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51화 (51/155)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51

공동묘지 지하.

깊은 던전 속.

르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나? 흡혈귀 왕이 될 남자다.”

가면 아래서 나타난 미소 띈 남자의 얼굴.

그 얼굴을 본 순간.

그 대사를 들은 순간.

르쉬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처음 느낀 감정.

이해할 수 없는 감각.

세계가 정지한 듯한 그림.

그건 ‘매혹’이었다.

‘이게 진정한 매혹이구나. 이게 바로 매혹이었어...!’

르쉬의 세계가 변화했다.

*

‘표정 봐라.’

뭐에 홀린 거 같다.

‘이름이 르쉬라고 했나. 흡혈귀치곤 좀 이상한 녀석이지만... 뭐 나쁜 놈 같

지는 않네.’

우진은 피식 웃었다.

‘그런데 흡혈귀 왕이 될 남자라니. 나도 참.’

사실 정점에 갈 남자라고 하려다가, 르쉬에겐 이게 더 멋있을 거 같아서 그렇

게 말했다.

역시 완벽 적중한 맞춤형 카리스마.

“흐, 흡혈귀... 왕 말씀...이십니까.”

아예 껌뻑 죽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왕이라니...! 귀족도 아니고 왕이라니...!’

흡혈귀들의 꿈은 보통 ‘귀족’이 되는 거다.

상급보다 더욱 강력한 특수 능력을 지닌 흡혈귀들.

그런데 그것도 아니고 왕이라니?

꼬마애한테 꿈을 물어봐도 보통은 ‘대통령이 될 거예요!’ 정도가 한계다.

<인간의 왕이 되겠다.>

이런 녀석은 없다. 있어도 현실을 모르는 어린 아이의 괴상망측한 꿈일 뿐이다.

그런데 르쉬는 그게 진짜처럼 느껴졌다.

눈앞의 이 ‘존재’.

이 위대한 존재는 정말 그걸 이룰 수 있을 거 같았다.

힘이다.

압도적인 힘.

흡혈귀여서일까, 아니면 자신의 약함을 저주하는 미력한 존재여서일까.

르쉬는 우진의 힘에 매료되었다.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매혹되고 말았다.

그때였다.

절대적인 ‘강자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자. 이 안에 있으면... 시체 파도에 휩쓸리고 말 거다. 입구에서 막아야해.”

르쉬가 파르르 떨리는 눈으로 물었다.

“마, 막는다면...?”

그러자 자리에서 일어나는 우진.

“음, 그건 보면 안다. 일단 따라와라.”

그리고 손가락을 튕겨서 부하들의 ‘석화’를 풀어준다.

— 따악!

“컥... 커어억....”

“수, 숨이 안 쉬어졌어.”

“우리는 원래 숨을 안 쉬지. 흡혈귀니까.”

척척박사 홀쭉이를 째려본 르쉬.

순간 부하들도 흠칫 우진의 눈치를 봤다.

청력은 살아있었기에 상황 파악은 했다.

하얀 악마에게 완벽히 제압당한 대장.

대장이 순종하는데 부하들이 거역할 리 없다.

얌전히 따라가는 4인조.

“구울은 내가 정리할게. 안 건드려도 된다.”

믿음직스러운 목소리가 그들을 인도한다.

르쉬와 일당이 쭐래 쭐래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던전을 걸어가는데 신비한 일이 일어난다.

— 그웨에엑....

리젠된 구울들이 어둠 속에서 그웨에엑 소리를 내며 나타날 때마다...

— 서걱.

어딘가에서 나타난 단검이 놈들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린다.

— 슈와악...!

그리고 지존께서 손바닥을 뻗자 사라진 구울의 시체.

“아 맛좋다.”

전투를 음미하고 계시는 그 분.

‘저, 정말 강하다... 압도적인 강함이야.’

르쉬는 이제 공포를 넘어 경탄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도 구울을 죽일 수는 있다.

하지만 저건... 저건 그냥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강함이다.

“뚜뚜루♪”

노래를 부르시는 지존님.

“나는 죽음을 지배하는 자♬”

이상한 흥얼거림조차도 멋있게 들린다.

‘강자들은 원래 좀 특이한 부분이 있다고 하지. 이 무서운 던전에서도 침착함

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저분의 위대함을 뜻하는 거야.’

그런 눈길로 부하들을 바라보자, 수긍하듯 빠르게 머리를 끄덕이는 3인방.

모두가 우진의 힘에 매료되었다.

— 끼이이익....

그때 도착한 던전 밖.

공동묘지에서 다시 ‘대화’가 이어졌다.

어색한 분위기.

흡혈귀들은 쭈구리처럼 눈치만 보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우진이 나름대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나섰다.

팔꿈치를 펄떡거리는 우진.

“아이엠 그라운드 자기소개 하기! 나는 우진.”

“...?”

“...?”

“......???”

광역 혼란에 빠진 흡혈귀들.

어쩔 수 없이 평범한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내 이름은 우진. 너희의 것은 무엇이냐?”

고풍스러운 말투로 묻자 그제야 답이 돌아온다.

“아!” “한센.” “칼슨.” “올로.” “입니다!”

짜잔! 하듯이 손을 옆으로 펼치는 놈들.

우진이 이마를 긁었다.

“헷갈려. 세얼간이로 통일해. 너 일, 너 이, 너 삼. 오케이?”

“예... 옙!”

우진이 손가락을 까닥였다.

“얼간이 1번 일루와봐.”

“1번 얼간이 한! 센!”

우진이 씩 웃으며 말했다.

“이빨 드러낸 놈을 살려둘 순 없다. 자 일단 너부터 죽자.”

“아... 예!... 예? 으아아악!”

“뭐해 아직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무릎을 꿇고 싹싹 비는 홀쭉이 한센.

“그게... 저를 죽이셔봐야 별로 힘을 얻지 못하실 겁니다. 저, 저는 약하고

맛도 없거든요.”

“니가 니 맛을 어떻게 알아.”

“헉....”

우진이 피식 웃었다.

흡혈귀는 동족을 죽이면 힘이 강해진다.

악마랑 비슷하다.

피가 곧 힘이고, 그걸 약탈해서 강해지는 것이다.

‘뭐 나도 비슷하긴 하지. 죽이면 스킬도 얻고 종족 경험치도 얻을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정말 죽이려는 건 아니다.

우리가 ‘아주 좋은 사이’는 아니라고 좀 알려준 것.

그때 르쉬가 척. 무릎을 꿇는다.

“원하시는 바를 알았습니다.”

“음?”

땅에 닿을 듯이 숙인 머리.

“제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흔들림 없는 목소리.

“나한테 죽겠다고?”

“예. 그러니 부디 제 부하들의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숙인 르쉬.

그 기백에 우진이 감탄했다.

‘와 리더다운 리더네.’

예전 파티장이 생각났다.

그 새끼가 이런 상황이었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지 혼자 살겠다고 제 손으로 우리를 썰어다 바쳤겠지 뭘.’

그런데 저 여자 흡혈귀는 다르다.

분명 마물인데도 자기 부하들은 끝까지 챙긴다.

“너 상황판단력 좋네. 부하들 챙길 줄도 알고. 결단력도 있고.”

“아.... 헛.... 가, 감사합니다....”

더욱 고개를 조아리는 여자 흡혈귀.

“이름이 뭐라고?”

“르쉬입니다.”

“너 충성심도 있냐?”

의미심장한 물음.

르쉬가 쭈뼛쭈뼛 고개를 든다.

“그 말씀은....”

“아니, 쓸데없는 소리 말고. 충성심 있어?”

고개를 척 숙이는 르쉬.

“만들어서라도 갖추겠습니다.”

“그래. 일단 일어나봐. 난 그렇게 딱딱한 스타일 아니야.”

우진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너 칼리아 싫어하지.”

그러자 튀어나오는 즉답.

“증오합니다!”

현재 상황에 대한 공포마저도 잊었는지 이글거리는 붉은 눈빛.

우진이 그것에 만족하며 말했다.

“나도 걔한테 별 좋은 감정은 없거든. 예전에 알던 녀석이 걔가 만든 마약 때

문에 목숨을 잃기도 했고.”

“그, 그런 일이....”

“그러니까 아는 거 죄다 털어놔 봐. 본부, 전력, 대가리 숫자에서부터 주요

거점까지.”

“아... 예! 그거라면 제가 100%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르쉬의 얼굴이 밝아지더니 곧 정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칼리아의 모든 정보를 파악한 우진.

그녀의 능력까지 알게 되었다.

아주 귀중하고 특별한 스킬.

“암시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르쉬.

“예. 자신보다 강한 존재나 같은 흡혈귀끼리는 통하지 않지만, 약한 인간에게

는 아주 잘 먹힙니다.”

“그래서 도시 장악이 그렇게 수월했던 거군. 먹이 공급도 쉬웠을 거고.”

더욱 열렬히 움직이는 빨간 머리.

“예! 칼리아가 강해진 건 절대 예쁘거나 똑똑해서가 아니라 다 인간을 많이

잡아먹고 쑥쑥 커서 그런 겁니다!”

우진이 그 기세에 혀를 내둘렀다.

“그래. 알겠다. 흥분하지 말고.”

“죄, 죄송합니다....”

그때 다시 고개를 드는 르쉬.

“아무튼 칼리아! 칼리아를 죽이면 더 강한 힘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저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양질의 먹이입니다!”

우진이 가볍게 끄덕였다.

“그래 그럼 그러자.”

“예...?”

“칼리아 내가 죽일게. 너희는 이제 가봐.”

벙찐 4인조.

하지만 우진에겐 당연한 일이다.

‘빨리 보내야지. 곧 터진다고.’

들을 거도 다 들었고.

쬐끄만 녀석의 왱알이도 이제 더 들어줄 시간이 없다.

왜냐면.

‘곧 특수 이벤트가 시작되거든.’

우진의 시선이 던전 입구 비석으로 향했다.

다시 굳게 닫혀있는 비석. 저기서 ‘나올 거다’.

‘어마어마한 녀석들이 말이지.’

그러니 빨리 이놈들을 보내야 한다. 안 그러면 휘말리니까.

그런데.... 4인방이 가지 않고 쭈뼛쭈뼛 주위를 멤돈다.

르쉬가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눈치를 살피더니 겨우겨우 말을 거는데.

“저... 대장... 아니, 대장은 저니까... 총대장님!”

어이가 없는 우진.

“내가 왜 총대장이야.”

그러나 쫘르르 엎드린 4인조.

“저희를 거둬주십시오!”

르쉬는 물론이고 부하들까지 합창을 한다.

“총대장님!”

“대장총님! 아니 총대장님!”

“저희에겐 멘토가 필요합니다!”

우진이 혀를 찼다.

“무슨 멘토야. 보디가드 필요한 거 아니고? 아니면 뒷배? 나 끼고 호가호위

하려고?”

당황한 르쉬. 서둘러 말한다.

“호가호...? 아, 아닙니다! 저희는 진심으로 감복했습니다.”

이어가는 부하들.

“탄복했습니다!”

“굴복했습니다!”

“어... 어.... 잠복... 정복.... 행복했습니다?”

복자 돌림에 실패한 덩치.

다른 3인방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마치 그거 때문에 다 망했다는 듯이 째려본다.

우진이 이마를 감싸쥐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까닥였다.

“야 1번... 아니 2번.... 쟤가 1번이었나.”

쉽게 부르려고 붙인 번호인데 이것도 헷갈린다.

그래서 그냥.

“0번.”

그러자.

눈치껏 차렷자세로 대답하는 대장.

“예! 0번 흡혈귀 르쉬!”

빠른 반응에 만족한 우진.

“좋아. 그리고 너네는 나머지.”

“예! 나머지 올로! 한센! 칼슨!”

“오케이. 굳.”

호칭 정리를 한 우진이 설명을 시작한다.

“나는 곧 여기를 떠날 사람이고. 너희를 거둬먹일 깜냥이 안 돼. 그러니까 그

냥 가라. 너네 여기 있다가 진짜 죽는다.”

“그, 그럼 저희도 같이 죽겠습니다!”

“죽겠습니다!”

우진이 다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아오 미치겠네. 뭔 거머리 4인조가 달라붙었어.’

어쩔 수 없이 씩 웃는다.

“그래. 그럼 이거나 같이 막자.”

“이거라면....”

“이 던전. 특수 이벤트가 있거든. 곧 터질 거야.”

이제야 긴장하는 4인조.

“터진다니.... 그게 어떤.......”

그때 마침 알림이 들려온다.

[크립트의 저주]

[던전은 아직 클리어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크립트의 원혼들을 자극했습니다.]

[다시 한 번 그들을 제거하십시오.]

[그것이 이 던전에 발을 들인 자의 운명일지니.]

우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이벤트란 말이지.’

재공략 기믹.

지금까지 소탕한 구울이 일시에 다 몰려나온다.

‘그것도 던전 안이 아니라 밖으로.’

가만히 내버려두면 이 도시 페인텔로 흘러들어가서 시민들을 공격하게 된다.

‘수천 마리의 구울. 시민들 대다수가 일반인이니 반드시 큰 피해가 발생한다.’

여기서 던전의 공략자는 2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도망가거나. 혹은 죽음을 각오하고 막아내거나.

보통은 도망간다.

전생에도 그랬다.

왜냐면 던전을 공략한 직후라 체력 상태나 아이템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

결국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자신은 다르다.

‘난 융합으로 완전 회복을 3000번 이상 한 상태.’

물론 말 그대로 ‘완전 회복’이니 1번 이상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지만...

기분만은 절호조.

즉, 컨디션 쩔어준다.

‘원래 이건 1인 파티로 못 깨. 왜냐? 난이도가 말이 안 되거든.’

단순 공략도 기적이다.

그런데 재공략?

그것도 던전 밖에서?

안 된다.

하지만.

자신은 가능하다.

왜냐.

‘입구막기가 가능한 지형이거든.’

명확한 던전의 입구.

그걸 틀어막으면 된다.

소싯적에 별들의 크래트프 안 해 본 사람 있나.

입구만 잘 막으면 소총병 하나가 수십 마리 괴물도 막는다.

‘근데 난 소총이 아니라 레이저에 필적하는 활이 있고.’

그 출력은 마나 광자포를 압도한다.

‘즉.’

장판파 저리가라 할 명승부를 펼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

‘하지만 분명 쉬운 일은 아니야.’

이게 얼마나 어려운가.

우진조차도 약간은 긴장을 하게 만드는 정도.

그래도.

[월드가 위험에 처합니다.]

[월드를 수호하세요.]

월드를 수호하세요.

이 문장이 그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월드가 개같아도 이제 내 집이거든.’

구울 수천 마리를 풀어놓고 나몰라라 하기엔...

그는 천성이 호구다.

‘그래. 난 우진이다. 하지만 이제 호구짓좀 해도 돼. 그것조차 이득으로 삼아

버릴 수 있는 힘이 있거든.’

죽으면 개손해.

이기면?

던전x2로 이득이 생긴다.

‘이제부터 모든 공격은 캐논폼 최대 출력이다.’

강한 출력을 버티기 위해 육체 변화부터.

— 쿠드드득....

갑주를 입은 상태로 언데드 폼으로 변화했다.

경악하는 4인조.

“이게 내 변신 능력이야. 처음 공개하는 건데 어디가서 말하면 너흰 곱게 못

죽는다.”

원래 상급 흡혈귀는 변신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뭐 대단한 걸 보여주는 건 아니다.

다만, 그냥 압도적인 공포로 충성심이 1도 깎이지 않도록 조련을 하는 것일 뿐.

‘날 흡혈귀로 알고 있으니까 편한 구석이 많네.’

솔직히 인간인지 언데드인지 모를 상태로 살다보니까 외로울 때도 있었다.

뭐 좋은 거 얻어도 자랑할 곳도 없고.

그런데 자랑할 사람이 생겼다.

‘정확히는 흡혈귀가...!’

— 퍼어어엉!

생각과 동시에 터지는 크립트 입구.

괴수의 아가리처럼 입을 벌리고 세상을 향해 증오를 쏟아낼 준비를 한다.

[크립트의 저주가 시작됩니다.]

[밤이 지나가기 전에 막아내세요.]

[특별 보상 : ???]

‘밤이 지나가기 전에 막으라고? 별이 다 뜨기도 전에 끝내주마.’

지하로 뚫린 통로.

거기서 수천의 구울들이 밀려나온다.

흡사 지옥을 방불케하는 끔찍한 광경.

“왔냐? 이거 먹고 시작하자.”

그걸 막아선 것은 한 명의 남자와 하나의 활이었다.

모든 것이 지워지는 밤.

공동묘지에서 1 vs 3000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초대형시 전개!”

개전 선언.

그건 세상을 갈라버릴 듯이 강력한 한 줄기의 섬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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