바다에서 죽어간 모든 존재들.
온갖 모습으로 바다를 떠돌고 있다.
원래라면 이들 중 하나가 되어 배회하거나 이들을 뚫을 방법을 찾아 내야 했을 것이다.
그건 도전자마다 다른 방식이 된다.
‘힘, 회피, 속도, 은신 등등....’
혹은.
역시 제물을 바치며 전진하면 된다.
‘시험의 바다는 사실 효율만 따지면 생각보다 쉽게 넘어갈 수도 있거든.’
1지대의 마나 폭풍?
먼저 가짜 도전자를 투입하면 된다.
‘대신 살아있는 사람들로 보내야만 하지. 그래야 바다가 반응하니까.’
그리고 힘을 쏟아낸 마나 폭풍이 다시 충전되는 사이 지나가면 무사 통과.
혼돈의 영역도 비슷하다.
다른 구역에 희생양을 투입하여 힘의 응집을 불러낸 뒤 본선이 지나가면 된다.
그 다음부턴 더욱 수월해진다.
마물들의 눈을 속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고, 거인들도 인간 공양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대충 희생양들을 낚시 떡밥 던지듯이 흩뿌려도 통한다.
‘방금 전의 백의인은 말 할 것도 없지.’
저 녀석은 ‘제물’을 가장 좋아하는 놈 중의 하나다.
하지만.
자신은 그런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다.
전생의 원수, 파티장 녀석은 대략 수백 명의 희생을 통해 손쉽게 바다를 건넜다고 했다.
빠른 시기에 중심부에 도착한 그 녀석은 누구보다 탁월한 속도로 성장했다.
‘난놈이라고 해야 할 지.... 무서운 놈이라고 해야 할 지....’
그 사실을 다른 파티원들은 몰랐다.
그들에게 파티장은 ‘착한 리더’였으니까.
둘만의 술자리에서 자신에게 풀어놓은 비밀.
마치 승리의 비결을 알려주는 것처럼 자애로운 미소와 함께 얘기했다.
<필요하면 뭐든 하는 거야. 우진이에겐 너무 어려운 얘기겠지만.>
후후 웃고는 방으로 돌아간 놈.
자신은 바보처럼 그걸 보고도 믿음직한 리더라고 생각했다.
귀중한 조언을 아낌 없이 주는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도구로 생각하던 놈.
우진은 쓸 수 없는 방법을 알려준 셈이다.
‘세상을 인식하는 구조 자체가 달라야 해.’
이번 생이 되어서야 뼈저리게 느꼈다.
악행을 권리로 여기고, 그걸 못하면 비웃는 놈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땐 몰랐다.
하지만 파티장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우진이 멍청할 정도로 우직한 놈이란 것을.
또한 자신의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아둔한 놈이라는 사실을.
그렇기에 그 날의 대화는 일종의 조롱이었다.
우진이 이를 악물었다.
‘됐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누구나 실패도 하지. 하지만 그걸 떨쳐내는 건 각자에게 달렸다. 난 달라질 것이다.’
실제로 달라졌다.
파티장 같은 놈이 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그런 놈조차 다 씹어 먹을 수 있는 괴물이 될 것이다.
‘날 속여라. 함정에 빠트려라. 배신해라. 비웃고 조롱해라. 멸시하고 짓밟아라. 난 그 아비규환 속에서도 너희를 죽일 수 있는 강자가 될 것이다.’
옳고 그르고는 이제 상관 없다.
악인들이 옳을 수도 있다.
다만 우진의 생각은 이제 좀 달라졌다.
조폭들이 존경하는 것은 대단한 학자나 용감한 전사가 아니다.
자신보다 더 많은 부하를 가지고, 더 큰 권력을 쥔 채, 더 떵떵거리는 자신의 ‘큰 형님’이다.
혹은 자신들보다 능숙하게 남들을 등쳐먹고 갈취하는 대악인(大惡人).
‘어떻게 보면 진취적인 놈들이야. 자신들의 체계 안에서 상승 욕구가 있는 거니까.’
또 어찌보면 성실한 놈들이기도 하다.
악행을 저지르기 위해 부단히 힘을 키우니까.
중요한 건 그들에게도 존경하는 인물이 있고, 지향점이 있고 목표가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삶의 방식이 있다.
그것은 ‘강자존(强者尊)’.
‘그들이 강자존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그 방식으로 너희가 아니라 내가 옳다고 증명하면 된다.’
우진의 목표는 이제 확고하다.
1초라도 빨리 강해지자!
그렇기에 아낌 없는 마나를 통해 폭류를 뿜어냈다.
그 기세를 받아 달려나가는 캐스케이드.
주변에는 여전히 안개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그 속에서 아우성치는 원혼들.
여긴 일종의 정신력 테스트 구간이다.
직접적인 위협은 없지만, 지금까지의 항해로 지친 도전자들의 정신력을 갉아먹는 지대.
하지만 우진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 수법이었다.
‘어차피 다 같이 죽은 놈들끼리 뭔 공포심이냐.’
심지어 망자들 측에서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유령선이 지나가는구나 하며 자기들끼리 할 일을 하는 듯한 풍경.
캐스케이드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선원들 전체가 유령들이라 원혼에 대한 공포를 느끼지 않으니 거저 먹는 구역이었다.
“이거 뭔가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군요.”
“흐흐... 하지만 머물러 있기엔 너무나 고독한 장소지. 달려나가자!”
“예! 전속 전진!”
그리고 벗어난 원혼 지대.
“이제 끝난 것인지요?”
“문지기까지 뚫었으면 중심부의 영역에 가까워졌다고 보면 된다. 말하자면 이제야 ‘출항’에 성공한 것이지.”
“그, 그렇다면...!”
“입항 수속이 남아있지 않겠나. 흐흐....”
마지막 시험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이 바다에서 가장 유명한 존재가 남아있었다.
최후의 벽.
그때 저 멀리 눈을 의심하게 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2가지 중 하나의 시험이 기다리는 장소.
“음, 이거 운이 좋다고 해야 할 지....”
지혜의 시험.
용기의 시험.
둘 중 ‘용기의 시험’이 걸렸다.
— 쿠우웅...!
— 퍼어엉...!
먼 바다에 유성의 비가 내리고 있다.
진짜 유성이라기 보단 힘의 응축이 눈에 보일 듯이 쏟아져 내리는 것이다.
그리고 저걸 향해 뛰어들어야 하는 도전자.
대담성과 회피 능력, 그리고 속도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거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자신 안의 ‘용’에게 말을 걸었다.
“보여?”
그러자 들려오는 레비아탄의 목소리.
<불의 비가 내리는군....>
“저길 지나가야 해.”
그러자 침음을 흘리는 레비아탄.
<너무 많군. 피해를 감수하려고 했다는 게 바로 이 장소였소?>
“그래, 여긴 그냥 몇 대 맞더라도 목숨만 챙긴다는 생각으로 뚫는 곳이거든.”
하늘이 퍼붓는 거대한 힘의 비.
속도가 붙어 화염을 두른 유성우의 하늘은 정말 진입하고 싶지 않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할 수 있지? 우리가 해내는 거다.”
그러자 껄껄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 진짜 메테오 스트라이크에 공격당한 적도 있소.>
“오? 그래? 어떻게 했는데?”
<화가 나서 가루로 만들었지.>
우진의 눈이 커졌다.
자신도 그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자신보다 거대한 유성을 먼지처럼 터트려버린 붉은 용의 전설.
“분노 파워! 그거 좋은 생각이군.”
“음! 맡겨주시오!”
전설의 재현이다!
우진이 정신을 집중해 자신의 동료를 현실 속에 불러냈다.
“레비아탄!”
— 고오오오오....
거대한 악룡이 길을 인도하기 시작했다.
등장만으로 멸세의 힘이 터져나와 유성 하나를 박살냈다.
하지만 이걸론 부족하다!
“모조리 밀어라!”
붉은 용의 몸이 찬란하게 빛났다.
“내 진정한 힘을 보여주겠소!”
우진과 동시에 같은 기술 사용하는 거대한 용.
“멸세의 진노.”
합쳐지는 영창.
“더블!”
멸세의 진노 더블.
2개의 고리가 이중으로 사방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우오오오...!”
“유성을 힘으로 압도하고 있다...!”
감탄하는 선원들.
모든 유성이 지워지고 있었다.
그건 하늘을 가로지르는 원형의 지우개였다.
“구역 돌파!”
“하... 함선엔 아무런 피해가 없습니다...!”
“이건 기적입니다...!”
우진이 자신의 정신 속으로 돌아온 용에게 외쳤다.
“고맙다 레비아탄!”
<으음! 나아가시오!>
기쁨도 잠시였다.
그때 전방에 나타난 마나의 흐름.
첫 번째 벽보다 더욱 두껍고 강력한 벽이다.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등장하기에 더욱 악의적인 최후의 저지선.
하지만 씩 웃은 우진.
“자! 이제 마지막이다!”
마지막 벽으로 직진하는 캐스케이드.
그때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토네이도다...!”
벽 근처에서 발생하는 경이로운 자연 현상.
탑승물의 접근을 감지하고 생겨나는 월드의 시험.
저것이 ‘바다의 신’이다.
거대한 벽에 어린 그림자를 보며 모든 선원이 전설을 떠올렸다.
“해신(海神)이다...!”
“해신이 우리를 가로막는다...!”
초월적인 존재처럼 어른거리는 막대한 힘의 회전.
그것이 벽에 두려울 정도로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하지만 우진의 기세는 꺾일 생각이 없었다.
“불요불굴! 믿는 자에게 승리가 있으리라!”
“우오오오옷...!”
선장이 다급히 외쳤다.
“저, 저희는 무얼 하면 되겠습니까?”
“아무 것도. 날 믿기만 하면 된다.”
정신을 집중한 우진.
보유한 능력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방식의 권능을 발동했다.
그 목표는 하나의 배.
“전능의 가호.”
순간 거대한 금빛 구체가 함선을 감쌌다.
“시... 신의 힘이다...!”
유령들조차 경악하는 절대 권능 ‘전능의 가호.’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토네이도를 가볍게 돌파했다.
— 쿠구구구......!
“흐어억....”
순간 비틀거린 우진.
처음으로 탈력감이 느껴졌다.
자신의 힘이 아니라 목걸이의 힘을 한계 이상으로 증폭한 것이기에 부담이 된 것이다.
하지만.
“해냈다!”
마지막 벽이 그들의 뒤에 있었다.
아쉽다는 듯 흩어지는 거대한 토네이도.
“해신이라고? 난 우진이다!”
그리고 펼쳐진 아름다운 대양.
햇살을 받아 평범하게 반짝이는 물결.
완전히 새로운 바다에 캐스케이드가 달리고 있었다.
선원들은 물론이고 이미 이곳에 도달해 본 우진도 알 수 있었다.
“여기가......!”
그때 떠오르는 찬란한 알림.
[전무후무한 위업]
[월드 유일의 위업]
[시험의 바다를 완벽하게 통과하였습니다.]
[모든 단계를 압도적인 방식으로 통과하였습니다.]
[등급 : SSS]
[점수 : 9999/9999]
[특별 보상이 주어집니다.]
“우와아아!”
그리고 떠오른 마지막 알림.
[통과를 축하드립니다.]
[우진 님.]
[중심부에 어서오십시오.]
마침내 진짜 세상에 도착한 것이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00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