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74화 (74/155)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74

보름달이 빛나는 어둠의 대지.

그 창공에 떠오른 것은 달보다 환한 빛의 화신이었다.

모두가 입을 쩍 버리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우와아아...!”

“백색의 날개다...!”

“진정... 진정 신의 사도란 말인가....”

우진이 빙긋 웃었다.

‘미안합니다. 흡혈귀입니다.’

하지만 신적 힘을 발휘할 거란 건 사실이었다.

“신의 분노.”

분기압수탄의 홀리 버젼.

그것이 가공할 위력의 폭발을 일으키고.

빛으로 물든 하늘.

— 끼에에엑...!

— 끄아아아...!

— 꺄아아악...!

그림자가 일시에 사라졌다.

경악하는 사람들.

특히 놀라운 것은 대형 그림자의 소멸이었다.

“대형 그림자가... 저렇게 깨끗하게 소멸하다니...!”

특수 개체인 거대한 그림자.

공격을 해도 분리하여 더 작은 개체로 나눠진다.

즉 처리하려면 강한 공격을 퍼붓고 또 자잘한 공격을 수십 회 반복해야 하는

난감한 적.

하지만.

우진의 홀리 폭탄 앞에서는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깨끗하게 사라졌다.

그게 끝이 아니다.

자잘한 부상을 입고 있던, 혹은 제법 큼직한 부상에도 방벽에 다시 섰던 경비

대 2조가 모두 회복되었다.

“어.... 피가 멎었다...?”

“얼굴이 말끔히 나았어...!”

“손이... 손가락이 움직인다...!”

우진 등장 시점에 식당이나 막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인원들.

이제야 회복의 효과를 받은 자들이 기적을 체험하고 있었다.

“서, 설마... 저 빛 때문에...?”

“모두가 성자님 덕분이다....”

“내... 내 흉터까지 아물었어...!”

분연히 일어나는 병사들.

“전세가 회복되었다!”

“다시 싸울 수 있다!”

“방벽을 지키자!”

그 모습을 우진이 감격스럽게 바라보았다.

‘좋은 투지다...! 역시 가슴이 뜨거운 사나이들끼리는 통하는 게 있구만.’

물론 일단 오늘 밤은 자신이 막아줄 것이다.

꼭 저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 후읍...!

어둠을 깊숙히 들이마신 우진.

이 땅의 뒤틀린 기운이 자신에게는 모조리 힘으로 치환된다.

‘싸우고 있는 매순간... 나는 1초마다 강해진다...!’

그때 다시 몰려오는 그림자의 무리.

— 키에에엑...!

이번엔 좀 더 많은 규모.

‘분.기.압.수.탄!’

신의 공평한 분노.

원반 형태로 만들어 던져버린다.

그러자 더욱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빛의 폭발.

— 후우우웅...!

— 끄아아아...!

새까만 상공이 깨끗하게 지워지고.

잠시 평화가 찾아왔나 싶을 때였다.

— 쿵.... 쿵.......

— 쿵....... 쿵.......

저 멀리 들려오는 묵직하고 빠른 발소리.

본 골렘 다수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우진마저도 혀를 내두르게 하는 광경.

‘달리기 속도 봐라. 거의 질주하고 있네.’

전력으로 달려오는 본 골렘들.

뿐만 아니라 하늘에선 귀기어린 소리를 내며 레이스와 스펙터, 원혼 등이 달

려들었다.

그림자와는 또다른 유령 계열 마물들.

‘오냐! 오늘 아주 제대로 놀아보자.’

우선 수호자 휘장을 박은 우진.

출력을 최대한도로 높인다.

— 후우우웅...!

신비한 푸른 빛이 하늘을 물들이고.

— 키에에엑...!

그 광휘만으로도 멈칫하는 유령들.

방벽의 병사들 쪽에서도 감탄성이 터져나왔다.

“수... 수호자의 휘장이다...!”

“그, 그것도 2단계...! 악마라도 잡았다는 말인가....”

“신이시여....”

그때 우진의 등 뒤에 꽂힌 또 하나의 휘장.

“아... 악마 휘장이다...!”

“정말이야... 진짜 악마 휘장이다...!”

1.5배의 보정을 제공하는 악마 휘장의 능력이 발동되고.

— 푸슝...!

떠오른 붉은 아우라.

그는 이제 피의 천사가 된다.

그때 발동된 2단계 휘장의 능력.

“수호의 방벽.”

본 골렘들을 막아세우는 푸른 벽.

— 쿠우웅...!

— 쾅... 쾅... 쾅...!

두드려보지만 소용 없다.

“좋아. 너희는 잠깐 그러고 있어라.”

일단 하늘의 유령들부터 요격하는데.

속도와 파괴력을 모두 만족하는 장갑 형태의 무형활.

그것으로 형성한 것은.

‘빛의 무형시. 천화만개(天華滿開).’

별부름이 구슬 형태라면, 이번엔 진짜 화살이다.

‘오랜만에 달려보자 무형활아.’

“전개!”

모두가 하나의 화살인듯 들려오는 한 번의 격발음.

— 푸슝...!

아름다운 불꽃놀이처럼 밤의 유령들이 스러져 간다.

‘좋았어...!’

[’액토플라즘’을 계승했습니다.]

[’얼어붙는 한기’를 계승했습니다.]

[’망자의 공포’를 계승했습니다.]

스펙터, 레이스, 원혼의 능력을 계승한 우진.

이제 마무리를 할 시간이다.

본 골렘 쪽으로 활공하는데.

수호의 방벽이 무너질려는 찰나.

“솟아나라.”

— 쿠구궁....

대지의 격벽이 2차 장벽을 형성하고.

그 위로 올라온 거인들의 상반신을 향해 난타전이 시작된다.

그건 말하자면 ‘홀리 체인 라이트닝’.

뇌권에 홀리 파워를 담아 정권을 날린다.

“성스러운 체인 라이트닝 스피어!”

— 치치치치칭...!

허공을 순식간에 휩쓸며 본 골렘들을 전신 타격하는 번개 줄기들.

“3연, 4연, 5연, 10연. 갈 때까지 가보자...!”

— 쾅! 쾅! 쾅!

우진이 주먹을 뻗을 때마다 번개가 추가되어 전장을 휘젓는다.

“이번엔 다중시다 거인들아...!”

열 손가락을 뻗어내자 성스러운 번개가 무더기로 허공을 가른다.

그렇게 찜질을 해둔 뒤에는.

“나와라 회광반조(會光搬鳥)들아!”

마지막으로 작은 새의 형태로 분기압수탄을 만든 우진.

그건 그야말로 빛을 모아 운반하는 작은 새들.

적들에게 마지막 순간 밝은 빛을 안겨줄 회광반조의 전서구였다.

“날아가라!”

폭탄을 싣고 배송된 빛의 조류들.

각자 본 골렘의 머리, 어깨, 허리 등에 안착해 명령을 대기한다.

“갈겨!”

— 펑...! 퍼펑...! 퍼엉...!

여기저기 터져나가는 골렘들.

결국 하나둘 쓰러져 생명을 잃는다.

— 크워어어....

검게 타들어가는 뼈다귀.

부식된 것처럼 스러져가는 거인들.

— 쿠우웅....

모두가 소멸해버리고.

밀려오는 마지막 그림자들에게는 ‘연결’로 이어진 빛의 파도가 날아간다.

불에는 맞불, 바람에는 맞바람.

파도에는 맞파도!

백색 악마 전기 모드에서 연습했던 쇼크 웨이브.

그것이 홀리한 형태로 방사되고.

‘빛의 파도.’

— 끼에에엑...!

— 끄아아아...!

마지막 그림자들이 모두 사라졌다.

— 척....

다시 방벽에 착지한 우진.

펄럭이는 팔괘선의 뒤에는 깨끗한 밤하늘 뿐이었다.

“와아아아...!”

터져나오는 환호성.

모두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강한 자들은 있다.

아주 강한 자들도 있다.

하지만 오늘 밤 그들이 본 것은....

‘절대 강자.’

또한 그 힘이 신비하고 행하는 바가 정의로웠으니.

‘기적의 성자.’

누군가의 선창으로 연호가 이어졌다.

“기적의 성자!”

“기적의 성자님이 우리를 구하셨다...!”

“기적의 성자님! 감사합니다!”

그가 빙긋 웃으며 사람들을 향해 선언했다.

“이제 2차 웨이브가 끝났군요. 1시간 후 올 3차는 제가 혼자 막을 테니 여러

분은 이제 푹 주무십시오.”

순간 경악하는 병사들.

지금도 혼자 막은 셈이나 다름이 없는데.

3차까지 혼자 막겠다고...?

“성자님.......”

“이건.... 저희가 너무 엄청난 수고를 끼쳐드리는 게 아닌지요.”

대장 제이슨도 황급히 만류한다.

“저희도 싸우겠습니다. 성자님께 그런 무거운 짐을 지워드릴 수는 없습니다.”

우진이 멋쩍게 코를 긁었다.

“그게... 그... 무겁지가 않아서 말입니다.”

약간 애교섞인 힘의 과시를 해보기로 한다.

하늘 저멀리 손가락을 들어올려 글자를 쓰는 우진.

<안전 안전 안전>

신호탄의 힘에 빛의 기운을 실어내니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빛난다.

“제가 있는 한 이 방벽은 절대 뚫리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분위기.

‘음 오랜만에 한 번 외쳐볼까나.’

주먹을 쥐고 손을 든 우진.

하수구처럼 구호를 외쳐본다.

“안전 안전 안전!”

그 리듬과 강약에 반응하는 몇몇의 사람들.

“어?”

“오...!”

“아...!”

빙긋 웃으며 다시 외치는 우진.

“안전 안전 안전!”

“안전 안전 안전!”

“안전 안전 안전!”

“안전 안전 안전!”

모두가 주먹을 쥐고 구호를 연창하는데.

우진이 그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여러분이 있기에 월드가 지금껏 무사했습니다. 하여, 오늘은 제가 여러분들

을 위해 안전을 지켜내겠습니다!”

터져나오는 환성.

“와아아아!”

“성자님 만세!”

우진이 아예 제대로 기분을 내기로 했다.

‘에이 기분이다! 아니, 이건 저들에게 마땅한 선물이다!’

그가 방벽 위에 수많은 물자들을 풀어놓았다.

“여러분은 모두 편히 씻고 드시고 마시고 휴식을 취하십시오!”

하나 둘이 아니라 무더기로 쏟아지는 식량들.

고기가 없으면 밥을 안 먹는 르쉬를 위해 챙겨둔 수많은 고깃덩이.

자신을 위해 챙겨둔 수많은 맥주들.

아낌없이 베풀 생각이었다.

입을 쩍 벌리는 사람들.

“고기... 고기야...? 저게 전부...?”

“저 양은 도대체....”

그게 끝이 아니다.

“오, 오크통이 몇 개가.......”

“저 통에 들어있는 거 설마.......”

그때 코를 킁킁거리는 누군가.

“서, 설마 맥주...?”

우진이 껄껄 웃었다.

‘여기도 맥주 귀신이 있었군...! 냄새로 파악하다니 제법 고수로다.’

— 뻥! 뻥! 뻥!

시원하게 맥주통을 개봉한 우진.

“모두 여러분의 것입니다! 깔끔하게 비우고 푹 주무십시오!”

“와, 와아아아...!”

지금까지 들었던 것 중 가장 큰 환호성.

우진이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열심히 일한 당신! 쉬어라!”

“와아아아! 성자님의 말씀을 따르자...!”

샴페인이 있었으면 흔들어서 펑! 쏘아올리고 싶은 기분.

그때 대장이 다가와 송구스럽다는 듯 말한다.

“저.... 그래도 술은....”

거의 귓속말에 가까운 목소리.

이해할 만한 걱정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누구?

우진이 진실만을 담아 얘기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소한 일주일 간 그림자는 얼씬도 못하게 해드리겠습니

다.”

“이, 일주일 간 말입니까...?”

믿을 수 없는 말.

그러나 믿을 수 밖에 없는 말.

자신의 눈으로 보았기에.

자신이 직접 그 기적을 체험했기에.

눈앞의 구원자의 말은 너무도 진실되게 들렸다.

대장이 결국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히 먹고 마시도록 하겠습니다.”

분위기를 느낀 우진이 기세를 몰아 ‘연회 준비’를 시작했다.

— 쿵...!

오크통에 올린 손.

새로 얻은 능력. 레이스의 [얼어붙는 한기]

‘얼어붙어라...!’

원래 이런 용도로 쓰는 건 아니고.

제대로 된 빙결기도 아니지만....

— 쩌저저정...!

시원하게 살얼음이 맺히는 맥주들.

“와아아아!”

그렇게 모든 술이 시원하게 준비가 되고.

“옮겨라! 옮기자!”

본격적인 연회 준비가 시작되는데.

‘르쉬...?’

제일 신나서 고기와 맥주를 양 어깨에 짊어지고 옮기고 있는 건 쬐끄만 흡혈

귀였다.

껄껄 웃은 우진이 남은 일을 마치기로 했다.

“혹시 치료가 필요한 자들이 더 있으면 넓은 공간으로 모아주십시오.”

넓은 공간...?

잠시 의미를 파악하던 대장이 우진의 능력을 떠올리고 고개를 숙였다.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방벽 뒤의 연병장에 모인 부상자들.

막사에 대기하던 인원들이 뒤늦게 치유의 기적을 맞이한다.

“내 팔이....”

“내 다리가...!”

“걸을 수 있습니다...! 걸을 수 있어요...!”

기적.

꿈 같은 기적.

볼을 꼬집어 보게 되는 그런 기적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성자님!”

하지만 고개를 젓는 우진.

“저야말로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곳을 지키기 위해 입은 부상이니까요.”

“가, 감사합니다...!”

다시 식당으로 간 우진.

하지만 연회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성자님이 돌아오시면 승전을 축하하며 마시도록 하겠습니다!”

‘아이고.’

아무래도 이곳 사람들은 다들 대장을 닮은 거 같다.

“좋습니다! 1시간 후에 봅시다!”

그리고 얼마 후.

창 밖에 아름다운 빛들이 번쩍이고.

“우와아아!”

식당으로 돌아와서 양손으로 자체 축포를 발사하며 입장하는 우진.

“파도가 끝났습니다!”

“와아아아...!”

감격에 젖은 사람들.

“1차 2차 3차 웨이브를 아무 피해 없이 막았다니....”

“한 명도 죽지 않고 파도를 막아냈어....”

누군가가 진심을 다해 외쳤다.

“성자님 만세!”

“성자님 만세!”

그에 화답하는 우진.

“아닙니다. 어둠땅 경비대 만세!”

“마... 만세!”

어색해하던 사람들에게 기운을 북돋아주는 우진.

“만세! 진심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어둠땅 경비대 만만세!”

그제서야 터져나오는 환호성.

“와아아아!”

“우리가 어둠땅 경비대다!”

— 텅... 터텅...!

나무잔들이 부딪히고 시원하게 목을 축인 사람들.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성자님!”

우진이 브라카의 말을 기억하며 웃음지었다.

“절대 남기시면 안 됩니다!”

“예! 성자님이 그림자를 해치우신 것처럼 모조리 박살내겠습니다!”

한바탕 웃음이 번지고....

정말 오랜만의 대연회가 시작되었다.

*

그리고 3시간 뒤.

대장의 방.

간촐하지만 깨끗하게 정리된 작은 방에 우진이 찾아왔다.

술은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지만 식사는 누구보다 즐겁게 한 제이슨이 그를

맞아주었다.

“베풀어주신 모든 호의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오늘이

축제의 날이 될 거라곤 정말 몰랐습니다.”

“제가 드려야 할 말씀입니다. 매일이 전투인 곳에서 손님을 챙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그러자 웃으며 고개를 젓는 제이슨.

“아닙니다. 성자님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지독한 절망 뿐이었겠지요. 이 은혜

를 어찌 다 갚겠습니까.”

그때 진중해진 우진의 얼굴.

마주앉은 대장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파도가 심해진지는 얼마나 되었습니까.”

오늘 밤 파도는 유난히 강했다.

매번 바라본 이들에게도 특이한 현상으로 느껴질 정도.

“1년 전부터 계속해서 조금씩 강해졌고... 오늘은 걷잡을 수가 없는 정도였습

니다.”

“오늘이 가장 심했습니까?”

“예. 이곳에서 보낸 15년의 세월... 저로서도 처음보는 규모의 강력한 파도였

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우진.

“혹시 짐작되는 이유는 있으신지요.”

결국 고개를 떨군 제이슨.

자신의 무력함에 좌절하는 것 같았다.

“그들의 힘이 날로 강해지고 있습니다.”

어둠의 땅.

그림자는 그림자로 불릴 것이며.

괴물들은 괴물들로 불릴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저주받은 대지에서 그들이라 불릴 만한 존재는....

“광마교.”

대장의 입에서 나온 것은, 이 어둠의 땅보다 더욱 사악한 존재들의 이름이었다.

“놈들이 인위적으로 파도의 힘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계획이 본격적으로 월드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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