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76
병사들이 가득 모여선 연병장.
그곳에 감탄성이 가득했다.
“와아아....”
— 크르르르....
그곳에 소환된 건 한 마리의 실체화 된 빛의 늑대였다.
그 등에 달린 것은 찬란한 광휘의 날개.
“이... 이게 성자님의 수호수입니까...?”
“그런 셈이지요. 제법 오래 저를 지켜주었으니까요.”
우진이 미소 짓는 순간.
— 후우웅....
늑대는 모두 열 두 마리가 되었다.
“우와...!”
모두 살아있는 듯 대지를 긁고 숨결을 뿜어내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하나 하나가 트롤 한 마리를 일격에 즉사시킬 크기.
처음 소환했을 때는 우진의 몸통만했다면...
이제는 모두가 든든하고 거대한 야수가 되었다.
‘이 녀석들 언제 이렇게 컸는지 원....’
자신의 마력이 강해지며 함께 성장한 늑대들.
이게 부모의 마음인가 싶었다.
대견한 우진이 모두에게 부탁하듯 말했다.
“자, 이제 나를 도와 일을 좀 하자꾸나.”
모두가 날개를 펼치며 주인의 부름에 응답한다.
— 펄럭...!
우진도 날개를 펴고 제이슨을 돌아보았다.
“가시죠. 병사분들을 초고속으로 귀환시켜드리겠습니다.”
제이슨이 한 마리의 등에 올라탄 순간.
도합 13개의 빛이 아름답게 창공을 갈랐다.
*
— 휘이이잉...!
어둠의 대지를 밝게 물들이는 빛의 꼬리.
12마리의 찬란한 늑대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 선두에는 거대한 빛의 날개를 편 우진이 모두를 인도한다.
‘음. 다들 잘 쫓아오는군. 역시 내 마력으로 이루어진 녀석들답다.’
도중 그림자들과 조우했지만 우진이 힘을 쓸 필요도 없었다.
— 펑... 퍼펑...!
늑대들이 쏘아내는 빛의 마력포.
입 안에서 응축된 마력은 그림자를 소멸시키고도 힘이 남아 관통탄처럼 허공
을 갈랐다.
그야말로 창공을 지워버리며 전진하는 우진과 늑대들.
그 모습은 가히 신화 속 한 장면 같았으니.
‘빛나는 늑대의 군주...!’
넋이 나가 있던 제이슨이 순간 어딘가를 보고 외쳤다.
“저기...! 저기 있습니다...!”
지상에 위장복을 갖춰 입은 대원들이 보인다.
당황하여 전투를 준비하는 3명의 병사들.
난생 처음 보는 날개 달린 늑대의 모습에 기겁을 하고 있었다.
“캐런! 이쪽은 제이슨이다! 놀라지 말고 대기해라!”
착지한 제이슨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수송 과정이 이어지는데.
거대한 늑대에 3명이 올라타도 충분했다.
감탄하는 병사들.
“이... 이런 영물이 세상에 존재했습니까...? 날개 달린 늑대라니....”
그때 미소 짓는 제이슨.
“더 놀랄 일이 있을 거다.”
그에 화답하듯 우진이 물었다.
“혹시 부상을 입은 분이 계십니까? 늑대에 손을 대고 정신을 집중하십시오.”
그러자 회복되는 대원들의 몸.
“세상에....”
“이건 도대체....”
이것은 빛의 늑대.
즉 치유의 늑대이기도 한 것.
모두의 상처가 깨끗하게 아물었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힐의 축복 속에 생기를 찾은 대원들.
우진이 그들과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렇게 어둠의 땅 각지를 돌며 모든 병사를 수송하는 늑대 부대.
우진의 기감과 안력이 있기에 탐색은 어렵지 않았다.
부상으로 복귀가 늦어지는 자들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가장 먼 곳에서 조심스레 이동하고 있던 자들까지.
그의 예언대로 ‘초고속’이었다.
“저, 전대원 복귀했습니다. 1시간도 걸리지 않아서....”
경악하는 제이슨.
“그렇군요.”
우진이 아무런 ‘인간’도 느껴지지 않는 어두운 대지를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이제 화끈하게 싸울 수 있겠군.’
어둠의 땅 정벌전.
마침내 그 사전 준비가 끝났다.
*
마지막 점검을 위해 방에 돌아온 우진.
바쁘게 졸졸 따라다니며 온갖 안내와 설명을 도맡아하던 르쉬에게 말한다.
“대협곡에서 벌어들인 장비를 기부할 생각이다. 그 전에 네 물건을 골라보자
꾸나.”
그가 거의 방의 반을 채우는 자루를 꺼냈다.
바로 사막마귀단에게서 수거한 아이템 주머니.
수십이 넘는 놈들 것을 죄다 털어왔으니 어지간한 상점 저리가라다.
물건을 고르는 우진. 무기 중에서 적당한 것을 찾는데.
딱 적절한 옵션이 붙은 것을 찾았다.
[영체 타격]
[실체가 없는 것에 마법 데미지를 가한다.]
축성이나 빛, 혹은 마법을 제외하면 거의 유일한 방법.
르쉬가 ‘그림자’를 상대할 수단이다.
‘아이템 등급도 레어이니 나쁘지 않군.’
그런데 르쉬는 그 특능보다 무기 타입이 더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오 이거!”
마력이 감도는 쿠크리를 보며 반가워하는 르쉬.
“쿠크리를 쓸 줄 아는 모양이군.”
“예! 자주 썼습니다!”
— 휙휙
쿠크리를 휘두르다 손에서 회전시켜 멋진 솜씨를 보인 르쉬.
‘오... 폼 난다.’
역시 무기술이 익히기는 힘들어도 ‘멋’ 하나는 끝내준다.
“좋다. 너도 그 무기로 사람들을 도와 그림자를 공격해라. 증식도 하고 어둠
에서 그냥 발생하기도 하는 놈들이니 방벽을 지킬 사람이 필요하다.”
계획을 설명한 우진.
자신이 시원하게 밀고 올 테니 후방을 부탁한다고 했다.
“예! 이 방벽이 절대 어둠에 먹히지 않게 하겠습니다!”
“음, 과연 든든하구나.”
그때 르쉬가 망설이더니 겨우 입을 열었다.
“저... 총대장님.”
“음?”
“제가 비록 힘이 약해 이곳에 남지만... 반드시 금방 강해지겠습니다. 그러
니... 무사히 돌아오십시오!”
우진이 껄껄 웃었다.
“말만 들어도 든든하구나. 물론이다.”
그가 르쉬의 쿠크리를 보며 덧붙였다.
“그리고 넌 약하지 않다. 익힌 재주가 많으니 반드시 그 노력이 보답을 받을
것이야.”
“예!”
다시 방벽 위로 올라선 우진.
어미새를 기다리듯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병사들이 있었다.
일단 각자 알아서 돌아온 사람들을 치료해주었다.
“힐 받고 가십시오. 무료입니다.”
“공짜 힐입니다! 힐 받고 가세요!”
르쉬와 함께 열심히 치유의 은총을 전파하는 그 모습은...
‘기적의 성자!’
— 후우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성자님...!”
동료들의 말에 반신반의하던 원정대원들은 기적을 맛보고 금세 성자의 추종자
가 되었다.
그 다음엔 보급관을 찾아 자루를 건넸다.
“이 물건들의 분류와 분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내민 것은 어마어마한 양의 아이템.
하도 많아서 정리만으로도 한참이 걸릴 터였다.
“헉....”
“이... 이게 다 아이템...?”
“레어다...! 레어가 이렇게나 많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보급관.
“이, 이런 고급 아이템들을 대량으로....”
“이제 모두 여러분의 물건입니다. 마음껏 활용하여 좋은 일에 써주십시오.”
그러자 번지는 감동의 물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성자님...!”
보급관은 물론이고 병사들과 제이슨 대장도 쉼없이 감사를 표했다.
흐뭇한 우진.
‘용병단을 빙자한 도적떼들이 이렇게 도움이 되는구만.’
대협곡에서 싹 쓸어버린 사막마귀단.
놈들의 활동 구역을 고려하면 평균 레벨 70~80은 될 거다.
그래서 놈들의 아이템도 제법 훌륭했다.
우진의 성에 차지 않을 뿐이지 대부분의 모험가는 유용하게 쓸 수준이었다.
‘너무 쉽게 몰살시켜서 그렇지... 녀석들 잡고 10업 정도 했으니까.’
마귀단을 잡고 레벨 93이 되었고.
이곳에 온 뒤 밤부터 아침까지의 전투로 다시 113이 되었다.
그리하여.
‘이제 레벨 100이 넘었다.’
바깥고리에서는 꿀리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레벨만으로 최강자 반열에 오른
셈이다.
씩 웃는 우진.
‘100부터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강해지지.’
레벨 100이 그냥 레벨인가.
당연히 특전이 있다.
일단 인벤토리 대폭 확장.
훗날 기갑룡을 운반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을 것이다.
‘공중에서 불러내면 그야말로 비행 전함 소환이다.’
게다가.
직접적인 강함과 관련된 특전!
이제부터 ‘속성’에 직접 관여할 수 있게 된다.
오대 속성과 빛 어둠.
이렇게 7가지의 속성에 직접 포인트를 투자할 수 있게 된 것.
‘속성 내성과 속성 공격력. 즉 14개의 항목에 내 손으로 ‘상승 배율’을 걸 수
있는 거지.’
내성에 투자를 하면 1.01배부터 1.02 하는 식으로 배율이 점점 상승한다.
공격력도 마찬가지로, 이것은 투자량에 따라 그냥 스탯을 올리는 것보다 더
큰 효율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나처럼 다속성을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좋지.’
일단 최적의 효율로 알려진 20포인트 씩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후로는 소프트 캡이 걸려 포인트 대비 성능이 떨어진다.
하지만 결국 모든 항목에 최소 200 포인트는 투자할 것이다.
‘거기까지 찍어야 속성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거든.’
게임에서도 완벽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인다.
이건 자신의 몸 그 자체다.
당연히 최고 수치까지는 찍어줘야 아쉬움이 없다.
바로 분배하는 우진.
‘총 280포인트. 아낌 없이 넣는다.’
— 띠링!
[화염 내성 1.20배 상승]
[화염 공격력 1.20배 상승]
.
.
[빛 내성 1.20배 상승]
[빛 공격력 1.20배 상승]
모든 속성의 내성과 공격력에 1.2배율이 걸렸다.
단순히 생각해도 앉은 자리에서 1.2배 이상 강해진 것.
‘안 그래도 성장세가 무서운데 이제 강해질 때마다 20%씩 이득이겠군.’
자신이 포인트 괴물인 게 다행이었다.
보통은 하나의 속성에 공방 40포인트를 투자하는 것도 고민을 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레벨과 별도의 수치이기 때문에 영원히 이득을 본다는 점에서 아낌없이
포인트를 투자해도 좋았다.
‘쿨하게 전속성에 올 인.’
왜? 또 벌면 되니까.
‘빠르게 강해지는 게 중요하다. 다시 사냥 나가자!’
무엇이든 상대할 수 있고, 누구든 압도할 수 있는 힘.
그걸 위해 자신은 그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찾아온 이 공포의 땅.
이제 비장의 무기 ‘어둠의 힘’을 극대화 시킬 시간이다.
출전을 준비하는 우진.
방벽 입구에 서자 제이슨이 다가왔다.
“정말로 혼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허락하시면 저희 병사들 중 가장 강한 자
들을 호위로 붙여드리겠습니다. 아니면 저라도 따라가게 해주십시오.”
진심으로 걱정하는 목소리였으나.
우진은 이 남자가 참으로 신기할 뿐이었다.
‘발 빼고 쉬어도 되건만.’
우진이 안심하라는 듯 빙긋 웃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한 달 정도는 푹 쉬게 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더 말씀하시면 저 고기랑 맥주값 받을 겁니다.”
“헛....”
씩 웃는 우진.
당연히 농담이다.
자신이 준 돈에서 은화 1개만 돌려줘도 그 정도는 나온다.
“경비대 분들은 이곳을 지켜주십시오. 새로 생겨나는 괴물들을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방벽엔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어둠의 생산력은 끔찍할 정도다.
청소를 해도 그 속에서 새로 생겨나는 괴물들이 있다.
결국 미소 짓는 방벽의 사령관.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방벽 너머론 한 마리의 그림자도 넘어가지 못하
게 하겠습니다.”
— 척...!
경례를 붙이는 제이슨.
“그럼 무사 귀환을.”
그의 뒤에서 병사들이 일시에 경례를 올린다.
“성자님의 무사 귀환을!”
“성자님! 다치지 마십시오!”
첨탑 위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는 건 르쉬였다.
“총대장님 초전박살입니다...!”
손을 흔든 우진.
“오! 그래, 임전무퇴다!”
— 펄럭...!
날아오른 영웅.
눈 깜빡할 사이 순식간에 사라진 그 모습은...
‘창공의 성자.’
모두가 그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었다.
새로운 대기적이 탄생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
— 휘이잉...!
하늘에서 주변을 살핀 우진.
쏜살같이 어둠의 땅 깊숙한 곳으로 향하는데.
‘근방은 병사들을 수송 하면서 깨끗해졌다. 이제 진짜 어둠을 상대할 시간이야.’
과연 점점 짙어지는 어둠의 농도.
착지하여 패널을 확인한 우진.
계획은 이거다.
‘광마교의 본부는 거의 땅 반대편에 있다. 거기까지 가면서 눈에 보이는 모든
걸 정화시킨 뒤 놈들과 결전을 벌인다.’
1 vs 어둠의 땅 전체.
우진 스타일의 심플하고 확실한 계획.
이건 승률이 낮으면 바보 같고 어리석은 작전이 되지만....
그 모든 위험요소와 난관을 꺾고 결국 승리한다면.
‘전설.’
월드의 전설로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 콰콰콰쾅...!
빛의 투기를 끌어올린 우진.
하늘까지 닿을 기둥이 솟아나고.
힘을 확인한 그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승리 확률 10000%.’
죽여야 할 상대가 많으면 열심히, 빨리, 많이, 다 죽이면 된다.
‘가자! 속전속결이다!’
힘을 끌어모아 날아오른 순간, 대지를 가르는 빛의 통로가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