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96화 (96/155)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97 >

사신수(四神獸).

중심부의 네 방위를 지키는 거대한 영물들.

반신격인지라 평범한 마물이나 마수와는 궤를 달리하는 존재였다.

‘그 유명한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바로 그 녀석들이지.’

시험의 바다 중 유일하게 입구가 뚫려 있는 서방(西方)의 백호에서부터, 거의 끝 지역인 동부에 존재하는 최강자 청룡까지.

우진도 중심부 초입에 서식하는 ‘백호(白虎)’는 멀리서나마 본 적이 있었다.

크기는 레비아탄과 비슷한 정도에 품고 있는 힘은 추정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초입 경계의 수호신 같은 존재로 우리는 멀리서 보자마자 바로 퇴각해야 했지.’

그때 우진의 파티는 말하자면 중심부로 넘어오기 위해 얼기설기 구성된 ‘공략팟’이었다.

목적이 같기에 손을 잡은 낯설고 껄끄러운 동료들.

그렇다고 막공 수준의 피래미들은 아니었으나 대단한 의리가 있지도 않았다.

‘그래도 어찌저찌 시험의 바다는 통과했다. 그리고 중심부 첫 번째 구역도 뚫어냈지.’

아슬아슬하게 힘을 합친 파티원들.

우진을 3류라 치면 2류에서 1류 초입에 다다른 자들도 있었으니 시험의 바다를 뚫는 것은 간신히 성공했다.

‘허나 기쁨에 젖은 것도 잠시.... 우리는 중심부 밀림을 돌파하려다 그놈과 마주치게 되었다.’

첫 구역을 클리어한 뒤 이동하던 울창한 숲길.

그때 저 멀리에서 ‘놈’이 보였다.

몸통과 꼬리만을 보았으나 모두가 얼어붙었다.

낮은 으르렁 소리에도 귀신이 달라붙은 것처럼 전신이 오싹했다.

가장 강한 자도 가장 약한 자도 모두가 하나 같이 퇴각으로 뜻을 모았다.

‘그리고... 그 후로 뿔뿔이 흩어졌지.’

도저히 손 쓸 수 없는 상대를 본 후 중심부의 수준을 절감하게 된 모든 파티원.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게 되었다.

결국 하나 하나 떠나간 파티원들.

그때부터 우진의 중심부 홀로서기가 시작되었다.

‘그래... 그렇게 어설픈 파티를 와해시킬 수 있을 정도의 존재감. 그게 바로 신수였다.’

밀림에서의 그 사건을 떠올리면 아직도 당시의 오싹함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조금만 더 가까이 가도 발각당해 호흡 한 번 삼키는 사이 찢겨질 것 같은 공포.

물론 이제는 다르다.

그때 당시의 우진은 지금보다 힘이 많이 부족했기에 상대의 힘을 판단하기도 힘들었다.

그렇기에 이 두려움은 과장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나도 많이 성장했으니 놈과 자웅을 겨뤄보기 충분하다.’

물론 상당한 강적이 될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경계 지대를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을 강자.

부여된 본능 덕에 자신의 영역만을 지키고 있을 뿐이지 영역을 넓히려 들면 발 닿는 모든 곳이 자신의 영토가 될 거수(巨獸).

백호 뿐이 아니다.

나머지 셋은 더욱 강하리라.

레비아탄이 꺼낸 것은 바로 그런 존재들에 대한 얘기였다.

“음, 당연하지. 워낙 유명한 얘기니까. 그런데 너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 강한 생물끼리 연결 고리라도 있는 건가?”

묘한 웃음을 짓는 레비아탄.

“그들은 나와 같은 처지거든.”

“같은 처지?”

“그렇다. 모두가 나와 비슷한 존재로, 죽으면 강력한 혼백이 남게 되지. 그리고 격이 충분하다면 그들의 힘을 몸에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인데?”

강함을 추정하기 힘든 신수들.

그들을 힘으로 품을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전력 상승이 가능하리라.

“나 역시 본능에 따라 그들을 제압하고 힘으로 삼고 싶다는 욕망을 품게 되었지. 비록 그 전에 인간들의 간계에 빠져 목갑에 갇히게 되었지만.... 그 꿈만큼은 아직도 간절하다.”

우진이 빙긋 웃었다.

“그러니까 놈들이랑 한 판 뜨고 싶다는 거지?”

“그래, 이제 나는 너의 일부. 그렇기에 부탁할 곳도 너 뿐이다. 그들이 네 힘이 된다면 너에게도 나쁠 것은 없는 얘기일 터. 고려해주면 정말 고맙겠다.”

그러자 박수를 치는 우진.

“넌 역시 내 동료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거 같다.”

“음?”

“아주 멋진 목표야.”

순간 얼이 나간 거대한 용.

“으, 으응... 저, 정말인가...?

듣기만 해도 두려운 존재들.

하나가 아니라 넷이라는 점이 더욱 아득하게 느껴지는 목표.

거절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걸 반기고 있다.

자신조차도 필생의 숙원으로 삼았던 존재들에게 너무도 쉽게 맞서려 하는 것이다.

“할 수 있어.”

진지한 상상에 빠져든 우진.

홀린 사람처럼 말한다.

“동물 농장을 만드는 거야.”

“허...?”

4신수의 주인이 된다.

바로 자신이!

“...!”

이제 우진의 패기에 감탄을 넘어 경외심을 느끼는 레비아탄.

“혹시 그들의 힘이 어느정도인지 알고 있는가...?”

“당연하지. 실제로 본 적도 있어. 그때는 도저히 사냥할 엄두를 못 냈지만.”

정신으로 이미지를 전달하는 우진.

밀림을 지나가는 백호의 모습이었다.

그 거체의 영력을 알아본 레비아탄이 전율했다.

“이게... 백호의 힘...!”

“당장이라도 싸우고 싶지?”

“물론이오! 그런데 도대체 백호를 어디서 목격한 것인가?”

머리를 긁적인 우진.

“복잡한 사정이 있다. 이런 몸이 된 것도 다 그것 때문이야. 난 그걸 갚아주기 위해 힘을 키우는 거고.”

“그래.... 복수였군. 그 집념은 거기서 나오는 것이었어.”

“그냥 복수도 아니야. 정점에 갈 정도로 강해져야 성공할 수 있는 복수지.”

“정점을 향하는 복수행이라. 그대 또한 위험하고 어려운 꿈을 품었군.”

“하지만 이뤄질 거다. 너와 나의 목표 둘 다!”

순간 당황한 레비아탄.

“지, 진심이오?”

“물론이야. 강자와 겨뤄보고 싶은 건 너만의 꿈이 아니거든. 그리고 난 반드시 그들을 내 힘으로 만들어 낼 것이다.”

주먹을 움켜쥔 우진.

‘백호는 시작이고... 청룡쯤 되면 나도 파워업이 많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다.

“주작이 너와 좋은 상대가 되겠네.”

“기회만 주면 4신수를 모두 제압해내겠소.”

우진의 진심을 알게 된 레비아탄.

말투부터 대하는 마음가짐까지 바뀌었다.

마침내 자신보다 진정으로 강한 존재란 걸 인정한 것이다.

‘그 정신과 육체, 품은 힘이 모두 월등하니 의탁하기 부족함이 없는 주인이로다.’

그건 레비아탄과 정신이 연결된 우진도 당연히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더불어 그의 강렬한 의지도 전해져왔다.

“물론이지. 한 판 제대로 놀게 해주마. 네 덕에 나도 투지가 샘솟는군.”

그렇게 의기투합한 두 인외의 존재.

이제는 출발할 시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꺼내주고 싶은데. 널 부르는 건 나로서도 아주 쉽지만은 않거든. 하지만 너도 알지? 우리는 이미 한 몸이라는 거. 나랑 같이 다니면 심심하지는 않을 거야.”

“으음....”

“물론 가끔 네 힘이 필요하면 이렇게 불러서 날뛸 기회를 줄게. 그건 꼭 약속하마.”

“그래... 내게 선택지가 있는 것도 아니니.... 게다가 이렇게 처참하게 패배하고 무슨 할 말이 있겠소.”

“아니야 너도 잘 싸웠다 용아.”

희미하게 웃는 붉은 용.

“그래.... 그대와 같은 존재에게 힘을 빌려줄 수 있다면 내 수백 년의 휴식도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 당당히 정점을 말하다니. 그런 패기는 살다살다 처음 보는군.”

우진도 빙긋 웃었다.

“그런 말은 정점에 도착해서 하자고!”

일단 호수를 원상복구시켜 놓고 주변의 엉킨 마력을 되돌렸다.

이제 이 인간의 접근을 불허하는 공간은 다시 평범한 호수가 되어 사람들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출발이다.”

마지막으로 멸세의 힘을 다시 한 번 피워올렸다.

어둠 속에서 강렬하게 빛나는 자신의 모습은 그야말로 바깥 고리 최강자였다.

지나온 시간을 생각하니 감개무량했다.

‘계승...! 넌 도대체 나한테 얼마나 많은 것을 주려는 셈이냐...!’

그러자 상상 속의 계승이 답해왔다.

<나는 너 자신. 네 자신이 원하는 한 그 한계는 없다.>

“이래야 내 계승이지!”

상상문답을 마친 우진이 레비아탄의 머리 위에 올라탔다.

“좋다! 가자!”

그때 움찔거리는 레비아탄.

“저... 머리 위는... 조금....”

“응? 왜 그러냐?”

“아니... 위험할 것 같기도 하고....”

순간 우진의 눈이 번쩍였다.

“누가 위험할까. 잘 판단해보아라.”

그러자 빠르게 판단을 내린 용.

“안전 운행 하겠소이다.”

적응이 빠른 레비아탄.

우진의 스타일에 감을 잡아가고 있었다.

“간만에 시원하게 날아보는 거다 쫑!”

“오... 그러고보니...!”

자신의 육신으로 나는 것은 정말로 오랜만일 것이다.

“으으음...!”

수백 년 만의 날개짓이 시작되고.

떠오른 장소는 광활한 창공.

드디어 날아올라 쾌속의 비행술을 선보이는 거룡.

“날아라 레비아탄!”

우진이 그를 타고 날고 있었다.

*

“뚜뚜루♪ 나는 바깥 고리 최강자.”

희미하게 빛나는 새벽.

비공선으로 복귀하는 우진.

굳이 레비아탄을 타고 이동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제 우리편인데, 갑자기 보여줘서 놀라는 것보다 미리 소개를 하는 편이 좋겠지.’

그때 저 멀리 캐스케이드가 보였다.

뭔가를 느낀 르쉬가 제일 먼저 선체 위에 올라 경계하고 있었다.

— 쿠구구구...!

빠르게 접근하는 레비아탄.

그걸 보고 폭발적인 투기를 피워올리는 것이다.

“*@[email protected]@!”

뭐라고 외치는데 레비아탄에겐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우진의 귀엔 정확히 들렸다.

‘네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더이상 다가오면 머리와 꼬리의 위치를 바꿔주마!’

껄껄 웃은 우진이 지령을 보냈다.

<르쉬! 나다!>

우진의 목소리에 넋이 나간 르쉬.

“초, 총대장님...?”

다른 유령들도 천공포를 조준하는 등 소란이 있다가 르쉬의 얘기에 황급히 공격 태세를 풀었다.

— 쿠구궁....

마침내 거선 위에 착지한 레비아탄 주위로 모여들었다.

“사... 사령관님!”

“이, 이 존재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용의 머리에서 뛰어내린 우진.

“우리의 새로운 힘이다!”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르쉬였다.

“이, 이름이 무엇입니까...?”

“레비아탄.”

순간 일대가 충격에 휩싸였다.

우는 흡혈귀도 울음을 그치는... 그야말로 월드에 자신의 이름을 흉폭하게 남긴 거악(巨惡)!

“그... 그 레비아탄입니까...?”

“그렇다. 바로 그 레비아탄이다.”

“허어어어.......”

경악을 넘어 신비함마저 느끼는 선원들.

하룻밤만에 전설 속의 악룡 ‘레비아탄’을 어디서 데려왔단 말인가...?

그것도 완벽히 복종하고 있다...! 그 레비아탄이...!

“귀여운 녀석이야. 잘 지내보자고.”

붉은 육체에 노란 눈을 번뜩이는 거대한 용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멋있다 정도가 한계였다.

보통은 ‘공포스럽다’는 반응이 평범할 것이다.

하지만 그 몸을 탕탕 두드리는 우진.

“이 녀석이 있으면 피해를 감수하려 했던 구역을 단숨에 뚫을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중심부에서도 큰 전력이 되어줄 거야.”

당연하다!

레비아탄의 힘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옛날 이야기처럼 전해오는 그야말로 전설 속의 용이 아니던가!

“쫑! 너도 인사하고 모두 친하게 지내.”

그러자 멋쩍게 고개를 꾸벅 숙이는 레비아탄.

“다... 다들 잘 부탁하겠소이다....”

거체가 움직이자 순간 선원들이 긴장했다.

하지만 정말로 친절하고 정중하게 인사하는 붉은 용.

저 강대한 존재가 정말 자신들의 편이 되었단 말인가...!

“와아아아!”

순간 터져나오는 모든 존재의 환호!

중심부!

그것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제가 도대체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파도는 너무 신비해서 흐름을 읽을 수가 없군요.”

선장의 말에 우진이 흐뭇하게 웃었다.

“흐흐... 이 녀석이 바다를 건널 때 반드시 큰 일을 해줄 것이다. 그러니 함선 내부의 선원들에게도 알려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전해라.”

“예! 알겠습니다!”

이제 레비아탄에게 말하는 우진.

“자, 이제 들어갈 시간이다. 계속 꺼내놓기엔 널 등에 업고 돌아다니는 기분이라 이해 좀 부탁한다.”

“으음, 알겠소. 그게 약속이니.”

우진이 진심으로 미안함을 표현했다.

“미안하게 됐다. 그래도 안에서도 보고 듣고 할 수 있으니 심심하진 않을 거야.”

“크흐흐... 난 수백 년의 봉인도 버텨낸 몸. 희망이 생긴 이상 마음 또한 달라졌소.”

“오?”

“수련을 할 필요성이 느껴지는군. 나를 위해서도, 주인을 위해서도. 난 이제 심상 세계에서 힘을 닦을 것이오.”

“오! 좋은 생각이야!”

현실이 아니니 마나를 쌓거나 할 순 없을 거다.

하지만 그 매서운 공세가 더욱 날카로운 것으로 바뀐다고 생각하니 기대가 된다.

“자 그럼 다음에 보자!”

우진의 가슴으로 빨려든 레비아탄.

“우오오오!”

그 광경에 또 한 번 감탄성이 터져나왔다.

“용 군단의 군단장으로 기용하면 좋을 거 같아.”

우진의 말에 르쉬가 펄쩍 뛰어올랐다.

“그거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용들 뿐 아니라 앞으로 생길 용들까지.

레비아탄을 선두로 그 모든 거력이 편대 비행하는 모습은 중심부를 전율하게 만들 것이다.

우진이 기세를 몰아 선장에게 물었다.

“그보다 내가 부탁한 것은...?”

선장이 자신만만하게 손을 뻗었다.

“아! 준비되었습니다!”

“좋다! 확인하자!”

선교로 이동한 우진.

가슴 뛰는 광경을 발견하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좋아! 완벽해!”

가슴이 벅차도록 완벽한 준비.

내갑판을 가득 채운 그것은... 진정한 사령관을 기다리는 ‘무언가’의 모습이었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9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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