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90화 (90/155)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91 >

월드의 생태는 지구와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신기한 곤충도 많이 살고 그들의 군집 규모도 상상이상이다.

주먹만한 벌이 높은 고도에서 조류를 잡아먹고 산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우진은 공포보다는 경외심을 먼저 느꼈다.

<먹고 살려면 벌조차도 열심히도 싸우는구나!>

그 녀석들은 인간들이 모르는 저 하늘에서 오늘도 거대한 조류를 공격하여 생을 이어가려 한다.

가장 특별한 것은 놈들의 행동반경.

일반 벌은 평균적으로 2km, 최대 10km까지 돌아다닌다.

허나 이 녀석들은 몇십km에서 길게는 몇백km 밖까지 돌아다니며 먹이를 구한다.

즉 이 녀석들과 연결될 수 있다면 유령선의 수색 난이도가 대폭 낮아지는 것이다.

‘물론 그 많은 벌을 모두 통제할 순 없어.’

하여 놈들의 여왕을 이용할 생각이다.

우두머리를 지배하여 다른 벌들을 통제하는 방식.

— 후우웅...!

일단 사령 거미줄로 한 무리와 연결되었다.

인근의 생태계 한 부분을 지배하는 대규모 군집이었다.

‘이제 분리의 묘를 응용하는 거다.’

일단 막대한 마나를 한놈에게 부어넣었다.

놈이 부르르 떨며 자신의 통제 하에 들어온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놈의 정신과 연결된 ‘여왕’에게 타고 들어간다.

거대한 마나 덩어리가 여왕을 완벽히 지배하고 다시 아주 작은 양만 분리하여 모든 군집을 통제한다.

‘좋아! 이제 다음 무리다.’

이제 군집의 가장 바깥에 있는 놈들을 점점 퍼져나가게 하여 다음 무리를 찾는다.

그리고 다음 무리에 닿았을 때 다시 한놈을 타고 다음 여왕에게 도달한다.

‘2번째도 성공했어!’

이제 통제 하의 무리는 2개.

뻗어나갈 영역이 더욱 넓어졌다.

그렇게 다음 무리로, 다음 무리로.

수천 km에 달하는 통제력의 전달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었다.

마치 소리의 파동처럼, 혹은 액체의 파동처럼 번져나가는 통제력.

물 한 방울이 떨어져 파장을 만들고 다시 그 파장 끝의 새로운 파장과 연결되는 구조였다.

문제는 각자 여왕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지 않고 유지하는 것.

명상에 잠긴 듯한 우진이 기적적일 정도의 집중력을 선보였다.

‘한 단계 더...!’

마침내 아득할 정도로 거대한 범위를 통제하게 된 우진.

사방 만리 구석구석 벌들의 움직임이 그의 정신 속에 가득하다.

그 모두에게 순간 번쩍이는 이미지가 전달되었다.

<너희가 찾아야 할 먹이는 이것이다!>

전달된 것은 밤을 부유하는 거대한 유령선의 형상.

그것을 놈들의 먹이라고 인식하게 한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된 목표.

한 지역의 벌떼 사이에서 ‘대형 먹이’에 대한 열띤 정보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종의 운명마저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의 먹이.

캐스케이드다!

‘거기였군!’

그의 정신이 마치 확대하듯 그곳의 지리를 살폈다.

벌의 정신 속에서 첩첩산중 사이에 구름처럼 박혀있는 유령선의 모습이 보였다.

‘무슨 변덕으로 그리 또 멀리 갔느냐.’

역시 곤충의 도움을 받은 건 좋은 선택이었다.

이걸 만라지망으로 찾으려 했다면 정처없이 하룻밤은 헤맸을 것이다.

다시 먹이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준 우진.

<캐스케이드는 잊어라. 본능을 따라라.>

자칫 놈들의 먹이 개념이 이상해질 수 있기에 원상복구를 시킨 뒤 모든 통제를 풀었다.

— 후우웅...!

빨려들듯이 전역에서 돌아오는 마나들.

‘고맙다.’

이제 타겟 위치를 확보했으니 남은 것은 추격 뿐.

— 퍼엉...!

폭발음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기갑마룡이 출발했다.

쾌속의 질주에 이은 워프의 연속.

월드의 지형을 넘고 넘어 그곳에 당도했을 때였다.

인간이 도달하기 힘든 오지.

첩첩산중 하늘에서 마침내 목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저 멀리 보이는 것은 거대한 유령선.

어둠 속에서 빛나는 파르스름한 형체.

우진이 자신의 새로운 힘을 보며 전율했다.

‘캐스케이드.’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밤하늘에 보이는 유령의 배.

자신들도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채 영원히 떠도는 망령들의 보금자리.

그 정체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심지어 ‘캐스케이드’ 스스로 조차도 그 정체를 모를 것이다.

그건 미래의 정보를 알고 있는 우진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내부에 있는 유령들까지 포함해서... 일종의 초고대 유물이라는 게 정설이었지.’

복속시키려면 특별하고 압도적인 방식이 필요한... 즉 저 거선을 ‘점거’해야만 하는 유물.

일단 선전포고를 날렸다.

“캐스케이드! 네 주인이 여기 왔으니 내 힘이 되어라—!”

쩌렁쩌렁한 소리가 밤의 하늘을 퍼져나갈 때.

유령선의 전조등 하나가 이곳을 향했다.

*

“음?”

유령선 내부.

탄생의 기억이 없는 이들은 소멸의 기약도 없이 영원히 세상을 떠돌고 있었다.

그것만이 생의 사명인양 부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불만은 없다.

이 거선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행복이었으니까.

물론 존재의 이유가 궁금했던 적도 있다.

어렴풋이 자신들도 이 거선의 ‘부품’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지만....

굳이 어렵고 복잡한 망상을 이어갈 필요는 없다.

유령 음식과 유령 음료.

유령 음악과 유령 동료들이 있으면 그 긴긴 시간도 그럭저럭 즐거운 법이었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그 긴 시간 중에서도 대단히 특별한 경험을 하는 중이었다.

“목청이... 엄청난 녀석이군.”

“어린애들이 가끔 저러는 경우는 있었는데요. 다 큰 놈이 저러는 건 처음 봅니다.”

지상에서 뭐라고 왁왁 소리를 지르는 인간.

“우리를 보면 반응은 딱 2가지지. 두려워하거나 신기해하거나.”

“근데... 저놈은 좀 색다르군요.”

그때였다.

“어라... 저놈 뭐하냐?”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본 드래곤이 이쪽으로 쇄도하고 있있다.

“설마...?”

“저 놈 진심인 거 같은데요?”

“우리를 잡겠다고?”

결국 선장의 결정.

“귀찮은 놈이구만.... 캐스케이드! 전속력으로 발진한다!”

“전속 발진!”

평소엔 늘어지게 누워 유령 럼을 마시는 게 일이지만, 할 땐 한다.

그들은 항해를 위해 존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 촤르르륵...!

조타수의 능숙한 솜씨로 돌아가는 키와 뱃머리.

그리고 내갑판의 거대한 구슬에 광채가 번쩍였다.

“발진!”

“발진!”

그리고 순식간에 밤의 하늘에서 유령선의 모습이 사라졌다.

*

“어허.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우진이 깨끗하게 비워진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좋다. 추격전이 있어야 잡았을 때 기쁨이 더욱 커진다!

“도망 못친다!”

본 드래곤에 더해 기갑마룡까지 소환했다.

하늘에 뜬 두 마리의 용은 대단한 위용을 과시했다.

“기갑마룡! 캐스케이드를 추격해라!”

기감으로 추적된 유령선의 위치는 벌써 수십km 이상 벌어진 상태였다.

‘과연 빠르군! 이래야 내 배지!’

자신도 본 드래곤을 타고 날아가며 기갑마룡을 발진시킨다.

‘가속.’

점점 빨라지는 두 용의 속도.

‘한 번 더!’

가속에 가속이 이어지며 일반적으론 버틸 수 없는 초속이 뿜어져나왔다.

‘끝까지 가는 거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순간.

‘워프!’

마침내 유령선의 꽁무니가 보였을 때 수km를 건너뛰는 공간 도약이 시전되고.

— 쿠구궁...!

거선의 앞을 막아서 기갑마룡.

투우소처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좋다! 전방을 틀어막고 버티는 거다!’

마나 배리어를 펼친 다음 최고 출력으로 발진한다.

‘버텨라!’

— 까가강...!

마침내 멈춰선 유령선.

이해할 수 없는 출력의 기갑마룡.

거기에 우진이 수호의 방벽으로 지원까지 해주니 유령선이 빠져나갈 수 없는 바리케이드가 완성되었다.

‘경차가 버스를 막아세운 꼴이지만... 조금만 버텨다오...!’

그리고 자신은 본 드래곤으로 워프 거리를 따라잡는다.

어둠으로 부스트해서 한계까지 쇄도했다.

어느 순간 그 머리에서 튀어오른 우진.

추진력을 받아 자신도 최대 속력으로 날아갔다.

“캐스케이드! 넌 내 거야!”

유령선으로선 전방에도 후방에도 장애물이 있는 상황.

게다가 전방의 기계용은 그렇다치고 후미에서 달려드는 인간의 힘이 상상 초월이다.

일단 대응하기 전에 경고를 보냈다.

“인간이여! 목숨이 아깝거든 지상으로 돌아가라!”

하지만 우진에게 통할 리가 없다.

“없어 그런 거!”

계속 날아드는 괴물 같은 인간.

결국 우진을 막기 위해 바다 소환술의 허가를 내린 선장.

“우리가 있는 모든 곳이 바다다!”

거선에서 막대한 양의 물이 뿜어져나왔다.

‘저게 그 유명한 ‘분류(噴流)’로군.’

하늘을 떠다니는 것은 그저 유령선의 능력 중 하나일 뿐.

저 거선의 진짜 힘은 ‘바다’에서 나온다.

그리고 저 배는 자신이 있는 곳을 직접 바다로 만드는 신비를 행한다.

순식간에 밤하늘이 거친 파도가 치는 바다로 변했다.

— 콰르르릉...!

마치 번개와도 같은 소리를 내며 해일이 밀려왔다.

‘대단한 힘이군.’

차가운 눈으로 해일을 바라보던 우진.

그걸 통제해서 갈라버리려다가, 반대로 이용하기로 했다.

하늘에서 물을 타고 달릴 수 있는 것은 유령선 뿐이 아니기에.

‘너희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사실. 난 물 속에서 어인의 속도를 갖는다.’

“흐읍!”

순간 모아진 기세가 하나의 기술이 되고.

‘에어블로우!’

강대한 마력으로 쏘아진 에어블로우는 로켓포와도 같았다.

쏘아진 화살처럼 창공의 바다를 가르는 우진의 신형.

물은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그의 몸을 더욱 빠르게 밀어냈다.

— 펑... 펑... 퍼펑...!

연속된 에어블로우로 바다를 쏜살같이 가르고.

그렇게 거의 근접했을 때였다.

유령선에서 기겁을 하며 상황을 인지했다.

“어... 저놈 저거 바다를 뚫고 날아오고 있습니다...!”

결국 중심포가 우진을 향하고 포신에 무서운 기운이 모여들었다.

“경고한다! 발포하면 넌 반드시 죽는다! 지금이라도 몸을 피해라!”

유령선의 마지막 위협이 들려왔을 때.

‘피하지 않고 받아주마.’

우진이 거침없이 포신을 향해 나아갔다.

“절치부심. 절차탁마. 절대무적!”

1인을 겨냥한 유령선의 발포.

그 탄환은 응축된 대해일의 힘이었다.

하지만.

저 유물의 힘은 어둠에 더 가깝기에.

빛과 상극이다.

“진 백광질풍참.”

몰려든 섬광이 참격이 되어 날아가고.

그것이 거대한 칼날같은 파도를 베어냈다.

“마... 말도 안.......”

“돼.”

어느새 접근한 우진의 신형.

내부로 점멸하여 휙 구르는데.

거대한 내갑판엔 선장과 선원 유령들이 경악한 표정으로 늘어서 있었다.

— 까강...!

대흑검이 새파란 구슬을 찍어내렸다.

“이제 너희의 힘 중 ‘분류’는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당황은 커녕 껄껄 웃는 선장과 선원들.

“흐흐흐 걸렸구나! 이 배는 죽은 자만이 탑승할 수 있는....... 응?”

그런데 아무 이상도 없는 침입자.

원래라면 몸이 잿더미가 되거나 석상처럼 굳어버려야 하는데?

생(生)은 불허(不許).

이 배는 그런 저주에 걸려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세인의 손을 타지 않았다.

헌데 어찌 빛의 힘을 다루는 존재가 이 공간 속에서 멀쩡하단 말인가?

그때 들려오는 침입자의 목소리.

“미안하지만 나도 너희와 같은 처지거든.”

그리고 도착한 르쉬가 폴짝 튀어나왔다.

“나도다!”

스승과 제자가 동시에 혈검을 뽑아 나머지 두 개의 구슬을 겨눴다.

우진이 구슬들을 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하나는 이 비공선을 띄우는 부상의 구슬. 하나는 너희의 죽음을 보류하는 현계의 구슬. 어느 쪽이 더 급할까?”

모든 캐스케이드의 지박령들이 입을 쩍 벌렸다.

그러나 그건 좀 다른 의미의 경악이었다.

“저 구슬 이름이 현계의 구슬이었어...?”

“저건 부상의 구슬이고...?”

“우리는 항상 왕구슬 일이삼이라고 불렀는데...?”

우진이 얼빠진 놈들의 모습을 보며 웃었다.

“너희.... 아무래도 나와 잘 맞을 것 같구나. 더욱 마음에 든다.”

그때 선장이 나섰다.

호탕한 외모의 선장은 다른 유령보다 기세가 월등했다.

그가 우진을 향해 설득하듯 말했다.

“그쪽이 강하다는 건 알겠소. 목적이 뭔진 모르겠지만 이미 가진 힘이 충분하니 우리는 그냥 내버려두시오. 우리는 생각만큼 대단한 전력이 되지 못할 테니까.”

— 콰드드득....

언데드 폼으로 변신한 우진.

이건 위협용이 아니라 설득용이었다.

인간이 아니란 것을 드러낸 것이다.

사자(死者)와 망자의 대화.

“어... 언데드!”

“비... 빛의 힘을 다루는 마물이라고...?”

역시 단숨에 알아보는 유령들.

우진이 그들을 향해 자신의 뜻을 밝혔다.

“난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놀라면서도 묻는 선장.

“그게 무슨 소리요?”

“힘을 견주자면 백 주야를 싸워도 두렵지 않다. 하지만 내가 필요한 것은 너희들의 신의. 힘으로 복속된 위태로운 관계가 아니다.”

“으음.......”

선장의 침음 속에 우진이 진심을 다해 말했다.

“힘을 빌려다오. 너희의 배는 탄생 이래 가장 빠른 항해를 하게 될 것이다.”

감탄하는 유령들.

“가.. 가장 빠른 항해라면...?”

선언하는 우진.

“진짜 바다. 최고의 바다. 그곳에 도전하는 거다.”

“설마...?”

“그래, 우린 시험의 바다를 뚫어낼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목표를 주겠다.”

유령 일동이 뻣뻣하게 굳었다.

‘목표라고?’

“저기 선장님. 우리가 목표 같은 것을 가져도 됩니까?”

“저희는 그냥 유령선으로 족한 거 아닙니까? 밤하늘에서 세상이나 구경하다 다시 다음 밤으로 흘러가면 그만인 것을.......”

“조용히 하고 저 자의 말을 들어보자.”

선장의 머릿속도 복잡했다.

‘영원한 부유... 그것이면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목표라....’

그가 마음과는 다르게 날카로운 웃음을 보였다.

“흐흐흐... 캐스케이드는 바깥고리에 묶인 몸. 다른 좋은 배를 알아보는 것이 나을 것이오. 최고는 우리겠지만, 최선은 다를 수 있으니까.”

그때 우진의 반문.

“누가 묶어둔 거지?”

“으음...?”

“아무도 아니다. 너희는 선택할 수 있다. 스스로의 의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충격에 빠진 유령들.

이건 먼 훗날 힘으로 이 유령선을 정복한 자들이 알아낸 사실.

캐스케이드는 유령들의 의지에 따라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탑승을 거부하는 저주조차도 유령들의 의지로 풀 수 있다.

다만 유령들이 그 의지를 갖지 못했을 뿐.

자신이 그걸 불어넣어야 한다. 그래야 이걸 정말 '자신의 힘'으로 만들 수 있다.

이들을 설득해서 같은 꿈을 품게 만들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세상 무엇보다 값진 목표를 주마.”

“목표라면.......”

“시험의 바다가 끝이 아니다. 우린 정점으로 갈 것이다.”

정점...!

속으로 생각하는 자들이야 있겠지만 이렇게 패기있게 말하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저건 세계의 왕이 되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말로...... 시험의 바다를 건널 생각이군......”

선장이 뚫어질 듯한 시선으로 질문했다.

“우리의 목표가 최고의 항해를 하는 것이라면 그쪽의 목적을 묻겠소. 정점으로 가려는 이유가 뭐요? 그 정도 힘이면 더 재밌는 일도 많을 텐데.”

그리고 마침내 흘러나온 우진의 진의.

“이것은 복수행이다.”

“으음.......”

우진이 담담하게 과거를 얘기했다.

“나는 배신을 당했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를 입었다.”

“배신이라.”

고개를 끄덕이는 우진.

“그래, 이게 단순한 전투였거나, 내가 강대한 마물을 사냥하다 벌어진 일이라면 나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러나 내가 믿는 자가 그 믿음을 가지고 나를 조롱했다. 내 믿음조차도 놈에겐 웃음거리였던 것이지.”

우진의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그러니 내가 알려주어야 한다.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을 갚아야 하는지.”

선장이 차분히 답했다.

“죽일 생각이시군.”

고개를 끄덕이는 우진.

“그 어떤 것을 감수해서라도. 그걸 이루지 못하고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니기에.”

모두가 자신들의 희미한 몸을 바라보았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라.”

씨익 웃는 선장.

“거 무서운 손님이 타셨군....”

그가 냉철하게 물었다.

“항해의 보수는?”

“중심부 최강최속의 배. 그 이름은 캐스케이드가 된다. 반드시 약속하지. 월드 최고의 배가 되는 것이다.”

“기한은?”

“정점에 도착할 때까지.”

그 흔들림 없는 모습에 유령들이 감탄할 때.

“크아......”

— 척...!

우진이 준비해온 물품들을 꺼냈다.

그건 대량의 술과 음식이었다.

“이런... 우리는 이런 걸 먹을 수가......”

그러나 뻗어진 우진의 손.

모든 음식을 어둠으로 녹이다가 멈추었다.

반쯤 어둠이 된 신기한 모습.

그건 현실과 영체의 경계가 된 음식과 술통이었다.

“이것은 추가 보수다. 섭식이 가능한지 확인해보도록.”

슬금슬금 다가오는 유령들.

“먹을 수 있나...?”

“먹을 수 있다!”

선장도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맛깔나게 들이키고는 감탄을 토했다.

“이게 얼마만의 맥주인지.......”

결국 그가 거품을 슥 닦으며 고개를 들었다.

“이 무슨 대단한 능력인진 모르겠지만... 같이 다니면 재미는 있겠소. 맥주도 시원하고.”

그리고 마침내 내려진 결정.

“정점에 가야만 죽일 수 있는 자를 적으로 삼았다는 건.... 제법 대단한 모험을 했다는 뜻이겠지.”

“목숨을 걸어야했지. 이런 몸이 되어야 했고.”

씩 웃는 선장.

“그런데도 다시 갈 생각이오?”

“반드시 해야할 일이 있으니.”

껄껄 웃던 선장이 마침내 대답했다.

“멋진 얘기군. 힘이 될 수 있다면 영광이겠소.”

“음?”

우진의 눈이 빛날 때.

선장이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배의 진정한 이름은 천공선 캐스케이드! 그대의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선주로 모시겠소이다!”

우진이 월드 최강 함선의 주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9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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