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64
멸마자(滅魔者).
월드에서도 아주 고강한 자들만이 얻을 수 있는 칭호.
커다란 나무 위에 기댄 ‘멸마자’ 우진이 빙긋 웃었다.
‘내가 정말 강해지긴 했어.’
하위급이지만 악마를 살해했다.
자신은 이제 월드에서도 주목할만한 실력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부여된 검은 휘장의 능력.
그건 오늘밤 얻은 능력의 극히 일부였다.
‘자. 아직 정산할 게 좀 많지? 하나씩 처리하자고.’
나무 위에서 알림을 확인하는 우진.
포상 목록만으로도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능력 체크부터 가자.’
일단 새로운 흡혈귀 항목부터 펼쳤다.
[블러드 배리어]
[블러드 윙]
[블러드 드라이브]
상급 흡혈귀의 3가지 능력.
배리어와 윙은 이미 악마전에서 사용했다.
마지막인 ‘드라이브’는 공간계 능력.
‘안개처럼 몸을 피로 바꿔 이동하는 기술이지.’
안개보다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고, 발동속도도 더 빠르다.
또 하나의 이동용 기술 혹은 회피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았다.
‘그 다음은... 칼리아의 스킬.’
악마를 죽이자 고맙게도 칼리아의 스킬까지 계승이 되었다.
[’암시’를 계승했습니다.]
‘참으로 특이한 능력이란 말이지.’
생각처럼 강한 힘을 가진 건 아니었다.
세뇌, 정신조종, 노예화.... 솔직히 이런 걸 기대했지만 한계가 아주 명확했다.
‘감정의 증폭.’
적대감을 품고 있는 상대에게는 자신이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는 식의 암시를
넣어 적대수치를 낮출 수 있다.
반대로 호감을 품고 있는 상대에게는 자신이 더욱 우호적인 존재라는 암시를
넣어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
‘상대의 생각을 바꿀 순 없지만, 그걸 확고하게 만들 순 있다.’
나름대로 쓸모가 있을 거 같았다.
칼리아야 아름다운 외모와 매혹의 힘으로 사람들을 홀려서 잡아먹고 노예화하
는데 써먹었겠지만...
자신은 ‘적과의 협상’이나 ‘가격 흥정’ 정도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정도.
‘뭐... 그건 내 전문 분야가 아니니 패스.’
좋은 힘 두고 달래거나 유혹할 이유가 없다.
그래도 최소한 한번 정도는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거 같으니 포인트로 바
꿔먹진 않기로 했다.
‘최소한 1포인트보단 가치가 훨씬 높은 거 같으니까.’
그리고 계속되는 스킬 확인.
악마에게서 계승된 스킬은 암시가 끝이 아니다.
[마계의 존재를 죽여 그의 힘을 이어받습니다.]
[’어둠의 통로’를 계승했습니다.]
바로 악마 본체의 스킬.
본격적인 전투 직전 자신과 4인방을 덮친 무식한 기술이다.
‘공간을 찢고 마계의 어둠 그 자체를 불러내는 위험한 능력이지.’
일종의 거대 레이저포.
단순 기파나 폭발 등이 아니라 일종의 공간 삭제 기술이라 매우 강력하고 위
험하다.
‘근데 역시 마나 소모량이 어마어마하네.’
악마야 본래 마계의 존재고, 스탯도 무지막지 높지만 자신에겐 살짝 부담이
된다.
‘그래도 일발 필살기로 두기에 매우 좋아. 이런 걸 쓸 거라고 누가 예상하겠어.’
무려 마계의 스킬이다.
예측하고 방어한다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행히 마나통은 계속 충분히 키워줬기에 한 번 정도 구사하는 것은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마나를 더 확보하고. 기술 스탯도 더 많이 올려서 쿨타임 줄여주면 연발도
가능해질 거야.’
언젠간 반드시 그렇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계속되는 보상.
[살해한 악마의 힘이 주어집니다.]
[체력 +30]
[근력 +30]
[민첩 +30]
순간 정수리가 하늘로 솟구치는 듯한 고양감이 찾아왔다.
거의 아찔한 쾌감과도 같은 충만감.
‘이게 성장이지.’
우진이 진심으로 웃었다.
무려 90레벨의 상승분.
정말 고마울 정도의 포인트.
그런데 이걸 준 건 월드가 아니다.
놀랍게도 마계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마계에 대한 아주 조금의 이해가 필요하다.
‘마계에서 이걸 왜 줬냐하면 말이지....’
저 바깥에 어둡고 추운 비내리고 폭풍이 치는 세계가 있다.
그게 마계다.
거기 강대한 존재들이 돌아다닌다.
그게 악마다.
한편 ‘월드’는 따뜻한 집이다.
안에서 보면 비정하고 쓰라린 공간이지만, 마계라는 곳에서 보기엔 아주 따스
하고 온정 넘치는, 매력적인 장소가 된다.
거기 살아가는 존재들이 있다.
영양가 높고 맛있는 먹이들.
그게 월드의 주민들이다.
그래서 악마는 계속 월드의 문을 두드린다.
열어달라고.
다 부숴버리겠다고.
‘정말 시끄럽고 피곤한 일이겠지.’
그래서 월드의 신적 존재는 협정을 맺었다.
자꾸 문 두드리면서 침입하려고 하지 마라.
대신, 넘어올 기회를 주겠다.
단!
월드의 주민이 직접 초대했을 때만.
더 적나라한 단어를 택하자면 힘을 위해 계약을 맺었을 때만 악마가 넘어올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엔 그게 칼리아였고.’
헌데 악마라고 부르면 다 쭐래쭐래 오는 건 아니다.
제대로 된 공물도 필요하고, 소환자가 충분한 힘으로 차원문을 여는데 협조할
수 있어야 한다.
‘칼리아의 경우엔 힘이 좀 부족했고, 그래서 영혼까지 공물로 바쳐야했지. 그
나마도 부를 수 있었던 건 하위급의 불완전 강림이 끝이었고.’
아무튼 이렇게 악마가 어떤 식으로든 일단 월드로 넘어오면......
그땐 ‘끝’이다.
협약을 통해 정당히 현신한 것이기에, 무차별의 파괴를 해도 신적 존재가 저
지하는 일은 없다.
즉.
오직 파괴만을 목적으로 하는 천재지변이 세상에 강림한 꼴이 되는 것.
그럼 그때 누가 나서나.
당연히 집은 집주인이 지킨다.
그게 바로 월드의 주민들.
‘물론 지키는 거라기보단 기를 쓰고 죽여버리는 거지만.’
그렇게 악마의 침공을 저지하면, 수호자는 마땅한 보상을 받게 되는데.
‘그게 바로 내가 받은 보상이지.’
다시 수호자 휘장을 불러낸 우진.
이것과 ‘스탯’이 월드가 수호자에게 수여하는 포상이다.
‘+20 스탯. 마나에 찍어줘서 이제 무려 120이 되어버렸지.’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마계에서 준비한 선물도 있다.
이건 반대로 ‘악마를 잡은 강자’에게 주는 선물이다.
이걸 왜 주냐.
그건 마계에 대한 조금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예전에 우진 자신이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월드만이 유일하고 진정한 세계라면, 마계는 대체 무엇입니까?>
그러자 그가 알던 가장 똑똑한 사내였던 70세의 마법학도가 답해주었다.
‘반대항. 무언가의 반대항으로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것들이 있지. 개념도 그렇
고, 사람도 그렇고... 어떤 세계 또한 그러하다네. 마계는 월드의 반대항이지.’
설명을 더 요구하자 빛과 어둠의 이야기가 나왔다.
어둠이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빛의 부재일 뿐이란 얘기를 들었을 땐.
‘어둠이 실재하는 거고 빛이 꼽사리 낀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게 바로 내가 한 얘기일세.’
하는 설명을 듣고 이해를 포기했다.
‘그 시간에 활 한 번을 더 쏘는게... 솔직히 나한테는 맞는 방향이었고.’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마계가 자신의 세력을 불리고 계속 월드를 넘보는 이유.
그건 자신이 ‘진짜’가 되기 위해서다.
어떤 존재의 그림자가 아니라.
무언가에 반대만 하는 이상한 놈들이 아니라.
자신들이 법칙과 습성이 ‘정상적인 것’이 되게 하기 위해서.
‘어찌보면 인정받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지.’
자기도 안다.
자기도 인정받고 싶어서 열심히 산 거나 다름 없으니까.
‘그러니까 앞으로도 종종 겨뤄보자고. 니들의 의지가 진짜인지. 내 결의가 진
짜인지.’
아마 마계에서도 그걸 원할 거다.
원래 그런 놈들이니까.
‘걔들은 꼭 자기가 월드에 오고 싶어하는 것만도 아니거든.’
반대로 이쪽에서 넘어가는 것도 좋아한다.
싸울 수만 있다면!
그래서 악마를 죽인 강자에게 수여하는 보상도 특별하다.
마계답게 좀 유혹적인 물품들.
‘일단은... 방금 얻은 도합 90포인트의 스탯.’
이건 넘어왔다가 죽은 녀석.
즉 해당 악마가 가지고 있던 힘의 일부다.
‘악마들끼리도 싸워서 힘이 옮겨다니듯 그 살해자에게도 같은 포상을 내리는
거지.’
그래서 더 강해지라고.
그리고 우리 측 다음 강자와 겨뤄보라고.
그 다음은 바로 이것.
‘이건 더 노골적이지.’
우진이 검은 균열 사이로 나타난 ‘티켓’을 잡아들었다.
[마계 티켓 Lv.1]
새까만 초대장이다.
바로 마계의 초대를 받은 것.
<와라. 강자야. 재밌게 놀아보자.>
물론 이렇게 적혀있진 않지만...
바로 정확히 그 의미다.
티켓을 손가락으로 탁탁 튀긴 우진이 품에 넣고 빙긋 웃었다.
‘글쎄. 당분간은 갈 일이 있을까 싶다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마계에도 쳐들
어가 줄게. 정점의 자격으로.’
월드에 정점에 선 자.
그가 다시 마계의 정점에 서면...
이 끝없는 혼란도 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꿈이라도 품어보기 위해선.
‘가야할 길이 멀다. 선두들을 다 재끼기 위해선 힘이 아주 많이 필요해.’
거기에 힘을 보태듯 주어진 또 하나의 보상.
마계가 주는 건 ‘당연히’ 스탯과 티켓 정도가 끝이 아니다.
바로 마계의 ‘아이템’!
비록 어둠의 힘을 이용하기에 위험하지만....
‘나는 권한을 얻었으니 자유롭게 쓸 수 있지.’
권한 없는 이들은 착용만 해도 광증에 빠질 거다.
거의 고유템이나 다름이 없는 셈.
우진이 허공에서 새까만 도(刀) 한 자루를 뽑아냈다.
[흑참도(黑斬刀)] [마계]
보통은 올랜덤 테이블에서 뽑히는 마계 보상.
하지만.
첫 살해에는 반드시 무기 타입을 준다.
싸움을 좋아하는 놈들답다.
‘그래도 랜덤인데 아주 좋은게 걸렸군.’
좀 비정상적일 정도로 긴 흑색의 도신.
언데드 폼 1단계 정도는 변해줘야 자유롭게 쓸 수 있을 거 같은 긴 무기.
하지만 이건 실제 물리적 공격보다는 다른 용도로 더 많이 쓰일 거다.
그건 바로....
[이 마계의 도는 사용자의 체력을 대가로 참격 ‘흑마질풍참’을 발동한다.]
참격계 흑마질풍참.
‘쉽게 말하면 공격력 개쎈데 멋있는 바람의 공격이 날아가는 셈이지.’
또한 이 기술이 멋진 점.
물질 뿐 아니라 ‘마력’으로 이루어진 것까지 베어버린다.
그게 바로 이 도의 진정한 위력.
자신은 스태미너 회복이 괴물에 가깝기에 이 무서운 능력을 ‘연달아’ 발동할
수 있다.
‘그러고도 시간만 좀 주면 바로 다시 날릴 수 있다는게 최고야.’
좋다.
이제야 드디어 모든 보상의 확인이 끝났다.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고, 잠을 안 자도 피곤하지 않다.
‘힘의 성장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달콤한 식사지.’
힘은 더 많을수록 좋다.
단순히 자신만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더 큰 일을 대비해야 했다.
‘곧 광마교 사태가 터진다.’
광마교(曠魔敎).
월드의 사교 집단.
이 사악한 집단은 월드 내부에서 마계의 ‘진짜화’를 돕는 악의 축이다.
‘이들이 결국 맛이 가서 대규모 계약과 소환으로 악마들을 왕창 불러내지.’
그때 월드는 정말 끔찍한 재난을 겪었다.
엄청난 피해와 수많은 희생으로 막아내지만, 결코 다시 겪고 싶은 일은 아니
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건 보상을 퍼먹을 수 있는 피버 타임이란 뜻과도 같았다.
실제로 그 기간동안 압도적인 성장을 이룬 자들이 있고 그때 생긴 격차는 점
점 벌어져 따라잡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이번 생엔 다르다.
자신이 제압의 주역이 될 것이다.
선두주자 다 재끼고 정점에 서기 위해선 빨리 힘을 키워야 한다.
‘어쩌면 광마교 녀석들을 미리 저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워낙 비밀스럽고 점조직 형태로 월드 전역에 퍼져있어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작은 실마리만 잡으면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래의 일은 미래의 일이고.’
일단은 오늘밤의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 펄럭....
나무 아래로 내려선 우진이 르쉬를 불렀다.
저만치서 대기하던 작은 흡혈귀가 후다닥 달려온다.
그런데 그 얼굴이 조금은 피로해보였다.
“오늘밤은 조금 더 고생 좀 하자꾸나.”
“아, 아닙니다...!”
“얼굴이 시뻘건 것을 보니 많이 피곤하긴 한가보구나.”
그런 대장을 은근한 눈길로 바라보는 3인조.
르쉬의 무시무시한 눈길에 입을 싹 다문다.
빙긋 웃은 우진.
“그럼 칼리아 쪽의 마무리는 르쉬 네게 맡겨도 되겠지?”
“예! 책임지고 본부부터 탈탈 털겠습니다.”
탈탈 턴다의 정확한 의미.
그건 바로 혹시 모를 잔당의 처치. 그리고 더 중요한 귀중품의 수거다.
장비 아이템, 귀금속, 그리고 현금까지.
칼리아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뽑아낼 생각이었다.
“그럼. 믿고 가보마.”
“예!”
펄쩍 뛰어오른 순간, 이미 저 멀리 날개를 단 존재가 밤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
염라전(美羅殿).
흑염제의 거처엔 거창한 이름이 붙어있다.
도시 서구에 전각을 지어놓고 살고 있다.
숲과 녹지, 그리고 연못까지 딸린 장원의 형태.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중앙의 흑염제 석상이다.
위풍당당하게 백석(白石)으로 만들어놓은 값비싼 석상.
크기만으로도 3m에 달하는, 어디서 찾아보기도 힘든 과시품이었다.
그 위에 내려앉은 붉은 날개의 생물체.
그건 우진이었다.
“오우, 석상 참 기분 나쁘게 생겼네.”
사실 미공자의 외모를 본따 아름답다 말할 수 있는 얼굴이었지만.
자신 입장에선 그저 무의미하다.
— 스컥....
혈검으로 잘라서 다른 석상의 머리랑 바꿔주었다.
그건 바로 흑염제의 상징. 화염룡.
‘뭘 용을 3m 크기로 조각을 해놨어.’
그래도 마음에 든다.
이 용이 곧 자신의 ‘능력’이 될 테니까.
이제 도마뱀의 머리가 된 흑염제 석상.
반대로 번지르르한 얼굴은 도마뱀 몸통을 갖게 되었다.
“근데 왜 이렇게 안 오냐.”
기지개를 켠 우진이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일부러 ‘번개’ 몇 방을 떨어트렸다.
강하게는 아니고, 마치 오토바이 시동을 걸듯이.
— 콰릉... 콰릉... 콰르르르릉...!
그러자 마침내 번을 서고 있던 녀석 하나가 달려왔다.
“누구냐!”
“오! 왔구나. 내 이름은 우진. 고독한 청소부지.”
가슴팍의 버튼을 누르고 소리치는 병사.
“적습이다!”
곧 장원 전체에 경보가 울렸다.
삽시간에 모여든 병력의 수는 족히 서른이 넘었다.
각기 병장기를 꼬나들고 모여선 모습은 훈련된 병사라기 보단 뒷골목 양아치
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우진이 흐뭇하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왔냐. 이 밤에 다들 고생이 많다.”
홀로 석상 위에 선 우진.
침입자가 한 명이라는 것을 확인한 놈들이 기세가 살아 입을 놀린다.
“네놈이 겁도 없이 흑염제님의 영토를 침입했구나.”
“넌 이제 죽은 목숨이다!”
빙긋 웃은 우진.
“난 이미 애진작에 죽어있다.”
그리고 시작된 개전의 의식.
— 스르릉....
그가 꺼낸 건 길이만으로도 위압감 넘치는 칠흑의 도.
밤 속에서 흑색의 도신이 한층 짙은 어둠의 힘을 뿜어낸다.
“흑마질풍참. 첫 공개니 달게 받아라.”
우진의 움직임이 허공을 가르고.
뒤따르는 도의 모습이 보였나 싶을 땐.
— 스윽.
“어....”
— 콰콰콰콰쾅...!
이미 모두의 몸은 반으로 갈려있었다.
그야말로 일도양단.
그 나눠진 시체를 내려다본 우진이 만족스럽게 말했다.
“이제 60이 되었군. 하지만 이것으론 부족하니 600을 불러오너라.”
멀리 전각 뒤에서 훔쳐보던 또다른 녀석이 기를 쓰고 달아났다.
“으... 으아아아아!”
— 휘휘휘....
다시 석상 어깨에 걸터앉아 휘파람을 부는 우진.
흑염제 최후의 밤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