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69화 (69/155)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69

대협곡에 사람이 살지 않는 이유.

척박한 황토 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너무 크고 넓다.

대지에 새겨진 깊고 기다란 틈.

그걸 건너가봐야 어둠의 땅이 나온다.

거기다 베히모스까지 살고 있다.

당연히 다리 따위 없다.

건너고 싶으면?

모험가가 가진 수단과 능력 모두 동원해서 각자 건널 것!

하지만 이제 좀 다르다.

대협곡에 생겨난 거대한 흙의 다리.

그걸 만들어낸 건 개미처럼 보이는 한 명의 존재였다.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힘.

거수 베히모스의 능력을 발동한 우진.

단, 역시 거체가 쓰던 능력이다 보니 인간 사이즈로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어고고고....’

— 쿠구구궁....

다시 바닥으로 가라앉는 다리.

일시적으로 땅을 ‘뽑아 올려’ 만든 것이라 계속 유지하려면 정말 거신급 능력

은 있어야 할 거다.

하지만 잠깐 이뤄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능력.

우진이 이마를 짚었다.

‘휘청휘청거리네.’

핑 도는 머리.

삭신이 고된 노동을 한 것처럼 아려온다.

‘어이고.... 언데드 죽어....’

하지만 괜찮다!

맛있는 구울 회복이 있다.

멀쩡해진 우진.

‘나니까 이런 거도 버티는 거지. 평범한 인간이었으면 육체가 붕괴했을 거다.’

자신의 몸은 강하다.

근력이든 마력이든 한계치까지 뽑아쓸 수 있다.

‘무엇보다 회복이 말도 안 되게 빠르지.’

필요할 때 맥스값을 짜내고, 바로 복구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었다.

‘굳. 베리 굳.’

그때 놀라는 르쉬.

“도, 도대체 방금 그건 무엇이었습니까...?”

우진이 씩 웃었다.

“아, 내가 엄청난 녀석을 죽였거든. 그 녀석의 능력을 한 번 따라해봤다.”

“저, 적의 능력을 따라하셨단 말씀이십니까...?”

엄숙히 고개를 끄덕이는 우진.

처음으로 능력의 일부를 밝히는데.

“그렇다.... 이건 사실 비밀인데. 난 천재라서 적의 능력을 보면 그대로 복사

할 수 있지.”

입을 쫙 벌리는 르쉬.

“처... 천재!”

“그래, 그리하여 내가 수많은 힘을 한 몸에 두고 휘두르는 것이다.”

“저, 정말 엄청난 능력입니다...!”

씩 웃는 우진.

약간은 거짓부렁이지만.

그래도 천재는 천재다. 계승 천재.

“음, 대신 상대를 죽일 정도로 패줘야 확실히 놈의 능력을 익힐 수 있다.”

“아! 명심하겠습니다! 상대를 죽여야한다!”

부연 설명을 마친 우진이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지는 르쉬의 질문.

“그런데... 도대체 어떤 존재를 사냥하셨기에 그리도 엄청난 힘을 얻으신 건

지요...?”

“아, 베히모스라고 엄청난 놈이 있다. 구경시켜 줄게.”

거수의 사체를 향해 날아간 두 존재.

르쉬의 소감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왕... 왕괴물...!”

그야말로 왕 크긴 했다.

즐겁게 자신의 위업을 자랑하는 우진.

“내가 이걸 어떻게 죽였냐하면 말이다....”

그때 르쉬가 먼저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저... 저도 봤습니다! 실로 엄청난 전투였습니다.”

“오.... 그 멀리서도 보였구나.”

그러자 열렬한 반응이 터져나온다.

“예! 그 무수한 참격들...! 슝슝슝슝 투투투투투 타타탓!”

참격의 형태를 묘사하는 르쉬.

우진이 흐뭇하게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리고...! 화염의 거대한 뱀! 뱀이 정말 살아있는 거 같았습니다!”

“내 영혼을 담아 발동했기 때문이지.”

한 번의 싸움에 한 번의 혼을 담는다.

그게 투사의 마음.

“영혼...!”

“음. 그보다 이 녀석을 어찌할까.”

싸움이 끝났으니 해야할 일이 있다.

베히모스의 말도 안 되게 거대한 시체.

먹어도 좋고, 상급 재료로 사용해도 좋다.

재료로 쓸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내가 재료 사냥꾼도 아니고. 굳이 집착할 필요는 없지.’

더 좋은 재료가 필요하면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녀석들에게 구입해도 좋다.

월드는 넓고, 재료도 많으니까.

‘그래도 베히모스인데. 핵심 부위는 챙겨두자.’

강한 마력을 발하는 중심뿔과 두갑각, 그리고 꼬리만 챙기고 나머지는 먹기로

한다.

손을 뻗은 우진이 융합을 발동하고.

거체가 녹아들듯 그의 손으로 빨려드는데....

“컥...!”

순간 경련을 일으키는 우진의 몸.

“총대장님! 괜찮으십니까!”

놀란 르쉬가 부축할 때.

우진이 살며시 눈을 떴다.

“너무 맛있어.... 바닐라 아이스크림 맛이야....”

순식간에 당이 차오른다.

몇 년 후에 리젠되면 다시 찾아와서 먹고 싶은 맛이었다.

‘부드러운 대지의 맛... 농후하고 진하구나.’

그게 끝이 아니다.

단숨에 20% 가량 차오른 핏빛 구슬.

‘오! 종족 경험치 20%! 이러다 또 승급해버리겠네.’

구울 섬멸전에서 한 번 승급했는데 벌써 60%가 되었다.

페인텔에서 흡혈귀들도 알차게 먹어치웠기 때문이다.

‘역시 식단이 중요해.’

베히모스 참 영양가 좋다.

덩치빨로 승부하는 녀석이라 그런지.

맥동하는 대지의 생명력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이득!’

이제 베히모스의 비밀스런 거처에 가볼 시간.

흘러들어온 지식을 더듬어 방향과 깊이를 가늠한다.

그런데.

‘오우.... 너 참 깊은 곳에도 사는구나.’

그건 바로 대지 저 아래의 지저공간이었다.

진입 자체가 엄청난 난이도.

입구가 아예 없다.

‘이거 완전 발굴 임무가 따로 없군.’

베히모스야 대지를 파고들어 거의 녹아들듯이 들어갈 수 있었겠지만....

그냥 들어가려면 대규모 착굴이 필요했을 거다.

혹은.

‘집주인이 원래 쓰던 방식으로 들어가거나.’

바로 우진만이 할 수 있는 일.

대지의 마술.

자신과 르쉬 주변의 바닥에 동그랗게 균열이 생기고.

그대로 하강하기 시작한다.

‘와우! 지하 엘리베이터!’

그렇게 내려선 곳은 아름다운 지저세계였다.

깊은 지하 동공.

‘이야.... 대협곡에 이런 곳이 있었군.’

요정이 살 것만 같은 신비로운 장소다.

종유석과 석순 사이로 각종 반짝이 버섯들과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있는

장소.

거기에 딱 봐도 보금자리처럼 보이는 곳이 있었다.

거수가 몸을 눕히고 휴식을 취하며 이 공간이 머금은 기운을 빨아들였을 장소.

‘그게 바로 베히모스의 식사였겠지.’

대협곡의 정기를 먹고 살았던 생물의 휴식처.

거기서 빛나고 있는 것은.

[베히모스의 눈물]

[오랜 세월 축적된 대지의 정수]

일종의 내단이다.

‘밖에 품고 있었으니 외단인가...?’

아무튼 풍기는 기운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영약이었다.

그걸 주워든 우진이 혼을 담아 염원했다.

‘제발 마나 제발 마나 제발 마나여 내게 오라...!’

월드의 영약들은 종류도 다양하고 효과도 다양하다.

보통 스탯을 크게 상승시켜주고 부가효과도 있는데....

이 녀석은 뭘지 감이 잘 안 온다.

‘거대한 녀석이니까 체력? 아니면 근력?’

뭐니뭐니해도 마나가 제일인데.

부디 마나가 나오길 바라며 바로 섭취하기로 한다.

‘빠른 흡수를 위해 이렇게 먹어볼까나.’

언데드 폼 최대출력으로 변한 우진.

쩌억 커다란 입을 벌리고.

주먹만한 구슬 그걸 꿀꺽 삼켰다.

순간적으로 몸을 따라 퍼져나가는 따스한 기운.

“우오오오....”

그리고!

[마나 +50]

[대지 속성의 통제력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다시 허공에 주먹질을 하는 우진.

‘와우... 황금 영약...!’

마나 50만 줘도 땡큐다.

우진이 워낙 초월적인 성장을 하고 있어서 그렇지, 하나의 스탯을 50 올려주

는 건 정말 눈물나게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속성 통제력까지...!

‘네 스킬부터 시체에 영약까지 참 고맙구나. 잘 쓰마!’

르쉬에게 자랑을 하기로 했다.

새로 생긴 ‘형상화’의 힘.

자신은 이제 초보 조각가에 가까워졌다.

‘대지 통제력으로 이 형상화의 힘을 발휘하면...?’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는 우진.

허공에 투명한 도자기를 빚듯 손을 움직이다가...

일시에 쭉 뽑아낸다.

바닥에서 솟아난 건 르쉬 모습 흙인형.

— 쑤우욱...!

별로 안 닮았다.

하지만 뛸듯이 기뻐하는 르쉬.

“이, 이건 저 아닙니까...!”

우진이 멋쩍게 웃었다.

“오... 용케 알아보았구나.... 부끄러운 솜씨니 친구라도 만들어주마.”

일이삼의 흙인형도 만들어 준 우진.

르쉬가 박수를 치며 감탄한다.

그러다 묘하게 서글픈 미소를 짓는데.

“왜 그러느냐?”

“저 녀석들을 보니 조금 기분이 이상합니다.”

빙긋 웃는 우진.

“헤어진 것이 아쉬운 모양이구나.”

“예, 함께 제법 오래 떠돌았거든요. 아. 그, 그렇다고 총대장님을 따라온 것

을 후회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래. 클랜 결성이 얼마나 되었지?”

잠시 턱에 손가락을 올리고 생각하던 르쉬.

“음... 10년 이상 되었습니다.”

우진이 머리털이 쭈뼛 서는 느낌을 받았다.

“너... 너... 나이가....”

아니다.

때로 모르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이거... 나보다 누나일수도 있겠는데.’

그래도 괜찮다.

언데드와 흡혈귀가 나이 따져서 뭐하겠는가.

별 일 없으면 100년 뒤에도 이 모습으로 살고 있을 텐데.

‘흠. 100년 뒤라....’

그때 자신은 뭘 하고 있을까?

하나 확실한 건.

월드의 정점엔 10000% 도달해 있을 거다.

‘무조건.’

주먹을 움켜쥔 우진이 다시 밖으로 향했다.

스르륵 열리며 통로를 만들어내는 천장.

“올라가자!”

“예!”

거기로 원형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 스르륵....

두 존재가 빠져나오자 깔끔하게 사라지는 구멍.

‘참 대단한 능력이야.’

다시 대협곡이 보이자 웅장한 마음이 들었다.

이 장소가 모두 자신의 힘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녀석의 내단까지 먹어서 그런가. 대지의 주인이란 말이 무엇인지 이제 정확

히 알 거 같아.’

세상에 그 영물의 힘을 가져본 이가 없기에.

처음 느껴보는 신비함.

그런데 그 대지 위에 무언가 불온한 기운이 느껴졌다.

고개를 든 우진.

‘흠. 날파리들이 꼬였군.’

저 멀리 대협곡 위에 수십의 인영이 늘어서있었다.

우진의 발달한 안력이 선명한 형상을 포착하고.

‘사막마귀단.’

마침내 그 정체가 드러난다.

제법 이름 높은 용병 집단의 이름.

조용히 자신을 지켜보고만 있다.

‘흠. 하필 이 근처를 이동하고 있었나본데.’

큰 소란이 일어나니 접근한 모양이다.

‘아직은 거리가 상당히 멀다.’

우진이 아니었다면 발견조차 못했을 위치.

모두가 쌀알처럼 보이고, 기척까지 숨기고 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중앙에 선 자가 손을 들어올리고.

순간 다같이 뛰어내려 이쪽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멀지만 무섭도록 빠르게 가까워진다.

‘담소를 나눌 생각은 아닌 것 같고.’

우진이 대응을 준비했다.

“르쉬. 지하에서 기다려라.”

만만하게 볼 놈들은 아니다.

추악한 수법까지 사용하기에 자신이 직접 처리하기로 했다.

“예!”

복종하는 르쉬의 발 아래 원이 생겨나고 모습을 감춘다.

그리고 잠시 후.

까마득히 멀던 녀석들이 벌써 가까이 다가왔다.

얼굴의 반을 덮는 가면은 일그러진 시체의 얼굴.

잔인하고 흉폭한 외양이다.

‘하지만 그냥 껄렁패라고 보기엔 유명세가 좀 있지.’

실력이 좋아 명성이 제법 있다.

말하자면 용병계의 악당들.

그때 주위를 살피는 놈들.

“한 명이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글쎄.”

우진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들끼리 얘기를 주고 받는데.

“어이고 깜짝이야. 사람이 엄청나게 많네.”

너스레를 떨자 이제야 이쪽을 바라본다.

당당하게 묻는 한 놈.

“큰 소란이 있던데. 무슨 일이지?”

거드름을 피운다.

우진이 자신들의 위명을 알아볼 거라 생각한 거다.

‘아하, 너희도 ‘알아서 모셔라’ 타입이구나?’

우진이 웃으며 정중하게 말했다.

“이거... 실례를 범했군요. 베히모스를 좀 죽이러 왔는데 시끄러웠다면 미안

하게 됐습니다.”

그러자 뒤를 돌아보며 이죽거리는 놈.

“베히모스?”

“정신이상자로군.”

“불쌍하게 됐어. 흐흐흐....”

사람을 바보 취급한다.

그도 그럴 것이 혼자선 불가능한 일이니까.

아니, 애초에 누가 오든 몇 명이 오든 안 되는 일이니까.

여기 월드 경력 40년이 넘은 자도 있고.

다들 산전수전 겪으며 많은 강자들을 보아왔다.

허세를 구분하는 법 정도는 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잘못된 선택을 내렸다.

“이리와서 음식이나 좀 내놔봐라. 술 있느냐? 술 고파 미치려던 참인데 살아

있는 보급창이 나타났군.”

그 말을 들은 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아 바라는 게 그거였구나? 그 정도야 뭐.’

음식이나 술이라면 좀 나눠줄 수도 있다.

강한 힘을 얻었으니 선심 좀 쓰려는데.

그때 놈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

“그리고 네가 숨긴 계집도 나오라고 하고.”

순간 무섭게 굳는 우진의 얼굴.

‘봤구나.’

무슨 투명술을 쓴 건 아니니 봐도 이상할 건 없다.

놈들도 제법 실력자니까.

하지만 르쉬를 들먹거린 이상 상관 없다.

아니, 애초에 처음부터 놈들의 쪽수나 기세, 유명세나 흉악한 외양 따위 아무

상관이 없었다.

자신은, 우진.

대협곡의 주인이니까.

흑참도를 꺼내 가볍게 어깨에 얹은 우진.

“얌전히 사라질 기회를 주마.”

하지만 실실 웃기만 하는 녀석들.

하나 둘 무기를 꺼낸다.

‘방랑 무사 룩이면 충분히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쫄진 않네.’

아니면.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여 무례함이 몸에 배어버린 놈들이 세상에 너무 많은 걸

지도 모른다.

씩 웃는 우진.

“난 그런 놈들 좋아하지. 죽여도 부담 없거든.”

그러자 한 발을 나서며 언월도를 꺼내드는 놈.

“좋아해? 죽여?”

우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유언치곤 멋이 없군.”

“무슨 유.......”

— 콰득....

순간 솟아난 대지가 악어처럼 입을 벌려 놈을 삼켰다.

순식간에 사라진 놈.

모래 위로 희미하게 핏자국만 물들어오는데.

우진이 좌중을 둘러보며 태연히 말했다.

“살고 싶거든 달아나거라. 시도는 해봐야지.”

스산한 기운을 느낀 놈들이 대형을 갖추는데.

“전원 전투 준비!”

“이고르가 단숨에 죽었다! 방심하지 마!”

그들은 적을 잘못 골랐다.

우진을 상대로 뒀다는 건.

대협곡 그 자체와 싸운다는 뜻이니까.

“자 해보자꾸나.”

— 펄럭....

팔괘선의가 펄럭였나 싶을 때.

— 쿠구구구....

땅이 치솟아 무언가의 형상을 갖췄다.

“저... 저거...!”

“하필 이 때...!”

“대협곡의 주인이다...!”

“베히모스가 나타났다...!”

우진을 머리에 얹고 당당히 사지를 뿌리박은 거대한 영물.

그건 새로이 태어난 베히모스였다.

“덤벼라. 너희는 이 땅 전체와 싸워야 할 것이니.”

우진의 목소리와 동시에, 대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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