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77
사람의 출입을 금하는 어둠의 대지.
그곳에서 국민 체조로 몸을 풀고 있는 자가 있었다.
“헛. 둘. 셋. 넷. 다서 여서 일고 여덟!”
시원하게 풀린 몸.
깡총 깡총 몇 번 제자리 뜀을 한다.
그리고 솟아난 건 하늘까지 닿을 빛의 투기.
“준비됐나요?”
경쾌하게 외친 우진.
“네네 선생님!”
그의 손가락이 저 땅끝 어딘가를 향하고.
“전 대원 돌입!”
달려간 것은 1명의 사나이.
일기당천의 대승부.
이제부터 마주치는 모든 것이 적이다.
— 후우웅...!
날아가며 발생하는 투기만으로 약한 그림자들은 순간 삭제가 되고.
‘어쭈 저 녀석들은 좀 버티네.’
지워지지 않은 놈들은 가벼운 힐기탄으로 죽죽 밀면서 날아가는 우진.
어느새 방벽과 제법 멀어졌다.
그리고 뒤틀린 숲지대에 진입했을 때.
‘섬뜩한 장소로군.’
살아있는 것 같은 나무들이 기이한 모습으로 가지를 드리우고 있다.
‘경비대원들은 이런 곳까지 정찰을 다니는구나. 정말 용감해.’
패널을 확인하니 그림자가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 끼에에에....
‘역시나.’
음산한 소리와 함께 몰려드는 그림자들.
‘내부라서 그런지 확실히 더 강하네.’
하지만 양 팔을 벌린 우진이 정신을 집중하고.
‘신성한 흑염의 회오리.’
살아있는 빛이 원형으로 방사된다.
순간 주변을 토네이도처럼 쓸어버리는 찬란한 금빛 화염.
— 끄아아아...!
힘을 더욱 모아 완전히 쓸어버리는 뒤.
사라지는 숲과 그림자들을 뒤로 한 채 다시 달려나간다.
‘쭉쭉 가자!’
이제 탁 트인 평야가 나왔는데.
— 스스스스...!
다시 몰려드는 그림자.
거기에 본 골렘까지 달려오고 있다.
‘여기도 먹을 게 많구만...!’
— 츠츠츠츳...!
미끄러지듯 자세를 낮춰 어퍼를 쳐올리는 우진.
발사된 빛의 창이 본 골렘을 가격하고.
“투창 헤드샷!”
— 크어어억...!
허공에 주먹질을 할 때마다 픽픽 쓰러지는 것이 원격으로도 손맛이 느껴진다.
순식간에 쓰러지는 3마리의 본 골렘.
하지만 너무 많은 숫자.
이대론 끝이 없다.
“일단 한 번 밀고 가자.”
— 후우웅...!
쏘아진 것은 거대한 기파였다.
“광룡의 브레스.”
황금의 용이 보였나 싶을 때.
어둠의 땅을 가로지르는 빛의 통로가 생겨났다.
그대로 전방을 휘젓자 사라진 어둠과 생물들.
“땡큐다 염제야. 네 느낌 뭔지 알겠네.”
우진이 만족스럽게 손을 탁탁 털었다.
역시 원조가 쓰던 방식을 사용하니 뭔가 달라도 다르다.
다시 더욱 깊은 곳으로 향하는 우진.
계속해서 덮쳐오는 그림자와 괴물들.
‘여기도 있구나!’
— 퍼펑!
‘저기도 있다!’
— 콰쾅!
그 모두가 자신의 힘이다.
여기저기 번쩍이며 정화를 하다보니 벌써 한낮.
어느새 어둠의 땅을 거의 반이나 가로질렀다.
그러나 시간대와 다르게 어두컴컴한 대지.
‘여긴 정말 어둡네.’
일단 본격 융합부터 하기로 했다.
태극권처럼 기를 모아서 모조리 빨아들인다.
‘초융합.’
마치 연막탄 퍼지는 모습을 역재생한 것처럼 사라지는 어둠.
— 슈와아악...!
그 모든 반경에 도사리고 있던 그림자들이 비명을 지른다.
물이 없는 물고기들처럼 괴로워하는 모습.
‘지금이다!’
때를 놓치지 않고 방출된 빛의 파도가 쓸어버린다.
— 키에에엑...!
그리고 다시 달려가는데.
공백을 채우려는 건지 정말 많은 수의 그림자 괴물들이 밀려온다.
‘여기구나! 여기가 내가 한바탕 휘저어 줄 곳이구나!’
가려운 곳을 찾은 듯 즐거운 우진.
순간 터져나오는 광휘.
‘신의 분노.’
— 콰앙...!
‘신의 대분노.’
— 콰과광...!
‘신의 심판!’
점점 커지는 분기압수탄의 빛 속에 스러져가는 그림자들.
거기에 힐기탄으로 남은 놈들을 정리하고.
“솟아나라.”
— 쿠구궁...!
이동 요새를 최대한 높이 띄운 우진.
그걸 타고 돌아다니면서 빙글빙글 360도로 힐을 분사한다.
“축복의 스프링쿨러다!”
분기압수탄도 잊으면 섭섭하다.
“지저스 인 더 홀!”
그러나 쉬지 않고 몰려오는 그림자들.
‘오우... 엄청 깊숙한 곳까지 오긴 했구나.’
기감을 퍼트리니 온 사방에 정말 새까맣게 몰려있다.
하나씩 터트리려니 오래걸린다.
“날자 늑대들아!”
편대 비행하며 힐폭탄 융단 폭격을 퍼붓는다.
— 쾅...! 쾅...! 콰과광...!
그렇게 신나게 밀다보니 저 멀리 무언가가 보인다.
‘오... 저게 뭐야?’
높은 하늘에서 떼거지를 발견한 우진.
대지에 개미떼처럼 바글바글한 본 골렘과 그림자들.
중앙에 있는 것은 거대한 뼈의 마수.
본 드래곤.
— 크아아아...!
기세가 엄청나다.
‘거기가 스폰 장소 같은 존재로구나.’
그렇다면 좋은 게 있다.
하늘로 뻗은 우진의 두 손.
그곳으로 엄청난 광채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세계의 마나들아! 너희의 힘을 조금만... 아니 개많이 빌려줘...!’
산더미 같은 힘의 구체.
고도의 정신 집중 속에 점점 강대한 힘이 모여들고.
‘힐기옥...!’
그것이 어둠의 땅에 내리꽂힌다.
핵이라도 터진 것처럼 사방 수km 까지 정화시키는 빛의 폭발.
순간 아찔할 정도의 현기증이 밀려왔지만 그 보답은 충분했다.
전신에 차오르는 강대한 힘.
마(魔)조차도 힘으로 삼아버리는 자신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일시에 많은 어둠의 힘을 획득하여 축적 효율이 증가합니다.]
[어둠의 힘을 한계 이상으로 계승하였습니다.]
두 주먹을 쥐고 대비하는 우진.
‘오! 뭔가 온다...!’
[어둠의 힘 보유량이 하위 악마 이상이 되었습니다.]
[어둠 속성 통제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짜릿한 상승감과 함께 어둠이 진정 자신의 힘이 되었다.
[어둠 속성 조작 효율이 증가합니다.]
[어둠 속성 발산 강도가 증가합니다.]
[보유 가능한 어둠의 양이 증가합니다.]
[다음 단계를 위해 더 많은 어둠의 힘을 계승하십시오.]
‘오케이!’
— 쿠구궁...!
솟아나는 암흑 투기.
어둠의 땅에서도 독보적인 깊은 어둠이었다.
이 정도면 말 그대로 하위 악마 정도는 되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았다.
‘많이 먹긴 했다. 진짜 쉴 틈 없이 어둠을 퍼먹었지.’
여기 도착한 후 잠시도 멈추지 않고 계속 어둠을 빨아들였다.
거대한 웨이브 3개를 처리하고, 대지를 휩쓸며 먹어치운 적들의 어둠까지.
심지어 지금 이 순간조차도 계속 전신으로 융합되고 있는 어둠.
‘성과가 없을 때도 나는 계속 싸웠다. 그런데 싸울수록 강해질 때 멈추는 건
말이 안 되지.’
땅을 박차고 날아오른 우진.
어느새 거의 다 건너온 어둠의 땅.
저 멀리 광마교의 본산이 보인다.
아직은 손톱만한 크기지만 다 밀다보면 결국 도착할 것이다.
“좋아 이제부터 총력전이다.”
팔괘선의가 펄럭인 순간.
그의 뒤에서 12마리 늑대가 나타났다.
— 크르르르....
그 위에 떠오른 건 혈박쥐와 불박쥐 그리고 빛의 박쥐.
이게 끝이 아니다.
체이서에 올라탄 우진이 정좌하여 정신을 집중했다.
‘그림자 능력 개시다.’
새로 얻은 그림자의 능력.
그걸 홀리 파워를 부여해서 사용한다.
‘홀리 그림자 분신술.’
— 스스슷...!
나타난 5개의 그림자 분신.
밝은 형체라 사실상 빛의 분신이었다.
‘일단은 다섯 명이 최대치군.’
아직 숙련도가 낮아서 아주 많은 수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정도면 대만족이다.
‘가서 너와 닮은 녀석들을 카운터쳐라!’
5명의 그림자 우진이 척 경례를 하고 사방으로 날아오른다.
그리고 한 주먹에 그림자 하나씩을 쳐부수기 시작했다.
“좋아!”
어둠의 땅 깊숙한 대지.
우진 군단이 돌격하고 있었다.
그 기세는...
‘빛의 대행진.’
“가자 가자 가자!”
— 펑...! 퍼엉...!
늑대들이 사방으로 마력포를 쏘며 돌격하고.
박쥐들이 지나간 자리엔 아름다운 3가지 색의 궤적이 남는다.
분신들은 각자 우진의 힐기탄을 흉내내며 마력을 방사하고 있었다.
“체이서! 빛의 광자포다!”
빛의 마력을 전달하자 시원하게 적을 쓸어버리는 마나 광자포.
어둠이 땅이 넓다면 구석구석 깨끗하게 청소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 때.
‘어이고... 살짝 힘드네.’
괜찮다.
어지러울 땐 사막벌을 퍼먹고.
정신적 피로를 명상으로 치유한다.
순간 맑아지는 정신에 다시 힘이 돌아오고.
“다시 돌자!”
이 대규모의 정화 과정이 이루어진 건 대략 12시간.
어둠의 땅에 변화가 찾아오고 있었다.
*
그리고 다음날.
거의 밤새도록 청소를 지속한 우진.
물론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계속 경험치와 어둠 보유량이 쌓이는데 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밤에는 적들이 더욱 강해졌지만 그게 또 별미였다.
‘농후한 어둠의 맛...!’
그리하여 그의 현재 레벨은 137.
초고속이라고 해도 좋을만한 대성장을 이뤄버렸다.
‘좋아. 이제는 조금 쉬어야 한다. 과유불급이라 했지.’
깊숙한 지하로 파고 들어 1시간 눈을 붙였다.
실전 압축 수면으로 풀 컨디션이 된 우진.
그리고....
마침내 어둠의 땅 최심부가 나타났다.
진득진득한 어둠이 가득한 곳.
— 쿠구궁...
이동 요새에 걸터 앉아 주위를 살핀다.
‘슬슬 탐욕자 농장이 나오겠군.’
모든 소환물들을 거두고 지도를 확인하는 우진.
정찰대의 정보 따르면 이 근방엔 ‘농장’이 있다고 한다.
‘반드시 부수고 지나가야 하는 요충지지.’
하지만 찾는 법이 조금 까다로운데.
신중하게 패널의 위치를 살핀 뒤 눈을 감는다.
그의 몸에서 한층 강력해진 사령 거미줄이 튀어나오고.
‘숨겨진 것을 찾아라.’
수 km를 뻗어나갔을 때였다.
결계로 숨겨진 무언가가 거미줄에 걸려들었다.
‘그렇지! 아무리 숨겨도 내 기감은 못 피한다.’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은폐 결계를 쳐놓는 농장.
정찰대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쉽게 발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농장 주변을 살피던 거미줄들.
강력한 한 줄기 기감이 파고들어 내부를 살핀다.
안쪽에는서 수많은 탐욕자들이 무언가를 캐거나 채집하고 있었다.
‘음... 규모가 생각보다 훨씬 크네.’
탐욕자 농장.
그건 2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첫째는 근처의 워프 포탈을 통해 이동시킨 인간들을 ‘탐욕자’로 탄생시키는
노예 농장.
즉 인간이 어둠에 물들어 타락하는 곳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동정할 필요는 없다.
‘광마교는 기본적으로 악인이 아니면 접근하지 않는다.’
오직 악인들만이 어둠을 받아들이고 그걸 쾌락으로 삼을 수 있다.
그렇기에 광신도들의 ‘포교 대상’도 악인에 한정된다.
하지만 악인에게 결코 좋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리 없다.
‘처음엔 어둠도 잔뜩 빨아먹고 행복 시작인 거 같겠지만....’
그들이 어둠에 중독된 이후, 그게 없으면 살아가지 못하게 됐을 때 진짜 ‘농
장일’이 시작된다.
이것이 두 번째 의미의 농장.
1분 1초 죽음과 가까워지는 노역을 시킨다.
어둠이 가득한 대지.
공기에 마약이 깔린 것이나 마찬가지인 트랜스 상태에서 고된 육체 노동을 하
는 것이다.
‘잠도 자지 않고 환각 상태에서 일하는 최상급 노예들.’
그건 어찌보면 노역장과 비슷한 풍경이었다.
어둠의 땅에서만 나는 광물이나 식물들이 있다.
어떤 건 진짜 귀중한 재료로 쓰이지만 어떤 건 그냥 미식가나 수집가들에게
팔기 위해 채집된다.
이걸 판매하는 사업이 광마교의 주요한 수입원 중 하나였다.
‘돈이 무서워 돈이.’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어둠의 하수인도, 종복도 그 주인도 자신이 모조리 쓸어버릴 것이다.
‘실체가 있는 녀석들이니 아주 본격적으로 털 수 있겠구만.’
정신을 집중한 우진이 무언가를 불러내기 시작했다.
— 크르르르...!
그것의 이름은....
‘광룡승천.’
대지가 흔들거리더니 빛의 기둥이 터지듯이 솟아올랐다.
이내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살아있는 빛.
그건 거대한 빛의 뱀이었다.
“가자. 모든 걸 먹어치우는 거다.”
실체화된 뱀의 머리에 뛰어올랐을 때, 대지를 갈아엎는 대습격이 시작되었다.
*
탐욕자 농장.
검은 신관복의 관리자가 태평하게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자, 다들 쉬지 말고 일해라. 배가 고프면 숨을 쉬고. 먹을 거라면 지천에 깔
려 있으니까.”
— 그워어어....
숨을 쉴 때마다 어둠이 뿜어졌다 다시 흡수되는 노예들.
더이상 인간이라 보기 힘든 탐욕자들이 지시에 따라 노역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아주 작은 소음과 함께 일시에 결계가 사라졌다.
“경비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군.”
그때 대지가 요동치며 파도처럼 밀려왔다.
“뭐... 뭐야...?”
그건 거대한 빛의 뱀을 탄 무언가였다.
검푸른 육체는 사람을 단숨에 조각낼 정도로 강인해보였으며...
그 얼굴은 먹이사슬 정점에 선 야수와도 같았다.
“괴... 괴물...?”
보기만 해도 두려운 모습에 관리자가 겁에 질렸을 때.
최대출력으로 변신한 우진이 뱀의 머리 위에서 펄럭 날아올랐다.
그 등에 펼쳐진 건 빛의 날개.
“처... 천사...?”
순간 전방위로 빛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흡사 축복을 내리는 악마.
또는...
“커... 커억...!”
착지한 괴물이 자신의 목을 움켜쥐는데.
저항할 수 없는 그 힘.
“오늘 광마교는 사라진다.”
지옥에서 온 천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