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73화 (73/155)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73

슈퍼 힐.

그것을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까.

신이 강림할 때 내리는 은총의 빛.

혹은 세계를 정화하는 광휘.

— 후우웅...!

대기가 밀려나는 엄청난 기운과 함께 인근이 찬란한 광채에 휩싸였다.

그 결과는.

— 키에에엑...!

— 크아아악...!

— 끼아아악...!

순식간에 사라진 그림자들.

‘좋아! 100% 통한다.’

월드의 금지(禁地) 어둠의 땅.

예전에 신성 교단에서 이 땅을 정화하겠다고 야심차게 도전한 적이 있다.

비록 처참하게 실패하고 패퇴하여 물러갔지만...

그들이 남긴 귀중한 연구결과가 있다.

그건 바로 회복과 신성 마법이 ‘그림자’에게도 통한다는 것.

그걸 아는 우진이 준비해온 비장의 무기.

자신은 이제 이 어둠의 땅을 치료하는 치료사가 될 것이다.

그때 찾아온 일말의 걱정.

‘르쉬는 괜찮겠지?’

뒤를 돌아보니 방벽 아래서 르쉬가 손을 흔든다.

그 얼굴에 쓰인 것은 깜찍한 선글라스.

‘저는 괜찮습니다 총대장님!’

슈퍼 힐은 흡혈귀인 르쉬에게도 영향이 있다.

그렇기에 내린 지시.

<내가 신호하면 선글라스를 끼고 블러드 배리어를 펼쳐라.>

그 명령을 충실히 따른 르쉬.

‘사실 선글라스는 별 필요가 없지만....’

마을 잡화점에서 보이길래 샀다.

<이 물건이 정말... 태양을 막아줍니까...?>

<음. 약간은 그런 효과가 있지. 그리고 홀리 파워에서도 어느 정도 보호를 해

줄 거다.>

의심을 거둔 르쉬.

사실... 그냥 귀여워서 사준 거다.

‘까먹지 않고 바로 쓴 점이 퍼펙트 포인트.’

자신이 신호하자 마자 쓰는데 아주 호흡이 찰떡이다.

<잠시만 더 기다려라. 이쪽 일을 마무리하고 다시 지령을 보내마.>

<예!>

방벽을 둘러보는데 사람들은 당연히 어리둥절하다.

“그... 그림자가 일시에... 사라졌어...?”

“우... 우리가 신의 사자를 보고 있는 것인가....”

그중 최고는 부상에서 회복된 병사들.

죽음을 각오하고 있던 자들까지 완벽하게 회복되었다.

“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내... 내 배가 아물었어...!”

“내 다리가 다시 움직인다...!”

자신을 몸을 바라보며 믿지 못하겠다는 듯 일어서는 사람들.

우진이 흐뭇하게 웃었다.

‘광역 힐. 이게 바로 공방일체의 힘.’

그때 경비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다가왔다.

가장 침착해보였고, 또한 모두가 길을 터주는 것으로 보아 최소한 이 방벽의

대장임은 분명했다.

남자는 빠르지만 정중하게 말했다.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조금만 더 저희를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매우 송구스럽다는 표정.

하지만 무슨 뜻인지는 명확했다.

— 쿵... 쿵...... 쿵...!

방벽을 두드리고 있는 거대한 놈.

우진이 빙긋 웃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 밤엔 아무도 죽지 않을 겁니다.”

하늘로 날아오른 우진.

— 펄럭...!

“나... 날개다...!”

“적색 날개의 사자...!”

“내가 정말 신의 사도를 보고 있는 것인가....”

워낙 강대하니 블러드 윙으론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날개.

우진이 빙긋 웃었다.

‘미안하지만 흡혈귀입니다. 하하하하!”

비행하여 도착한 곳은 정면의 방벽.

— 쿵...! 쿵...!

계속 벽을 후려치고 있는 무식하게 거대한 놈이 있었다.

‘음. 본 골렘. 가까이서 보니 정말 크고 징그럽구만.’

어둠의 땅 명물. 본 골렘.

뼈로 이루어진 거인이지만 주술이나 마법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어둠에서 태어난 하나의 ‘생명’.

그렇기에 술자를 죽이거나 핵을 파괴하는 식으로는 제거할 수 없다.

‘네크로맨서 카이스의 해골들을 죽이기 위한 좋은 연습이 되겠군.’

죽지 않는 것을 죽이기 위해선, 죽고 싶을 만큼 강한 공격을 퍼부으면 된다.

우진이 새로운 힘을 끌어올리며 씩 웃었다.

‘쏟아져라!’

가리킨 것은 하늘.

떨어지는 것은 수백의 별빛.

그 모두엔 신성한 기운이 담겨있다.

새로운 시동어가 영창되고.

“성스러운 천벌의 낙인.”

일직선으로 내리꽂힌 건 빛의 번개였다.

— 콰콰쾅...!

박살나는 뼈의 거인.

단순히 흩어진 게 아니라 완전히 타들어가듯 무너져내렸다.

“오오오!”

“본 골렘이 일격에....!”

기다란 장벽에서 엄청난 환성이 터져나오고.

모든 병사가 경악하고 있었다.

“축성 발리스타를 몇 십방은 맞춰야 하는 녀석이...!

“빛 속성이 아니면 통하지도 않는 괴물이 한 방에.......”

그때 방벽에 돌아온 우진.

“다들 괜찮으십니까. 이제 1차 웨이브는 막은 것 같군요.”

그가 멋지게 착지하자 다들 몰려들어 질문공세를 펼친다.

“누, 누구십니까...! 누구시기에 이런 기적을...!”

“용사님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지요...?”

“아무도... 아무도 죽지 않았어.... 파도가 치는 밤에...!”

우진이 멋쩍게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저는... 페인텔의 성자라고 불렸던 사람입니다. 일단은 그렇게만 알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페인텔을 구한 성자.

완전 거짓말은 아니다.

‘아직 소문이 퍼지기엔 좀 이르지만... 언젠간 이들도 내가 그 백색 용사라는

걸 알게 되겠지.’

그때 경비대장이 다가와 연신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병사들도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성자님! 저희를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파도가 유난히 강해서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페인텔의 성자님!”

우진이 머쓱하게 웃었다.

“별 말씀을요... 지나가던 길에 전황이 급해보여 끼어들었을 뿐입니다.”

그러자 당치 않다는 듯 손을 내젓는 경비대장.

“아닙니다. 이건 기적입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강한 파도.... 그리고 이

인적 드문 곳을 지나던 성자님.... 저는 이 운명과 성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

립니다.”

역시 고개를 젓는 우진.

“진짜 성자는 사실 여러분들입니다. 저는 오늘 하루 뿐이지만... 이곳에선 일

상이지 않습니까. 이곳을 지켜주시는 여러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

다.”

그러자 사람들 사이에 감격의 물결이 번진다.

‘우리가....’

‘진짜 성자라고...?’

그 감격에 씁쓸한 우진.

그도 그럴 것이.

‘이 숭고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세상은 별로 고마워하지 않거든.’

이들은 모두가 최소 레벨 80 이상의 강자들로, 놀랍게도 전원이 자원하여 이

곳을 수호하기 위해 모인 자들이다.

그저 월드를 지키기 위해 위험을 자청한 것.

그러나 그걸 알아주는 이들은 많지 않다.

<누가 시켰어?>

<누가 하래?>

정말 어린애 같은 발언에서부터.

<뭐... 자기들 레벨업하러 간 거 아니야?>

<거기서 뭐 좋은 아이템이라도 나오나 보지.>

<어둠의 땅에 미녀 괴물들이 나온다더군. 캬하하핫!>

자신들 수준으로 남을 폄하하는 이들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이들은 꿋꿋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

매달 동료를 잃고, 다시 새로운 동료를 구하러 각지를 떠돌며.

하루하루 이곳을 수호하고 있다.

세상이 그들을 필요로 하기에.

누가 알아주길 바라며 지키는 것이 아니기에.

‘이런 소중한 인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내쪽에서 영광이지.'

그때 탈진한 자들과 대기조가 교대를 하고.

발리스타와 마력포 등의 무기에도 새로이 탄환이 걸린다.

“곧 2차 웨이브가 올 거다! 다들 대기해라!”

“3조 식당으로 가라! 2조와 교대해!”

경비대장이 우진에게도 방 하나를 권했다.

“이런 곳이지만 객실은 있지요. 괜찮으시면 방을 하나 내어드릴 테니 편히 쉬

십시오.”

어둠의 땅에서 활동하려면 거점이 필요했다.

고맙게 받기로 했다.

“그럼 부탁을 좀 드리겠습니다. 일행도 있는지라 방이 있으면 매우 편하겠군요.”

“아! 물론입니다!”

<르쉬. 방벽 위로 올라와라.>

<예!>

가볍게 착지한 르쉬.

인피면구를 쓰고 있는데다가 어둠이 깔린 대지라서 아무도 의심조차 하지 않

았다.

그리고 도착한 객실.

— 끼이익....

척 봐도 가장 좋은 방으로 안내해준다.

“감사히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저희의 은인이십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간촐한 식사까지 내온 경비대 측. 야식에 가까웠다.

투박한 음식이지만 따뜻하고 격식이 갖춰져있어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

졌다.

“저희 교대조가 먹는 음식입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것 밖에는 없어

서 민망하군요.”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그럼 편히 휴식을 취하시고....”

돌아서려다 결국 이를 꽉 물고 다시 묻는 경비대장.

“정말... 정말 죄송하지만 조금만 더 저희를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선량한 눈망울.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참 신기할 정도로 순박한 사람이군.’

자신은 어쨌든 방벽을 찾은 손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도울 의사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손님이기

에 청을 주저한다.

‘살랑거리면서 아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내 도움을 멋대로 해석해서 이용해

먹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어둠의 땅에 찾아온 경비대 지원자들은 대부분 저 남자의 모습을 보고 마음을

굳히지 않았을까.

여기서 목숨을 걸어도 좋겠다고.

한번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해보자고.

저 남자와 함께라면 그러고 싶다고.

그 정도로 선량하고 진지한 인물이었다.

일단 정식으로 인사를 건네는 우진.

악수를 청한다.

“제 이름은 우진입니다.”

“아, 제 이름은 제이슨입니다.”

아주 평범한 이름.

그 남자에게 우진이 담담히 말했다.

“제이슨 대장. 2차 웨이브는 물론이고 오늘 밤 전체를 제가 책임질 테니. 이

제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허세를 부리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 기운은 맑고 정직했다.

그렇기에 확고한 믿음이 생겼다.

“가... 감사합니다...!”

빙긋 웃는 우진.

“그럼 2차 웨이브 때 뵙겠습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는 대장.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끼이익....

대장이 물러간 방.

우진이 디바이스의 버튼을 조작했다.

약 1시간 후 나가면 시간이 맞으리라.

‘자, 그럼 이제 잠시 결산을 해볼까.’

미뤄둔 알림을 확인하는 우진.

— 띠링!

[적을 죽여 그의 힘을 이어받습니다.]

[’그림자 생물’을 계승했습니다.]

우진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계승. 믿고 있었다. 너라면 이것도 가져올 것이라고.’

[그림자 생물]

설명을 보니 악귀들의 능력 전반이다.

그림자를 통해 이동할 수 있고, 순간적으로 몸을 그림자로 바꿀 수 있다.

그중 최고의 능력.

악귀가 스스로 증식하여 개체를 늘리듯 자신도 ‘그림자 분신’을 불러낼 수 있다.

‘이거 아주 재밌는 일들이 가능해지겠군.’

이게 끝이 아니다.

거대한 본 골렘의 스킬.

[’결속 강화’를 계승했습니다.]

신체 결속을 증가시키는 패시브 버프.

자신의 경우엔 사지 절단에 내성이 올라갈 것 같다.

‘혹은 손가락이든 뭐든 신체가 떨어질만한 부상에서 좀 더 잘 버텨주겠군.’

수많은 뼈를 결합시키던 힘이니 몸이 아주 튼튼해졌을 거다.

그때 또 하나의 알림.

[부정한 존재를 죽여 그의 힘을 이어받습니다.]

[존재가 지닌 어둠의 힘을 계승합니다.]

‘오.... 어둠의 힘도 계승이 되는군.’

근본적인 힘 자체.

즉, 적을 죽이는 것으로도 자신의 ‘어둠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뜻.

그건 이 대지에 온 목적 자체였다.

‘좋다! 먹어치울 것이 많구만...!’

땅에 깔린 어둠.

그리고 괴물들의 어둠.

다 자신의 만찬이 될 것이다.

그때 무언가를 발견한 우진.

‘생각이 좀 길었군.’

그건 맞은편에 앉은 제자의 모습이었다.

“르쉬야.”

“.......”

뚫어지게 음식을 바라보고 있는 르쉬.

혼이 나간 모습이다.

‘음. 냄새가 참 좋긴 하구만.’

우진이 빙긋 웃으며 접시 위에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드는 붉은 머리.

“아...! 예! 출동입니까!”

출동은 무슨 출동이란 말인가.

껄껄 웃는 우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이제 먹자꾸나. 음식은 식으면 맛이 없는 법이지.

이 분들의 성의에 보답해보자.”

“예! 감사합니다!”

즐거운 표정으로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 르쉬.

어둠의 땅에 데려온 게 미안한데, 아무렇지도 않게 저 정도에 기뻐하는 것을

보니 수하를 참 잘 골랐다.

우진도 한 입에 털어넣고 생각에 잠긴다.

‘나도 밥값 하려면 잠시 명상을 해야겠군.’

새로 얻은 힘.

전투에서 획득한 어둠의 힘을 갈무리한다.

그런데.

‘힐의 묘리가 다시 또 돕는구나. 참으로 신기한 일이야....’

힐로 깨달은 성스러운 힘과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어둠이 점점 강하고 짙

어진다.

우진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빛과 어둠... 그 모순마저 다룰 수 있는 것.... 그게 어쩌면 무한대의 힘....’

점점 빨려드는 심상의 세계.

‘.... 모든 것을 갖기 위해선.... 상호병존 할 수 없는 것들을.... 서로를 극

하고 반목하는 것들조차도....’

정신 속의 귀중한, 혹은 덧없는 생각들이 점점 희미해지더니 끝내 무(無)의

세계만이 남았다.

그리고 찾아온 심득.

우진이 눈을 뜨며 미소를 지었다.

‘이거 팔괘선의를 입고 다녀서 그런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군.’

힘은 순환한다.

마치 오행처럼.

서로 극하고 생하지만 결국 다섯이 모두 이어져있듯이.

속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빛과 어둠이 한 몸에 있는 것은 모순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였던 것이다.

‘난 이걸 알면서도 모르고 있었군.’

흑염의 ‘형상화’를 대지의 힘에도 부여할 수 있듯이.

힘은 이어져있다.

그런데 왜 빛과 어둠만이 반목해야 한단 말인가.

그걸 깨닫는 순간 새로운 능력이 개화했다.

‘홀리 윙.’

혈박쥐에서 쌍둥이 불박쥐가 태어났다면....

블러드 윙에서 탄생한 것은.

— 펄럭....

찬란한 날개.

차갑고 어두운 방을 따스하고 강렬하게 비춘다.

— 척....

빛의 날개 홀리 윙.

르쉬가 이제 익숙하다는 듯 썬글라스를 끼고 블러드 배리어 속에서 날개를 바

라보고 있었다.

“그... 그건 무엇입니까...?”

“빛의 날개다. 괜찮더냐?”

“조금 저릿저릿하지만 괜찮습니다!”

씩씩하게 대답하는 르쉬.

적의가 있는 것도 아니니 그야말로 따끔한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흐흐... 조금만 고생하자꾸나. 네가 귀족이 되면 빛에 대한 내성도 대폭 강

해질 테니.”

서둘러 밥을 꿀꺽 삼킨 르쉬.

날개보다 다른 것에 놀란다.

“제가... 귀족이요...?”

“넌 내 수하다. 당연히 귀족이 되어야지. 상급 흡혈귀에서 만족할 생각이었더

냐?”

그러자 황급히 고개를 젓는 르쉬.

“아! 아닙니다! 물론입니다! 귀족이 되겠습니다!”

바론, 카운트, 듀크급으로 올라가는 귀족의 서열.

최상급인 듀크로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물론 르쉬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겠지.’

하지만 일단은 오늘밤의 일이 먼저다.

— 삐빅....

울리는 디바이스.

마침내 다가온 2차 웨이브의 시간.

우진이 방을 나섰다.

*

방벽에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했다.

긴장한 병사들.

‘오늘 파도는 심상치 않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정말 죽을 거야....’

모두가 자신의 병기를 들고 곧 펼쳐질 지옥을 기다리는데.

— 스스스스스...!

— 샤사사사사사...!

한기와 기이한 소리가 대기를 가득 채우고.

“오... 온다...!”

지평선에서부터 무수한 어둠의 군세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 키에에엑...!

— 캬아아악...!

몰려오는 그림자의 수는 정말 질릴 정도로 가득했다.

“젠장....”

“아까보다 더 많다. 끔찍할 정도로 많아....”

동요하는 병사들.

그때 누군가가 홀로 방벽의 첨탑 계단을 올랐다.

— 저벅 저벅...

굳건한 발소리.

사람들이 하나 둘 귀를 기울이고.

이상하게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침착한 걸음.

마침내 꼭대기에 선 것은 새로 나타난 ‘구원자’의 모습이었다.

“서... 성자님...?”

“설마... 아까와 같은 일을 또 하시려고...?”

그렇게 강한 힘을 하룻밤 사이 또 사용한다...?

정녕 ‘기적’을 두 차례나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말도 안 돼...!’

그리고 다음 순간.

— 척...!

뛰어오른 우진.

강대한 힘으로 창공을 향해 치솟았을 때.

두 손을 벌린 그의 등 뒤에서 믿을 수 없는 광채가 펼쳐졌다.

— 펄럭...!

날아오른 순간 창공이 환해지는 빛의 날개.

그의 손에 모이는 것은 100인분의 홀리 파워였다.

“저... 저거...!”

“아까보다 훨씬 강하다...!”

“전투 준비! 성자님을 엄호해라!”

— 우우우우우웅...!

병사들의 의지를 담아 새로 지어진 홀리 분기압수탄의 이름.

그것은.

“신의 분노.”

순간 어둠의 땅에 한낮과도 같은 밝음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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