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66
이른 아침이라고 부르기에 적절한 시간.
— 똑똑....
“누구야... 아침부터...!”
“죽음입니다.”
갱의 온갖 거점을 방문한 우진.
그건 산타클로스만큼이나 빠른 저승사자의 모습이었다.
“헛, 둘, 셋, 죽음. 헛, 둘, 셋, 죽음.”
‘꺼억. 잘 먹고 갑니다.’
선물 대신 도시 전역에 빠르고 정확한 죽음을 배달한 우진.
마지막으로 도시 외곽의 건물에 도착했다.
“여기야?”
그러자 쩔쩔매며 고개를 숙이는 다크 파이어의 포로.
“예, 그렇습니다.”
“무슨 고기 냄새가 이렇게 나? 푸줏간이야?”
“그... 식량 보급소입니다.”
피식 웃는 우진.
“어, 그렇구나. 신호탄 사나이를 배치시킬 이유가 있긴 하네.”
갱단도 고기 떨어지는 건 못참는다.
— 화르륵....
손을 모아 흑염의 분기압수탄을 만든 우진.
“100인분 말고 5인분만 넣었으니까 맛있게 먹어라.”
폭탄도 살살 맞으면 안 아프다.
— 콰아아앙...!
창문으로 무심하게 던져넣은 폭탄이 딱 알맞은 정도의 소란을 일으켰다.
밖으로 날아오는 고기 덩어리들.
손톱에 쏙쏙 끼워서 꼬치를 만들어먹는 우진.
“구워서 나오니까 좋네.”
나온 건 맛좋은 고기 뿐이 아니다.
“으아아아...!”
“포... 폭격이다...!”
달려나오는 갱단 녀석들.
이른 아침이라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뛰쳐나오는데.
한 놈의 뒷덜미를 잡아올린 우진.
“얘 맞아?”
“맞습니다.”
순간 놈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축 늘어졌다.
[’불꽃 신호탄’을 계승했습니다.]
도망가는 나머지 갱단원.
몇 놈만 남기고 단검으로 죄다 목을 갈랐다.
[스탯 강화 포인트 +7]
그리고 남은 갱단.
그 앞을 가로막는 푸른 늑대들.
— 크르르릉....
“으아아아!”
다시 길을 되짚어 돌아오는 녀석들.
모조리 마비 가스로 기절시켜 눕혔다.
‘한놈, 두놈 세놈 네놈. 딱 좋네. 기다려라. 너희에겐 따로 임무가 있으니.’
늑대를 쓰다듬어 준 뒤 단검을 품에 넣은 뒤.
일단 습득한 스킬을 확인해본다.
‘흠... 신호탄이라.’
정신을 집중해 그 내용을 결정하고 눈을 뜬 우진.
고개를 들고 결과물을 확인한다.
하늘 저 멀리 떠오른 삐뚤빼뚤한 ‘우 진’ 두 글자.
원래는 이름처럼 폭죽 효과지만 마나 컨트롤을 통해 글자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생각에 잠긴 우진.
‘확실히 보낼 수 있는 마나의 양은 적어.’
고작 두 글자를 적기에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스킬 유효거리가 어마어마하다.’
하늘에 닿는 좌표의 범위.
숙달하여 마나를 보낼 수 있는 양만 충분해지면 자신은 천공에서 불꽃의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다.
혹은.
‘대마법사 수준의 마나를 갖게 되면.......’
허공에서 응집된 초거대질량의 불덩어리.
메테오 스트라이크.
그에 필적하는 ‘대마법’이 가능해진다.
‘물론 힘을 더더더더 많이 키워야 겨우 가능해지겠지만....’
가능성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무엇보다.
대마법사는 쎄빠지게 공부를 하고 수십 년 마법 수련을 해야 구사할 수 있지
만...!
자신은 공부라는 공포의 과정을 스킵할 수 있다...!
‘계승. 넌 정말 최고의 스킬이야.’
눈물 닦는 시늉을 한 우진.
글자를 지우고 다시 깨끗해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제... 슬슬 페인텔을 떠날 시간이 됐군.’
참 많은 걸 먹고 가는 도시.
마지막으로 먹은 자리를 깨끗이 치우고 가기로 했다.
— 퍼엉...!
일단 누워있던 갱단원들 머리에 물폭탄을 터트려 다들 깨웠다.
“일어나라. 이제 임무 부여식을 시작한다.”
“어푸푸푸....”
아직도 최초 상황에서 헤어나지 못한 녀석들.
“네놈은 누, 누구냐...!”
“너... 우리가... 우리는... 다크 파이어의....”
정신 못차리는 놈들에게 미소를 보내는 우진.
“내가 누군지 궁금하구나?”
흑색의 도를 꺼내 휘두른다.
순간 창고 건물이 케이크처럼 갈라지고.
— 흠칫.
최초의 포로 옆에 얌전히 두 손을 모으고 선 갱단원들.
“방금....”
“어....”
“죄송합니다....”
“저희가 사람을 잘못 보고....”
우진이 서열을 확인했다.
“랭크 4 이상 거수.”
아무도 없다.
“그럼 네가 책임자가 되겠군.”
첫 포로에게 머리통 던진 우진.
“흐어어어....”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흑염제의 머리통을 잘 안아든 포로.
근처의 나무 하나를 예쁘게 잘라 길고 긴 꼬챙이를 만들어줬다.
“내밀어라.”
들린 모가지 아래 꼬챙이를 끼워넣은 우진.
— 푸욱....
“흐이이익...!”
기나긴 막대사탕이 된 머리를 높이 들어올리게 했다.
일종의 효수.
“이제부터 너희는 그걸 들고 이 도시를 10바퀴 돈다. 그때까진 잠을 자지도
말고, 먹지도 말고, 쉬지도 마라.”
그리고 품을 뒤진 우진.
“구호는 이것이다.”
친절하게 종이에 적어주었다.
긴 문장을 기억하는 건 스스로도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종이를 건네받은 1번 포로에게 우진이 명한다.
“토씨 하나 틀리지 말고 반복하며 도시를 행진하는 거다. 혹 시끄럽다고 하는
사람이 있거나 보기 괴롭다고 하는 사람이 있거든 재깍 자리를 피해줘라. 너
희의 목적은 사죄하는 것이지 더 많은 피해를 끼치는 게 아니니.”
무서운 위압감을 발휘하자 재깍 허리를 숙이는 갱단들.
“예! 명심하겠습니다!”
만족스러워하던 우진이 피식 웃었다.
“근데 아마 다들 즐거워하면서 돌을 던지거나 침을 뱉을 거다. 니들이 좀 양
아치들이었냐. 그러니 돌은 피하지 마라. 침도 얌전히 맞고.”
흉안으로 노려보자.
“히이익.... 아, 알겠습니다!”
그가 놈들의 등을 탁탁 두드려줬다.
“자 그럼 출발!”
“추, 출발...!”
멀어지는 놈들의 뒷모습.
구호를 열심히 외치며 도시를 행진하기 시작했다.
그 구호는 다음과 같다.
<다... 다크 파이어는 해체하였습니다! 저희는 패배하였습니다! 저희를 보면
힘을 모아 배척하고 욕해주십시오!>
선창과 후창이 반복되고, 이어지는 다음 구호.
<범죄 조직 다크 파이어는 해체하였습니다! 그 문신을 새기고 있거나 이름을
들먹이며 해를 끼치는 이들은 곧바로 죽여주십시오!>
고개를 끄덕인 우진.
“잘들 하는군.”
굳이 저런 짓을 시킨 이유는 하나다.
갱단의 ‘이름’을 죽이기 위해서.
‘단순히 갱단 본대가 끝이 아니다. 놈들과 친한 녀석들, 가족, 아는 동생,
형, 친구, 게다가 어리석게 갱단 흉내를 내는 놈들. 적어도 갱단과 연이 닿았
단 이유로 사람들 겁주는 짓거리는 못하게 하고 싶거든.
단순히 말하면 이거다.
‘내가 누군줄 알아?’ 라는 질문에 ‘다 해체한 떨거지 새끼들이 왜 정신을 못
차리지?’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
그래서 잘린 흑염제의 목을 들고 페인텔을 계속 돌게 한 것이다.
‘수장이 하도 눈에 띄는 외모라 효과가 확실해서 좋군.’
수장 흑염제를 모르는 사람도 드물 것이며, 그 예쁘장한 얼굴 또한 아주 잘
알려져 있다.
‘아주 번지르르한 광고판이야. 만족 만족.’
이제 저 양아치 놈들과는 볼 일이 끝났다.
어제 본당에서도 많은 수를 썰었고.
여기까지 오면서도 잔당을 제법 많이 털었다.
‘그것만으로도 대략 300 강화 포인트....’
실로 어마어마한 성장.
그걸로 뒤쳐져있던 ‘기술’ 스탯을 올려주고 나머지는 균등하게 체력, 근력 민
첩에 투자했다.
그리하여 평균적으로 180의 3대 스탯을 갖게 되었다.
‘레벨 81에 200렙 가까운 스탯을 보유하게 됐군.’
무엇보다 맘에 드는 건.
‘드디어 기술 패시브를 얻었다.’
보통은 주스탯 위주로 분배하는 스탯 포인트.
기술에 100까지 투자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극강의 고레벨이 되어 어떻게든 100을 만들면 엄청난 패시브를 갖게
된다.
[마력의 모래시계]
[마나를 이용해 스킬의 사용 제한 대기시간을 감소시킬 수 있다.]
큰 기술, 긴 시간일수록 마나 소모량이 대폭 상승하지만...
자신의 마나통이라면 정말 경악할 정도로 신비한 일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만족한 우진.
‘정산. 이건 이제 거의 패시브처럼 슈퍼 성장 능력이라고 보면 될 거 같군.’
이걸로 만족할 순 없다.
단순 스탯을 넘어 새로운 힘, 차원이 다른 성장 방식을 찾아야 한다.
지독할 정도로 강한 존재가 되기 위해.
‘그건 이미 생각해둔 게 있지.’
계승의 신비.
악마 스킬이라는 말도 안 되는 능력까지 얻어버렸다.
그게 새로운 힘의 열쇠가 될 거다.
‘좋아. 슬슬 돌아가자.’
이제 기감을 펼쳐서 탐지를 시작한 우진.
르쉬 패거리를 찾는 것이다.
아직 도시 전체를 덮을 정도는 아니지만.
몇 블럭 정도 커버하는 건 식은죽 먹기다.
‘오 다행히 근처로군.’
트럭 속 4얼간이.
도시 밖 근거지에 가는 중인 것 같았다.
— 펄럭...
그를 추적해 달리는 트럭 위에 가볍게 안착한 우진.
— 퉁퉁....
천장을 두드리자 운전자인 칼슨을 제외한 세 녀석의 얼굴이 창문 밖으로 나왔다.
“총대장님...!”
“잘들 처리하고 왔느냐.”
“예! 블랙 로즈 재산은 이제 먼지 한 톨 안 남았습니다!”
우진이 껄껄 웃었다.
“잘했다. 고생했구나.”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근거지에 도착한 트럭.
화물칸이 열리고.
그 안에 온갖 물품이 가득했다.
아이템, 잡다한 포션에서 귀금속, 스크롤, 문서류와 현금까지.
살펴보니 굳이 자신이 쓸 정도로 대단한 물건은 없었다.
‘흑참도나 무형활을 뛰어넘는 무기. 이게 칼리아 소굴에서 발견되는 것도 좀
웃기긴 하지.’
방어구도 명장작 유니크가 있고, 다른 것도 별로 끌리는 것이 없었다.
허나 흡혈귀들에게는 충분히 쓸만하다.
최소한 상점제보다는 좋은 것들이 많이 있으니까.
우진이 화물칸을 손수 활짝 열어줬다.
“얘들아.”
“예!”
“보물창고에 왔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챙겨입어라. 그리고 남은 건 가져다가
팔고.”
놀라는 흡혈귀들.
“아... 아무거나 말씀입니까...?”
“그래. 원하는대로. 수량 제한도 없으니 편하게 천천히들 골라라.”
자신에게야 잡동사니 상점에 온 기분이지만.
저 녀석들에게는 최고급 장비점에 온 기분일 것이다.
그런데 거기 가격이 전부 무료.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총대장님!”
“음, 내 것도 아닌데 뭘.”
자신은 칼리아의 재산 중 현금만을 몽땅 챙겼다.
그 반을 뚝 떼어서 자루 4개에 담았다.
“르쉬.”
“예!”
“고생했다.”
“아, 아닙니다....”
“이걸 챙겨둬라. 난 현금이면 족한데 그나마도 너무 많구나.”
혼이 나간 채 주머니를 받아드는 르쉬.
“너희들도 고생이 많았다. 각자 원하는 곳에 쓰도록 하여라.”
허둥지둥하는 4인방.
“이... 이건 너무 많습니다. 저희는 이런 것을 바라고 총대장님을 따른 것이
아닙니다....”
“돈이 너무 많으면 마음이 늘어진다. 그러니 날 위해 받아라.”
“초... 총대장님....”
우진이 피식 웃었다.
전생의 자신이 이 모습을 봤으면 질풍처럼 달려와 드롭킥을 날렸을 거다.
‘게다가 혼자 반을 먹어놓고 청렴한 척 하는 것도 좀 그렇긴 해.’
이걸 주는 이유.
이제는 헤어져야 한다.
그 전에.... 녀석들이 잘 살 길을 터주는 것이다.
‘내가 미숙해서 고마움을 표현하는 법이 돈 주는 거 밖에 없네.’
감격한 흡혈귀들.
앞다퉈 사양과 감사와 눈물과 감격을 하는데.
정신이 없어서 손을 휘휘 흔드는 우진.
“필요 없으면 땅에 묻어버려라. 나는 어디 좀 다녀오려니까.”
자루를 들고 떠나는 우진.
아직 분배는 끝나지 않았다.
이 돈을 나눠줄 또다른 사람이 있었다.
그건 바로.
“어... 어디로 가시는지요...?”
“스승님 뵈러.”
“초... 총대장님의 스승님 말씀입니까...?”
“음 싸움 스승님은 아니고... 인생 스승님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다녀올테
니 정리들 하고 있어라.”
“예... 예!”
단숨에 날아오른 우진이 도시로 향했다.
*
“아이고... 여기는 오랜만에 와도 참 조용하네.”
페인텔의 상업지구.
그 후미진 골목에서도 해가 잘 들지 않는 곳.
거기 평범한 옷차림의 남자가 걷고 있었다.
바로 우진. 자신의 ‘은인’을 만나러가는 중이다.
‘페인텔에서 꼭 보고 가야할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탁을 드려야 하는 사
람이 있거든.’
이곳에서의 모든 소동.
아직 끝은 아니다.
지금은 숨을 죽이고 있을 악의 잔당들.
개버릇 남주기 힘든 법이고, 환부를 모두 도려내도 재발은 가능하다.
‘그렇기에 숨겨진 히어로가 필요하지.’
이 도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후일을 맡기기로 했다.
어두운 서점.
노크와 함께 들어선 우진.
안경을 쓴 노인이 작은 조명 아래 책을 읽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지만 깨어 있을 줄 알았다.
“어서오시오.”
“제가 너무 일찍 온 건 아닌지요.”
그러자 푸근하게 웃는 노인.
“아침은 책 읽기 좋은 시간이지요.”
이 서점의 주인인 백발의 영감.
70세의 마법학자.
평생을 마법에 매진해왔지만 아직 마나와 인연이 닿지 못한 자.
모험가가 아니니 좋은 영약이나 요법을 사용해보기도 힘들다.
그렇기에 매일 책과 스스로와 홀로 싸우는 집념의 노인.
그 앞에서 우진이 고민을 시작했다.
‘이거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자신이야 기억이 선명하지만...
저 노인에게 우진은 낯선 모험가 그 자체다.
그래서 그냥 하던대로 하기로 했다.
— 쿵....
얌전히 놓인 묵직한 자루.
“이거... 돈입니다. 혹시 다크 파이어나 블랙 로즈 애들 설치면 용병단을 좀
고용해주십시오.”
“음...?”
“근처에선 탄트라 래빗 용병단이 가장 강하고 정직할 겁니다. 만약 설치지 않
으면 영감님이 다 가지십쇼. 말하자면 의뢰비입니다.”
우진이 자루를 열어 안을 보여주자 영감의 입이 쩍 벌어졌다.
“대체... 누, 누구기에 도대체 이런 거액을....”
코를 긁적인 우진이 솔직히 말했다.
“영감님한테 큰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인데. 영감님은 아마 기억 안 나
실 겁니다.”
“내... 도움을? 그게... 아주 오래된... 일이오?”
“뭐... 비슷합니다. 엄청 빡통이라 이상한 질문도 많이 했을텐데, 그거 하나
하나 대답해주신다고 고생하셨습니다.”
“허....... 질문이라....”
기억을 되짚는 듯 생각에 잠긴 노인.
쓸데없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우진이 움직였다.
또 하나의 묵직한 주머니가 놓이고.
“이것도 받아주십시오.”
“이건...?”
여기 온 또 하나의 이유.
“이건... 수업료입니다.”
“수업료...?”
진지한 얼굴의 우진.
“예. 제게 힐 스킬의 마법 이론을 알려주십시오.”
힐. 1서클의 마법.
기초지만 대단히 유용하다.
자신은 마나통이 크고 마력이 크기에 효과나 범위도 달라질 것이다.
또한, 스킬 응용과 실제 마법은 무엇이 다른 지 궁금하기도 했다.
단순히 많은 스킬을 넘어서.
더욱 강한 운용을 위한 주춧돌.
‘분기압수탄. 그리고 신호탄의 응용 등으로 궁금한 게 많아졌거든.’
힐을 선택한 이유는 하나.
이미 부수고 터트리고 찢고 태우는 법은 충분히 안다.
하지만 도저히 풀리지 않는 의문.
회복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
각종 패시브로 이제 자신의 중요한 힘이 된 마나.
한 가지 방식으로밖에 못 써먹으면 아쉽다.
그때 노인이 안경을 밀어올리며 점잖게 말했다.
“그... 무언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나는 마법을 쓰지 못한다오. 매일 마법
책을 보고는 있지만 마법사는 아니란 얘기지.”
우진이 빙긋 웃었다.
“괜찮습니다. 이론만이라도. 세상에서 영감님처럼 쉽게 마법학을 알려주실 분
은 없을 테니까요.”
이 노인의 똑똑함은 온화하고 부드럽다.
그렇기에 우진의 단단한 돌머리에도 스며들 수 있다.
그리고... 이 영감님과 단 몇 시간이라도 다시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근성이나 마인드나.... 배울 점이 참 많은 분이거든.’
즉, 자신을 다시 세우는 의미의 수업도 된다.
“그럼....”
커흠. 목을 풀고 안경을 고쳐 쓴 노인.
기초 서적을 뽑아온다.
“좋소이다. 내 짧은 지식이라도 필요하다면... 아끼고 옹졸하게 굴 이유가 하
나도 없지.”
빙그레 웃는 노인.
사정도 이유도 묻지 않는다.
또한.
마법이 얼마나 어려운지 겁을 주지도 않는다.
자질이니 소양이니 시험하지도 않는다.
돈을 줘서?
아니면 우진의 힘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두려워서?
아니다.
그냥 이 노인은 그런 사람이다.
누군가 필요한 게 있으면 그걸 내주는 사람.
우진이 정좌하여 앉았다.
기초 마법 강의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