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71화 (71/155)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71

약간의 소동이 끝나고 대협곡이 고요를 찾았다.

‘슬슬 해가 지네.’

여기서 하루를 머물기로 했다.

자신은 쉴 필요 없지만 르쉬는 좀 자게 하는 편이 낫다.

밖으로 나가니 벌써 수십 구의 시체를 거의 다 먹어가는 르쉬.

정말 빠르다.

“아 총대장님!”

그때 고개를 드는 르쉬.

“피빨다 상큼하게 웃지 말아주겠나.”

“죄, 죄송합니다.”

빙긋 웃는 우진.

“그래도 점점 얼굴에 생기가 도는구나. 보기 좋다.”

“과, 과식을 한 모양입니다.”

본능적으로 자신의 배를 바라보는 르쉬.

“괜찮다. 딱 보기 좋으니.”

진짜 괜찮다.

흡혈귀는 많이 먹으면 살이 찌는게 아니라 강해진다!

‘인간도 그런 방식이면 얼마나 좋을까.’

<먹을수록 강해져!>

꿈 같은 얘기다.

하지만 자신은 얼추 비슷한 흉내를 낼 수 있다.

‘시체 먹기로 강해진다니. 얼마나 축복받은 육체인가.’

“르쉬야.”

“예!”

“우리는 축복받은 존재들이다. 그걸 잊지 말아라.”

“예!”

— 슈우우욱...!

놈들의 아이템은 커다란 자루에 후루룩 빨아들였다.

‘잡템이 하도 많아서 이제 kg 단위로 팔아야겠군.’

고철상이 된 기분이다.

“템 정리한다고 고생했구나. 이제 여기서 쉬어라.”

“헉... 이 가구도 직접 만드신 겁니까...?”

집을 보여주니 놀라는 르쉬.

“음. 그런 셈이지. 흙침대라 딱딱하지만 그럭저럭 쉴만 할 거다.”

푹신한 이불과 침낭을 깔아준 우진이 발광석과 온열석을 하나씩 테이블에 올

렸다.

“힘을 소화시키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지? 눈 좀 붙이고 몇 시간 후 보자.”

“가, 감사합니다...!”

“아니다. 나도 할 일이 있어 그런 것이니. 편히 쉬어라.”

“예! 쉬십시오!”

꾸벅 인사하는 르쉬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온 우진.

— 드르륵....

문을 닫다가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건 바로 문의 존재 자체였다.

‘미닫이 문...?’

무의식 중에 자신이 이런 것까지 만들어냈다.

‘이걸... 모호한 생각만으로 순식간에 만들었다니. 형상화는 참 신기한 힘이군.’

다시 대지에 손을 올린 우진.

테스트 겸 르쉬의 흙인형을 뽑아올렸다.

그리고 명확한 명령없이 싸운다는 상상을 하자.

— 훅훅...!

권각을 움직이는 흙인형.

가만히 두니 540도 심장꽂기까지 재현한다.

감탄한 우진.

‘이거 엄청나다. 내가 버텨주기만 하면... 그리고 운용만 익숙해지면.... 대

규모 운용도 가능하겠어.’

자신의 계획 중 하나.

알아서 움직이는 수천의 군대.

‘모래 병사들을 소환하는 거다.’

형태만 갖추는 정도가 아니라 정교하게 생물처럼 움직이는 병사들.

모래에서 뽑아올린 무한의 병력.

그게 자신의 힘이 될 것이다.

‘네크로맨서 놈의 해골군대를 박살내기에 딱이겠군.’

스킬 [사자(死者)의 군세]를 보유한 자.

수천의 해골을 동시에 움직이며 전장을 휩쓸던 네크로맨서 카이스.

파티장의 심복이기도 했던 놈은 침착한 성격과 끈질긴 집념으로 파티에 많은

공헌을 했다.

‘죽여도 살아나는 해골이 쪽수까지 많으면 정말 토악질 나거든.’

베거나 목을 쳐도 심지어 조각을 내도 다시 살아나는 놈들.

태우거나 수장시키는 것도 큰 효과가 없다.

‘당연히 독이나 전기는 통하지도 않지.’

모래 병사는 놈들을 상대하기 딱이다.

최소한, 머릿수로 묶어놓을 수 있으니까.

혹은.

‘베히모스를 완벽히 조종할 수 있게 된다면....’

그 거수는 해골들을 짓밟은 뒤 모래 속에 빨아들여 자신의 몸 속에 가둘 것이다.

영원히.

‘뭐 그 외에도 방법은 많다. 차근차근 너희를 끝장낼 수단을 확보해주마.’

파티의 온갖 강자들.

자신은 그 모두를 상대할 것이다.

방법은 많을 수록 좋고, 강력할 수록 좋다.

‘누가 그랬지. 정점은 헉헉거리며 기어올라가는 곳이 아니라고.’

마땅한 자신의 권좌에 앉는 것.

놈들은 압도적인 힘의 격차 속에 처절하게 죽어갈 것이다.

‘그게 내 완벽한 복수다.’

일단은 새로운 힘을 깨우치는 것이 먼저다.

그 힘의 이름은 ‘힐’.

바로 마나의 성스러운 활용법이자...

어둠의 땅에서 ‘공격기’로 사용될 아주 소중한 능력이었다.

*

밤이었다.

달이 밝았고, 분위기는 아름다웠다.

— 후웅...!

발광석 하나를 띄워올려 핀조명을 만든 우진.

이제 저벅저벅 ‘감옥’으로 걸어가는데.

“실험체. 큐.”

손가락을 튕기자 벽이 무너지고 포로가 나타났다.

용병단의 두목.

오늘 힐 수련의 주인공이다.

“환자분 들어오십시오.”

시체 쪽에 대지의 힘을 불어넣자.

땅이 파도치듯 밀려온 뒤 수술대처럼 단을 만들었다.

그 위에 제물로 놓인 중년의 사내.

“수술 시간입니다. 눈을 떠보세요.”

“으으으....”

슬슬 정신을 차리는 포로.

흙으로 구속 장치를 만들어줬다.

— 쿠궁... 쿠궁...

가슴과 다리가 벨트에 묶인 것처럼 고정된 두목.

마력을 강하게 불어넣었으니 못 빠져나온다.

게다가.

“자... 이제부터 수술 시작인데. 죽으면 죽여버리겠습니다.”

“그... 뭐... 무슨....”

진심어린 경고를 한 뒤 첫 수술을 시작한 우진.

“100번만 버텨라!”

— 푹!

일단 찌르고 보니 생겨난 첫 번째 ‘부상’.

“끄어어억...!”

놈의 몸에 손을 올린 우진.

‘이제부터가 진짜다.’

일생일대의 긴장감.

모든 이론을 되새기며 정신을 집중한다.

발현된 마나가 만들어내야 할 신비의 이름은.

“힐!”

— 번쩍!

섬광이 사라지고 그 결과는...?

“붙었네?”

하지만 고통에 몸부림치는 중년인.

“내... 내 몸이...! 내 몸이...! 끄아아악...!”

고개를 갸웃거린 우진.

“붙기만 했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다시 손을 들어올렸다.

“음. 이번엔 꼭 제대로 고쳐주마.”

— 푸욱...!

“끄아아악!”

기도하는 마음으로 손을 든 우진.

“안 되면 되게 하라. 힐!”

그 결과는!

이번엔 좀 삐뚤게 붙었다.

그래도 봉합은 됐으니 괜찮다.

“아 이게 안 되네. 까비....”

놈은 기절을 해버렸다.

얼굴에 물폭탄을 떨어뜨려 깨운 뒤.

“이번엔 진짜 된다. 다시 가자.”

굳건한 의지가 빛을 발하고.

“힐!”

“끄아아악!”

“아! 이게 안 붙네.”

그렇게 몇 번이 반복되었을까.

— 푸욱...!

“끄아아악...!”

결국 기절한 녀석.

진짜 죽으면 안 되니 조치를 취하는 우진.

의식 없는 상태에서 포션을 먹이고 바르고 했다.

— 꿀럭... 꿀럭...

— 찹찹찹찹

다시 말끔해진 실험체.

‘나도 좀 쉬었다가 다시 가자.’

물병을 기울이며 생각에 잠긴 우진.

기절한 놈을 보니 1g 정도 동정심이 들긴 한다.

‘그래도 힐을 나한테 쓸 순 없거든.’

언데드라 효과도 없고 오히려 데미지가 들어올 거다.

많이는 아니고 따끔따끔한 정도로.

‘아픈 건 문제가 아닌데, 제대로 된 건지 확인이 안 된단 말이지.’

힐이 안 통하는 건 르쉬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인간 실험체’가 필요했다.

‘알아서 자원봉사자가 나타났으니... 인류의 발전을 위해 나는 독한 마음으로

다시 수련을 시작하리라.’

다시 수행을 시작하는 우진.

일단 혈검으로 살살 배를 짼다.

주사 놓는 것처럼 배를 착착 두드리고 스윽 가르는데.

“아프니까... 청춘이다....”

눈을 번쩍 뜨며 소리치는 중년인.

“이런... 개자식아...! 날! 그냥! 죽여라...!”

들어줄 수 없는 요구는 둘째치고.

‘나보고... 개자식이라고...?’

이런 느낌 신선하다.

‘날... 개자식이라고 부른 건 네가 처음이야.’

뺨 맞은 귀공자들이 왜 당찬 여자 주인공에게 끌리는 지 알 것 같다.

다시 힐을 써보는데.

이번엔 좀... 기묘하게 아문다.

마치 흑마법의 뒤틀린 저주에 걸린 것처럼 부풀어오르는 살점.

그래도 봉합은 되었다.

“끄아아아악...! 아아아아! 그냥 죽여라! 이 괴물아!”

그래도 계속 꺾이지 않고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는 중년인.

“마물 같은 자식!”

‘어떻게... 알았지...?’

“넌 인간도 아니야!”

‘그건... 비밀인데...?’

“흡혈귀가 따로 없구나!”

‘진실만 말하는 자로구나!’

욕을 아무리 해도 타격이 없다.

더욱 열심히 치료에 전념할 뿐.

찌르기와 힐이 반복되는 가운데.

“으아아아!”

살이 잘못 아물거나 터지거나 불타기도 한다.

“아고고고.... 이건 진짜 아프겠다.”

“그냥 죽여라 이 사악한...!”

그때였다.

“힐...! 어?”

드디어 아무는 상처!

“어어?”

동시에 배를 보는 우진과 두목.

“오 됐다!”

우진보다 기뻐하는 중년인.

“드디어! 드디어 성공했구나 이 멍청하고 사악한 놈아!”

둘이 얼싸안고 기뻐하는데.

우진의 눈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음. 제대로 회복된 건 아니다. 아직 피가 질질 새어나온다.’

냉정한 자체 평가.

‘반쪽짜리 성공이로군.’

이걸론 만족 못한다.

놈을 다시 눕히고 결연하게 말한다.

“다 낫지 않았다. 좀만 더 참아라.”

“아니다! 아니다! 나 회복 됐다!”

— 푹....

그렇게 시작된 반복.

점점 숙달되는 힐.

그리고 희미해지는 두목의 비명.

어느 순간.

두목이 더이상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다급한 우진.

‘안 돼. 안 돼! 넌 아직 죽으면 안 돼!

그런데 그때.

마침내 완벽한 힐이 성공했다.

— 후웅...!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손맛.

‘됐다!’

상쾌한 힘의 집중과 함께 밝은 빛이 나오고.

완벽하게 아문 두목의 상처.

우진이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이거였구나. 이거였어...!’

마법은 일종의 기적.

기적은 믿는 자에게 일어난다.

‘진심을 다해야 하는 거였군.’

때리고 찢고 할 때는 진심이었지만.

치료하는 건 진심을 다하기 힘들었을 뿐.

하지만 이제 감각을 깨우쳤다.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당신이 옳았습니다.’

엄숙하게 기도를 올린 우진이 눈을 떴다.

“고맙다. 네 덕에 내가 힐을........”

그런데 대답이 없는 남자.

너무 늦었다.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에서 상처만 아물었다.

잠시 애도에 잠긴 우진.

‘그래도... 깨끗한 시체가 되었군.’

눈을 감겨준 뒤 잘 묻어주었다.

그 봉분에 묵념하는 우진.

‘너의 숭고한 희생... 잊지 않으마.’

그때 들리는 알림.

[’상급 카리스마’를 계승했습니다.]

‘그리고 너의 스킬도....’

놈이 저승에서 들었으면 침을 뱉으며 분노의 발광 댄스를 췄겠지만...

어쩔 수 없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

새로운 감각을 정신에 새기는 우진.

힐을 깨우치니 마력 운용도 한결 새롭게 느껴진다.

수영을 평형만 하다가 접영을 익힌 기분이랄까.

‘새로운 운용법. 이게 목적이었으니 성공이다.’

무술로 치면 보법을 새로 익힌 셈이니 유연성이 생긴 셈이다.

‘내 마나 운용은 본능이나 감이 전부였지. 이걸 점점 발전시켜야 한다.’

그때 싱그러운 알림 소리.

[최초로 마법을 깨우쳐 업적 ‘이적을 행하는자’가 달성되었습니다.]

[마나 +10]

‘오! 마나!’

초보 마법사에게는 정말 가뭄의 단비처럼 고마운 보상이었을 거다.

물론 우진에게도 꿀맛이긴 했다.

‘마나는 높으면 높을수록 좋거든. 마마익선이야.’

그리고 또 하나.

[향상된 정신집중]

[이제부터 모든 정신집중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예쓰! 마법 사용자 패시브!’

캐스팅 속도 감소 능력.

채널링 시간을 줄여주고, 발동 속도까지 높여준다.

‘마법사한테는 기본으로 주어지는 거지만... 반대로 마법사가 아니면 절대 얻

을 수 없는 능력이지.’

자신은 근성으로 떼우고. 압도적인 전투력으로 정신집중 시간을 다 버텼지만.

‘이제는 나도 진짜 마법사다!’

월드에서 자격증 발부해준 셈이다!

‘고맙습니다. 영감님.’

우진이 하늘을 보며 감격했다.

자신이 마법사가 되다니.

‘이제 진짜 우진 스타일로 갈 시간이다.’

운용법은 터득했다.

그럼 이제 이걸 화끈하게 쓸 차례다.

‘나도 마나통은 어디가서 안 꿀린다. 한계까지 뽑는 것도 아주 익숙하지.’

그 넘쳐흐르는 힘으로 ‘광역 힐’을 써보기로 한다.

그것이 원래 목적이었기에.

어둠의 땅의 ‘괴물’들을 상대할 힘.

“흐으으으읍...!”

손을 모아 발끝부터 끌어올린 힘을 모조리 회복의 힘으로 바꿔버린다.

“발사...!”

그리고 기파를 쏘듯 전방으로 뿜어내는데.

— 후우우우웅...!

이거 좀... 엄청나다.

‘이게 힐...?’

밤의 어둠에 잠긴 대협곡.

마치 거대한 빛의 파도처럼 휩쓸고 지나가는데.

‘저... 저거 전부가 힐 효과의 범위라고...?’

그건....

그야말로 신의 축복.

대협곡을 가득 물들이는 회복의 빛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