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68화 (68/155)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68

어둠의 땅.

화산이 세상의 화기를 뿜어내는 곳이라면.

북부의 빙궁은 냉기를 뿜어내는 곳이고.

성지(聖地)에 빛을 뿜어내는 태양의 샘이 있다면.

어둠을 쏟아 내는 저주받은 대지 역시 존재해야 균형이 맞는다.

그게 어둠의 땅이다.

월드 서북부 대협곡을 지나 외로이 존재하는 버림받은 대지.

그곳에는 온갖 어둠의 존재들이 산다.

유령. 즉 원혼, 레이스, 스펙터를 비롯해서 그림자 괴물들과 본드래곤까지.

그래서 보통은 안 간다.

죽을 생각이 아니라면.

‘혹은 저승 구경하고 싶을 때 유사 체험하러 가는 곳이지.’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목적지가 되었다.

거기 가는 이유는 하나다.

— 푸슝....

손아귀에 작은 구체를 만들어 낸 우진.

마나와 다르게 모인다는 느낌이 아니라 ‘발생한다’는 느낌으로 생겨난 흑색

구체.

그건 깊은 블랙홀과도 같은 신비한 힘이었다.

‘어둠의 힘. 참 강력하단 말이야.’

악마의 능력을 계승한 뒤 자신에게 작은 변화가 생겼다.

마계 스킬을 통해 생긴 어둠의 이해.

그렇기에 마치 악마들처럼 이 힘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어둠의 땅이. 아무래도 내게는 보물 창고가 될 것 같거든.’

그곳에 가득 찬 어둠의 기운을 ‘융합’할 수 있다면.

자신은 그 누구도 갖지 못했던 힘을 누구도 발현하기 힘든 수준으로 쏘아 낼

수 있게 된다.

바로 초강력 어둠의 힘을 말이다.

‘세상에 강한 놈, 특이한 놈, 위험한 놈이 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명심해

야 해.’

쓸 수 있는 무기는 많을수록 좋다.

또한 그 무기들은 강할수록 좋다.

자신의 스탯이 높다고 해도, 또 아무리 높아진다고 해도 승부는 숫자로만 결

정되는 게 아니다.

브라카가 그 대표적인 예다.

힘이 강한 자도 머리에 총을 맞으면 죽듯이.

레벨과 스탯으로 압도하던 강적 브라카.

결국 자신에게 죽었다.

스탯이나 스킬의 개수만 믿고 뻐기는 건,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바보 강자’

가 되는 지름길이다.

‘바깥고리를 떠나기 전에 힘을 더 키워야 해.’

2개의 구역으로 나눠진 월드.

이곳 ‘바깥고리’를 떠나 ‘중심부’에 들어가게 되면, 자신이 사투를 벌인 악마

를 단칼에 베어 내는 괴물급 강자들이 세상을 떠돌고 있다.

거기서도 두각을 드러내기 위해선 강자가 아니라 지존급 절대 강자가 되어야

한다.

— 척....

우진이 팔괘선의를 둘둘 말아 대각으로 맸다.

그리고 거기 찔러넣은 흑참도.

‘방랑 무사 스타일 완성.’

이 새로 얻은 흑도는 참 맘에 들어서 새로운 룩을 연출하고 싶었다.

그때 르쉬도 뭔가 더 철저히 갈 준비를 하고 나타났다.

“오 너....”

“초, 총대장님....”

“머리띠를 했구나.”

부끄러워하다가 결국 고개를 드는 르쉬.

“예...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싸울 때는 앞머리가 거슬려서 말입니다.”

잘 보니 꼬랑지도 묶었다.

“오... 잘 어울리는구나. 이마도 훤하니 예쁘구나.”

“아... 아? 아! 예! 가... 감사... 감사합니다!”

우진이 빙긋 웃었다.

“그래. 다음에 도시가 나오면 옷도 한 벌 사자꾸나. 싸울 때 입기 편한 옷은

내가 아주 잘 알지. 거의 전문가 수준이니 믿어 봐라.”

“예!”

쌍방 새로운 룩도 준비되었으니.

이제 정말로 본격적인 출발이다.

“레디?”

“예! 준비됐습니다...!”

“그래! 가자! “

“초저언! 박살...!”

먼저 날아오르는 르쉬.

의욕은 넘쳐서 좋다.

그리고 얼마 후.

작은 도시가 하나 나왔다.

‘대협곡으로 가기 전 마지막 휴게소로 삼도록 하지.’

보급품을 빵빵하게 챙긴 뒤 다시 출발했다.

르쉬에겐 검은 전투복을 사 입혔는데 붉은 머리와 잘 어울렸다.

“우리가 흑백 2인조다.”

“예! 그렇습니다! 블랙 앤 화이트입니다!”

무슨 개소리를 해도 다 받아 주는 르쉬.

이런 수하 어디서 못 구한다.

흐뭇한 우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본격적으로 달려 볼까.”

두 존재가 광활한 서북부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왜냐? 걸어가면 힘드니까.’

근데 평범한 비행은 아니었다.

일단 르쉬가 그 정도로 날개를 오래 유지할 수 없다.

‘게다가 나도 마냥 펄럭이며 날아가기만 할 순 없어.’

하지만 자신에겐 최상급 탑승물이 있다.

녀석을 활용해 조금 특이한 방법을 쓰기로 했다.

바로.

“르쉬. 질주 비행 대형이다.”

“예!”

르쉬는 날개를 펼 필요가 없다.

대신 체이서에 착 붙어서 엎드리면 된다.

그럼 날개를 편 자신이 체이서를 붙잡고 부스터를 켠다. 그럼 지형을 무시하

고 거의 직선으로 광속 이동을 할 수 있다.

일종의 합체 비행.

그건 거의 제트기였다.

“끼얏호우!”

“으와아아아!”

사람들의 시선 속에 월드를 가로지르는 스승과 제자.

“방금 뭐였지...?”

“마른하늘에... 섬광이 지나갔다...!”

‘좋아!’

부스터 지속 시간과 감속을 고려해서 최적의 로테이션을 찾아낸 우진.

휴식과 질주를 마치며 빠르게 지역을 넘고 월드를 가로질렀다.

그렇게 산을 하나 넘었을 때.

마침내 목적지가 보였다.

대협곡.

황야의 거대한 협곡이 등장했다.

“우와아아...!”

정말 장엄한 광경이었다.

눈에 닿는 모든 곳이 황토색뿐인 쓸쓸하고 아름다운 장소.

르쉬의 진심 어린 감탄 속에 우진도 눈을 빛냈다.

‘드디어 왔군. 대협곡.’

여기 어딘가에 우진의 첫 번째 목표물이 살고 있다.

‘여길 건너야만 광활한 어둠의 땅이 나오지. 하지만.’

그 전에 만나야 할 놈이 있다.

대협곡의 주인.

지진을 일으키는 거수 베히모스.

‘거수라고 불리는 거부터 비범한 놈이지.’

마물과는 조금 다르다.

거수는... 그야말로 영물에 가깝다.

‘사실 사냥하라고 있는 존재가 아니니까.’

자연재해 혹은 지형. 이런 것에 가깝다.

태풍을 죽일 수 있는 게 아니듯이....

베히모스도 그냥 감수하고 살아야 하는 존재 같은 것이다.

‘그래서 대협곡 근처에는 사람이 살지도 않고.’

원래라면 그냥 얌전히 우회하거나 애초에 평생 볼 일도 없는 존재.

‘하지만 난... 꼭 놈을 죽여야겠단 말이지.’

베히모스를 죽이려면 말도 안 되는 공격력과 지구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강력한 존재.

전투 내내 놈이 펼치는 ‘능력’을 막거나 회피하고, 무효화시켜야 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

하지만 자신은 가능하다.

‘원래는 굳이 개고생을 감수할 이유가 없지. 하지만 난 좀 다르다.’

놈을 죽이려는 이유는 당연히 하나다.

초강력 스킬의 계승.

그 정체는 [대지의 힘].

‘대협곡까지 와서 놈을 그냥 두고 가긴 좀 아쉽잖아.’

가는 길에 처리하기에는 좀 센 놈이지만.

잡을 수 있으니 잡기로 했다.

‘특히 광역기라는 게 마음에 들어.’

땅이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제대로 된 대지 기술이기 때문에 전투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다.

‘그렇다고 네 능력이 쓸모없다는 건 아니고 두더지야.’

땅굴파기를 계승시켜준 귀여운 친구.

그래도 소형 마물의 스킬과 규모가 다른 건 어쩔 수 없다.

‘베히모스 본인이 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땅을 솟구치게 하거나 지형 자체를 바꿔버릴 수도 있다.

마나가 받쳐주고 섬세한 컨트롤만 가능하면 <대(大) 땅굴파기 지하세계의 술

(術)>을 발동할 수도 있다.

‘혹은 천지역전의 술도 가능하겠지.’

그렇게 시작된 탐색.

일단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한다.

2배가 된 사령술. 보상으로 빵빵해진 마나통.

그것으로 펼친 것은.

“목표를 찾아라. 만라지망...!”

천라지망보다 큰 것은.... 만라지망!

그야말로 폭발적인 힘의 발산.

“흐으으읍...!”

천지를 뒤엎을 기세로 마음껏 뻗친 줄기들이 사방을 향한다.

대협곡을 전신으로 느끼는 우진.

도시처럼 가로막는 것도 없고 굳이 투명하게 유지할 이유도 없었기에 무차별

로 수천 가닥이 뻗어져 나갔다.

‘내 힘이 이 정도로구나...!’

느껴지는 성취감과 함께 더욱 솟아나는 마력.

그리고 마침내.

그의 기감이 저 먼 곳 어딘가의 거수를 발견했다.

순간 번쩍 뜨인 우진의 눈.

‘크군!’

좋다.

발견했으면 크기야 상관없다.

어차피 복속될 존재일 뿐.

“르쉬야.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여라. 엄청난 격돌이니 여파가 상당할 게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르쉬를 뒤로 한 채 신속을 발동해 날아간 우진.

과연 크다.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거체.

‘이래서 생물이 아니라 지형에 가깝다고 한 거군.’

그때 무언가를 느낀 영물이 거대한 몸을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

거의 대지가 자신을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좋아. 시작하자.”

놈이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선빵을 갈긴다.

‘어둠의 통로.’

힘이 응축된 손날로 공간을 찢고.

악마가 사용한 것보다 직경은 작지만 그래도 사람 하나는 충분히 삼킬 만한

크기의 암흑포가 발사되었다.

— 스우웅... 쾅!

날카로운 발사음과 함께 깔끔한 구멍이 뚫렸다.

베히모스의 몸통에 동그랗게 뚫린 구멍.

‘정말 삭제라도 된 거 같구만.’

하지만 워낙 거대한 녀석이라 치명상이라기에는 좀 부족했다.

그때 베히모스의 포효가 들려왔다.

— 구오오오오오오......!

수없이 많은 나팔을 귀 옆에 대고 부는 것 같은 소리.

하지만 목청이라면 자신도 뒤지지 않는다.

괴성으로 맞받아친 우진.

— 크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흑참도를 꺼낸다.

‘후딱 끝내자. 미안하지만 나는 지금 거의 200렙의 스탯을 가지고 있거든.’

이런 스탯은 여기 월드의 ‘바깥고리’에선 드물다 못해 손에 꼽을 거다.

시험의 바다를 건너 ‘중심부’에 가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거기엔 200렙도 제법 많고 100렙 이상은 우글우글하니까.’

중심부.

거길 넘어가야만 비로소 정점을 향한 진정한 도전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선두를 차지하기 위한 경주. 그 스타트 라인에 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쪽 바깥에서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겨야 해.’

일단 베히모스를 잡는 게 우선이다.

— 후우웅...

기술을 준비하는 우진.

흑참도의 능력을 기를 모아 발현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한다.

그리고 도의 새까만 날에 무서운 기운이 어렸다.

“진 흑마질풍참.”

— 스오오오....!

“연격.”

— 훙훙훙훙훙훙훙...!

순간 반구를 그리듯 생성된 수많은 참격.

그 모두가 틈을 벌려 피어나고.

“개(開)!”

— 쿵 쿵 쿵 쿵 쿵!

모두 명중한 참격들.

베히모스의 단단한 갑각이 부서진다.

거대한 마조(魔鳥)가 할퀴고 지나간 듯한 커다란 상처가 연속하여 생겨나고.

순간 너무 많은 체력을 쏟아 낸 우진의 육신이 휘청거렸지만.

‘영양 보충의 술.’

구울을 쏙 빨아먹고 당당하게 하늘에 섰다.

‘아직 전투는 끝이 아니다.’

신음하는 거수.

거기에 최후의 한 방을 꽂는다.

두 손가락을 세워 명한 것은 흑염과 불기둥의 조화.

“흑염의 술. 살아있는 불기둥.”

콰아앙!

순간 솟아오른 불의 기둥.

회복으로 마력도 시원하게 차올랐으니 아낌없이 부어 낸 위력.

이게 끝이 아니다.

1차로 폭발 데미지를 먹인 뒤.

술법계 ‘형상화’의 능력으로 적을 휘감아 조인다.

“옭아매어라. 대흑사(大黑蛇).”

부여된 것은 거대한 화염 뱀의 형상.

— 샤아아아앗...!

혀를 날름거리는 화염의 마수가 적의 거체를 꽁꽁 휘감는다.

이것이 살아있는 불의 위엄.

먹어치우듯이 적을 태우고 물어뜯는데.

— 그워어어어....!

동시에 베히모스의 몸에 난 구멍 속으로 푸른 늑대 12마리가 들어가 내부로부

터 공격을 가한다.

— 크르르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고통.

늑대와 뱀을 떨쳐내기 위해 거수가 마구 몸을 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대지가 흔들리고 모래 기둥이 솟고 땅이 뒤집힌다.

하지만 얄밉게도 불꽃으로 화했다가 다시 형체를 갖추며 절대로 떨어지지 않

는 불의 뱀.

자신의 몸에 들어온 늑대들도 멀쩡하다.

원망 어린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거수.

— 그워어어어어...!

땅이 하늘로 치솟고 모습을 변화한다.

순간 수천의 모래 화살이 되어 이쪽으로 날아오지만.

“수호의 방벽.”

순간적으로 나타난 거대한 푸른 장막에 막혀 모두 사라지고 만다.

결국 단말마를 내지르는 베히모스.

— 그워어어어......!

그리고 마침내 여력을 다한 거수의 몸을 쓰러지고...

— 쿠구궁....

대협곡의 상징과도 같았던 영물이 숨을 거뒀다.

— 시시싯...!

마지막으로 포효하듯 하늘을 향해 울부짖은 거대한 뱀이 사라진다.

역시 마음속으로 쾌재를 지르는 우진.

‘좋았어!’

귀에 들려오는 것은 승리의 알림.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레벨업!]

언제 들어도 상큼한 상승 알림!

[거수 베히모스를 토벌하여 위업 ‘대지를 무너뜨린 자’를 달성하였습니다.]

[체력 +10]

[근력 +10]

[기술 +10]

달성된 토벌 업적!

[강대한 적을 죽여 그의 힘을 이어받습니다.]

[‘대지의 주인’을 계승했습니다.]

마지막은 당연히 원래 목표였던 스킬이었다.

“오우 예쓰!”

주먹을 움켜쥔 우진.

축구 감독처럼 허공을 연달아 가격하는데.

아직 알림이 끝나지 않았다.

[대협곡의 마지막 신비]

[대협곡의 가장 오래된 비밀을 발견했습니다.]

[베히모스의 거처]

순간 머릿속으로 흘러들어 오는 지식의 전달.

그건 넓디넓은 대협곡 어딘가의 특정한 장소였다.

‘얼레? 이런 곳이 있었구나? 추가 포상 나이스!’

그건 바로 거수 베히모스의 보금자리.

‘비밀 장소엔 항상 좋은 보상이 있기 마련이지.’

일단 스킬 테스트부터 해 보기로 했다.

구울을 하나 더 먹고 정신을 집중한 우진.

베히모스의 능력을 써 보는데 엄청나다.

“우워어어어!”

지배한다, 통제한다 수준의 느낌이 아니었다.

대지라는 존재 자체가 우진을 위한 것이다!

고양감을 견딜 수 없어 소리를 지르는 우진.

“내가 대지의 주인이다아!”

순간 대협곡을 이어 버릴 듯이 거대한 장벽이 솟아났다.

이어 모래의 파도가 된 장벽이 밀려오고.

그 위에서 서핑을 하는 우진.

“끼얏호우!”

그대로 흐름을 타고 르쉬에게로 도착했다.

— 쿠구구구구......!

밀려오는 대지에 경악하던 붉은 머리.

그 꼭대기에서 두 팔을 벌린 우진을 발견했다.

“총대장님!”

“점프!”

마지막 물결의 추진력을 받아 허공으로 날아오른 우진이 르쉬 앞에 섰다.

“이, 이게... 무, 무, 무슨 조화입니까...?”

놀란 르쉬에게 간결하게 설명하는 우진.

“르쉬.”

“예!”

“대협곡의 주인이 바뀌었다.”

우진이 손을 들어 올린 순간.

대협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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