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78
“네... 네놈은 도대체... 무엇이냐....”
광마교 관리자의 눈에 공포가 어렸다.
자신의 목을 움켜쥔 것은 거대한 괴물의 팔.
이해할 수 없는 힘에 전신이 속박되고.
“나도 몰라. 네 말대로 그냥 괴물로 하자.”
순간 허공으로 번쩍 던져올려진 관리자.
뭐라 말하려는 순간 흑참도로 목을 베어버린다.
— 훙...!
거대한 언데드의 육신으로 휘두른 장도가 호쾌하게 공간을 가르고 저만치 굴
러가는 관리자의 목.
그때 드넓은 농장 저편에 다른 관리자들이 이변을 눈치챘다.
준비하는 우진.
‘이제 시작이군.’
여기는 말하자면 초입이라 할 수 있었으니 본격적으로 농장을 박살낼 때가 된
것이다.
“적을 막아라...!”
관리자 무리가 일시에 눈을 감더니 정신집중하며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모든 탐욕자들이 일시에 이쪽으로 시선을 돌리는데.
— 그어어어....
악귀와도 같은 얼굴로 칠공에서 어둠이 질질 새어나오고 있다.
그 광경에 혀를 차는 우진.
‘인간이라 믿고 싶지 않을 정도야.’
그때 탐욕자들이 전신의 구멍으로 대기의 어둠을 빨아들이며 환희에 젖어 달
려온다.
— 죽... 어... 라...!
그들을 바라보는 우진.
‘저런 상태에서도 고통을 느꼈다는 건... ‘녹인다’는 과정이 정말 상상초월이
란 뜻이겠군.’
어차피 어둠에 발을 들여 인간으로 돌아올 수 없는 존재들.
“곧 편하게 해주마.”
— 콰콰콰쾅...!
일단 흑마질풍참으로 근방의 탐욕자를 다 쓸어버린 우진.
이제 본격적인 위엄을 드러내는데.
— 쿠구구궁...!
손을 든 우진의 뒤에서 대지가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하는 김에 농장까지 한 번에 갈아 엎어주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는 농장.
그 대규모 해일 속에서 빛의 뱀 하나가 튀어나와 사방을 기어다니며 모든 것
을 집어삼켰다.
“먹어치워라 대백사(大白蛇).”
입을 쩍 벌리고 모든 것을 분쇄하는 거대한 백사.
그 모습은 정말로 악을 벌하는 신의 뱀과도 같았다.
그때.
— 위이이잉...!
농장 중앙의 건물에서 요란한 경보가 울렸다.
경계 태세.
어둠의 힘을 몸에 두른 광신도들이 튀어나왔다.
‘본격적인 응전이 시작되겠군.’
가만히 두고 볼 그가 아니다.
손을 뻗은 우진이 정신을 집중하고.
“흑룡승천.”
— 콰아아앙...!
터져나오는 흑염의 불기둥.
그것이 곧 거대한 뱀이 되어 적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불살라라 대흑사(大黑蛇).”
달려나오던 광신도들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끄아아악...!”
겨우 몸을 뺀 자들도 허겁지겁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달아난다.
그들을 추격해서 잿더미로 만드는 흑사.
대농장 전체가 두 마리의 뱀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나를 빼놓으면 섭하지.’
거기다 우진까지.
점멸과 블러드 드라이브, 그리고 안개 변신과 그림자 이동을 섞어 사용하는
그 모습은....
‘적이... 적이 모든 곳에 있다...!’
공포에 질린 광신도의 뒤에서 그림자처럼 나타난 우진.
거대한 송곳니를 불러내 적의 목덜미를 콰득 뜯어버린다.
— 투....
“맛은 없군.”
뱀들이 전방위를 휘젓는 사이 우진이 광신도를 하나씩 끊어내고.
그렇게 1개의 농장이 완전히 몰살되었다.
남은 것은 어둠 뿐.
그리고 폐허가 된 농장 사이에서 얌전히 다가온 두 마력 소환물.
“고생 많았다.”
— 크아아아...!
별 것 아니라는 듯 시원하게 포효한 뒤 사라지는 거대한 뱀들.
인간형으로 돌아온 우진.
— 슈와와악...!
주변에 남은 어둠을 마지막까지 흡수해버린다.
한껏 차오르는 어둠의 힘.
‘이 추세라면 곧 중급 악마 수준까지도 도달할 수 있겠군.’
그게 끝이 아니다.
탐욕자와 관리자들은 모두 인간.
대량의 포인트를 벌어들였다.
‘우선 마력에 100을 투자한다.’
고된 일을 마치고 단숨에 부어넣는 차가운 맥주처럼.
엄청난 짜릿함과 상쾌함이 밀려들었다.
몸에 가득찬 마나는 이제 모든 속성을 뒷받침 할 든든한 댐이 되었다.
눈을 뜨고 미소 지은 우진.
‘정정한다. 난 이제 괴물이란 말로도 부족할 정도가 되었군.’
스탯과 어둠 보유량 증가가 끝은 아니다.
수많은 포인트들 사이 아주 괜찮은 스킬까지.
[환영(幻影) 투사]
‘관리자 중 한 놈이 가지고 있던 모양인데.’
거짓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현혹계 기술.
환영을 만들어내는 스킬이었다.
‘이걸로 꼬드긴 탐욕자도 많이 있겠군.’
뭐가 됐든 가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잘 써먹으면 재밌는 일이 가능해질 것 같았다.
‘이제 전리품을 챙겨볼까.’
탐욕자들은 별 게 없었다.
대신 광신도들이 머물던 곳에서 제법 많은 양의 아이템을 수거할 수 있었다.
— 끼이익....
건물 내부의 모든 아이템.
커다란 자루 하나를 들고 모조리 빨아들이던 중.
‘음?’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것을 휙 낚아챘다.
[어둠의 메달]
등급도 없고 설명도 없는 고유 아이템.
일종의 둥근 열쇠처럼 보였다.
‘이런 곳에서 열쇠라면....’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는 우진.
여기 저기를 보아도 금고나 비밀 공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
그때 떠오른 생각.
‘이놈들 혹시?’
그리고 대지 속으로 파고 들자 그의 머릿속에 거대한 지하 창고의 모습이 흘
러들어왔다.
‘와우.... 어마어마하네.’
그 규모만으로도 압도적인 거대한 창고.
미소짓는 우진.
이러면 열쇠 따위도 필요 없다.
대지의 주인인 그에게, 지하를 터는 건 그냥 자기 물건을 가져가는 것과 같았
으니까.
“흐으으읍...!”
그가 강혼과 삭풍으로 폐허를 밀어낸 뒤 정신을 집중했다.
— 두두두두...!
땅이 열리고 그 아래의 창고가 뚜껑 열린 듯 모습을 드러냈다.
박수와 함께 휘파람을 부는 우진.
‘이야.... 이거 다 돈으로 바꾸면 어마어마하겠네.’
대형 창고엔 어둠의 땅에서 모아놓은 일종의 ‘특산물’들이 가득했다.
— 슈와아악...!
확장된 인벤토리에 모조리 쓸어넣은 뒤 만족한 우진.
‘탐욕자 농장 좋네. 경험치랑 포인트도 대량으로 벌 수 있고.’
최고의 사냥터.
경험치 & 포인트 & 아이템 & 돈 농장이다.
결정했다.
‘신전에 가기 전에 농장을 다 부숴야겠다.’
패널을 확인하니 근처에 농장이 몇 개 더 남았다.
다음 농장으로 향하는 지옥의 천사.
“결계가...!”
“적습이다...!”
“창고를 지켜라!”
하지만 우진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불가능해.”
그렇게 4개의 대형 농장을 모두 박살낸 우진.
다시 같은 과정으로 대량의 포인트와 아이템, 그리고 특산품을 모아들였다.
‘다시 마나에 100을 투자한다.’
— 쿠구궁....
끓어오르는 힘.
힘에는 과유불급이 없다.
오로지 다다익선 뿐이다.
만족스러운 우진.
‘좋아.’
이제 마력만큼은 바다 건너 ‘중심부’의 강자들을 앞서는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고작 스탯 1개가 조금 앞선 정도로 기고만장할 수 없다. 놈들을 압도해야 해.’
그러기 위해 찾아온 어둠의 땅.
비장의 힘이 더욱 강해지고.
[어둠의 힘을 한계 이상으로 계승하였습니다.]
[어둠의 힘 보유량이 중급 악마 이상이 되었습니다.]
.
.
[보유 가능한 어둠의 양이 증가합니다.]
[다음 단계를 위해 더 많은 어둠의 힘을 계승하십시오.]
고개를 든 우진의 전신에서 타오르는 듯한 어둠의 기세가 피어올랐다.
“이제 신전이다.”
*
— 쿠구구궁....
두 마리의 뱀과 함께 진격하던 우진.
신전 근방에 도착하자 지도에 적힌 대로 경계 병력이 있었다.
‘방벽을 만들어놨군.’
경비대가 있는 쪽이 아군의 방벽이라면 이건 적의 방벽.
마치 벽돌처럼 어둠을 뭉쳐 성곽을 지어놨다.
‘진짜 별의별 짓을 다 하네.’
계약으로 힘을 허락받은 광신도들.
그 능력은 어둠을 조종하는 것이다.
어둠의 핵 근처에서 매우 강해진다고 하는데.
‘과연 대단한 능력이긴 하군.’
각종 괴물들, 즉 그림자와 본 골렘은 물론이고 어둠에 잠식된 동물과 식물까
지 이용해서 방어선을 펼쳐놨다.
‘일단 수준을 좀 볼까.’
— 스스슷....
분신에 환영을 덧씌워 가짜 우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태평하게 놈들의 앞으로 보내자.
순식간에 주목되는 모든 시선.
“적이다!”
농장에서 보고가 들어갔는지 처음부터 전력으로 공격해온다.
본 골렘과 그림자가 한 점을 노리고, 식물과 동물들마저도 한 명의 인간을 죽
이기 위해 달려들었다.
가장 기묘한 것은 어둠에 물든 대지가 잡아먹듯이 덮쳐오는 모습이었다.
그걸 저 멀리에서 지켜보던 진짜 우진.
“재밌는 흉내를 내는군.”
손을 뻗어 정신을 집중한다.
— 우우웅...!
그림자, 괴물들, 동식물은 상관 없다.
하지만 대지는 자신의 힘이다.
어둠에 물들어 요동치는 대지를 자신의 힘으로 덮어 통제력을 되찾았다.
그리고 쭉 뽑아올려 기둥처럼 솟아오른 대지 위에서 아래를 굽어보았다.
“경치 좋구나.”
모두가 진짜 적을 알아차렸을 때.
“저... 저기다...!”
“가짜다! 미끼에 속지 마라!”
이미 저 뒤에서 막을 수 없는 무언가가 밀려오고 있었다.
“대홍수.”
강대한 마력이 만들어낸 물청소의 기적.
빛의 속성을 더하자 아침 햇살이 비추는 바다처럼 아름답게 번쩍였다.
수많은 본 골렘과 모든 적이 빛의 파도 속에서 녹아버리고.
‘물속성도 능숙해졌군.’
어두운 하늘을 덮은 그림자들은 빛의 비가 쓸어내린다.
너무도 쉽게 처리된 경계 병력.
— 뻐걱...!
광신도들은 사령술로 속박한 뒤 철권으로 하나씩 머리를 날려줬다.
걸어가는 걸음마다 피의 분수가 터져나오고.
마침내 도착한 길의 끝엔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 하나만이 남아있었다.
죽음을 각오한 듯한 얼굴로 체념했는데.
진짜 궁금한 게 있어서 하나 묻기로 했다.
“너희는 왜 세상을 파괴하려고 하는 거냐?”
그러자 이를 악물고 대답하는 광신도.
“왜... 왜 세상이 계속 존재해야 하지?”
우진이 관자놀이를 눌렀다.
이 새끼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놈이다.
‘얘기를 이어갈 가치가 없다.’
‘왜 세상을 파괴하려고 하는 거냐?’ ‘파괴하면 안 될 이유라도 있는가?’ 이런
식으로 계속 지능 높은 앵무새처럼 대답할 거다.
결국 흑참도를 빼어든 우진.
“계속 물으면 너희의 꿈과 야망이 나올 거 같긴 한데. 그 과정을 감수하고 싶
지가 않다. 그냥 죽어라.”
“그냥 죽.......”
목이 사라진 광신도.
그를 뒤로한 채.
우진이 저벅저벅 신전으로 향했다.
*
광마교 신전. 어둠의 홀.
그 중앙엔 ‘핵’이 빛나고 있었다.
최후의 방어선인 이 장소에서 총신관이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건 참으로 턱없이 비현실적인 보고였다.
“말이 안 되잖나.”
“그게... 그... 사실입니다. 당장... 당장 대비를 해야....”
그때 손을 펼친 총신관이 말했다.
“우리가 어둠이다. 우리가 절망이며 우리가 공포다. 넌 대체 무엇에 두려워하
고 있는 것이지?”
간부 해밀턴은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주교가 따로 없는 광마교.
최고 책임자인 총신관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허나 총신관 입장에서도 해밀턴이 어리석어 보이는 건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몰살당할 것이라?’
그것도 고작 1명의 적에게?
어둠은 상대하기 극도로 까다로운 힘이다.
신성을 다루는 자들도 이 대기에 깔린 어둠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급급했다.
‘이 어둠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움직이며, 우리를 상대로 싸운다는 일은 불가
능하다.’
그렇기에 그는 자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두려워마라 해밀턴. 우리는 어둠을 다루는 자들이다. 그러니 담대해져라. 어
둠이 없는 자는 모두 노예에 불과하니.”
해밀턴은 결국 욕설이 튀어나올 것 같은 심정이 되었다.
평소엔 존경스럽고 위대해보이던 총신관이 지금은 세상에 없을 머저리로 보였다.
“지금... 지금 그런 얘기를 할 때가....”
그때였다.
— 쿠구궁...!
“무슨 소리가...?”
해밀턴과 다른 간부들도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굉음이....”
“대지가... 대지가 일어서는 것 같은....”
모두의 머릿속에 혼란이 찾아왔다.
‘본 골렘? 본 드래곤? 어둠의 생물이 우리를 공격할 리 없을 텐데...?’
그때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고.
— 쾅!
전속력으로 달려온 베히모스가 머리로 들이받아 신전의 한 면을 완전히 붕괴
시켰다.
“오우! 이제야 좀 컨트롤이 되네.”
그 등허리에서 뛰어내린 것은 고작 한 명의 인간.
“적... 적이다!”
“적습이다! 대비해라!”
네 발로 착지한 인간이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 콰드드득....
그 과정에서 점점 불거지는 전신의 근육들.
검푸르게 변하는 피부.
“네가 총신관이냐?”
마침내 우뚝 선 것은 어둠의 총본산보다 더욱 어두운 존재.
어둠의 땅을 한 몸에 품은 강대한 언데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