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53
우진의 눈이 감격으로 떨려왔다.
‘고유 보상!’
이건 이 세상에서 단 1번만 주어지는 보상.
보통 방법으로는 얻을 수도 없는 지고의 아이템이란 뜻이며...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만이 가진 나만이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란 뜻이
지.’
그도 그럴 것이.
전능의 가호, 그리고 소생.
말도 안 되는 권능급 스킬 2개가 하나의 아이템에 붙어있다.
전능의 가호.
이건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배리어 능력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어떤
공격이든 1회 막아준다.
‘심지어 용족의 브레스 속에서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을 수 있으니 말 다했지.’
일종의 현실 무효화 급의 능력.
소생.
이건 죽은 자를 부활시킨다.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건 아니고, 죽은 지 하루가 지나기 전의, 시체의 50%
이상이 온전한 상태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법칙을 거스르는 능력이라 정말 대단하지.’
다만 ‘1회성’이라 아주 살짝 아쉬운 정도.
일단 가지고 있으면 히든 카드가 되는 능력이라 감사히 받기로 했다.
‘소생을 둘째치고... 전능의 가호만으로도 가치를 측정하기 힘든 아이템이니까.’
일종의 히든 피스 아이템인 거 같다.
이 이벤트에서 혼자 3000점을 획득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니까.
심지어 등급도 없다.
무등급이 아니라 등급 외의 어떤 신물(神物)이기에.
‘그러니 고유 아이템이 되어야 하는 거지.’
그만큼 소생과 전능의 가호는 엄청난 능력이었다.
‘좋아. 소중히 간직해주마.’
목에 두르니 착 감겨서 편하다.
옷 안에 잘 넣어서 착용했다.
‘예상치도 못한 값진 선물을 받았어.’
목걸이 뿐 아니라 수많은 보상을 안겨준 크립트 이벤트.
그러고도 아직 알림이 남았다.
‘자 이제 마지막!’
[던전 보상]
[클리어 보상을 획득하세요.]
어찌보면 이게 진짜 보상이다.
던전 클리어 보상.
하도 먹을 게 많다보니 마지막에 확인하게 되었다.
‘특수 던전이라 제단까지 다시 안 가도 되는게 편하네.’
사실 진짜 노리고 있던 건 이거였다.
원래 계획에는 없었으나, 여러가지 스킬을 얻게 되며 목표로 삼게 된 그 아이템.
‘지위 상승과 이 책을 동시에 노릴 수 있으니 여기가 아주 안성맞춤이었지.’
그건 바로 아주 특별한 ‘책’ 아이템.
‘와라! 죽음의 서!’
허공에서 나타난 책을 멋지게 낚아챈다.
[죽음의 서]
[모든 사술(邪術)의 위력을 2배로 만든다.]
깔끔하고 완벽한 효과의 아이템.
‘나한테는 최상급 능력인 ‘강혼’과 ‘사령술’이 있기 때문에 아주 좋지.’
그런데.
막상 책을 얻어보니 그게 끝이 아니다.
‘어라? 괴성이랑 흉안도 적용이 되네? 게다가 환각통까지?’
원래 강혼과 사령술을 생각하고 얻은 아이템인데, 뜻밖에 개이득을 봤다.
‘괴성과 흉안. 게다가 환각통은 말할 것도 없고... 확실히 좀 흉흉한 스킬들
이긴 하지. ‘
사술이라 불리기에 충분하다.
이제 그 모두가 2배의 파워업으로 우진을 돕게 될 것이다.
‘좋아. 지금도 강한 녀석들이니 아주 든든하구만.’
게다가.
자신은 이 책의 특별한 사용법을 알고 있다.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비밀의 책먹기 테크닉.
그건 바로 책을 파괴하는 거다.
정확히는 찢기.
‘보통은 고서(古書)를 얻을 일이 극히 드물기도 하고, 그걸 찢어볼 생각은 누
구도 하지 못했지.’
그렇기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용법.
이걸 활용하면 일종의 장비 아이템인 고서류를 ‘먹는 아이템’처럼 쓸 수 있다.
‘영구적으로 책을 먹어버리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지.’
이러면 매번 효과를 받기 위해 책을 손에 들고 있지 않아도 된다.
아주 편리한 방식.
우진이 대담하게 고서를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찢으면서 먹는 시늉을 한다.
— 슈와아악...!
검붉은 기운이 우진의 입안으로 모조리 빨려들어갔다.
[죽음의 서를 체화시켰습니다.]
[그 효과가 영구히 지속됩니다.]
사실 먹는 시늉은 그냥 해본 거고, 실제로는 찢으면서 정신집중만 정확하게
하면 된다.
하지만 먹는 척 하는게 더 느낌 있다.
“꺼억.”
배를 두드리는 우진.
‘죽음을 지배하는 자. 죽음의 서를 먹어버리다.’
이제 자신은 죽음 마스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음 마스터에게 걸리면 다 죽음. 오케이?’
그런데.
아직 끝이 아니다.
‘이제 스탯 정리를 좀 하자.’
대폭 상승한 능력치들.
효율 증폭을 위해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
그러면 다시 한 번 가파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일단은 민첩.’
우선 항상 선두주자를 달리던 소중한 주스탯. 민첩.
이것도 어느새 90을 넘어서 조금만 더 투자해주면 된다.
‘민첩에 100까지 포인트를 부여한다.’
순간 몸 전체에 쾌속의 기운이 흘러나간다.
[민첩 : 100]
이전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상쾌함이 찾아왔다.
마치 세상이 먼 곳까지 가까워지는 듯한 신체감각의 증폭.
[스탯이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새로운 능력이 부여됩니다.]
그리고 부여되는 민첩 패시브.
[간파]
[이제부터 적의 공격을 분석할 수 있게 됩니다.]
‘예쓰! 이거 아주 좋지.’
상대의 공격 타입이나 효과, 데미지 등을 추산할 수 있게 된다.
눈대중이 아니라 내 민첩이 상대방보다 높으면 거의 근사값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견적 내기가 쉬워진다.
‘고수들끼리는 결국 견적 싸움이거든.’
1합의 승부. 고수끼리 자주 있는 일이다.
그때 오차 없이 견적을 뽑아서 맞다이를 깔 수 있기에 매우 유용하다.
‘물론 그건 강자를 상대할 때 얘기고. 잔챙이들이야 내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찍어누르면 되지.’
그냥도 쎈데. 온갖 버프까지 덕지덕지 발려있는 자신.
그 모든 것 중 1개가 엘프의 반지다.
딜뻥 50%.
그래도 선두에 가서 승부를 벌일 때는 필수적인 능력이기에 감사히 챙겼다.
‘그 다음 패시브 와라!’
[선제]
[자신보다 민첩이 낮은 자와 격돌할 경우 반드시 자신의 공격이 선제로 판정
됩니다.]
[자신의 민첩 1/2 이하인 자의 선제 공격을 무효화합니다]
강자끼리는 그냥 검격 등을 주고 받는 게 아니다.
여러가지 효과가 있다.
거기서 선제 판정이 들어가면 이득을 보고 시작할 수 있다.
‘디버프가 누가 먼저 발리냐, 누가 먼저 특능을 먹이고 시작하느냐 싸움이니까.’
이게 첫 번째 ‘선제 판정’의 효과다.
두 번째는 ‘선제 무효화’.
체력 패시브인 격의 상승과 비슷하다.
1/2도 안 되는 허접의 선빵은 무효화시킨다.
즉, 잔챙이는 뒤에서 대놓고 찔러도 공격을 흡수할 수 있다.
‘거기다 후속타까지 격상으로 씹어버리면....’
공격하는 잔챙이 입장에서는 눈물만 주륵주륵 흘려야 된다.
정말로 우월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오는 좋은 패시브 2개.
‘스탯 100이 되면 그냥 모험가 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는 뜻이거든.’
브라카, 제론, 샤다스까지...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던 경지.
자신은 2번째로 도착했다.
이제 슬슬 전생의 스탯이 갖춰지고 있다.
물론 스킬이나 언데드의 힘 덕분에 전투력은 이미 훨씬 강하다.
‘그래도 스탯이 주는 충족감, 기쁨 같은 게 있거든.’
특히 스탯 패시브는 정말 유용해서 있다가 없어지면 좀 허전하다.
그게 하나씩 돌아올수록 성취감이 어마어마했다.
‘자 이제 마나도 올려주자.’
마나에 2 포인트를 투자해서 100으로 만들었다.
[마나 : 100]
[스탯이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새로운 능력이 부여됩니다.]
‘마나 패시브도 상당히 끝내주지.’
이건 전생에 못 얻어본 거지만, 뭔지 알고는 있었다.
일단 첫째 능력.
[마나 축적]
[이제 탄생 시 초기값을 넘어 마나를 축적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내공 쌓기.
마나를 내공처럼 계속 쌓아서 보유량을 늘릴 수 있다.
‘외부에서 끌어오는 거랑 다르게 더 정순한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시간과 노력만 충분하면 용족에 필적하는 마나를 몸에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체내의 마나는 온전히 내 것이라 힘을 빌리는 수준이 아니라 근본까지 온전
히 사용할 수 있다.’
틈날 때마다 열심히 체내 마나를 쌓아주기로 했다.
어차피 계속 명상으로 수양을 하고 있기에 조금 더 신경 써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다음 통달 패시브. 이건 기존 것이 업그레이드 되는 능력이지.’
[마나 통달]
[이제부터 마나의 흐름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친밀도의 상위급 패시브로, 마나 사용 효율이 더욱 올라간다.
게다가 친밀도의 증폭률과 합산되는 강력한 성능.
즉, 저레벨들의 1마나와 우진의 1마나는 양과 질이 모두 천지차이로 달라지게
된다.
‘각성과 친밀도만으로도 거의 마르지 않는 샘을 얻은 기분이었는데. 이제는
좀 과장하면 폭포 아래 입을 벌리고 있는 느낌이겠군.’
축적과 연계하면 신체 내외부에서 쉼없이 강력한 힘을 뿜어낼 수 있을 것이다.
‘좋았어! 외강내강. 내가 슈퍼 우진이다.’
— 딱!
손가락을 튕겨서 인간형으로 돌아왔다.
백색 악마도 평시형으로 되돌렸다.
완전히 격변한 민첩과 마나 능력 덕분에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였다.
‘이제 이 녀석들 시청 금지를 풀어줘야겠군.’
버려진 관리실로 얼간이들을 회수하러 갔다.
— 똑똑
염주를 회수한 뒤 예의상 노크 한 번 하고 문을 열었다.
아직도 대가리를 박고 있는 4인조.
“얘들아 형 왔다.”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2배 증폭된 사령술의 힘으로 다들 벌떡 일으켜 세워줬다.
“으어어엇!”
“초... 총대장님!”
깜짝 놀라는 4얼간이.
우진을 보며 감탄한다.
얘들이 봐도 뭔가 달라진 게 느껴지는 것이다.
“오... 오오....”
“어, 어딘가... 더 강해지신 것 같습니다.”
“뭐, 뭔가 견딜 수 없는 위엄 같은 것이.......”
그런데 그냥 놀라는 수준이 아니다.
마치 숨이 막힌 듯이 버거워하는 4인조.
우진이 깨달았다.
‘아차. 이제 마나를 갈무리해야 할 수준까지 왔군.’
가만 둬도 흘러넘치는 마나.
게다가 각성으로 얻은 ‘맹우’ 효과 때문에 자신을 돕기 위해 끊임없이 작동한다.
잔챙이들 수준에선 기운을 감당하기 힘들 거다.
‘스읍.’
정신을 집중해서 모든 기운을 갈무리했다.
그제야 숨통이 좀 트이는 듯 가슴을 쓸어내리는 4인조.
잠시 눈치를 보다가 강아지처럼 옹기종기 다가온다.
“저.......”
“총대장님......”
“바깥의 일은 다... 끝난 겁니까?”
우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이제 시작이지.”
그러자 당황하는 4인조.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거인과의 밤은 끝났다.
하지만.
흡혈귀의 밤은 이제 시작이다.
‘너희와 나. 정리할 게 좀 있지?’
일단은 관계 정립부터다.
— 탁...!
쓰러진 의자를 강혼으로 끌어다 세운 우진이 그 위에 여유롭게 앉았다.
다리를 꼬고 내뱉은 말은 의미심장했다.
“자 이제부터. 딱 ‘한 마디’씩 할 기회를 준다. 그거로 자기 어필을 해봐라.”
그러자 동요하는 흡혈귀들.
‘한 마디?’
‘딱... 한 마디?’
‘자기 어필이라면....’
모두 고뇌에 빠졌을 때.
홀쭉이가 치고 나왔다.
“복종.”
그리고 오체투지와 함께 머리를 땅에 박는다.
순간 술렁이는 나머지들.
‘제... 제길... 선빵을 날리다니....’
우진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 합격.”
“감사합니다!”
대가리를 박은 상태에서도 감격의 목소리는 잘 전해진다.
그때.
“충성.”
무난이도 밀리지 않는다.
절도있는 경례 후 화끈한 대가리 박기.
“오케이. 합격.”
그때 빠르게 달려와 슬라이딩 세배를 올리는 르쉬.
“차... 찬양!”
지존께서 그 단어와 포즈에 매우 흡족해하며 말씀하시되.
“오 좋고. 너 합격+1점.”
예쓰! 하듯 주먹을 움켜쥐는 르쉬.
마지막으로 고뇌에 빠진 덩치.
안절부절하다가 겨우 꺼낸 단어는....
“사... 사랑?”
아. 하아. 아아아...
터져나오는 탄식들.
르쉬가 재빨리 대가리를 박으며 덩치 대신 사과한다.
“죄, 죄송합니다. 이 녀석이 보기엔 이래도...... 굉장히... 영특한... 녀석
입니다.......”
하지만 고개를 젓는 우진.
“아니야 왜 사랑 좋은데.”
그제야 한숨을 쉬며 안도하는 흡혈귀들.
그때 우진이 일어나 의자를 치우고 테이블 하나를 불러왔다.
— 탁!
“근데 말로만 하는 사랑은 의미 없지. 난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다.”
—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흡혈귀들.
“누... 눈에 보이는 것이라면....”
우진이 마나를 통해 허공에 글자를 수놓았다.
— 스르르....
놀라운 광경에 흡혈귀들의 눈이 커진다.
“이, 이럴 수가....”
“마나로 글자를....”
각성.
100이 된 마나.
패시브들.
이제 그는 마법사에 필적하는 마나 운용이 가능해졌기에.
그가 쓴 것은 모두 흡혈귀가 뱉은 단어들이었다.
<복종, 충성, 찬양, 사랑>
그리고 글자를 흩어버린 우진.
“이건 모두 허상에 불과하다. 버릴 수 있고, 잊을 수 있는 것들이지.”
뒤통수 100대 맞아본 자의 경험에서 나오는 진짜배기 삶의 교훈.
“허나 서약은 다르다.”
서약.
그 무거운 단어에 흡혈귀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세상에 서약이 많고 많다 하되, 우리에게 어울리는 것은 하나겠지.”
우진의 시선이 덩치에게로 향했다.
“너. 지금 뭐가 제일 마시고 싶으냐.”
우물쭈물하다 답하는 덩치.
“피... 인간의 피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우진.
“그래, 흡혈귀에겐 피가 가장 소중한 법.”
그리고 마침내 그가 선언했다.
“그걸 내게 바쳐라.”
경악하는 흡혈귀들.
피를 바쳐라.
그 말이 뜻하는 것은 하나.
피를 통한 맹세.
월드의 서약 방식 중 하나로, 가장 지독하고 가장 절대적인 맹약 중 하나였다.
혈서약.
다른 말로 피의 계약.
목숨은 물론 모든 의지까지도 속박되는 최고 단계의 절대 맹세.
공포와 전율이 공기를 가득 채웠다.
누구도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누구도 어찌 답해야 할 지를 모를 때.
그때였다.
— 까드득....
송곳니를 불러낸 르쉬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우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망설임없이 손바닥을 물어뜯는다.
— 콰득!
그녀의 손에서 검붉은 피가 콸콸 흘러나왔다.
그 손목을 움켜쥔 르쉬가 망설임 없이 말했다.
“바치겠습니다. 목숨 뿐 아니라, 제 영혼 전체를.”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
그건 진짜 결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