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59화 (59/155)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59

“가라! 블러드 드래곤!”

— 캬아아아아...!

더욱 거대해진 혈박쥐.

풀파워로 소환했기에 거의 2m에 달하는 녀석이 방을 휩쓸었다.

“끄아아악...!”

“커거거걱....”

피의 날짐승이 적들을 녹여버린다.

어떤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독성을 띈 것처럼 녹여버렸다.

그리고 그 체액을 집어삼키더니 자기 몸에 흡수까지 시킨다.

‘와우... 날아다니는 자동 사냥...!’

게다가 혈액까지 자동 회수가 되니 즐거움이 2배!

그 화려한 모습에 감탄하는 부하들.

“크아...!”

“시원시원합니다!”

“역시 총대장님이십니다!”

우진도 만족스럽게 박쥐를 쓰다듬고 다시 손바닥에 빨아들였다.

“잘했어! 블러드 드래곤!”

감탄하다가도 의문에 빠진 부하들.

‘호칭 실수가 아니었어...?’

‘블러드는 맞지만...’

‘박쥐보고 드래곤이라니?’

그걸 알아차리고 씩 웃는 우진.

자신이 아무리 빡대가리여도 드래곤이 용이란 건 안다.

즉. 이건 헷갈린게 아니다.

‘난 정말로 얘를 드래곤 크기로 키워줄 거거든.’

그러니까 지금부터 정확한 호칭으로 불러주는 것이다.

박쥐계 최강이 될 자신의 귀여운 패밀리어.

‘내가 수련해서 모양도 바꿔줄게. 넌 진짜 드래곤이 될 거다.’

박쥐도 혈검처럼 사용자의 심상이 중요하다.

애초에 흡혈귀마다 박쥐의 생김새가 조금씩 다른 것이 그 이유다.

즉, 블러드 드래곤은 이루어질 목표라는 것!

— 슈우우욱....

그때 박쥐가 손에 빨려들자 즐거운 알림이 떴다.

[혈액 공급]

[다음 승급까지 필요한 혈액을 1/3 이상 확보하였습니다.]

‘와 진짜 빨리 오른다.’

다른 흡혈귀가 보면 억울해서 소중한 피를 각혈했을 것이다.

지금 우진은 중급 흡혈귀.

근데 하루만에 상급 필요량 1/3을 먹었다는 건 진짜 부러운 걸 떠나서 억울함

에 치가 떨리는 속도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칼리아 클랜을 다 턴 것도 아니라는 거. 이제 고작 시작이라는게 최고지.’

이 정도면 상급 흡혈귀 능력도 금방 얻을 수 있을 거 같다.

“자 이제 배합기를 터트려버리자꾸나.”

우진이 수영장만한 장치를 바라보았다.

— 부글부글....

걸죽하게 끓고 있는 화합물이 역한 냄새를 풍긴다.

무슨 지옥의 스프 같은 모습이었다.

‘마약을 시멘트 공장 같은 규모로 만들고 있네.’

정말 역겨울 정도의 양.

게다가 저걸 정제하고 착색해서 하얀색으로 만들어서 판다.

천상의 장미라는 하나도 안 어울리는 이름으로 말이다.

‘겉과 속이 달라서 더 역겹군. 마치 전생의 파티장 같은 마약이야.’

많기도 한 양.

그냥 다 터트려버리기로 했다.

‘단순히 터트리는 건 잔재가 남는다. 배합기를 복구조차 못하게. 마약 1그램

도 남지 않는 폭발을 일으킬 거다.’

물론 그건 그야말로 대폭발.

불도 엄청난 크기로 피어오를 거다.

하지만 그게 우진이 바라는 바다.

‘이 도시에. 전쟁의 봉화를 올리는 거다.’

일종의 선전포고.

그렇다면 그 방법은 무엇으로?

‘난 이제 마나 컨트롤이 수준급이 되었다. 그러니.’

100이 넘어간 마나로 신비한 일을 해볼 생각이다.

일단 손바닥을 오므려 밥공기만한 움푹한 공간을 만든다.

그리고 주문한다.

<여기 공기밥 하나요! 100인분 같은 1인분 주세요!>

식당에서 했다면 진상이 되겠지만.

‘내 마나 내가 쓰겠다는데 누가 뭐라그래.’

1인분 밥공기에 100인분을 눌러담듯이.

손아귀에 마나를 꾹꾹 응집시킨다.

일반적으론 불가능한 방식.

하지만.

‘내게는 사령술과 강혼이라는 최상급 조작계열 능력이 있다.’

그걸로 쌓은 숙련도.

그리고 그걸로 보조하는 힘의 응축과 억제.

마침내 우진의 손아귀에 착 감기는 구슬이 생성됐다.

아름답지만 무서울 정도의 마나를 담고 있는 주먹만한 구체.

‘됐다!’

— 웅웅웅웅....

무서운 소리를 내며 자신이 품은 힘을 드러내는 구슬.

그 위력을 알아본 수하들이 다시 덜덜 떨기 시작했다.

“그, 그게 도대체 무엇인지요...?”

“이게 말이다. 그러니까.......”

100인분 이론을 설명해준 우진.

부하들에게 이름 지어보라고 했다.

나름대로 진지한 작명 컨테스트.

“기술의 이름 말씀입니까...?”

“그래, 이걸로 복수의 신호탄을 올리는 셈이니, 신중하게들 결정해보아라.”

고민이 시작되고.

첫번째 의견.

“어... 어... 100인의 분노는 어떻습니까...?” 르쉬. 탈락.

“초압축 폭탄입니다!” 덩치 탈락.

“광속의 수류탄 어떻습니까...?” 광속의 탈락.

그때 홀쭉이.

“기간틱 제노사이드 입니다.”

“오?”

잠깐 혹하다 고개를 젓는 우진.

“너무 살벌해.”

취향이지만 기각.

끔찍한 느낌이 나서 무섭다.

‘뭔가 좀 더 산뜻한 것이 없을까나.’

결국 자신이 정한 우진.

잠시 생각하던 그가 비장하게 말했다.

“분노의 기간틱 압축 수류탄이다.”

그저 의견을 다 합친 것이지만.

부하들에겐 좀 다르게 들렸다.

‘우, 우리의 뜻을 한데 모아서...!’

‘자신의 힘으로 발현하신다는 고귀한 의지...!’

“조, 좋습니다!”

“완벽한 이름입니다.”

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일단 밖으로 나가라. 너희가 다칠 수 있다.”

4인조가 건물 밖으로 물러가고.

우진도 복도로 나왔다.

이제 이 마나 폭탄의 속성을 정할 차례다.

‘속성은 뭘로 부여할까.’

자신은 다속성 보유자.

이 분노의 기간틱 압축 수류탄.

줄여서 분기압수탄에는 여러가지 속성을 부여할 수 있다.

‘물 불 전기 뭐든 말만하라고.’

그렇다면 거기 담길 속성은?

대망의 첫 속성.

‘불! 너로 정했다!’

왜냐면 다음 외칠 대사가 아주 적절히 어울리기 때문.

“파이어 인 더 홀!”

— 휘이잉...!

똘똘 뭉친 마력의 덩어리.

그 색상은 진홍의 불꽃레드.

진짜 파이어가 날아간다!

새로 얻은 ‘능숙한 투척’이 나름대로 효과를 발휘하며 아름다운 호선을 그리

게 도와줬다.

그리고.

— 꽈아아앙!

배합실 창문으로 정확하게 들어간 분압탄.

그것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다.

— 퍼서석...

— 화르르륵...!

무너지고 불타오르는 건물.

건물 바깥에서 폭발을 구경하던 5인조가 감탄했다.

“어, 엄청납니다....”

“대단한 위력입니다!”

“이, 이걸 근거리에서 맞았다가는....”

그때 밖으로 뛰쳐나온 우진.

언데드 폼으로 날다람쥐처럼 착지한 그가 인간형으로 돌아와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활활 타오르는 건물을 바라보며 외친다.

“와... 진짜 장엄하다. 그지 얘들아.”

“예!”

“저거 누가 만들어낸 폭발이냐.”

“우진님입니다!”

— 화르르륵...!

어둠 속에 피어오른 봉화.

그건 아주 멀리까지 신호를 전달할 것이다.

그건 바로 ‘선전포고’.

우진이 진중한 눈으로 그 불길을 바라보았다.

‘좋아 이제 전쟁 시작이군.’

르쉬 클랜 vs 칼리아 클랜.

그건 이미 숫자만으로도 성립하지 않는 싸움이다.

‘5명 대.......’

잠시 멈춘 우진.

“르쉬야 칼리아 클랜 몇 명쯤 되냐?”

“그게 아마 수, 수백 명쯤 될 겁니다.”

‘5명 대.... 수백 명의 싸움.’

깊어지는 그의 눈빛.

하지만.

이쪽엔 비대칭 전력이 있다.

그 이름. 우진.

‘불쌍하구나 칼리아 클랜이여.’

치솟는 불길 속에서 우진의 광소가 이어졌다.

“와라! 모여들어라 불나방들아! 와서 내 힘이 되어라!”

— 콰과과광...!

스스로 만든 번개 속에서 그의 모습이 섬뜩하게 번쩍였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기습의 밤이 끝나고.

불과 전쟁의 밤이 시작되었다.

*

커다란 불이 어른거리고 그 앞에 5인의 형상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한산해진 공장 부지.

아직 다른 건물에는 사람들이 남아있을 것이다.

혹은 도망갔거나.

‘뭐가 됐든 상관 없다. 여기는 이제 내 구역이니까.’

들어오는 것은 모두 죽인다.

추가 병력이 도착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것이다.

우진이 수하들에게 지시했다.

“너희는 돌아다니면서 가지고 싶은게 있으면 챙기고. 혹은 ‘빨고 싶은 것’이

있으면 시원하게 빨아재껴라.”

이것이 부족 스타일 포상.

적의 마을은 곧 우리의 보물 창고.

털고 썰고 약탈해라!

“아, 그 전에. 위험요소 체크.”

사령 거미줄로 기감을 퍼트린 우진.

‘흡혈귀는 확실히 없군.’

칼리아 패거리 쪽수가 많다 해도 흡혈귀 수는 한정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칼리아가 통제할 수 있는 수에 한계가 있을 테니까.’

흡혈귀는 자신이 다 먹었으니 남은 건 어차피 인간이다.

4인조 입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는 수준.

“저... 얼마나 시원하게 빨아도 되겠습니까......?”

“마음껏. 최대한도로. 배 터질 때까지.”

“감사합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경호를 붙여주기로 했다.

“혹시 위험하면 이 녀석이 지켜줄 거다.”

위엄있는 모습으로 소환된 것은 체이서.

말하자면 체이서를 붙여줘서 쩔을 돌리는 거다.

‘쟤들도 조금씩이라도 키워놔야지.’

압도적인 기세의 전투인형을 보고 놀라는 흡혈귀들.

마도공학에 대해 어려워하는 놈들을 위해 맞춤 스타일로 설명했다.

“두려워할 것 없다. 그저 기계 펫이다. 기계 패밀리어. 나의 수족과도 같은

녀석이지.”

그러자 서로를 바라보는 흡혈귀들.

‘우진님의....’

‘수족.......’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경탄한다.

‘부. 럽. 다!’

그리고 밤을 향해 흩어지는 4인조.

걱정할 건 없다.

아무리 약한 놈들처럼 보여도 그건 우진 기준.

‘쟤들도 흡혈귀니까.’

밤길에 마주치면 평범한 인간은 기를 쓰고 달아나야 한다.

그러고도 결국 잡혀서 먹힐 무시무시한 종족.

그리고 약 10분 후.

깨끗하게 정리하고 돌아온 녀석들.

한층 총명해진 눈빛으로 보고한다.

“이제 살아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신속하고 정확한 명령이행.

역시 잘 먹이고, 기운을 북돋아주면 다들 쓸만한 녀석들이다.

‘그저 궁지에 몰려있었을 뿐. 누구나 작은 기회만 있으면 뭐든 해낼 수 있으

니까.’

자신도 전생에 거리를 전전하던 시절이 있었다.

배고프고 지쳐 있던 시절.

미래가 아니라 생존을 고민하던 시절.

그때 가장 궁금했던 것이 있다.

난 태생부터 안 될 인간인가.

아니면 기회가 없었을 뿐인가.

그것을 알고 싶었다.

그 기회가 조금만 더 빨리 왔다면.

누군가 손을 내밀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줬다면.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에겐...... 행운이 부족했지.’

스스로 일어서야 하는 운명이 있는 법.

자신은 기어코 수렁에서 빠져나와 홀로 높은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몇 년 후 뒤늦게 내밀어진 손길.

<날 믿어라. 널 월드의 선두로 데려가주마.>

그걸 잡은 우진.

그 끝은....

떠오른 마지막 전투.

꿰뚫린 자신의 심장.

‘뭔 개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

상념을 멈춘 우진이 피식 웃었다.

‘내가 못 받았으면 어때. 내가 줄 수 있으면 그만이지.’

머리를 흔들어 날려버린 기억들.

그리고 이번엔 아주 활짝 웃었다.

“잘했다.”

엄지 척.

“감사합니다...!”

부하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혈서약을 타고 넘어온 스킬은 쓸만한 것이 없어 모두 포인트로 정산했다.

[스탯 강화 포인트 +14]

‘자동사냥 나이스!’

우진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전투대기.

칼리아 측의 추가 병력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우와.... 얘들 느리네.”

디바이스 보면서 기다리는데. 안 온다.

조용한 공장에서 불꽃을 보며 캠프파이어처럼 모여 앉아있었다.

지루함과 출출함에 우진이 인벤을 뒤졌다.

구울을 굽기 시작하는데.

“마쉬구울이야. 먹을래?”

노릇노릇 말랑말랑 맛있게 구워진 구울.

“아... 가, 감사합....”

“농담이야. 너희는 이거 먹어.”

따로 레스토랑에서 포장해달라고 한 뱃살 돼지고기를 줬다.

울먹거리는 르쉬와 흡혈귀들.

누가 자신에게 이렇게 대해줬단 말인가.

‘솔직히 이 고기... 엄청나게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왜 모르겠나 이 유명하고 맛있는 고기를.

정육점이나 고급 레스토랑을 얼쩡거린 적도 있다.

먹으러가 아니라 구경하러.

하지만 수상쩍게 바라보는 점원들.

그러지 않더라도 돈 없는 티가 팍팍 나니 괄시하던 점원들.

너무 미웠다!

점원들이 아니라 돈 없는 자신이 미웠다!

하지만.

‘하지만 총대장님은 이런 저희를....... 이렇게나 챙겨주시고.......’

눈물의 고기 섭취.

‘영원히 충성하겠습니다...!’

그런데...

다시 얼마 뒤.

불도 사그라들고 고기도 다 먹었는데.

칼리아 클랜은 낌새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소식을 전하러 가거나 통신을 할 새도 없이 다 죽어버린 모양이다.

디바이스를 바라보는 우진.

‘하긴. 우리가 돌입한 이후로 이제 1시간이나 지났나.’

그 사이에 1차 공장이 다 털렸다고 누가 예상할까.

공허한 눈으로 생각에 잠긴 우진.

그가 허망하게 불길을 바라보았다.

‘너무 강해져버린 나의 속도. 이 세상이 따라오지 못하는구나. 이게 강자의

고독인가?’

힘을 가진 자의 숙명이라면, 이 또한 짊어지리라.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쿵짜작... 쿵짝....”

깊은 밤.

나직하게 울리는 노랫말.

— 펄럭...!

불을 등진 우진이 코트를 걸쳤다.

그 등에 새겨진 것은 갱단 ‘다크 파이어’의 표식.

놀라는 흡혈귀들.

“그, 그건... 다크 파이어의 문양 아닙니까...?”

끄덕이는 우진.

“그래, 예전에 사소한 일로 언쟁을 한 뒤 대화 끝에 선물 받았지.”

그냥 대화가 아니라 몸의 대화였고 끝은 진짜 상대방 인생의 끝이었고 선물은

스스로 챙긴 거지만.

설명은 전달되었다.

이제 2번째 의문이 찾아온 흡혈귀들.

“그, 그걸 입으셨다는 건...?”

“그래, 우리는 이제 다크 파이어의 이름으로 칼리아를 공격할 거다.”

“다... 다크 파이어의 이름으로......?”

그때 밤을 울리는 우진의 목소리.

“작전명 이이제이.”

“그, 그게 무엇입니까?”

“음. 간단히 설명하면 나의 적들이 서로 싸우게 만드는 거다.”

사실 완벽한 설명은 아니지만.

흡혈귀들은 제갈공명의 계책이라도 들은 것처럼 감탄한다.

“적들이...!”

“서로 싸운다...!”

우진이 코트를 펄럭이며 걸어나갔다.

“그래, 그럼 다음 구역 털러 가보자꾸나.”

“예!”

— 부르릉....

트럭에 올라탄 우진이 다음 목적지를 지시했다.

그건 여기서 가장 먼 공장이었다.

“가장 먼 곳으로 가시는 이유가... 어찌 되는지요?”

“성동격서.”

“성동...?”

성동격서를 설명한 우진.

<동쪽에서 큰 소리를 내어 유인하고 서쪽을 타격하는 작전.>

감탄하는 르쉬.

“과연... 묘책입니다...!”

“음.”

묵묵히 스쳐지나가는 밤의 풍경을 바라보는 우진.

하지만 그의 마음속엔 뿌듯함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열심히 공부하길 잘했군.’

사자성어를 자주 쓰는 우진.

지구 시절.

나름대로 똑똑해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그게 점수와 크게 상관 없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1점도 안 오른 성적.

분하고 원통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는 게 힘. 모르는 거보다 낫다.’

일장일단.

이렇게 부하들 앞에서 유식한 척도 할 수 있으니 모든 일에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다.

‘근데 이 녀석들은 아예 뭔지도 몰라서 별 소용이 없네.’

솔직히 자신도 거의 다 까먹었다.

너덜너덜한 사자성어책에서 기억나는 건 별로 없다.

‘됐다. 사자성어 필요 없다.’

백전무패. 이 정도만 알면 충분하다.

“가자!”

“가, 가자아......!”

다시 밤길을 달리는 트럭.

달려가는 차 안에서 우진이 말했다.

“르쉬야 이건 너의 복수이기도 하다. 그러니 구호를 하나 읊어보아라.”

고민하던 르쉬가 작은 주먹을 들고 외쳣다.

“타도! 칼리아!”

우진이 만족스럽게 몇 개의 구호를 더 알려줬다.

“전면돌격!”

“전면돌격!”

“선빵필승.”

“선빵...필...승?”

“초전박살!”

“초저언! 박살!”

그리고 도착한 2번째 공장.

— 끼이이익.

트럭이 멈추는 순간 도합 14개의 신형이 밤하늘을 갈랐다.

거대한 변신 폼의 우진.

그리고 그의 야수들.

“갈겨!”

13야수 레이저 쇼.

체이서의 광자포는 물론이고 늑대들도 입에서 마력포를 쏘아낸다.

단계를 넘어버린 마나 컨트롤.

십이 늑대도 이제 힘의 집중을 쏘아낼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다.

“가라 르쉬 클랜!”

“일이삼영 출격!”

연달아 터지는 폭발 사이에서 4인조가 각자의 무기를 들고 난전에 뛰어들었다.

2번째 공장이 완파된 것은...

고작 10분 사이의 일이었다.

*

그리고 얼마 뒤.

클랜 ‘블랙로즈’의 본부.

칼리아의 귀에 소식이 전해졌다.

“야... 야습?”

“예. 게다가 모든 거점과 창고까지 닥치는대로 파괴하고 있다고 합니다.”

— 쾅!

책상을 내려친 칼리아.

짙은 밤안개가 피어오르고 눈은 더 붉어질 수 없을 정도로 새빨간 빛을 내고

있었다.

분노가 피어올린 투기.

방을 가득 채울 정도의 기세 속에서 그녀가 외쳤다.

“도대체 누가...! 누가 감히...!”

그리고 보고를 들은 칼리아의 눈에 경악이 떠올랐다.

왜냐면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흑염제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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